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본성 - 1부
관리자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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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3:21
그 뒤로 한 3개월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여느 때처럼 지훈씨와 저녁식사를 하고 그는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갔다. 나는 지훈씨에게 항상 어려운 여자이고 싶었기 때문에 그와 있을 때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를 만나고 집에 오는 날이면 분명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어쩐지 피곤했다.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혼자 방안에 누워있는데,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몇 안되는 연락처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늘 보던 친구들 이외에는 딱히 내가 연락을 할만한 특별한 누군가가 없었다. 내 친구들, 희연이나 지수와도 물론 연애 얘기로 수다를 떨지만, 그녀들에게 내 속마음 깊은 곳까지 다 털어놓는 것은 어쩐지 망설여졌다. 그렇게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괜히 여러번 반복해서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찰나에, 갑자기 진동이 울리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라 폰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져서 계속 진동이 울리는 폰을 들어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소연아...나야 동수...”
“어머......동수야!”
“오랜만이야, 목소리도 여전하네?”
“으응, 그런데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으응, 사실은...그때 우연히 만났을 때...내가 너 화장실 갔을 때 네 폰으로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번호를 남겨놨었어.”
“뭐??”
“미안해, 정말 미안한데 왠지 내가 물어보면 안 가르쳐줄 것 같아서 그랬어.”
“참, 어쩌면 그럴 수가 있니..”
동수를 타박하면서도, 내심 그의 전화가 반가웠기에 더 추궁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 사실은 취직했어. 그동안 전화하고 싶었는데, 내가 상황이 안좋아서 차마 연락을 다시 할 수 없었어, 잘되면 전화하려고 꾹 참고 있었다?”
“뭐야, 그랬구나~~축하해~~너무 잘됬다 정말~!.”
“그리 큰 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엿한 정규직이야. 이제부터는 돈을 정말 착실히 모아야겠어.”
“그래그래, 남자 나이가 20대 후반이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지! 넌 잘 할 수 있을꺼야.”
나는 진심으로 기뻐서 축하해주었다. 드디어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겼으니 얼마나 마음이 놓일까? 그가 취직된 것이 이제는 나와 별 상관도 없는 일이었지만서도 정말 다행한 일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취직도 되고 했으니 한턱 쏠게, 이번 주에 시간돼? 소연이 네가 시간이 되는 때 보자.”
“으응 글쎄...주말은 좀 그렇고, 목요일이나 금요일 저녁이 괜찮겠는데?”
“그래? 그럼 금요일 저녁에 보자! 내가 너 일하는 학원 근처로 갈게. 새로 옮긴 지점이 대치동 지점 맞지?”
“으응, 맞아, 찾아올 수 있겠어?”
“약도 보고 가면 되겠지~ 그럼 금요일 저녁에 봐~!”
“그래~”
얼떨결에 동수와 만날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고 났는데 바로 다시 전화가 울렸다.
“지훈씨?”
“으응, 방금 보고 왔는데도 또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집에는 잘 들어갔어요?”
“호호~그랬구나~네~~지금 집에 가는 길이에요?”
“으음~사실은 집에 돌아가다가 친구가 근처에서 잠깐 보자고 해서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소연씨는 벌써 옷 다 갈아입었어요?”
“네~~왜요?”
“아~아쉽다... 친구한테 소연씨 자랑을 했더니 보고 싶다고 해서...혹시 아직 옷 안갈아입었으면 다시 잠깐 나와줄 수 있나 싶었는데...”
“아하...저런...미안해요...이미 옷도 갈아입고 다 씻었어요...다음에 같이 봐요~~”
“그럼 혹시 이번주 금요일에 시간 되요? 친구 녀석이 워낙 바빠서 보기가 힘든데 금요일에 마침 대학교 동기들하고 다 같이 보기로 했거든요.”
“지훈씨 대학교 동기들 모임에 같이 가자고요?”
“불편하면 그냥 얼굴만이라도 비춰줄 수 있나 하고요. 나는 동기들한테 우리 소연씨 너무 자랑하고 싶은데~~”
“으음...어쩌죠? 저 하필 그날 다른 약속이 생겼는데...”
“중요한 약속이에요?”
“그게...그러니깐...중요하다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그렇구나...혹시 스케줄 조정할 수 있으면 금요일날 왠만하면 나와주면 좋을텐데. 다들 바빠서 좀처럼 다같이 모이기 힘든 자리라...그렇다고 소연씨가 무리해서 약속 펑크내지는 말고요. 나한텐 소연씨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네...알겠어요, 한번 바꾸어볼께요”
나는 다음날 약속을 바꾸어보려고 다시 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벌써 다른 날은 약속을 다 잡아버렸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지훈씨에게 약속을 바꿀 수 없다고 하자, 그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혹시 일찍 자리를 파하게 되면 늦게라도 전화를 달라고 했다.
비록 동수와의 약속이 선약이긴 했어도, 왠지 지훈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내가 동수와 특별히 뭘 어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취직을 했으니 단지 축하해주기 위해 한번 만나는 것 뿐이란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옛 애인인 동수의 취직을 축하하기 위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소연아~~”
“동수야, 처음오는데 잘 찾아왔네~~”
“그럼~ 이 정도야~ 껌이지~.”
“그래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지 않았어?”
“사실 저쪽 대로변 앞에서 좀 헷갈려서 근처에 서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고 왔어.”
“호호 그랬구나~”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오늘은 내가 진짜 제대로 쏜다~ 닭갈비 이런거 말고 진짜 비싼거 말해~”
“어휴~됐다 됐어~ 호기 부리지 말어~”
“호기 아니다, 이제 취직했으니까 돈도 있겠다, 예전에 못해준 것도 갚고 싶고.”
“자꾸 예전 얘기하지마~, 그래도 취직했다 이거지? 그럼 나 회 사주라?”
“회? 알았어~~내가 근처 맛집 알아봤는데 마침 괜찮은 일식집 있더라~~ 가자~~”
“호호~ 정말? 너 정말 많이 변했다~ 그런 것도 미리 알아오고...”
“그 정도 쯤이야 뭐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왜 그렇게 별것도 아닌 것들을 잘 못해줬나 몰라~~헤어지고 나니까 다른 것보다도 그게 너무 후회됐었다”
“그래서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거야? 호호~”
“하하하 그런가 보다~~~”
3개월 만에 다시 보는 동수는 편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는 마치 계속 봐오던 친구 사이처럼 수다를 떨면서 일식집으로 가서 밥도 먹고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셨다.
시간이 흘러 한 10시 가까이 되었을 무렵, 갑자기 지훈씨가 당부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나를 조르거나 조금이라도 무리한 부탁 같은 건 하지 않는 그였기에, 늦게라도 올 수 있으면 오라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모처럼 너무나 편한 느낌의 동수와 일찍 헤어지기가 싫은 마음이 들었다.
“소연아, 우리 술 한잔 할까?”
“술??”
동수가 술 얘기를 꺼내자 나는 순간 망설여졌지만, 어렵게 취직했는데 축하주 정도는 한잔 같이 마셔줄 수 있지 않냐며 계속 나를 설득하길래 할 수 없이 그럼 딱 한잔만 하기로 하고 술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동수는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을 나에게 마시게 하고 나는 못이기는 척 받아마셨다. 머리가 금새 어지러워지며 취기가 올랐지만 그렇다고 판단력이 완전히 흐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내가 술이 몹시 약한 것을 알면서도 동수가 굳이 술을 하자고 한 그 속마음을 전혀 모른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 이었다. 내가 그것을 알면서도 동수를 뿌리치지 못하고 술을 마신 것은, 나는 계속 스스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나도 동수와 오랜만의 즐거운 대화 그 이상을 원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그때 모르는 번호로 온 동수의 전화를 아예 받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훈씨에게 항상 나를 전부 보여주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자리에서도 마음을 놓고 온전히 욕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지훈씨는 너그럽고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앞에서 이성의 끈을 전부 놓아버리고 원초적인 본능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솔직해야할 순간에조차 가면을 쓰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분출하지 못한 무언가가 계속 쌓였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하필이면 동수가 나타난 것이었다. 술이 적당히 취했을 무렵, 동수는 나를 부축하여 근처의 모텔로 데려갔고, 나는 마치 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동수가 이끄는 데로 따라갔다.
그날 내 옷차림은 평소 지훈씨를 만날 때처럼 단정하면서도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파란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완전히 짧진 않았지만 무릎위로 꽤 짧게 올라오는 원피스에 살이 살짝 비치는 소재의 검은색 민무늬 스타킹을 신고 있었는데, 동수는 모텔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그러니까 비록 좁은 골목이었지만 길거리에서 날 부축하는 척 하면서 대담하게 내 치맛속으로 손을 넣어 스타킹 위 허벅지를 주무르는 것이었다. 내 몸을 훑는 그의 시선은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굶주린 늑대같았다.
나는 동수의 부축을 받고 걸으면서 다리를 베베 꼬으며 아앙거리다가 막상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간신히 다시 이성을 붙들고 동수를 말려보았다.
“나...난 지금 남자친구가 있잖아...이러면 안돼, 동수야”
“비밀로 하면 되잖아. 너랑 내가 말만 안하면 누가 알겠어??”
“그래도...들키면 어떡해~~”
“안 들켜~~~ 걱정하지마...”
“그래도...동수야...흐읍...!!”
“츄읍, 츕,”
내가 뭐라 더 제지하기도 전에 동수는 키스로 내 입을 막고 원피스 위의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의 입술은 거칠게 내 입술을 빨아들였고 곧이어 그의 혀가 내 입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붙들기 위해 황급히 입을 떼어내고 동수를 말리려했는데, 그는 이미 늦었다는 듯이 원피스 자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재빠르게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무릎 아래로 끌어내려버리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아랫도리의 맨살이 드러나는 느낌에 두 다리가 떨려왔다.
“아앙, 동수야....!!!”
그의 가운뎃 손가락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을 쓱 훑고 지나갔다. 나는 몸을 더 이상 가누지 못하고 그에게 몸을 기댔다. 동수는 나를 침대에 밀쳐 눕히고 내 원피스는 그대로 둔 채로 두 다리의 발목을 잡고 활짝 벌렸다.
“아아..동수야 이러면 안돼..아흑..!!”
그는 나의 애원에도 아랑곳없이 두 손가락으로 내 은밀한 속살을 가로질러 벌리고 자신의 혀를 찔러넣었는데, 그 짜릿한 감각에 그만 나도 모르게 발정난 암컷처럼 몸을 꼬으면서 마치 더 해달란 듯이 두 다리를 한껏 더 벌리고 만것이었다.
“아아아앙......난 몰라아...”
동수는 어떻게 해야 내가 느끼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혀로 클리토리스를 살살 굴리면서 제 손가락으로는 은밀한 속두덩을 마구 헤치면서 나를 농락하는데 나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 온 몸의 구석구석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동수의 입과 손에 내 은밀한 속두덩을 내맡긴 채 흐느적거렸다.
“휴으...소연아.....”
“아아앙...동수야아..”
“아아...더이상 못 참겠다...”
마침내 그의 커다란 자지가 내 속살을 짓누르듯이 가르며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나는 그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버렸다. 내 그곳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아흑....동수야아...아흐으응...”
동수의 그것은 어쩐지 그와 사귀었을 당시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크고 굵어진 느낌이었다. 내 안으로 들어온 그것의 느낌은 너무나 단단하고 위용이 있어서 내 몸은 그의 힘찬 피스톤질에 맥을 못 추고 출렁거렸다.
퍼억~ 퍽!
“후으, 소연아, 후으, 말해봐!”
“아흐응, 뭐얼”
퍽퍽 찔걱찔걱~
“너도 사실은 내 좆맛이 보고 싶었지?! 후으,”
“아흥, 몰라아~~~”
퍽~퍽~
“대답해봐 어서!
“아앙, 몰라아~~”
그는 계속 그 굵은 것을 내안에 찔러 넣으면서 저질스러운 질문으로 내게 대답을 재촉하다가 내가 계속대답을 회피하자 돌연 피스톤질을 멈추었다.
“아앙??!!”
“대답 안할꺼야? 내 좆이 그리웠어 안 그리웠어??”
“아흐응~~~~~~~~~”
“대답 안하면 그만할까??”
대답을 하면 나는 그와의 정사를 원했다고 자인하는 것이 되버리기에, 내 입으로 차마 대답을 하기가 두려워 계속 도리질을 치자, 동수는 아예 내 안에 넣고 있던 그것을 빼버리는 것이었다.
“소연이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계속 할 이유도 없다”
“아흐응, 정말 이러기야?!”
“어서 대답해봐!”
“아흥,,,,몰라, 뭐르을!”
“내 좆맛 말이야, 내 좆을 여기도 원하고 있었냐고??”
동수의 단단한 육봉이 들어찼다가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안 그래도 애가 타는데, 그는 짖궂게도 벌름거리는 두 갈래의 속살을 더욱 벌리며 나를 농락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갑자기 비어버린 느낌에 몸이 달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재촉했다.
“아앙, 원했어, 하고 싶었다고, 얼른 다시 넣어줘 동수야~~”
“크크큭..........”
퍼억 퍽!!
동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기다렸단 듯이 그 굵은 기둥을 다시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허전했던 구멍이 다시 채워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그의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돌리고 말았다.
“소연아, 소연아, 네 보지맛 죽인다, 아후...!!”
“아흥~~아흐으으흑~~”
동수는 갈수록 일부러 더욱 적나라한 말들을 써가면서 날 유린했고, 마치 빼앗긴 전리품을 되찾은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의기양양하고 거칠게 내 몸을 탐했다.
“소연아, 퍽퍽, 사랑해~~ 퍽퍼억~~”
“흐으윽, 아흐응~~”
그렇게 동수와 2년 만에 다시 뜨거운 정사를 나누면서, 어차피 이제 다시 만날 일도 없을테니, 오늘 일은 영원히 비밀로 묻어두면 아무 일 없을거라고 스스로를 애써 다독이면서 한편으로는 쾌감에 정신없이 몸을 내맡겼던 것이다.
그날 밤 동수와 모텔에서 한바탕 일을 벌이고 난 뒤 나는 허겁지겁 몸을 씻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부재중 전화가 6통이나 와있었다. 발신인은 모두 지훈씨였다. 나는 죄책감과 함께 불안감에 잠시 망설이다가 차라리 지금이라도 내가 먼저 전화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는 두 번도 채 가지 않았다.
“여보세요?”
“지훈씨, 나에요.”
“소현씨 어디에요? 약속 있다더니...지금 끝난거에요?”
“으응,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다보니까 이야기가 길어져서 그만...미안해요, 전화가 온줄도 몰랐네요.”
“친구 만났던 거에요?”
“네~~, 지훈씨 동창모임은 벌써 끝났죠? 미안해서 어쩌지요?”
“괜찮아요......혹시 지금 볼 수 있어요?”
“앗, 지금요?? 너무 늦었는데...몸도 많이 피곤하고......그냥 내일 저녁에 봐요 지훈씨.”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지훈씨가 보자고 할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에 당황하였지만, 애써 태연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의 열기가 아직도 채 식지 않아 곤란한데다,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인데 머리카락이 젖어있으면 당연히 의심을 살 것이었다. 지훈씨는 그날 밤에 어쩐지 유독 나를 더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집으로 혼자 돌아가자마자 피곤에 못 이겨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지훈씨와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었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그 전날 밤 일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잠시 한국에 귀국하여 그날 밖에는 만날 시간이 없었다고 둘러대면서, 그 친구와의 오랜만의 만남이 너무나 반갑고 유쾌하여, 지훈씨 생각은 한순간도 잊지 않았지만 차마 도중에 자리를 파하고 일찍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지훈씨는 그날도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내 말을 듣고는 금방 수긍하고 이해해주는 눈치였다. 지훈씨의 너그러운 품성이 그날따라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며칠 후, 학원에 남아서 그림 재료들을 정리하느라 야근을 하는데 핸드폰이 울리기에 보니 동수였다. 전화를 받아보니 바로 학원 앞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동수와 만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직접 이야기를 하여 그와의 만남을 정리할 요량으로, 하던 일을 대충 정리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동수를 만났다.
“동수야...있잖아,”
“소연아, 나 할 얘기가 있어.”
동수는 내 얘기는 나중에 들을 테니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고 하였다.
“소연아, 나 너와 헤어지고 그동안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동수야.”
“나 정말 너한테 잘해준 것이 없어서 연락을 못 했던 것이지, 네 생각을 안 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이제 직장도 생겼고, 너한테 해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
“동수야......”
“네가 지금 다른 남자가 있는 것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고, 그래서 그와 억지로 헤어지고 내게로 와달라고는 안하려고 해. 그런데 나와 아예 연락을 끊는 것은 좀 그렇지 않니? 친구로라도 볼 수는 있는 거잖아. 나한테도 기회를 한번만 더 주면 안 되겠니?”
그러면서 조그마한 상자를 하나 내미는데, 열어보니 새 핸드폰이었다.
“네가 무슨 걱정하는지 다 안다. 평소 쓰는 핸드폰에 기록이 남으면 지금 애인한테 괜한 오해도 살거고. 앞으로 나랑 연락할 땐 이 폰으로 써라. 그럼 혹시나 의심 살 일도 없을테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별 다른걸 바라는 게 아냐. 그냥 가끔 목소리 듣고, 밥 먹고, 그럴 수 있는 거잖아.”
“......”
“네가 원하지 않으면......나와 연락하고 지내는 게 정말 그렇게까지 싫으면 나도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이 핸드폰 일단 받아둬. 그리고 전화가 오면 매번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받아주라. 내가 필요하면 언제고 먼저 연락하고. 알겠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는 동수의 눈동자에는 어쩐지 간절함, 절박함 같은 것이 실려 있었다.
“동수야, 그래도 학원 앞으로 이렇게 찾아오는 건 너무 위험해...... 그러다 지훈씨와 마주치면 내가 곤란해져.”
“그래 알겠어. 앞으로 학원 앞으로는 오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소연이 네가 편한 곳에서 보자.”
그가 선뜻 수긍하자, 나는 차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에게 건네준 새 핸드폰만 얼떨결에 받아들고 나오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그날따라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냥 오늘 동수가 한 말은 듣지 않은 걸로 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핸드폰은 서랍 속에 넣어두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으면 되겠지. 그럼 저도 서서히 나를 잊어가겠지.’
‘그리고 사실, 연락을 한다고 해도, 앞으로는 정말 친구로만 지낸다면 별 문제 없지 않을까?’
또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별일이 아니라고 느껴졌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혼자 방안에 누워있는데,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몇 안되는 연락처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늘 보던 친구들 이외에는 딱히 내가 연락을 할만한 특별한 누군가가 없었다. 내 친구들, 희연이나 지수와도 물론 연애 얘기로 수다를 떨지만, 그녀들에게 내 속마음 깊은 곳까지 다 털어놓는 것은 어쩐지 망설여졌다. 그렇게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괜히 여러번 반복해서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찰나에, 갑자기 진동이 울리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라 폰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져서 계속 진동이 울리는 폰을 들어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소연아...나야 동수...”
“어머......동수야!”
“오랜만이야, 목소리도 여전하네?”
“으응, 그런데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으응, 사실은...그때 우연히 만났을 때...내가 너 화장실 갔을 때 네 폰으로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번호를 남겨놨었어.”
“뭐??”
“미안해, 정말 미안한데 왠지 내가 물어보면 안 가르쳐줄 것 같아서 그랬어.”
“참, 어쩌면 그럴 수가 있니..”
동수를 타박하면서도, 내심 그의 전화가 반가웠기에 더 추궁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 사실은 취직했어. 그동안 전화하고 싶었는데, 내가 상황이 안좋아서 차마 연락을 다시 할 수 없었어, 잘되면 전화하려고 꾹 참고 있었다?”
“뭐야, 그랬구나~~축하해~~너무 잘됬다 정말~!.”
“그리 큰 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엿한 정규직이야. 이제부터는 돈을 정말 착실히 모아야겠어.”
“그래그래, 남자 나이가 20대 후반이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지! 넌 잘 할 수 있을꺼야.”
나는 진심으로 기뻐서 축하해주었다. 드디어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겼으니 얼마나 마음이 놓일까? 그가 취직된 것이 이제는 나와 별 상관도 없는 일이었지만서도 정말 다행한 일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취직도 되고 했으니 한턱 쏠게, 이번 주에 시간돼? 소연이 네가 시간이 되는 때 보자.”
“으응 글쎄...주말은 좀 그렇고, 목요일이나 금요일 저녁이 괜찮겠는데?”
“그래? 그럼 금요일 저녁에 보자! 내가 너 일하는 학원 근처로 갈게. 새로 옮긴 지점이 대치동 지점 맞지?”
“으응, 맞아, 찾아올 수 있겠어?”
“약도 보고 가면 되겠지~ 그럼 금요일 저녁에 봐~!”
“그래~”
얼떨결에 동수와 만날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고 났는데 바로 다시 전화가 울렸다.
“지훈씨?”
“으응, 방금 보고 왔는데도 또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집에는 잘 들어갔어요?”
“호호~그랬구나~네~~지금 집에 가는 길이에요?”
“으음~사실은 집에 돌아가다가 친구가 근처에서 잠깐 보자고 해서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소연씨는 벌써 옷 다 갈아입었어요?”
“네~~왜요?”
“아~아쉽다... 친구한테 소연씨 자랑을 했더니 보고 싶다고 해서...혹시 아직 옷 안갈아입었으면 다시 잠깐 나와줄 수 있나 싶었는데...”
“아하...저런...미안해요...이미 옷도 갈아입고 다 씻었어요...다음에 같이 봐요~~”
“그럼 혹시 이번주 금요일에 시간 되요? 친구 녀석이 워낙 바빠서 보기가 힘든데 금요일에 마침 대학교 동기들하고 다 같이 보기로 했거든요.”
“지훈씨 대학교 동기들 모임에 같이 가자고요?”
“불편하면 그냥 얼굴만이라도 비춰줄 수 있나 하고요. 나는 동기들한테 우리 소연씨 너무 자랑하고 싶은데~~”
“으음...어쩌죠? 저 하필 그날 다른 약속이 생겼는데...”
“중요한 약속이에요?”
“그게...그러니깐...중요하다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그렇구나...혹시 스케줄 조정할 수 있으면 금요일날 왠만하면 나와주면 좋을텐데. 다들 바빠서 좀처럼 다같이 모이기 힘든 자리라...그렇다고 소연씨가 무리해서 약속 펑크내지는 말고요. 나한텐 소연씨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네...알겠어요, 한번 바꾸어볼께요”
나는 다음날 약속을 바꾸어보려고 다시 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벌써 다른 날은 약속을 다 잡아버렸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지훈씨에게 약속을 바꿀 수 없다고 하자, 그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혹시 일찍 자리를 파하게 되면 늦게라도 전화를 달라고 했다.
비록 동수와의 약속이 선약이긴 했어도, 왠지 지훈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내가 동수와 특별히 뭘 어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취직을 했으니 단지 축하해주기 위해 한번 만나는 것 뿐이란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옛 애인인 동수의 취직을 축하하기 위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소연아~~”
“동수야, 처음오는데 잘 찾아왔네~~”
“그럼~ 이 정도야~ 껌이지~.”
“그래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지 않았어?”
“사실 저쪽 대로변 앞에서 좀 헷갈려서 근처에 서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고 왔어.”
“호호 그랬구나~”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오늘은 내가 진짜 제대로 쏜다~ 닭갈비 이런거 말고 진짜 비싼거 말해~”
“어휴~됐다 됐어~ 호기 부리지 말어~”
“호기 아니다, 이제 취직했으니까 돈도 있겠다, 예전에 못해준 것도 갚고 싶고.”
“자꾸 예전 얘기하지마~, 그래도 취직했다 이거지? 그럼 나 회 사주라?”
“회? 알았어~~내가 근처 맛집 알아봤는데 마침 괜찮은 일식집 있더라~~ 가자~~”
“호호~ 정말? 너 정말 많이 변했다~ 그런 것도 미리 알아오고...”
“그 정도 쯤이야 뭐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왜 그렇게 별것도 아닌 것들을 잘 못해줬나 몰라~~헤어지고 나니까 다른 것보다도 그게 너무 후회됐었다”
“그래서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거야? 호호~”
“하하하 그런가 보다~~~”
3개월 만에 다시 보는 동수는 편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는 마치 계속 봐오던 친구 사이처럼 수다를 떨면서 일식집으로 가서 밥도 먹고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셨다.
시간이 흘러 한 10시 가까이 되었을 무렵, 갑자기 지훈씨가 당부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나를 조르거나 조금이라도 무리한 부탁 같은 건 하지 않는 그였기에, 늦게라도 올 수 있으면 오라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모처럼 너무나 편한 느낌의 동수와 일찍 헤어지기가 싫은 마음이 들었다.
“소연아, 우리 술 한잔 할까?”
“술??”
동수가 술 얘기를 꺼내자 나는 순간 망설여졌지만, 어렵게 취직했는데 축하주 정도는 한잔 같이 마셔줄 수 있지 않냐며 계속 나를 설득하길래 할 수 없이 그럼 딱 한잔만 하기로 하고 술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동수는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을 나에게 마시게 하고 나는 못이기는 척 받아마셨다. 머리가 금새 어지러워지며 취기가 올랐지만 그렇다고 판단력이 완전히 흐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내가 술이 몹시 약한 것을 알면서도 동수가 굳이 술을 하자고 한 그 속마음을 전혀 모른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 이었다. 내가 그것을 알면서도 동수를 뿌리치지 못하고 술을 마신 것은, 나는 계속 스스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나도 동수와 오랜만의 즐거운 대화 그 이상을 원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그때 모르는 번호로 온 동수의 전화를 아예 받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훈씨에게 항상 나를 전부 보여주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자리에서도 마음을 놓고 온전히 욕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지훈씨는 너그럽고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앞에서 이성의 끈을 전부 놓아버리고 원초적인 본능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솔직해야할 순간에조차 가면을 쓰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분출하지 못한 무언가가 계속 쌓였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하필이면 동수가 나타난 것이었다. 술이 적당히 취했을 무렵, 동수는 나를 부축하여 근처의 모텔로 데려갔고, 나는 마치 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동수가 이끄는 데로 따라갔다.
그날 내 옷차림은 평소 지훈씨를 만날 때처럼 단정하면서도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파란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완전히 짧진 않았지만 무릎위로 꽤 짧게 올라오는 원피스에 살이 살짝 비치는 소재의 검은색 민무늬 스타킹을 신고 있었는데, 동수는 모텔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그러니까 비록 좁은 골목이었지만 길거리에서 날 부축하는 척 하면서 대담하게 내 치맛속으로 손을 넣어 스타킹 위 허벅지를 주무르는 것이었다. 내 몸을 훑는 그의 시선은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굶주린 늑대같았다.
나는 동수의 부축을 받고 걸으면서 다리를 베베 꼬으며 아앙거리다가 막상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간신히 다시 이성을 붙들고 동수를 말려보았다.
“나...난 지금 남자친구가 있잖아...이러면 안돼, 동수야”
“비밀로 하면 되잖아. 너랑 내가 말만 안하면 누가 알겠어??”
“그래도...들키면 어떡해~~”
“안 들켜~~~ 걱정하지마...”
“그래도...동수야...흐읍...!!”
“츄읍, 츕,”
내가 뭐라 더 제지하기도 전에 동수는 키스로 내 입을 막고 원피스 위의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의 입술은 거칠게 내 입술을 빨아들였고 곧이어 그의 혀가 내 입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붙들기 위해 황급히 입을 떼어내고 동수를 말리려했는데, 그는 이미 늦었다는 듯이 원피스 자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재빠르게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무릎 아래로 끌어내려버리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아랫도리의 맨살이 드러나는 느낌에 두 다리가 떨려왔다.
“아앙, 동수야....!!!”
그의 가운뎃 손가락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을 쓱 훑고 지나갔다. 나는 몸을 더 이상 가누지 못하고 그에게 몸을 기댔다. 동수는 나를 침대에 밀쳐 눕히고 내 원피스는 그대로 둔 채로 두 다리의 발목을 잡고 활짝 벌렸다.
“아아..동수야 이러면 안돼..아흑..!!”
그는 나의 애원에도 아랑곳없이 두 손가락으로 내 은밀한 속살을 가로질러 벌리고 자신의 혀를 찔러넣었는데, 그 짜릿한 감각에 그만 나도 모르게 발정난 암컷처럼 몸을 꼬으면서 마치 더 해달란 듯이 두 다리를 한껏 더 벌리고 만것이었다.
“아아아앙......난 몰라아...”
동수는 어떻게 해야 내가 느끼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혀로 클리토리스를 살살 굴리면서 제 손가락으로는 은밀한 속두덩을 마구 헤치면서 나를 농락하는데 나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 온 몸의 구석구석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동수의 입과 손에 내 은밀한 속두덩을 내맡긴 채 흐느적거렸다.
“휴으...소연아.....”
“아아앙...동수야아..”
“아아...더이상 못 참겠다...”
마침내 그의 커다란 자지가 내 속살을 짓누르듯이 가르며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나는 그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버렸다. 내 그곳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아흑....동수야아...아흐으응...”
동수의 그것은 어쩐지 그와 사귀었을 당시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크고 굵어진 느낌이었다. 내 안으로 들어온 그것의 느낌은 너무나 단단하고 위용이 있어서 내 몸은 그의 힘찬 피스톤질에 맥을 못 추고 출렁거렸다.
퍼억~ 퍽!
“후으, 소연아, 후으, 말해봐!”
“아흐응, 뭐얼”
퍽퍽 찔걱찔걱~
“너도 사실은 내 좆맛이 보고 싶었지?! 후으,”
“아흥, 몰라아~~~”
퍽~퍽~
“대답해봐 어서!
“아앙, 몰라아~~”
그는 계속 그 굵은 것을 내안에 찔러 넣으면서 저질스러운 질문으로 내게 대답을 재촉하다가 내가 계속대답을 회피하자 돌연 피스톤질을 멈추었다.
“아앙??!!”
“대답 안할꺼야? 내 좆이 그리웠어 안 그리웠어??”
“아흐응~~~~~~~~~”
“대답 안하면 그만할까??”
대답을 하면 나는 그와의 정사를 원했다고 자인하는 것이 되버리기에, 내 입으로 차마 대답을 하기가 두려워 계속 도리질을 치자, 동수는 아예 내 안에 넣고 있던 그것을 빼버리는 것이었다.
“소연이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계속 할 이유도 없다”
“아흐응, 정말 이러기야?!”
“어서 대답해봐!”
“아흥,,,,몰라, 뭐르을!”
“내 좆맛 말이야, 내 좆을 여기도 원하고 있었냐고??”
동수의 단단한 육봉이 들어찼다가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안 그래도 애가 타는데, 그는 짖궂게도 벌름거리는 두 갈래의 속살을 더욱 벌리며 나를 농락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갑자기 비어버린 느낌에 몸이 달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재촉했다.
“아앙, 원했어, 하고 싶었다고, 얼른 다시 넣어줘 동수야~~”
“크크큭..........”
퍼억 퍽!!
동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기다렸단 듯이 그 굵은 기둥을 다시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허전했던 구멍이 다시 채워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그의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돌리고 말았다.
“소연아, 소연아, 네 보지맛 죽인다, 아후...!!”
“아흥~~아흐으으흑~~”
동수는 갈수록 일부러 더욱 적나라한 말들을 써가면서 날 유린했고, 마치 빼앗긴 전리품을 되찾은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의기양양하고 거칠게 내 몸을 탐했다.
“소연아, 퍽퍽, 사랑해~~ 퍽퍼억~~”
“흐으윽, 아흐응~~”
그렇게 동수와 2년 만에 다시 뜨거운 정사를 나누면서, 어차피 이제 다시 만날 일도 없을테니, 오늘 일은 영원히 비밀로 묻어두면 아무 일 없을거라고 스스로를 애써 다독이면서 한편으로는 쾌감에 정신없이 몸을 내맡겼던 것이다.
그날 밤 동수와 모텔에서 한바탕 일을 벌이고 난 뒤 나는 허겁지겁 몸을 씻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부재중 전화가 6통이나 와있었다. 발신인은 모두 지훈씨였다. 나는 죄책감과 함께 불안감에 잠시 망설이다가 차라리 지금이라도 내가 먼저 전화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는 두 번도 채 가지 않았다.
“여보세요?”
“지훈씨, 나에요.”
“소현씨 어디에요? 약속 있다더니...지금 끝난거에요?”
“으응,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다보니까 이야기가 길어져서 그만...미안해요, 전화가 온줄도 몰랐네요.”
“친구 만났던 거에요?”
“네~~, 지훈씨 동창모임은 벌써 끝났죠? 미안해서 어쩌지요?”
“괜찮아요......혹시 지금 볼 수 있어요?”
“앗, 지금요?? 너무 늦었는데...몸도 많이 피곤하고......그냥 내일 저녁에 봐요 지훈씨.”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지훈씨가 보자고 할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에 당황하였지만, 애써 태연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의 열기가 아직도 채 식지 않아 곤란한데다,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인데 머리카락이 젖어있으면 당연히 의심을 살 것이었다. 지훈씨는 그날 밤에 어쩐지 유독 나를 더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집으로 혼자 돌아가자마자 피곤에 못 이겨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지훈씨와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었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그 전날 밤 일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잠시 한국에 귀국하여 그날 밖에는 만날 시간이 없었다고 둘러대면서, 그 친구와의 오랜만의 만남이 너무나 반갑고 유쾌하여, 지훈씨 생각은 한순간도 잊지 않았지만 차마 도중에 자리를 파하고 일찍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지훈씨는 그날도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내 말을 듣고는 금방 수긍하고 이해해주는 눈치였다. 지훈씨의 너그러운 품성이 그날따라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며칠 후, 학원에 남아서 그림 재료들을 정리하느라 야근을 하는데 핸드폰이 울리기에 보니 동수였다. 전화를 받아보니 바로 학원 앞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동수와 만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직접 이야기를 하여 그와의 만남을 정리할 요량으로, 하던 일을 대충 정리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동수를 만났다.
“동수야...있잖아,”
“소연아, 나 할 얘기가 있어.”
동수는 내 얘기는 나중에 들을 테니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고 하였다.
“소연아, 나 너와 헤어지고 그동안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동수야.”
“나 정말 너한테 잘해준 것이 없어서 연락을 못 했던 것이지, 네 생각을 안 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이제 직장도 생겼고, 너한테 해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
“동수야......”
“네가 지금 다른 남자가 있는 것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고, 그래서 그와 억지로 헤어지고 내게로 와달라고는 안하려고 해. 그런데 나와 아예 연락을 끊는 것은 좀 그렇지 않니? 친구로라도 볼 수는 있는 거잖아. 나한테도 기회를 한번만 더 주면 안 되겠니?”
그러면서 조그마한 상자를 하나 내미는데, 열어보니 새 핸드폰이었다.
“네가 무슨 걱정하는지 다 안다. 평소 쓰는 핸드폰에 기록이 남으면 지금 애인한테 괜한 오해도 살거고. 앞으로 나랑 연락할 땐 이 폰으로 써라. 그럼 혹시나 의심 살 일도 없을테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별 다른걸 바라는 게 아냐. 그냥 가끔 목소리 듣고, 밥 먹고, 그럴 수 있는 거잖아.”
“......”
“네가 원하지 않으면......나와 연락하고 지내는 게 정말 그렇게까지 싫으면 나도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이 핸드폰 일단 받아둬. 그리고 전화가 오면 매번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받아주라. 내가 필요하면 언제고 먼저 연락하고. 알겠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는 동수의 눈동자에는 어쩐지 간절함, 절박함 같은 것이 실려 있었다.
“동수야, 그래도 학원 앞으로 이렇게 찾아오는 건 너무 위험해...... 그러다 지훈씨와 마주치면 내가 곤란해져.”
“그래 알겠어. 앞으로 학원 앞으로는 오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소연이 네가 편한 곳에서 보자.”
그가 선뜻 수긍하자, 나는 차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에게 건네준 새 핸드폰만 얼떨결에 받아들고 나오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그날따라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냥 오늘 동수가 한 말은 듣지 않은 걸로 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핸드폰은 서랍 속에 넣어두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으면 되겠지. 그럼 저도 서서히 나를 잊어가겠지.’
‘그리고 사실, 연락을 한다고 해도, 앞으로는 정말 친구로만 지낸다면 별 문제 없지 않을까?’
또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별일이 아니라고 느껴졌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