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난 스물다섯 그를 오빠라고 부른다 - 20부
관리자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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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1 04:39
“오빠. 저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을게요. 그저 오빠 여자로만 남게 해 주세요.”
그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메신저에 나타난 그 날은 스물여섯 번째 그의 생일이었다. 일년전 오늘 나는 스물다섯 그의 여자로 피어나기 위해 내가 가졌던 그 모든 것들을 버려야 했다. 두렵기만 했던 그 날 그래도 내겐 떨리는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여자가 되어가는 나를 기쁘게 지켜보아주던 자상한 그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메신저 너머로 바라만 보아야하는 그는 내게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던 애원의 말들을 홀로 이어나가야 했던 나는 이제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 돌아온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행복했던 지난날의 추억을 잊어야 하는 고통보다 이대로 버림받은 여자가 되는 초라함을 더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다시 받아달라는 애원의 목소리는 더더욱 애절해져 갔고 서른하나의 자존심은 그의 침묵 앞에서 한 꺼풀씩 벗겨져 그의 발아래 짓밟히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그의 여자로 남겨질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매달려야했던 내게 지켜야할 자존심은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차라리 지금 그의 침묵이 그에게 등을 돌렸던 서른한 살의 여자를 매섭게 길들이는 채찍이기만을 바라야 했던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사랑을 속삭였던 지난 시간들이 너무도 그리웠다.
“넌 내 아가야. 내게서 달아나지 못한다는 걸 이제 분명히 알았지?”
백오십사일. 그가 마지막으로 내 깊은 곳에 들어와 자신의 진한 흔적을 남긴지 백오십사일 만에 나는 사랑하는 이의 손에 거칠게 벌거벗겨지고 있었다. 내가 기대했던 살가운 재회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알몸이 되어 수치심에 고개를 끄덕여야했던 그 순간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의 여자로 다시 받아 들여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으로 족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던 내게 주어진 운명이 다시 이어지는 재회의 기쁨만으로도 나는 지금의 수모를 견딜 수 있었다. 그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이렇게 강간당하듯 사랑하는 이에게 벌거벗겨지는 아픔은 겪지 않았으리라.
그는 내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는 이미 그 기다림의 끝에서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또다시 사랑을 애원할 때마다 나는 한겹 한겹 자존심마저 벌거벗겨진 채 그의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고 그는 그런 내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그 어디에도 사랑을 속삭이던 서른한 살의 여자는 없었다. 지금 그는 시린 아픔조차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인형이 되어버린 나를 내려다보며 자신을 거스르려한 잘못을 벌거벗겨진 수치심으로 보상받고 있었다. 그가 옳았다. 속죄를 위해 내가 내놓을 건 벌거벗겨진 내 몸뚱이밖에 없었다.
“네가 누구 여자인지 네가 어떤 여자였는지 똑똑히 기억해 둬.”
분홍의 립스틱이 벌거벗은 내 몸에 굵게 그의 이름을 새기고 있었다. 안락한 그의 울타리를 벗어나려했던 내게 새겨진 분홍의 낙인은 이제 벌거벗은 내 몸이 누구의 소유인지를 너무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난 그의 것이었고 다섯 달여 만에 다시 채워진 암컷의 검정 목걸이에 이끌려 침대에 붙들어 매어진 지금 나는 내게 허용된 빨간 목줄만큼의 울타리 안에서 오히려 익숙한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가 내가 있어야할 자리였다. 굳이 그가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이미 나는 신성한 결혼서약을 깨버리고 동생 같은 다섯 살 어린 그의 음탕한 암컷이 되어 절정에 흐느꼈던 내 자신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미 완전한 정복자였다. 암컷의 목걸이가 채워진 채 그 어떤 몸부림조차 포기해야 했던 나는 그에게 더 이상 서른한 살의 여자가 아니었고 다른 남자의 아내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에겐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날카로운 칼날아래 내가 태어났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바닥에 수북이 쌓인 서른한 살 여자의 음탕함을 지켜보아야 했던 나는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해야 했지만, 음모가 깎여 나간 내 모습을 남편에게 보여야하는 걱정 따위는 이미 정복자인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다른 남자의 아내인 내 몸을 자신이 원하는 여자의 모습으로 만드는 정복의 기쁨을 한껏 누리고 있었다.
다시 태어났다. 난 그의 품에서 그가 바라는 아가의 모습이 되어 따스하게 쏟아 내리는 물줄기를 맞으며 다시 태어났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음모가 깎여나간 채 흠뻑 젖어있는 벌거벗은 모습의 나는 마치 엄마의 자궁에서 열 달의 시간을 고이 채우고 양수에 젖어 막 태어난 아가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그는 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며 내 자신을 가두어두었던 여인의 두 다리를 벌리고 아가가 된 내 몸을 받아준 나의 엄마였고 나의 아빠였다. 갓 태어난 내 입술에 젖을 물리듯 그는 자신의 성기로 내게 한없는 모성을 표현하며 아가가 된 나를 보듬어 주기 시작했고 아무에게도 더럽혀지지 않은 듯한 내 몸을 정복하는 그의 몸짓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보였다.
“그 여자... 예쁘겠죠? 하긴 한창 예쁠 때니까요.”
정말 궁금했던 그녀에 대해 이제야 물을 수 있었다. 그의 깊은 삽입에 활처럼 휘어진 벌거벗은 내 몸을 휘감았던 폭풍 같은 오르가즘이 지나고 그의 곁에 누워 불그레하게 물든 양 볼이 부끄럽게만 느껴지는 지금에서야 나는 그의 또 다른 여자에 대해 물을 수 있었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에게 정복당한 분홍 속살 사이로 그의 우유빛 사랑이 흘러내리고 있는 지금 그녀를 그의 아내로 부를 수는 없었다. 그건 아마도 스물넷의 그녀보다 먼저 그의 여자가 되었음에도 그의 아내로 불릴 수 없었던 서른한 살 여자의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내게도 하나뿐인 그를 나누어 가져야하는 일곱 살 어린 그녀가 궁금했던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한장 한장의 사진들이 모두 싱그러운 그녀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고 찻잔을 마주한 잔잔한 미소에서부터 면사포 너머의 행복한 웃음까지 아마도 그는 함께하는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나보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즙은 스물넷의 벗은 몸과 그의 품에서 사랑을 나누는 그녀의 나신까지도 그가 기억하고 싶었던 그녀의 모습이었으리라. 서글프게도 그의 핸드폰은 더 이상 나를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지난 모든 시간들 내내 언제나 그의 손안에서 벌거벗은 내 몸을 함께 보아줬던 그의 핸드폰은 이제 자신의 남편을 위해 수줍게 옷을 벗어 내리는 스물넷 그의 아내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여자가 아니라 오빠가 결혼한 여자야. 어떻게 불러야할지 너도 알지?”
그는 내게 너무도 잔인했다. 내가 차지했어야할 그의 사랑을 그녀와 나누어야하는 고통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상처를 받았건만 또다시 그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대하라 말하고 있었다.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어쩔 수 없이 하나뿐인 그의 사랑을 서로의 분홍빛 자궁 깊숙이 나누어 갖아야하는 그의 여자들이었지만 그녀보다 먼저 그에게 선택된 내가 단지 그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일곱 살이나 어린 그 여자아이를 그의 아내로 그리고 언니로 부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복종을 강요했고 다시금 팽팽히 당겨진 목줄의 끝에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가 있었다.
난 무너지고 있었다. 아니 그가 바라는 대로 그렇게 무너져주어야만 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힘차게 목줄을 당겼고 벌거벗은 내 몸은 마치 네발의 암컷처럼 목줄에 이끌려 원치 않는 교미를 위해 동그란 엉덩이를 들어 올려야 했다. 아직 그의 정액이 채 마르지 않은 질척한 자궁 속으로 또다시 그의 성기가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는 내게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신에게 순종하는 육체만을 남기고 모두 버리라 강요하고 있었다. 찰싹. 그의 손바닥이 아직 대답을 하지 못한 내 엉덩이에 빨갛게 손자국을 남기며 매섭게 내리쳐졌고 바르르 떨리는 입술사이로 힘겹게 일곱 살 어린 그녀를 언니라 불러야 했던 내 눈엔 그가 보지 못한 눈물이 고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