유부녀 길들이기 2부
수요일 준영과 정아는 압구정 현대 백화점 5층 식당가 일식집에서 만났다.
정아는 청바지에 하얀 셔츠, 베이지색 반코트,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준영은 정아의 청바지 차림을 처음 보았는데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복장이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아는 몸매까지 완벽한 미인이었다.
"일식 좋아 하나 봐?"
"그냥. 배부를 때 먼 곳 가면 소화 안 되더라고…"
도미회를 한 조각 입에 넣는 정아의 입술을 보면서 준영은 ( 내 엄지손가락을 저 입술에 집어넣고 오물거리는 정아의 입술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대전에서는 어떤 일을 하면 되는 거야?"
"요즈음 보육원은 우리 어릴 때처럼 밥이나 공책이 모자라지는 않아.
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무것도 없이 차가운 현실에 버려지는 것은 똑같아.
우리 남편이 회장으로 있는 후원회에서 보육원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했을 경우 학비를 지원하거든.
이번에 후원회와 우리 교회가 같이 일을 하게 됐어. 아이들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아이들이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파악하는 거야"
"좋네. 형님은 아주 바쁘신가 봐"
"그러게, 나를 끌어들이더니 얄밉게 이제 나에게만 맡긴다.
"그래도 그래서 교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남편 말고 다른 남자랑 드라이브도 해보네."
"흠. 남편 말고 다른 남자랑 드라이브가 자랑거리야? 이거, 이거 이 나이 먹도록 어떻게 산 거야? 넘 구식이잖아!!!"
"너무 그러지 마. 난 구시대 아줌마잖아. 나…. 남편이 첫사랑이야."
"오, 갈수록 대단하네.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했잖아. 그런데 첫사랑? 첨 본다. 첨 봐. 뭔 춘향이래!!!"
"얘. 그 시절은 아주 그랬어. 나, 나이트클럽도 가본 적 없어. 그런데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
"하하. 나랑 당신이랑 두 살 차이라고. 뭔 세대 차이가 대단히 나는 것처럼 그래. 우리 시절에도 당신 같은 사람 별로 없었어. 아니다. 내 주위 사람들만 그랬나? 당신하고 얘기하다 보니 내가 이상한 놈 같네"
"날라리였구나"
"하하하. 날라리라는 단어도 오랜만에 듣는다. 정말 추억 돋네!!!"
정아는 뾰로통한 표정이 되었다.
"나도 지나간 날들이 후회된다고. 난 왜 그랬을까? 친구들 말 들어보면 젊은 시절은 별별 사건들이 많던데 말이지. 너까지 그러지 마. 지나가 버린 청춘이 너무 아깝다."
"에이, 지금 다시 청춘이 온다고 해도 당신은 똑같을 거야. 시대가 문젠가? 사람이 문제인 거지. 하하하"
몇 년 전 갑자기 교회에 나타난 준영은 정아가 기존에 보던 사람들하고 달랐다.
40대 중반이면 넥타이를 매지 않더라도 세미 정장 정도는 입는 분위기의 교회에서 청바지에 폴로셔츠를 입고 돌아다녔고, 집사님, 권사님으로 호칭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을 몽땅 형님, 아우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아가 거북스러워하는 스타일의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거북스러운 법이다) 사람이었으나 밉지는 않은 남자였다.
아주 예쁜 소녀 스타일의 6살 연하 부인과 사이도 좋은 듯했다.
정아는 남편 외의 남자에게 "옷 스타일이 너무 이쁘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라는 소리도 준영에게 처음 들어봤다.
언젠가 베이지색의 I 자형 원피스를 입었을 때 준영은 "원피스는 아무나 입지만 누구나 이뻐 보이기 힘든 옷인데 말이지.
거기다 I 형 어울리는 것 보니 얼굴만 이쁜 게 아닌가 보다. 형님은 복이 많으신 분이네!!!" 라면서 칭찬했다.
쇄골을 쳐다보는 준영의 시선이 느끼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정아는 그날 저녁 준영의 시선을 느꼈던 쇄골을 만져 보았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정아의 1자 쇄골은 정아의 자부심 중 하나였다.
정아는 I형 원피스를 보고 몸매를 칭찬한 준영이 의아하기도 했지만, 준영이 자기 몸매를 상상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부끄러웠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나를 보고 내 몸매를 상상하는 남자가 있구나!) 167의 키. 나이에 비하면 큰 키였다.
정아의 콤플렉스는 가슴이었는데 전형적인 A컵이었다.
가슴이 조금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준영이 자신의 몸매를 상상했을 거라는 생각은 없어지지 않고 정아를 따라다녔다.
그날 샤워하면서 정아는 자위했다.
호기심 있는 남자와의 드라이브는 약간의 설렘과 어디인지 모르게 간지러운 느낌을 주었다.
(원피스를 좋아하는 남자인데 원피스를 입을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보육원에서 원피스는 불편했다.
천성이 착하고 순수한 정아는 청바지가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혀 줄 것으로 생각했다.
준영은 정아보다 두 살 어렸다. 하지만 준영은 첫 경험 이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을 매력 있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남자치고 상당히 매끄러운 피부를 가졌던 준영은 여성의 피부를 최고로 쳤었기에, 어린 여자를 좋아했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준영은 (저 나이에 순진하다는 것은 모자란다는 뜻인데, 왜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봉사활동은 별것 아니었다. 다만 준영의 눈에는, 이 별것 아닌 것을 진지하게 대하고 같이 걱정하고 같이 웃어주는 정아가 아름다워 보였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자꾸만 정아의 웃음소리가 좋아 보였다.
그리고 단추를 두 개만 열고 있는 하얀 블라우스 사이로 가끔 살짝 보이는 정아의 쇄골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정아도 준영의 눈길을 느끼고 있었다.
" 또 상상하고 있을까?"
정아는 다시금 어딘가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3부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