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느날 - 14편
형수는 형을 힐끔 보고는 내 옆구리 쪽으로 와서 앉았다. 그녀의 아주 상큼한 향기가 막 잠이 깬 멍한 정신을 조금씩 차리게 했다. 그녀의 손목을 살며시 잡았다. 그녀는 손목을 빼고는 날
때리려는 손짓을 하며 다시금 경고를 했다. 난 입모양으로 왜그러냐고 말했다. 형수는 잠시 딴청을 피우더니 내 귓가에 손을 가져다대며 살며시 말했다.
" 나중에... 지금은 안돼.................................................................."
다시 입모양을 그렇게 만들어 물었다. 그녀는 형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난 형을 힐끔보고는 입을 삐죽였다.
" 내가 몇일 있다 연락할께... 어제 너무 좋았어............................................"
정확히 말하면 어제가 아니고 오늘 새벽이었다. 우린 12시 넘어서까지 술을 마셨기에 난 그녀에게 두 손을 뻗어 일으켜 세워달란 손짓을 했다. 그녀는 내 양손을 잡고 날 일으켰다. 아주
찌부드한 몸으로 일어나 소파에 걸터앉자 형수는 주방에서 우유를 잔에 부어 나에게 들고 왔다. 난 단숨에 들이키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화장실은 형수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샤워를 하려다 그냥 간단히 씻고 거실로 나왔다. 형이 일어나 비몽사몽하고 있었다.
" 형... 일어났네......................................................................................"
" 어... 아... 죽겠따... 마실꺼 빨리 한잔 줘봐................................................"
" 작작 마시지........................................................................................."
형수가 핀잔을 주며 형에게 잔을 건넸다. 형이 마시는 동안 난 윗옷과 몇가지를 챙겨 입었다.
" 가려고?............................................................................................. "
" 가야죠................................................................................................"
" 아침 먹고 가지... 다 됐는데...................................................................."
" 아뇨... 됐어요....................................................................................."
형수의 눈빛은 먹고 가라는 무언의 압력을 나에게 보내고 있었다. 난 형수에게만 미소를 살며시 보내고 입 모양으로 사인을 보냈다.
" 먹고가.............................................................................................."
형이 다시 말했다.
" 갈게요... 형... 나중에 제가 연락드릴게요................................................"
" 자식... 알았다... 애 나가는 것좀 봐......................................................."
형수가 현관으로 나서는 내 뒤를 따랐다. 신을 신은 나는 돌아서서 그녀의 허리를 당겼다. 현관쪽은 형이 앉은 위치에서는 보이지가 않는다는걸 형수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입술을 내게 내밀었다.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그녀는 잽싸게 내 혀를 당겼고 그녀의 혀를 나에게 밀어넣었다. 가벼운 그녀의 내음을 느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형수는
뒤에서 미소를 띄며 한마디 던졌다.
" 잘가... 몇일있다 전화할게....................................................................."
골목길을 나서며 담배를 물고 휴대폰을 열어 시계를 봤다. 9시 25분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형 앞에서 형수 얼굴을 계속 보기가 뭐해서 나오긴 했지만 딱히 갈곳은 없었다.
" 아버지 사무실에나 함 들러볼까?........................................................... "
아버지 보다는 경리가 더 궁금한게 사실이었다. 도로를 건너뛰어 맞은편으로 가자 마침 택시가 한대 코너를 돌아 내 앞으로 서서히 미끄러져왔다. 뒷 자석에 올라타서는 몸을 깊숙히
기대었다. 택시안은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 내동 맥도널드 앞으로 부탁드릴게요........................................................"
피곤이 갑자기 몰려들어 잠시 눈을 감는 순간 바지속에서 메세지 수신음이 울렸다.
" 누굴까??... 이시간에.............................................................................."
낯이 익은 번호가 외부창에 떠 있었다. 폴더를 올리자 메세지 내용이 떠 올랐다.
- 어디예요?... 문자 보시면 연락부탁드려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컬러링 소리가 시작되자마자 건너편에서 음성이 들렸다.
" 여보세요?......................................................................... "
" 네... 어디??...................................................................... "
" 어머... 벌써 잊으셨나봐... 주무시는데 깨운건 아니죠??...................................... "
" 네... 근데 어디.................................................................."
" 저... 혜정인데... 지난번......................................................."
" 아네................................................................................"
순간 아버지 건물에 임대를 받으려했던 그녀란 생각이 급히 들었다.
" 어쩐일루........................................................................"
" 그냥... 오늘 시간 어떠세요?............................................. "
" 시간이야... 머................................................................"
" 바쁘세요?..................................................................... "
" 바쁘긴요......................................................................."
" 그럼... 오늘 볼 수 있나요?.............................................. "
" 근데... 무슨일루???....................................................... "
" 만나서 말씀 드리면 안되요?... 호호..................................."
웃음이 밝아 보였다.
" 궁금한데요... 언제쯤 볼까요?....................................... "
" 음... 아무때나요.........................................................."
" 저... 지금 시간 많은데... 흐흐........................................"
그녀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굳이 나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우겼다. 건물 입구는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고 입구쪽에 있는 죽집 아르바이트생이 나와서
입 간판을 세우고 있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11층을 눌르곤 벽에 기댔다. 경음과 함께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가 뛰어왔다.
" 잠시만요...................................................................."
닫히는 엘레베이터 문 사이로 손을 넣어서 문을 잡자 문이 다시 열렸다. 머리를 위로 땋아올려 목덜미를 아주 시원하게 드러낸 30대 초반의 여인이 들어섰다. 그녀가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며 향긋한 향수 내음이 내 코 끝을 간지럽혔다. 잠시 마주친 금테 안경속의 검은 동자는 유난히 커보였고 얇은 쌍커플도 인상적으로 보였다. 나를 뒤로 하고 돌아선 그녀의 목덜미
뒤로 반짝 빛나는 목걸이는 그녀의 가녀린 목과도 잘 어울렸고 버튼을 누르러 내민 손에 팔찌 역시 그녀만을 위한 것이라 여길만큼 이쁘고 도도해 보였다.
10층 버튼을 가볍게 누른 그녀는 날 힐끔 쳐다보고 이내 닫힌 엘레베이터 문을 약간 턱을 치켜든채 꼿꼿히 바라보고 있었다. 10층은 도원 이란 상호를 쓰는 한정식 집이었다. 우리 건물
세입자 중에서는 유일하게도 10층 전체를 쓰고 있는 사업자였다. 그녀는 10층에 이르러 문이 열리자 엘레베이터 밖으로 나가서면서 돌아서며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것이
10층 까지만 상가이고 11층 반은 관리 사무실이고 나머지 반은 스카이 라운지였는데 스카이 라운지는 밤에만 영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11층에 올라가는 사람은 건물 세입자들 말고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는 나와 초면 이었기에 궁금한 눈빛을 하며 이내 사라졌다.
난 피식 웃고는 이내 11층에서 내렸다. 출입구 반투명 유리창에 푸른 글씨로 관리사무실 이란 글씨가 눈에 크게 띄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구 너머로 본
경리 자리는 장부와 서류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창구를 돌아 아버지 사무실 쪽으로 다가가자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걸음을 멈추고 사무실 문 앞에 섰다.
" 뭐라고 하고 나왔는데?...................................................................... "
아버지 목소리 였다.
" 그냥... 볼일 있다고 했지... 머.............................................................."
낯익은 여자 목소리였지만 누군지 가물거렸다.
" 뭐라고 안그래?.............................................................................. "
" 별루............................................................................................."
" 어디가냐구도 안묻고?.................................................................... "
" 그렇다니까..................................................................................."
" 너희들 요즘 사이 안좋냐?... 뭐 그래?............................................... "
" 우리 사이야 좋지..........................................................................."
" 근데... 아침부터 어디나가는데 묻지도 않어?...................................... "
" 뭐야... 내가 와서 싫다는 거야?... 나 갈까?........................................ "
" 허허허... 그렇게 들렸나?... 미안해... 근데... 어쩐일야........................."
" 그냥... 이런저런... 보고싶기도 하고.................................................."
" 허허... 나도 그렇던데... 통했나... 허허............................................"
" 웃기셔........................................................................................"
" 일루와봐...................................................................................."
" 아야... 아퍼... 하지마... 여기서......................................................"
" 잠시만 가만있어봐... 아무도 없어.................................................."
" 아가씨 있잖아............................................................................."
" 은행 몇군데 보냈잖아... 아까 못봤어?.............................................. "
그리고 대화가 없었다. 난 사무실 안의 상황을 예상은 했지만 궁금한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열어볼 수도 없었다. 접대 테이블에 놓인 조간 신문을 건성으로 한두장 넘기며
사무실 안에서 나는 소리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 아... 야... 여기... 서..................................................................."
" 응.........................................................................................."
" 누가 오면 어쩌려구..................................................................."
맨살을 때리는 찰싹 소리가 났다.
" 아무도 안온다니까...................................................................."
" 그래두 불안해서... 싫어.............................................................."
" 거 참내.................................................................................. "
" 오늘 바빠?............................................................................. "
" 나야... 항상 바쁘지... 허허........................................................."
" 그럼... 안되겠네......................................................................"
" 뭐가...??............................................................................... "
" 오늘... 서비스 한번 잘해주려했더니... 호호호홋............................ "
" 허허... 그럼 시간 내야겠네........................................................."
" 그래 시간내라... 내가 요 근처에 가 있을께...................................."
" 어디... 거기?.......................................................................... "
" 어... 저번에 거기......................................................................"
" 가만있자... 너 단순히 서비스만 해주려고 하는거 아닐껄....................................."
" 눈치는... 할 얘기도 있고..........................................................."
" 그럴줄 알았다... 뭔 얘긴데...?..................................................."
" 나중에... 빨리 손부터 좀 빼... 나 가서 샤워좀 하고 있을께... 언제 올꺼야...?................................"
" 한 두어시간... 정도... 걸리겠네... 올 사람이 있어서............................................"
" 그렇게나?... 아뭏튼 빨리와........................................................"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와 쇳소리가 같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난 급히 움직여야 했다. 도둑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 엘레베이터 옆 비상 계단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아주
조용한 11층에서 아버지 사무실 문소리와 두 사람의 발자욱 소리만 아주 또렷히 울렸다. 도란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하이힐 소리만이 점점 내 곁으로 다가와 지나쳤다. 뒷모습 또한
안면이 많았다. 고개를 조금 내밀어 그녀를 확인했다.
" 헉!!....................................................................................... "
그녀는 아버지 친구분의 부인이었다. 어려서 부터 집에서 계모임을 할때 가끔 보았던 사람이었고 따라서 어머니와도 친분이 두터웠다. 그리고 모임에서는 항상 그녀는 돋보였다. 특히
그녀는 큰 눈과 긴 속눈썹으로 애교와 교태를 동시에 표현해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집 모임에서 볼때 인사를 건네면 생긋 웃어주는 그녀의 보조개에서 난 가쁜 호흡을 경험을 했고
그녀와 내가 우연이라도 스치면 난 사타구니가 아파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 했던 기억이 들었다.
중학교 다닐때 어느 여름날이였던가 집에 돌아왔을때 그녀가 우리집 거실에서 어머니와 함께 낮잠을 자는데 돌아누운 그녀의 민소매 티셔츠 위로 그녀의 브래지어를 보고는 그날 이후
그녀는 잦은 나의 자위 상대가 된적도 있었다. 후에 아버지 사업이 번창해서 집안이 좀 살게 되고 난 후로는 밖에서 모임을 자주 하시는 바람에 그녀를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녀가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손에 들고는 엘레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난 꿈에서 깬 듯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왜 피했는지 차근 차근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버지 사무실로 들어가야하는지 가서 뭘 할건지 마음은 온통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지만 난 잠시동안 이 어지러운 상황을 이해해야 했다. 혼자만의 자문자답을 계속하다 난 나도
모르게 뛰어나와 엘레베이터 층수를 보았다. 빨간 숫자가 6에서 5로 바뀌었다. 난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인척 인사라도 하며 그녀를 다시 보고 싶었다. 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4칸씩 서너걸음으로 한층을 넘어질 듯 뛰어내려갔다.
11층은 높긴 높았다. 내려오는 것이었지만 숨이 턱에까지 차 올랐다. 1층 그림이 계단 중간에 걸려 있었고 내 몸은 하늘을 날듯 회전하며 문을 열어 젖히고는 엘레베이터를 확인했다.
3층... 4층... 그녀는 벌써 내려 건물을 빠져나간듯 했다. 입구쪽으로 뛰어 나가며 양쪽 길을 확인했다. 오전 나절이라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없어 그녀를 금방 찿을 수 있었다. 가뿐 숨을
고르면서 그녀를 멀지감치 따라갔다. 그녀는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검은 정장 치마 뒤로 그녀의 엉덩이가 작고 이쁘게 살랑거렸다. 치마 밑으로 들어난
그녀의 종아리를 누가 40대 후반의 종아리라고 할까??? 감상의 즐거움을 느끼려는 찰라 그녀가 주유소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 입구에서 잠시 멈칫하던 나는 이내 그녀가 사라진
쪽으로 따라갔다. 그녀는 뒤도 안돌아보고 또 다른 건물 뒷문으로 들어섰다.
" 역시... 설마?........................................................................................ "
고개를 들어 건물을 보지 않아도 어떤 건물인지는 내가 더 잘 안다. 7층짜리 상가 건물이었고 6층과 7층 두개층을 모텔로 사용하는 건물이었다. 입구의 모텔 간판은 자신들의 위치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었다.
" 제니스 모텔.......................................................................................... "
3층에 pc 방이 있기에 난 부담없이 입구로 들어섰다. 엘레베이터는 벌써 그녀를 태운 듯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4층... 5층... 6층... 6이란 숫자에서 번호가 멈췄다.
" 역시구나..............................................................................................."
아버지 어머니 그녀 세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교차되며 어지럽혔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밖으로 다시 나와 화단에 걸터앉았다.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나도 올라가고 싶었다. 그냥 아버지
사무실로 가자. 집으로 갈까. 담배를 연짱 세개피를 피지도 않고 생 담배만 날린 나는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건물 안으로 향했다. 칼자루는 내가 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이상
시간을 끌수도 없었다. 아버지도 두시간 후면 아니 더 빠를지도 모르지만 이곳으로 올것이다. 난 그녀를 만나 내가 쥔 칼자루를 빼내어 날이 선 칼날을 그녀에게 보이고 싶었다.
엘레베이터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날 6층에 내려놓았다. 모텔은 오전 청소를 하는 듯 복도에 운반도구가 널려있었고 어느 방에서인가 청소기 소리가 나고 있었다. 카운터 창문이 너머로
사람이 다가왔다.
" 방금 들어오신 분 있죠...?.........................................................................."
" 609 호 입니다... 왼쪽으로 가시면 복도 끝방요..............................................."
난 푹신한 초록색 카펫을 밟으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금장칠 된 609호 호수를 찿아냈다. 입구에서 다시 큰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벨을 눌렀다. 성급한 성격에 두번째 벨을 누르는
동시에 안쪽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누구세요...?..................................................................................... "
" 접니다.............................................................................................."
" 저라뇨...?........................................................................................ "
문이 조금 열렸다. 난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 어머!!............................................................................................... "
난 나의 시나리오 대로 씨익 그녀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그녀는 아무말도 못하고 큰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 여긴... 어떻게....................................................................................."
힘들게 겨우 꺼낸 그녀의 한마디였다.
" 그냥... 알게 됐어요... 들어가도 되나요...?................................................ "
그녀는 상의를 벗고 블라우스를 치마 위로 빼내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가녀린 종아리를 감싸던 스타킹도 벗어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