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에 충실하기 - 8부
관리자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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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7
2019.02.06 23:38
박기사의 죽음은 엄마에게는 너무 큰 상실감을 가져다 준 모양이었다.
병원에서 박기사의 임종을 한 엄마는 곧바로 집으로 와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식구들에겐 그냥 몸살기가 있다고 하였지만 내막을 아는 난 엄마의 자리보전에 냉소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씹정이 있다고 하더니 엄마가 그 씹정에 푹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이상도 하지? 아버지의 그 숱한 오입질엔 별무 감정이던 내가 엄마의 외도엔 마음 한 구석 허전함을 감출 수 없으니 그것도 남자 특유의 이기적 여성관인가
남자들은 지 마누라와 엄마만 빼놓고 세상 모든 여자들이 바람둥이이길 바란다는 속설이 있느니
그날 저녁 영안실을 다녀온 아버지 얘기론 가해 차량의 운전수는 구속되었고 소속 회사에서 제시한 합의금이 너무 적어 일단 거부를 했는데 결국은 그 선을 크게 넘지는 못하고 종결되지 않겠는가라는 투였다.
당시는 지금의 책임보험 비슷한 보험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형식적이어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거의가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시절이었다.
전소되어 폐차시킨 택시도 몇 푼 못 건지고 말 처지다.
당시는 여느 직업이나 거게가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택시 기사는 그날그날 일급으로 일당을 받아가던 처지여서 별다른 보상금이 있을 턱이 없으니 아버진 가해자측 회사에서 나오는 보상금외에 차량보상금으로 나오는 몇푼을 박기사의 식구들에게 보태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지 싶었다.
하긴 아버지도 택시 하나가 날라 갈 판이니 더 이상의 출혈은 무리였다.
아버지 얘기론 장례식에 문상객도 없고 집안 친척들도 없는지 썰렁해서 안쓰럽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자리에 누워 끙끙 앓던 엄마는 걱정이 되는지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눈치더니 나를 부른다.
‘ 호진아 너 이따가 점심때쯤 혜자아줌마네 집에 가면 떡이랑 전이랑 좀 싸줄거다. 그걸랑 들고 병원 좀 다녀오렴. ,’
‘ 병원? 어디 장례식장에? ’
‘ 그래, 찾아오는 사람은 몇 없대도 대접은 해야 되는데 상주가 변변찮으니 제대로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니 아버지가 챙겨준대지만 음식 같은 거야 여자들이 알아서 하는 건데 ...
내가 혜자아줌마한테 부탁해 놨으니까 니가 가서 전해주고 오렴, 난 아무래도 오늘은 건사가 힘들어,‘
당시만 해도 장례식장에 따로 식당이 없어 밖에서 음식을 수송해야 했다.
난 시험도 며칠 남지 않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가보지 않았던 장례식장이라 찜찜했지만 대신할만한 사람이 없으니 도리가 없었다.
또 얼마 전 보았던 박기사 색시의 모습도 떠올려져 측은지심도 발동하고,
혜자아줌마는 기다리고 있었다며 반색을 한다. 음식을 집에서 했을 린 없고 시장에 가서 사온 모양인데 이왕 사오는 거 집으로 가져다주면 될 것을 굳이 나를 부른 게 뻔해보여서 슬그머니 경계심이 든다.
설마 장례식에 갈 나를 붙들고 빠구리하자고 덤비는 건 아니겠지.
집에 와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듯 하얀 스커트에 우윳빛 스타킹이 미스의 옷매무새다.
저런 모습이 어린 나를 얼마나 좆 꼴리게 했었던가. 냄새나는 변소간에서 혜자아줌마의 짧은 치마 밑으로 쭉 뻗은 다리를 그리며 딸딸이를 쳐대던 게 엊그젠데 이젠 상황이 역전돼서 그 요염하던 혜자아줌마가 내 좆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야릇한 기분이다.
혜자아줌마가 내 앞에서 스타킹을 벗는다. 마치 영화 속의 여배우마냥 발끝을 고두세우고 스타킹을 돌돌 말아 내리는데 농염이 묻어나온다.
다리를 슬쩍 드는 동안 흰 팬티도 보인다. 또 얼마나 좆을 꼴리게 할 심사인지.
‘ 김치도 필요하겠지? 김장 담아 논 거 아직 안 익었지만 그런 대로 먹을 만 할거야 두어 포기 담아줄게 가지고 가. ’
‘ 너무 많이 싸지마세요 혼자 들고 가기 힘들어요.’
‘ 에이 얼마나 된다고 그 기운 다 갖다 뭐해, 흐흐흐 ’
혜자아줌마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내 팔뚝을 슬쩍 꼬집더니 남방 속으로 손을 넣어 젖꼭지를 비튼다.
‘ 또 왜 그래요. 오늘은 정말 안돼요. 내가 지금 어디 가는지 잘 아시면서.’
‘호호호, 알아요 알아, 우리 도련님두 참 순진하긴, 누가 하잔데? 그냥 우리 도련님 보니깐 귀여워서 그러지 ’
이번엔 볼을 슬쩍 꼬집는다. 어느새 치마 옆 지퍼는 내려져있다.
블라우스 뒷단추를 풀어달라며 등을 보인다.
단추를 풀면서 브라자 호크도 풀어주자 고개를 돌려 야릇한 웃음을 보이는데 난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좆이 서버렸다.
이걸 그냥 박아버릴까 하는 충동이 잠시 일었지만 꾹 참기로 한다. 뭐 대단한 지조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으면서 ... ..
혜자아줌마는 팬티 하나만 걸치고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또 날 바라보고 눈웃음을 짓는다. 여자의 냄새는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음탕해지는 것 같다.
잠시 후 안방에서 나온 혜자아줌마 손에 가죽점퍼가 들려있다.
‘ 호진아 이거 함 입어볼래? ’
‘ 그게 웬 건데요? ’
‘ 응 내 나간 김에 도깨비시장 들러서 미제 가죽잠바 하나 샀지. 우리 도련님 입으라고 ’
‘ 왜 그걸 내가 입어요? ’
‘ 또 그런다 학생이 뭔 돈이 있니 아줌마가 용돈 좀 준다구 해도 싫다하구, 이런 거 우리 도련님한테 하나 선물하면 안 돼? 응 ?’
‘ 근데 왜 자꾸 도련님이라구 그래요? 내가 아저씨 동생도 아닌데 ’
‘ 호호, 이렇게 있으면 우리 호진이가 나한테 도련님이고 그거 할 땐 서방님이고 호호 ’
여자의 뻔뻔스러움은 본능이라더니 혜자아줌마는 내 앞에서 점점 늙은 여우의 교태가 뭔지를 보여주는 대담녀가 되간다. 예전의 그 단아했던 혜자아줌마의 이미지는 어디로 갔을까,
그나저나 그 미제 가죽점퍼는 탐이 난다. 당시 청소년들이 제일 가지고 싶었던 옷이 바로 미제 가죽점퍼와 청바지였다. 결국 난 아무 대답을 안 하는 걸로 그 선물을 흔쾌히 받는 포즈를 취했다.
혜자아줌마는 맨살위로 가죽점퍼를 입는다. 품이 커서 손이 안 보인다.
‘ 어때 나 마릴린 몬로같지 않아? 흐흑 ’
다리 한쪽을 비튼 모습으로 궁뎅이를 슬쩍 빼곤 입술을 내미는데 어디서 보긴 본 모양 흉내를 낸다. 그 모습이 유치하긴 하지만 어린 좆 하나 꼬득이는덴 충분하다.
좆이 서면서 군침을 흘린다.
‘ 에이 어서 들어가 옷 입고 나오세요 ’
‘ 응 왜 우리 도련님이 못 봐주겠는 모양이구나 호호 나두 주책이지, 아응 그래두 좀 봐줘 이잉, 나두 서방님 앞에서 아양 좀 떨고 싶단 말야 ’
헤자아줌마는 내 귓불을 상큼 물더니 혀로 살살 문지른다. 간지러워 못 참고 고개를 돌리니까 다시 귀를 쫓아 입을 대더니 흐흑 먼저 번에 그거 하고 삼일이나 지났는데도 우리 도련님 자짓물이 내 속에서 나오드라, 젊은 물이라 그렇게 오래가나 봐 아 ~~ 하구 싶어 라며 속삭인다. 난 혜자아줌마를 슬쩍 밀치며 정색하는 시늉을 한다.
‘ 담에요 시험 끝나구요. ’
‘ 흐흐 우리 도련님 의지도 대단하시지 자지가 이렇게 성이 났는데도 꾹 참는 모습이 정말 남자같애 아, 내가 점점 왜 이러지 우리 호진이가 날 아주 이상하게 만들어 놨어, ’
나도 괜히 미안스러운 맘이 든다. 내가 뭐나 되는 것처럼 비싸게 구는 것도 생각해보니 우스운 일이다. 아마 내 맘 한편엔 혜자아줌마를 좀 더 내게 예속시키고픈 소유욕이 그런 식으로 위장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 그래 오늘은 아줌마가 참을게 우리 호진이 빨리 시험 끝나고 편하게 만나야지 아참 근데 호진아, ’
혜자아줌마가 갑자기 호들갑을 떤다.
‘ 흐흥 나 우리 도련님 만나서 젊어지나 봐 나 거기에 새로 싹이 돋는다, ’
내가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자 혜자아줌마가 수줍게 팬티를 내리더니 내 얼굴 쪽으로 보지를 들이민다.
하얀 보짓살 위에 몇 가닥 털이 조심스럽게 달려있다.
그걸 내게 보여주며 수줍게 뽐내는 혜자아줌마에게서 그동안 겪었을 백보지의 콤플렉스가 묻어 나온다. 내심 우스웠지만 왠지 이 대목에서 웃으면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몇 가닥 보지 털을 소중하게 만져주었다. 보지 털 하나가 고개를 빧빧이 들고 날 바라본다.
기쁨에 겨운 눈물처럼 보짓물이 맺힌다. 난 보짓물을 손으로 닦아주려다가 혀를 내밀고 가져갔다.
보지가 파르르 떨더니 구멍을 연다.
아흐흥 ~~ 혜자아줌마는 선채로 내게 보지를 물리고 내 머리칼을 움켜쥔다. 난 눕지 못하게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눕고 나면 결국 밖아 줘야 될 거 같았다.
찌겅 찌겅 혀로 보지 속을 충분히 소제해 주자 머리칼을 움켜쥐고 몸을 비틀던 혜자아줌마는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국민체조를 한다. 하나 둘 하나 둘
‘ 아흥 호진아 나 어떡해 이잉’
가죽점퍼에 팬티만 입은 마릴린몬로는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서의 그 유명한 모습으로 내 입에 보지를 문지르고 있다.
내 입 속으로 한 움큼의 보짓물이 들어온다. 난 그걸 먹어버릴까 하다가 입을 떼고 말았다.
‘ 이제 그만 아줌마 오늘은 여기까지 네/’
‘ 흐흥 몰러 나쁜 도련님 이 아줌마를 이렇게 죽여 놓면 어떡해 ’
혜자아줌마는 무릎을 굽힌 기마자세 그대로 실눈을 뜨고 내게 앙탈을 한다.
내가 발목에 걸쳐있던 팬티를 올려주자 그때야 다리를 펴고 움켜쥐었던 내 머리카락을 놓는다. 내 볼에 입을 갖다 대고 흐흥 우리 호진이 없으면 나 못살 거 같애 어떡하징~·라고 속삭인다. 내가 목이 마르다고 하자 혜자아줌마가 부엌으로 물을 가지러 간 그때 마루의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미애다.
‘ 어머, 오빠 오랜만이네 언제 왔어 엄마는 ? ’
나는 순간 당황스러워 잠시 말을 잊었다가 엉결겹에 눈짓으로 부엌을 가리켰다.
그러고선 금방 아차 싶었다. 미애가 지 엄마의 이상한 행색이라도 보면 기겁할 일
난 혜자아줌마가 부엌문을 열고 가죽잠바에 흰 팬티를 입고 물그릇을 들고 나오면 어쩌나 하고 가슴 조렸다. 다행이 혜자아줌마는 바깥의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부엌에서 잠잠하다.
‘ 엄마, 부엌에 있어? 뭐해?’
부엌문이 안으로 잠겨있는 게 의아했던 미애가 안에다 소리를 지르며 나를 바라본다.
‘ 으응, 엄마 여기 있어 잠깐만, ’
‘ 뭐하는데? ’
‘으응 , 그냥 뭐 좀 해 , 애 호진이 거기 있니? ’
필시 나에게 구원을 요하는 소리다. 그러게 그 짓을 하는데 문단속도 안하고 할게 뭐람
난 속으로 고소해하면서도 빨리 미애를 제 방으로 집어넣고 혜자아줌마를 끄집어내야 했다.
미애의 반코트 밑에 청색 교복치마가 유행을 따른 듯 유난히 짧다. 검정스타킹을 신었는데 무릎위로 보이는 넓적다리가 지엄마보다 두 배는 굵어 보인다.
지난 번 내게 보지를 빨리고서 그새 키가 한 뼘이나 더 커진 듯싶게 처녀스러워졌다.
저 탄탄한 넓적다리를 그대로 벗겨서 내 좆몽둥이로 찰싹찰싹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내가 자기 다리를 유심히 보는 게 쑥스러웠던지 미애는 지엄마가 좀 전에 내게 그랬든 것처럼 팔뚝을 살짝 꼬집으며 웃는다.
‘ 미애 며칠 만에 엄청 큰 거 같네 이제 대학생이래도 믿겠는 걸’
내가 능청을 떨자 이번엔 손가락으로 내입을 막는 시늉을 하며 눈을 찡긋거린다.
마치 어그그 짐승 하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내가 미애의 넓적다리를 슬쩍 만져주자 흠칫 놀라는 척 하는데도 표정은 여전히 싫지 않아 보인다. 좆이 또 군침을 흘린다.
‘ 미애야 스타킹 뒤로 올이 터졌네’
마침 눈곱만한 티를 발견한 내가 스타킹 뒤쪽을 가리키자 미애는 어머어머 호들갑을 떨며 제 방으로 들어간다. 흐흐흐 원 그렇게 부산 떨 일도 아닌데,
미애가 방으로 들어가자 난 얼른 부엌문을 두들겨 신호를 보냈다.
혜자아줌마가 문을 열고 빼꼼히 밖을 살피더니 후다닥 뛰어나온다.
가죽점퍼에 흰 팬티 그 파격적인 패션으로 뛰어나오던 헤자아줌마는 그만 부엌문턱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쿵하며 무릎이 세게 부딪혀 꽤나 아플 텐데도 신음도 못 지르고 눈만 찡그리며 무릎을 껴안고 부벼대다가 그것도 잠시 다시 몸을 일으켜 자기 방문으로 들어 갈 때에 미애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막 방으로 들어가는 혜자아줌마와 막간이 교차되는 순간 미애가 지 엄마의 뒷모습을 흘낏 보았는지 아니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날 바라보며 무언가 물어보는 표정을 짓는다.
난 짐짓 시치미를 떼고 아무 것도 아닌 양 무표정으로 답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나? 젊은 자지 따먹는 아줌마도 그만큼의 노력봉사는 해야 한다.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그리 크지 않은 방에 영정 셋을 모셔놓고 있다. 초상집 셋이 한 방에서 치루는 것이다.
박기사의 영정은 출입구 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향불을 올리고 배운 데로 삼배를 마쳤는데 맞이하는 상주가 없다. 박기사의 문상객은 덜렁 한 상 받아 놓은 노인 둘이 전부다.
노인 하나가 내 모습을 보곤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뒤 소복을 입은 여자가 따라온다.
전에 봤던 박기사 색시다.
‘ 오셨어요 ,’
‘ 네 어머니가 음식 좀 갖다주라해서 ......’
‘ 네 ... 고마워요 ,,, 올 사람도 별로 없는데... ’
‘ 근데 우리 아버진 어디 계세요? 안 오셨어요? ’
‘ 아, 사장님은 아까까지 계시다가 다른 기사 분들 대접하고 같이 나가셨어요 내일 아침 일찍 발인 때 오신다구,,, ’
‘ 아, 네 근데 음식은 뭘로 대접했어요? ’
‘ ... 사장님이 요 앞에 식당에서 조금 주문해 주셨어요, 손님도 별로 없어 아직 많이 남았어요,’
소복을 입은 박기사 색시의 창백한 안면에 입술 위 작은 점 하나만 살아있다.
눈두덩은 부어있었지만 그것이 슬픈 호곡의 자국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신비스러운 차가움이 있다. 그것은 냉정함이나 몰인정과는 다른 아주 깊고 조용한 우물 속의 물심 같은 거였다.
난 딱히 뭘 해야 좋을지 몰라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박기사 색시가 상을 차려온다
내가 가지고 온 음식과 국 한 그릇을 떠 얹고 소주도 한 병 곁들여져 있다.
아직 고삐리 신분으로 떡하니 술을 받아보니 내심 스스로 대견스러워 괜히 헛기침을 한 번 쐇다.
‘ 손님들이 너무 없죠? 그이나 나나 일가가 없어요. ’
‘ 아, 네 .... 그런데 애기는 ?’
‘ 옆집에 잠시 맡겼어요, ’
박기사 색시는 상 앞에서 한 발짝 떨어져 앉는다. 숟가락을 들다 괜히 멋쩍어져 옆칸의 초상집 풍경을 바라 볼라니까 박기사 색시가 무릎걸음으로 옮겨 오더니 술병을 들고 잔을 채워준다.
난 황망스럽게 잔을 받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건지 생전 초상집에 온 것도 처음이지만 이 분위기에서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 지도 당최 떠오르지 않는다.
말없이 소주 한잔을 들이켜고 국 한 수저 입에 넣고 또 옆칸을 살핀다.
내 눈길을 따라 같이 옆집 초상치레를 보던 박기사 색시가 내 얼굴을 응시하지도 않고 한 마디 던진다.
‘ 화장할 거에요, 납골도 안하고 송도 앞 바다에 뿌릴 거예요.’
‘ ... .. ?’
‘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내가 죽으면 그렇게 해달라고 그랬었거든요.’
난 다시 소주 한잔을 따라 마셨다. 잠시 소설 속의 화자가 된 기분이었다. 뭔가 디지게 사연 많은 인과관계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종종 동경하던 치기의 시절이었지만 그 자리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왕자지의 박기사와는 전혀 언밸런스의 저 여자, 어릴 적 꿈처럼 병색 짙은 연상의 아내 모습을 하고 있는 저 여자. 난 괜히 심각해져서 연신 소주잔을 따랐다.
그 모양을 말없이 바라보던 박기사 색시가 잔을 입에 터느라 고개를 꺾던 내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입매에 잠깐 주름을 접는다. 쓴웃음이랄까 아니 그것보다는 훨씬 더 내연을 담은 그런 울음이었다.
그 밤 술이 취해 바닥에 쓰러져 잠이든 난 갈증이 나 새벽에 깼다.
그새 내게 누가 담요를 덮어 주었다. 난 어지럽기도 하고 눈이 침침하기도 해서 잠깐 앉아 정신을 추스르는데 박기사 색시가 물 컵을 들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
병원에서 박기사의 임종을 한 엄마는 곧바로 집으로 와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식구들에겐 그냥 몸살기가 있다고 하였지만 내막을 아는 난 엄마의 자리보전에 냉소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씹정이 있다고 하더니 엄마가 그 씹정에 푹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이상도 하지? 아버지의 그 숱한 오입질엔 별무 감정이던 내가 엄마의 외도엔 마음 한 구석 허전함을 감출 수 없으니 그것도 남자 특유의 이기적 여성관인가
남자들은 지 마누라와 엄마만 빼놓고 세상 모든 여자들이 바람둥이이길 바란다는 속설이 있느니
그날 저녁 영안실을 다녀온 아버지 얘기론 가해 차량의 운전수는 구속되었고 소속 회사에서 제시한 합의금이 너무 적어 일단 거부를 했는데 결국은 그 선을 크게 넘지는 못하고 종결되지 않겠는가라는 투였다.
당시는 지금의 책임보험 비슷한 보험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형식적이어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거의가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시절이었다.
전소되어 폐차시킨 택시도 몇 푼 못 건지고 말 처지다.
당시는 여느 직업이나 거게가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택시 기사는 그날그날 일급으로 일당을 받아가던 처지여서 별다른 보상금이 있을 턱이 없으니 아버진 가해자측 회사에서 나오는 보상금외에 차량보상금으로 나오는 몇푼을 박기사의 식구들에게 보태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지 싶었다.
하긴 아버지도 택시 하나가 날라 갈 판이니 더 이상의 출혈은 무리였다.
아버지 얘기론 장례식에 문상객도 없고 집안 친척들도 없는지 썰렁해서 안쓰럽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자리에 누워 끙끙 앓던 엄마는 걱정이 되는지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눈치더니 나를 부른다.
‘ 호진아 너 이따가 점심때쯤 혜자아줌마네 집에 가면 떡이랑 전이랑 좀 싸줄거다. 그걸랑 들고 병원 좀 다녀오렴. ,’
‘ 병원? 어디 장례식장에? ’
‘ 그래, 찾아오는 사람은 몇 없대도 대접은 해야 되는데 상주가 변변찮으니 제대로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니 아버지가 챙겨준대지만 음식 같은 거야 여자들이 알아서 하는 건데 ...
내가 혜자아줌마한테 부탁해 놨으니까 니가 가서 전해주고 오렴, 난 아무래도 오늘은 건사가 힘들어,‘
당시만 해도 장례식장에 따로 식당이 없어 밖에서 음식을 수송해야 했다.
난 시험도 며칠 남지 않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가보지 않았던 장례식장이라 찜찜했지만 대신할만한 사람이 없으니 도리가 없었다.
또 얼마 전 보았던 박기사 색시의 모습도 떠올려져 측은지심도 발동하고,
혜자아줌마는 기다리고 있었다며 반색을 한다. 음식을 집에서 했을 린 없고 시장에 가서 사온 모양인데 이왕 사오는 거 집으로 가져다주면 될 것을 굳이 나를 부른 게 뻔해보여서 슬그머니 경계심이 든다.
설마 장례식에 갈 나를 붙들고 빠구리하자고 덤비는 건 아니겠지.
집에 와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듯 하얀 스커트에 우윳빛 스타킹이 미스의 옷매무새다.
저런 모습이 어린 나를 얼마나 좆 꼴리게 했었던가. 냄새나는 변소간에서 혜자아줌마의 짧은 치마 밑으로 쭉 뻗은 다리를 그리며 딸딸이를 쳐대던 게 엊그젠데 이젠 상황이 역전돼서 그 요염하던 혜자아줌마가 내 좆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야릇한 기분이다.
혜자아줌마가 내 앞에서 스타킹을 벗는다. 마치 영화 속의 여배우마냥 발끝을 고두세우고 스타킹을 돌돌 말아 내리는데 농염이 묻어나온다.
다리를 슬쩍 드는 동안 흰 팬티도 보인다. 또 얼마나 좆을 꼴리게 할 심사인지.
‘ 김치도 필요하겠지? 김장 담아 논 거 아직 안 익었지만 그런 대로 먹을 만 할거야 두어 포기 담아줄게 가지고 가. ’
‘ 너무 많이 싸지마세요 혼자 들고 가기 힘들어요.’
‘ 에이 얼마나 된다고 그 기운 다 갖다 뭐해, 흐흐흐 ’
혜자아줌마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내 팔뚝을 슬쩍 꼬집더니 남방 속으로 손을 넣어 젖꼭지를 비튼다.
‘ 또 왜 그래요. 오늘은 정말 안돼요. 내가 지금 어디 가는지 잘 아시면서.’
‘호호호, 알아요 알아, 우리 도련님두 참 순진하긴, 누가 하잔데? 그냥 우리 도련님 보니깐 귀여워서 그러지 ’
이번엔 볼을 슬쩍 꼬집는다. 어느새 치마 옆 지퍼는 내려져있다.
블라우스 뒷단추를 풀어달라며 등을 보인다.
단추를 풀면서 브라자 호크도 풀어주자 고개를 돌려 야릇한 웃음을 보이는데 난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좆이 서버렸다.
이걸 그냥 박아버릴까 하는 충동이 잠시 일었지만 꾹 참기로 한다. 뭐 대단한 지조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으면서 ... ..
혜자아줌마는 팬티 하나만 걸치고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또 날 바라보고 눈웃음을 짓는다. 여자의 냄새는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음탕해지는 것 같다.
잠시 후 안방에서 나온 혜자아줌마 손에 가죽점퍼가 들려있다.
‘ 호진아 이거 함 입어볼래? ’
‘ 그게 웬 건데요? ’
‘ 응 내 나간 김에 도깨비시장 들러서 미제 가죽잠바 하나 샀지. 우리 도련님 입으라고 ’
‘ 왜 그걸 내가 입어요? ’
‘ 또 그런다 학생이 뭔 돈이 있니 아줌마가 용돈 좀 준다구 해도 싫다하구, 이런 거 우리 도련님한테 하나 선물하면 안 돼? 응 ?’
‘ 근데 왜 자꾸 도련님이라구 그래요? 내가 아저씨 동생도 아닌데 ’
‘ 호호, 이렇게 있으면 우리 호진이가 나한테 도련님이고 그거 할 땐 서방님이고 호호 ’
여자의 뻔뻔스러움은 본능이라더니 혜자아줌마는 내 앞에서 점점 늙은 여우의 교태가 뭔지를 보여주는 대담녀가 되간다. 예전의 그 단아했던 혜자아줌마의 이미지는 어디로 갔을까,
그나저나 그 미제 가죽점퍼는 탐이 난다. 당시 청소년들이 제일 가지고 싶었던 옷이 바로 미제 가죽점퍼와 청바지였다. 결국 난 아무 대답을 안 하는 걸로 그 선물을 흔쾌히 받는 포즈를 취했다.
혜자아줌마는 맨살위로 가죽점퍼를 입는다. 품이 커서 손이 안 보인다.
‘ 어때 나 마릴린 몬로같지 않아? 흐흑 ’
다리 한쪽을 비튼 모습으로 궁뎅이를 슬쩍 빼곤 입술을 내미는데 어디서 보긴 본 모양 흉내를 낸다. 그 모습이 유치하긴 하지만 어린 좆 하나 꼬득이는덴 충분하다.
좆이 서면서 군침을 흘린다.
‘ 에이 어서 들어가 옷 입고 나오세요 ’
‘ 응 왜 우리 도련님이 못 봐주겠는 모양이구나 호호 나두 주책이지, 아응 그래두 좀 봐줘 이잉, 나두 서방님 앞에서 아양 좀 떨고 싶단 말야 ’
헤자아줌마는 내 귓불을 상큼 물더니 혀로 살살 문지른다. 간지러워 못 참고 고개를 돌리니까 다시 귀를 쫓아 입을 대더니 흐흑 먼저 번에 그거 하고 삼일이나 지났는데도 우리 도련님 자짓물이 내 속에서 나오드라, 젊은 물이라 그렇게 오래가나 봐 아 ~~ 하구 싶어 라며 속삭인다. 난 혜자아줌마를 슬쩍 밀치며 정색하는 시늉을 한다.
‘ 담에요 시험 끝나구요. ’
‘ 흐흐 우리 도련님 의지도 대단하시지 자지가 이렇게 성이 났는데도 꾹 참는 모습이 정말 남자같애 아, 내가 점점 왜 이러지 우리 호진이가 날 아주 이상하게 만들어 놨어, ’
나도 괜히 미안스러운 맘이 든다. 내가 뭐나 되는 것처럼 비싸게 구는 것도 생각해보니 우스운 일이다. 아마 내 맘 한편엔 혜자아줌마를 좀 더 내게 예속시키고픈 소유욕이 그런 식으로 위장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 그래 오늘은 아줌마가 참을게 우리 호진이 빨리 시험 끝나고 편하게 만나야지 아참 근데 호진아, ’
혜자아줌마가 갑자기 호들갑을 떤다.
‘ 흐흥 나 우리 도련님 만나서 젊어지나 봐 나 거기에 새로 싹이 돋는다, ’
내가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자 혜자아줌마가 수줍게 팬티를 내리더니 내 얼굴 쪽으로 보지를 들이민다.
하얀 보짓살 위에 몇 가닥 털이 조심스럽게 달려있다.
그걸 내게 보여주며 수줍게 뽐내는 혜자아줌마에게서 그동안 겪었을 백보지의 콤플렉스가 묻어 나온다. 내심 우스웠지만 왠지 이 대목에서 웃으면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몇 가닥 보지 털을 소중하게 만져주었다. 보지 털 하나가 고개를 빧빧이 들고 날 바라본다.
기쁨에 겨운 눈물처럼 보짓물이 맺힌다. 난 보짓물을 손으로 닦아주려다가 혀를 내밀고 가져갔다.
보지가 파르르 떨더니 구멍을 연다.
아흐흥 ~~ 혜자아줌마는 선채로 내게 보지를 물리고 내 머리칼을 움켜쥔다. 난 눕지 못하게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눕고 나면 결국 밖아 줘야 될 거 같았다.
찌겅 찌겅 혀로 보지 속을 충분히 소제해 주자 머리칼을 움켜쥐고 몸을 비틀던 혜자아줌마는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국민체조를 한다. 하나 둘 하나 둘
‘ 아흥 호진아 나 어떡해 이잉’
가죽점퍼에 팬티만 입은 마릴린몬로는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서의 그 유명한 모습으로 내 입에 보지를 문지르고 있다.
내 입 속으로 한 움큼의 보짓물이 들어온다. 난 그걸 먹어버릴까 하다가 입을 떼고 말았다.
‘ 이제 그만 아줌마 오늘은 여기까지 네/’
‘ 흐흥 몰러 나쁜 도련님 이 아줌마를 이렇게 죽여 놓면 어떡해 ’
혜자아줌마는 무릎을 굽힌 기마자세 그대로 실눈을 뜨고 내게 앙탈을 한다.
내가 발목에 걸쳐있던 팬티를 올려주자 그때야 다리를 펴고 움켜쥐었던 내 머리카락을 놓는다. 내 볼에 입을 갖다 대고 흐흥 우리 호진이 없으면 나 못살 거 같애 어떡하징~·라고 속삭인다. 내가 목이 마르다고 하자 혜자아줌마가 부엌으로 물을 가지러 간 그때 마루의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미애다.
‘ 어머, 오빠 오랜만이네 언제 왔어 엄마는 ? ’
나는 순간 당황스러워 잠시 말을 잊었다가 엉결겹에 눈짓으로 부엌을 가리켰다.
그러고선 금방 아차 싶었다. 미애가 지 엄마의 이상한 행색이라도 보면 기겁할 일
난 혜자아줌마가 부엌문을 열고 가죽잠바에 흰 팬티를 입고 물그릇을 들고 나오면 어쩌나 하고 가슴 조렸다. 다행이 혜자아줌마는 바깥의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부엌에서 잠잠하다.
‘ 엄마, 부엌에 있어? 뭐해?’
부엌문이 안으로 잠겨있는 게 의아했던 미애가 안에다 소리를 지르며 나를 바라본다.
‘ 으응, 엄마 여기 있어 잠깐만, ’
‘ 뭐하는데? ’
‘으응 , 그냥 뭐 좀 해 , 애 호진이 거기 있니? ’
필시 나에게 구원을 요하는 소리다. 그러게 그 짓을 하는데 문단속도 안하고 할게 뭐람
난 속으로 고소해하면서도 빨리 미애를 제 방으로 집어넣고 혜자아줌마를 끄집어내야 했다.
미애의 반코트 밑에 청색 교복치마가 유행을 따른 듯 유난히 짧다. 검정스타킹을 신었는데 무릎위로 보이는 넓적다리가 지엄마보다 두 배는 굵어 보인다.
지난 번 내게 보지를 빨리고서 그새 키가 한 뼘이나 더 커진 듯싶게 처녀스러워졌다.
저 탄탄한 넓적다리를 그대로 벗겨서 내 좆몽둥이로 찰싹찰싹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내가 자기 다리를 유심히 보는 게 쑥스러웠던지 미애는 지엄마가 좀 전에 내게 그랬든 것처럼 팔뚝을 살짝 꼬집으며 웃는다.
‘ 미애 며칠 만에 엄청 큰 거 같네 이제 대학생이래도 믿겠는 걸’
내가 능청을 떨자 이번엔 손가락으로 내입을 막는 시늉을 하며 눈을 찡긋거린다.
마치 어그그 짐승 하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내가 미애의 넓적다리를 슬쩍 만져주자 흠칫 놀라는 척 하는데도 표정은 여전히 싫지 않아 보인다. 좆이 또 군침을 흘린다.
‘ 미애야 스타킹 뒤로 올이 터졌네’
마침 눈곱만한 티를 발견한 내가 스타킹 뒤쪽을 가리키자 미애는 어머어머 호들갑을 떨며 제 방으로 들어간다. 흐흐흐 원 그렇게 부산 떨 일도 아닌데,
미애가 방으로 들어가자 난 얼른 부엌문을 두들겨 신호를 보냈다.
혜자아줌마가 문을 열고 빼꼼히 밖을 살피더니 후다닥 뛰어나온다.
가죽점퍼에 흰 팬티 그 파격적인 패션으로 뛰어나오던 헤자아줌마는 그만 부엌문턱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쿵하며 무릎이 세게 부딪혀 꽤나 아플 텐데도 신음도 못 지르고 눈만 찡그리며 무릎을 껴안고 부벼대다가 그것도 잠시 다시 몸을 일으켜 자기 방문으로 들어 갈 때에 미애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막 방으로 들어가는 혜자아줌마와 막간이 교차되는 순간 미애가 지 엄마의 뒷모습을 흘낏 보았는지 아니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날 바라보며 무언가 물어보는 표정을 짓는다.
난 짐짓 시치미를 떼고 아무 것도 아닌 양 무표정으로 답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나? 젊은 자지 따먹는 아줌마도 그만큼의 노력봉사는 해야 한다.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그리 크지 않은 방에 영정 셋을 모셔놓고 있다. 초상집 셋이 한 방에서 치루는 것이다.
박기사의 영정은 출입구 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향불을 올리고 배운 데로 삼배를 마쳤는데 맞이하는 상주가 없다. 박기사의 문상객은 덜렁 한 상 받아 놓은 노인 둘이 전부다.
노인 하나가 내 모습을 보곤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뒤 소복을 입은 여자가 따라온다.
전에 봤던 박기사 색시다.
‘ 오셨어요 ,’
‘ 네 어머니가 음식 좀 갖다주라해서 ......’
‘ 네 ... 고마워요 ,,, 올 사람도 별로 없는데... ’
‘ 근데 우리 아버진 어디 계세요? 안 오셨어요? ’
‘ 아, 사장님은 아까까지 계시다가 다른 기사 분들 대접하고 같이 나가셨어요 내일 아침 일찍 발인 때 오신다구,,, ’
‘ 아, 네 근데 음식은 뭘로 대접했어요? ’
‘ ... 사장님이 요 앞에 식당에서 조금 주문해 주셨어요, 손님도 별로 없어 아직 많이 남았어요,’
소복을 입은 박기사 색시의 창백한 안면에 입술 위 작은 점 하나만 살아있다.
눈두덩은 부어있었지만 그것이 슬픈 호곡의 자국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신비스러운 차가움이 있다. 그것은 냉정함이나 몰인정과는 다른 아주 깊고 조용한 우물 속의 물심 같은 거였다.
난 딱히 뭘 해야 좋을지 몰라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박기사 색시가 상을 차려온다
내가 가지고 온 음식과 국 한 그릇을 떠 얹고 소주도 한 병 곁들여져 있다.
아직 고삐리 신분으로 떡하니 술을 받아보니 내심 스스로 대견스러워 괜히 헛기침을 한 번 쐇다.
‘ 손님들이 너무 없죠? 그이나 나나 일가가 없어요. ’
‘ 아, 네 .... 그런데 애기는 ?’
‘ 옆집에 잠시 맡겼어요, ’
박기사 색시는 상 앞에서 한 발짝 떨어져 앉는다. 숟가락을 들다 괜히 멋쩍어져 옆칸의 초상집 풍경을 바라 볼라니까 박기사 색시가 무릎걸음으로 옮겨 오더니 술병을 들고 잔을 채워준다.
난 황망스럽게 잔을 받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건지 생전 초상집에 온 것도 처음이지만 이 분위기에서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 지도 당최 떠오르지 않는다.
말없이 소주 한잔을 들이켜고 국 한 수저 입에 넣고 또 옆칸을 살핀다.
내 눈길을 따라 같이 옆집 초상치레를 보던 박기사 색시가 내 얼굴을 응시하지도 않고 한 마디 던진다.
‘ 화장할 거에요, 납골도 안하고 송도 앞 바다에 뿌릴 거예요.’
‘ ... .. ?’
‘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내가 죽으면 그렇게 해달라고 그랬었거든요.’
난 다시 소주 한잔을 따라 마셨다. 잠시 소설 속의 화자가 된 기분이었다. 뭔가 디지게 사연 많은 인과관계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종종 동경하던 치기의 시절이었지만 그 자리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왕자지의 박기사와는 전혀 언밸런스의 저 여자, 어릴 적 꿈처럼 병색 짙은 연상의 아내 모습을 하고 있는 저 여자. 난 괜히 심각해져서 연신 소주잔을 따랐다.
그 모양을 말없이 바라보던 박기사 색시가 잔을 입에 터느라 고개를 꺾던 내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입매에 잠깐 주름을 접는다. 쓴웃음이랄까 아니 그것보다는 훨씬 더 내연을 담은 그런 울음이었다.
그 밤 술이 취해 바닥에 쓰러져 잠이든 난 갈증이 나 새벽에 깼다.
그새 내게 누가 담요를 덮어 주었다. 난 어지럽기도 하고 눈이 침침하기도 해서 잠깐 앉아 정신을 추스르는데 박기사 색시가 물 컵을 들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