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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 - 6편

야설 0 7061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갓 목욕을 하고 나온 여인. 칠흑 같은 머리채는 이슬 같은 물기를 머금은 채 풍만한 둔부 위로 폭포수같이 걸쳐져 있고 아주 반듯한 이마에 그림 같은 눈썹과
요석 같은 눈동자 마늘쪽 같은 콧날과 대조되어 금실같이 화려한 속눈썹 붉은 입술은 앵두의 요정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걸작인가? 학의 그것같이 미려한 목의 곡선과 봄의 풍요가
머문 것 같이 약
간은 아쉬운 듯 섬세한 양 어깨의 곡선 풍만한 젖가슴과 은밀한 아랫배 깊은 곳까지는 얇은 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 아래로 뻗어 있는 두 다리는 아름답고 앙증맞은 두 발은 영혼으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절색의 미녀 사천일미 진애영 그녀는 올해 스물네 살의 학청문주 진청하의 딸이자 창천일룡
엽검추의 애인이었다. 
지금 그녀는 방금 목욕을 한 몸으로 한 사내의 내방을 맞이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사내는 그녀를 찾을 권리가 있었다.
 

"아름답소..................................."

"고마워요......................................."


여인은 진애영이고 사내는 엽검추였다. 그들은 연인이었다. 창으로 가을 달빛이 쉬임없이 넘실대며 밀려들었다. 이 곳은 함부로 들어 올 수 없는 진애영의 침실이었다. 하지만 엽검추는
이곳에 자주 들어왔는지 전혀 어색한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진애영은 백어 같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길 아래 진애영의 의복이 떨어지는 낙엽이 되어 갔다. 저절로 가빠지는 그녀의
숨결이 옷을 벗은 엽검추의 가슴팍에 모닥
불을 지핀다.


"당신... 멋져요............................................"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흑요석 눈동자가 곰살거리며 그의 눈동자 깊숙이 자리해 든다. 그의 전 인생을 건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영원한 사랑의 그녀였다. 그는 그녀를 덥석 안아
들었다. 
파르르 떨며 그녀는 매우 익숙하게 그의 품안으로 녹아들었다. 이미 십 수 번을 안겨 온 품이었다. 그러나 안길 때마다 그녀는 떨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긴다는 것은 그렇게 
떨리기만 하는 것일까? 그녀의 떨림은 엽검추가 은은한 분홍 휘장에 가려진 침상에 소중한 보석함을 내려놓듯이 그녀를 눕혔을 때도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그
입술이 봄바람이었다. 
부드러운 아지랑이를 키우 듯 떨고 있는 그녀의 몸 위를 그의 입술이 봄바람같이 불었다.
 

점차 몸이 따뜻해지고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과 아랫배를 가리고 있던 비단 수건을 걷어 버렸을 때 멈추었던 떨림이 다시 찾아들었다. 엽검추 앞에서 그녀는 항상
이랬다. 
그를 처음 만난 열살 나이의 그 떨림 그대로 엽검추의 이빨이 그녀의 젖꼭지를 잘근 물었을 때 그녀는 불에 덴 듯이 파닥거렸다. 더 이상 봄바람은 아니었다. 용광로 같은 그의
손길이 두 개 젖가슴을 기세도 등등하게 점령하
고 그의 불타는 입술이 발끝에서 부터 가장 부끄러운 곳까지 염치좋게 화끈한 화인을 남길 때 그녀는 더 이상 떨지 않아도 좋았다. 오직
그만을 위해 마련된 그녀의 신비한 보지가 열렸고 그의 억센 자존심인 굵은 자지가 밀어닥쳤다. 
그녀는 수줍고 그는 당당했다.
 

그들은 하나의 불꽃으로 합쳐져 꺼질 줄 모르고 타올랐다. 창을 통해 스며든 달빛은 그들을 위해 시를 읊었고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달빛 아래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그가 만지고
있는 젖가슴에서 아직도 열락의 끝여울이 느껴진다.
 

"추랑... 보름 후에는 아버님 환갑이에요.................................."

"알고 있소... 잔치에 대해서는 혁노사가 모든 준비를 끝냈을 것이오... 그날은 반드시 영매 당신을 문주님께 달라고 정식으로 말하겠소........................"


보름 후 학청문주이자 진애영의 아버지인 진청하의 환갑연이 베풀어지기로 되어 있다. 그 때는 모든 학청문의 식솔들과 성도성의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영웅 진청하의 환갑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리라 했다.
 

"추랑..................................." 


반애영은 무척 하기 힘든 말을 하듯, 매우 감격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추랑... 사랑해요..........................."

"영매... 우리의 사랑은 운명이었소 처음볼 때 처럼........................."

"영매................................................"


엽검추는 진애영의 알몸을 잡아 빙글 자신의 가슴 위로 끌어올렸다. 흐르는 달빛 아래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이고 젖꼭지가 도발적으로 꼿꼿해졌다. 길게 그늘진 그녀의 두 눈이 달빛을
타고 흔들린다.
 

"영매... 당신이 나 엽검추를 선택한 것은 운명이었고... 나 엽검추는 그런 운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오............................................"

"아... 추랑!...................................................."


그녀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엽검추의 그 한 마디는 그녀의 모든 바램이 당장에라도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이 스스로 엽검추의 입술을 찾아 밀착되었다. 식었던 땀이
다시 불길을 당기기 시작했다.
 

"추랑... 천첩도 당신을 선택한 운명을 후회하지 않아요... 결코...!..............................................."

"영매........................................"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우리는 이후에도 영원히 자랑스러울 것이에요... 아... 추랑!.................................."


그녀의 입술이 엽검추의 전신을 누볐다.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수줍어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당하게 엽검추를 원했고, 타는 목마름으로 헐떡였다. 단언코 그녀가 이런 행동을 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 그 이유는 그녀도 알고 그도 안다.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절박한 어떤 것이 그들을 휘감고 있다는 것을!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런 절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녀의 불타는 입술이 엽검추의 건장한 가슴을 지글지글 태우고 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부드럽기는 비단을 능가하고 굴강하기로 치자면 천 년 정강의 쇠 기둥보다 더
건강한 그의 자지를 점령했다.
 

"합!............................................" 


엽검추의 두 손이 그녀의 삼단 같은 머리채 깊숙이 쑤셔 박히며 진저리 치는 쾌락의 떨림을 일으켰다. 영매가 이런 체위를 취한 것은 맹세코 지금이 처음이었다.


"아하하...!..............................................."


두 사람이 연인의 인연을 맺은 이래 이토록 격렬하고 새로운 애감의 탐험을 한 적은 없었다. 오늘 밤의 정사는 격렬했다. 이 단 한 번의 밤으로 그들이 이후 치루어야 할 평생의 모든
침실역사를 마감 지우려는 듯이! 
창을 통해 흘러드는 달빛도 차마 그들을 정시하지 못하고 얼굴을 돌렸다.


"아...!.................................................."

"하앗!......................................................."


그들은 서로가 일치된 절정의 신음성을 화려하게 폭발시켰고 창 밖에선 아침 안개가 서리서리 피어 오르고 있었다. 밤의 역사가 막을 내렸다.


"한 사람의 이지를 잠시지간만 흐리게 하고... 또한 그를 극로 흥분케 함은 물론이고... 지독한 살심을 유발케 하는 기향 이지...................................." 


"또한... 그 기향은 일종의 고독인데... 이름이 망아백정향고... 그것은 일단 고력이 발휘되면... 그 사람의 모든 백 가지 욕망과 정욕 등을 일시에 폭발시키고... 특히... 살심을 끌어올려
 순간적으로 광분케 하고... 특히 본성이 순후강직한 인물이라면 그 효력이 배가 되지......................................"


"하지만... 망아백정향고의 효력은 단지... 하나, 둘, 셋을 셀 동안만 폭발하고... 그 후엔 씻은 듯 사라지기 때문에... 하아!... 아무도 눈치챌 수 없다... 절대 눈치챌 수 없다................"
 

조구는 학청문주 진청하의 환갑잔치가 있는 날 새벽 은밀하게 진절천을 만나 검은색 약병을 하나 주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밤은 이렇게 깊어 갔다. 그리고 아주
서서히 아침이 깨어나고 있었다. 
잔치는 아침부터 시작되어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곳에 모인 수많은 성도성과 인근 지역의 무림 명숙들이 자신의 환갑연을 축하해주며
진귀한 선물들도 건내주자 학청문주인 진청하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걸렸다. 
왜 기쁘지 아니한가?

변방에 불과한 중소 문파에서 중원의 후지기수를 대표하는 5룡4봉중에 하나인 창천일룡이 자신의 애제자인것이. 또 그로 인하여 문과 문을 대표하는 문주가 대접을 받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모든 학청문의 문도들은 중경쌍흉을 없앤 기념 축하연과 동시에 벌어지는 문주의 환갑연을 기뻐했으나 한 사람만은 초조한 마음으로 속으로는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문주님과 여기 계신 무림 명숙 분들께 저 창천일룡 엽검추가 중대한 발표를 하겠습니다.........................................."

"웅성웅성........................................."

"뭐지... 창천일룡이 중요한 발표를 한다하네?........................................."


수근 대며 조그마한 소란을 내는 군중들을 손을 들어 제지 시킨후 엽검추는 말했다.


"저는... 영매 아니 문주님의 따님인 진애영을 사랑합니다... 바라건데 제발 저에게 따님을 주십시오................................"


그 소리를 들은 진절천은 참을 수 없는 질투심에 입술을 달싹대며 중얼 거렸다.


"망아백정향고!... 나는 너의 주인이다... 너의 모든 것을 불살라 그 자를 광분케 하라!......................................."


망아백정향고 천하에서 아는 사람들이 아주 극히 드문 절대적인 기독고! 일단 고력이 발휘되면 그 사람은 모든 백 가지 욕망과 정욕 그리고 가장 무서운 피시전자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공포를 환영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특히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살심을 최대한으로 폭발시킨다. 그 본성이 순후강직한 사람이라면 그 효력이 배가 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망아백정향고는 천천히 하나, 둘, 셋을 세고 나면 깜쪽같이 사라지고 만다고 했다. 
이미 문제의 망아백정향고는 학청문의 소문주인 진절천의 손에 의해서 엽검추의 체내에 침투되어
있다는 것은 더 재론할 필요도 없으리라.


"하나!......................................................"


진절한은 분명 하나! 라고 세었다.


"윽... 아니 너는 ?.................................................."


돌연 전신 내부에서 소리쳐 들끓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이성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괴이한 욕망 같은 것이 활화산같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눈앞에
보이던 은인과 같던 학청문주가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둘!.........................................." 


진절한은 둘을 세었다.


"크하하하... 모두 불질러라... 사내 놈들은 모조리 죽이고 계집들은 전부 끌고 간다......................................."

"아악... 살려줘... 아악................................."

"꺅... 하지마 아파... 제발... 꺅............................. "

"살려 주세요... 살려 살 컥......................................"


터진다. 엽검추의 마음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이성이란 튼튼한 껍질 속에 갇혀 있던 모든 욕, 한, 원이 일시에 소리치며 터져 버렸다. 아니 그것은 바로 망아백정향고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엽검추의 두 눈 깊은 곳에서 사지가 벌려진 알몸으로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산적두목의 용틀임치는 당당한 사내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어머니의 허우적거림이 보였다.
이성을 감싸고 있는 껍질이 두꺼울수록, 깨어지는 소리 또한 큰 법이다. 엽검추의 눈이 시뻘껀 핏물 같은 것을 담았다.

"하하하... 검추야!... 너는 이후 중원의 제룡이 될 거다!.............................................." 


그렇게 말하는 문주의 음성엔 부자간의 우애가 아주 넘치도록 담겨 있었다. 또한 그동안 엽검추에 대한 미안한 감정까지 내포되어 있어서, 무림명숙들은 물론이고 환갑을 축하하러 온
일반인들 까지도 그들의 부자애에 대해 진한 감동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하하하...!............................................."


네가 애영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 알았챘어야 하는데 하여튼 여기 무림 명숙들과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말한다.


"셋!..............................................."


진절천는 마지막 셋을 세었다.


"허락 한다... 그동안 우리 학청문의 이름을 빛내고... 우리가 이렇게 되는데... 결정적으로 큰 공을 세웠으니까......................................."


"헤헤헤... 두목님... 저 계집은 제가 그동안 눈독 들인 년인데 한번 맛 보면 안되겠습니까?......................................."


"허락 한다... 이 마을을 노략질하는데 결정 적으로 큰 공을 세웠으니까..................................."


그 순간 엽검추의 깊은 곳에서는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끊어 졋다.


"으아아아... 죽인다!... 모두 죽여 버리고 만다!........................................."


엽검추의 입에서 절규 같은 폭갈이 터졌다. 살기의 대폭발이었다. 그가 내뿜는 살기는 멀리 떨어진 있는 구경꾼들까지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추랑!......................................."


진애영의 대경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검추!..................................................."


진절천이 헛바람 같은 외침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모두 죽여 버린다!... 노룡!...................................................."


학청문의 무공 제룡검법중 가장 최후의 절초인 노룡검식이 펼쳐졌다. 번쩍 번쩍 하늘조차 눈이 멀어 버리게 하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검광이 작렬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작렬하는
검광 속에 갇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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