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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외도 그리고 나 - 12부

관리자 0 5399


제주도에서 돌아온지 1주일이 어느덧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로 갔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어느것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매일 느끼면서도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책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집중을 하지 않고 있기도 했다. 나는 책을 덮고 복도로 나왔다.



입구로 내려와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빼서 마셨다. 그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응, 나 김효중이다."



"네, 선배 웬일이세요?"



"야 임마 선배가 후배한테 전화도 못하냐?"



"그건 아니지만 갑자기 전화를 해서요. 무슨일이세요?"



"지금 어디냐? 나좀 만나자"



"지금 도서관이예요. 선배는 어딘데요?"



"지금 학교앞에 겨울나그네에 있다. 이리와라"



"그래요, 조금후에 봐요"



그리고 나는 겨울나그네로 갔다. 학교앞에 있는 주점이었다. 부추전과 막걸리가 유명한 집이었다.



그곳에 갔을때 나는 효중선배를 찾기위해 한참을 두리번 거려야했다. 잠시후에 창가에 앉아있는 한 사내를 발견할수 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려다, 그 사내를 다시 쳐다보았다. 효중선배였다. 그런데 달라져 있었다. 긴 머리는 짧은 스포츠 머리가 되어 있었고.



옷은 단정한 옷으로 , 얼굴은 하얗다 못해 뽀얗게 보일정도로 단정한 모습이었다.



"왔으면 앉지 뭘 그렇게 보냐?"



"선배 맞아요? 하하 많이 변하신거 같아요"



"나도 이제 조금 단정하게 살아볼려구 그런다, 왜 안 어울리냐?"



"아니요. 너무 멋있는데요. 하하"



"생각보다는 편안한 얼굴이라서 다행이다. 자 한잔 받아라"



한동안 우리는 아무말없이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에게 할말이 없다. 나 희정이 안본다고 말하고 오는 길이다."



"선배, 그러지 마세요. 희정이도 힘들거예요."



"하하, 이거 뭐가 바뀐거 아니냐? 내가 너를 위로하고 여자가 세상에 희정이 뿐이냐? 이런 말을 해야하는것 같은데 이건 너가 나를 위로하고 있는꼴이구나"



"너는 아무렇지도 않냐? 여자가 너를 배신하고 갔는데 억울하고 힘들지 않냐구?"



나는 술잔을 들고 한잔을 쭉 마셨다. 내가 잔을 내려놓자 선배는 내 잔에 다시 동동주를 딸았다.



"선배, 나도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것이 희정이의 사랑이었어요. 거기까지가 희정이와 내 사랑이었던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거예요. 나는 그것이 희정이의 사랑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을뿐이예요."



"성인군자 같은 말을 하는구나. 임마 솔직해져봐. 기분 나쁜거는 사실이잖아"



"그래요, 기분이야 좋을수가 없겠죠. 하지만 내가 화를 내고 희정이에게 욕하고 그러면 다시 돌려지나요? 그렇다면 백번이라도 아니 천번이라도



그렇게 할께요. 바뀌는것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고 나면 또 나 혼자 힘들어요. 그러기 싫어요"



"조금전에 희정이랑 엄마 만나고 오면서 내가 너에게 괜히 희정이를 소개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선배가 아니였어도 우리는 만났을거예요. 그것이 희정이와 내 인연이었으니까요. 너무 신경쓰지마세요. 저는 희정이가 행복하길 빌어요."



"선배도 하나뿐인 동생이니까 행복하길 빌어주세요"



"역시 바뀐거 맞다. 임마, 내가 너 위로해줄려구 나오라고 한거야. 그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한잔 빨자 자 마셔라"



그후로 우리는 술을 마셨다. 쓸데없는 농담을 하면서 술을 마셨다.



"효중선배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너도 조심히 들어가라, 그리고 희정이 결혼날짜 잡힌거 같더라, 말하지 않을려다가 말하는것이 좋을것 같아서....."



그리고 효중선배는 돌아서서 갔다. 술에 취한건지 기분에 취한건지 알수는 없었지만 약간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배가 고파왔다. 하지만 밥생각은 없었다. 아무생각없이 걸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저예요, 수혁씨"



선영이였다.



"네. 웬일이세요?"



"지금 어디세요?"



"여기요? 글쎄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딘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낯선느낌을 받았다. 학교주위라는것만 알수 있었다.



"그런 대답이 어딨어요"



"무작정 걸었더니 어디로 왔는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무슨일이세요?"



"저 만나주실래요?"



"지금요?"



"네, 지금"



"선영씨가 밥을 사준다면 기꺼이 만날 의향이 있긴 합니다만"



"호호 아직 식사도 못하셨어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밥사줄께요"



"어딘데요?"



"우리학교 앞이예요"



"알았읍니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학교 정문으로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전화를 끊고 택시를 탔다. 그리고 그녀의 학교앞으로 갔다. 선영이는 정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영씨"



"술드셨어요?"



"네, 선배랑 한잔했어요, 가요 배가 너무 고프거든요 하하"



선영이는 내 팔짱을 끼더니 걸었다. 나는 선영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내버려두고 그냥 따라서 걸었다. 잠시후에 우리는 고기집으로 들어갔다.



삼겹살을 시키고 소주를 주문했다. 밑반찬과 소주가 나왔다. 나는 소주를 잔에 따라서 한잔을 마셨다. 썼다. 하지만 그 맛이 좋았다.



"그런데 무슨일로 저를 보자고 그런거예요?"



"그냥 보고 싶어서요. 그러면 안돼요?"



"그런것은 아니지만 그럼 제가 오해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무슨 오해요?"



"선영씨가 나를 좋아해서 나를 유혹하는거라고 하하하"



"제가 수혁씨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는 선영이를 쳐다보았다. 선영이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먼저 시선을 거둔것은 나였다.



"후후, 술이나 한잔 하시죠"



나는 술잔을 들어 선영이에게 건배를 권했다. 선영이는 잔을 들어서 내잔에 부딫쳐왔다. 그리고 우리는 술을 마셨다.



"정말로 나를 좋아합니까?"



선영이는 아무말도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심각한 표정이라는것이 맞았다.



"나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이 없읍니다. 아니 사랑을 하지만 누구의 사랑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어렵네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방금 한 말이 내 진심이예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겠지만 사랑을 받고 싶지 않아요"



선영이는 아무말도 없이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잔을 놓았을때는 이미 술은 없었다. 나는 술병을 들고 선영이 잔에 술을



따랐다. 약간 부족했다. 소주를 한병더 시키면서 술병을 상밑으로 내렸다.



"희정이 오늘 결혼 날짜 잡혔데요"



아무말도 없이 나는 술잔을 들고 술을 마셨다.



"알고 있어요. 오늘 효중선배 만났어요"



"그랬군요. 그래서 술마신거예요?"



"하하 희정이 때문예요? 아니요, 저때문에 마셨어요. 마시고 싶어서 누구때문에 마신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원해서 마셨어요."



"그렇군요,"



우리는 다시 아무말 없이 술을 마셨다. 술이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수혁씨 여자로 어렵겠지요?"



"선영씨 그냥 좋은 친구로 지냅시다. 그것이 좋아요"



"그래요. 친구해요. 그러면 말부터 고쳐야 되는거 아닌가?"



"그러지뭐, 반갑다. 친구야"



나는 약간 혀꼬부라진 소리고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했다. 선영이도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과장되게 흔들었다.



그리고 서로 마주보면서 웃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웃음이 나와서 웃었을 뿐이었다.



많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어느순간 정신을 잃었다. 일어나자 어두운 방안이었다. 내 품에서 누군가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팬티만 걸치고



있었다. 내품에 안겨 잠이든 여자또한 거의 알몸이었다. 나는 이 여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자와 잠을 잔다는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게 맞을것이다. 어느 모텔방쯤으로 보였다. 한쪽에 냉장고가 보이고



조그만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내 옷과 여자의 옷이 마구 엉켜서 딩굴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냉장고로 다가가서 물을 꺼내서



마셨다. 그리고 어제 선영이와 만나고 나서 헤어진기억이 나지 않았다. 만나서 친구를 하자고 했던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그후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선영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선영이일 가능성이 제일컸다.



나는 다시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울려고 하자 그여자가 몸을 뒤척였다. 그런데 선영이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은정이 누나였다.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은정이 누나가 내 옆에 누워있을까 이것은 꿈이다.



나는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픔이 느껴졌다. 꿈에서도 아픔이 느껴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일어났니?"



"어떻게 된거예요?"



"어제 기억 않나니?"



"네, 제 친구랑 함께 있었는데 일어나보니까 여기네요"



"어제 밤에 내가 전화했었어. 그런데 어떤 여자가 받더라구, 너가 술이 취해서 쓰러져 있다구 그래서 내가 데리러갔어"



"그리고 이리들어왔어"



"우리 무슨일 없었지요?"



내가 그렇게 묻자 은정이 누나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무일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물었던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은정이 누나에게



상처를 주는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거의 알몸인 상태로 아무일도 없었냐고 묻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것이었다.



둘이 알몸으로 누워 있는것만으로도 일이 아니겠는가.



"응, 아무일도 없었어."



나는 그런데 우리가 왜 알몸으로 누워 있냐구 물어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은하 생각하니?"



"네? 무슨말이예요?"



"어제 여기들어오면서 나를 보고 은하이름을 부러더라,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 놓고는 잠이 들어버렸어"



나는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은하이름을 불렀다는 말에 놀라고 있었다. 내가 아직도 은하를 기억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그냥 가지 왜 함께 잤어요?"



"너랑 자고 싶었어. 안된다는거 알지만 너랑 이렇게 함께 있고 싶었어"



아무런 억양없는 목소리로 은정이 누나가 내뱉듯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은정이 누나가 무슨말을 하는것인지 순간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무슨말이예요?"



"나 너 좋아해, 동생으로서가 아니라 남자로 좋아하고 있어. 오래됐어, 너가 고등학교때부터일거야."



"하지만 은하 때문에 너에게 다가가지 못했어. 은하가 죽고 나서는 은하에게 미안해서 다가서지 못하고. 나도 이러는 내가 싫어



하지만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어,"



"누나"



"아무말도 하지마, 나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미칠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너에게는 미안하다"



"너가 얼마나 힘들어 할지 알면서,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나는 아무말도 없이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말도 지금 해서는 안될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다. 왜 이순간 엄마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엄마가 무지 보고 싶었다. 엄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다. 엄마는 그런 존재였다. 자식에게 언제나 따뜻한 품을 주는 존재.



그런데 이제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자 슬픔이 밀려왔다. 내 스스로 그렇게 엄마를 버렸지만 지금 그것에 대해 슬퍼하고 있었다.



나에게서 엄마를 빼앗아간 그 남자가 미웠다.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어제 선영이도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또 은영이 누나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은영이 누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것일것이다.



나는 두려워 하고 있는것인지도 몰랐다. 아니 두려워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는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랑하고 난후에 찾아올



이별에 대해서 더 두려워 하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나는 은정이 누나를 돌아보았다. 은정이누나는 눈을 감고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나는 가만히 은정이 누나 손을 잡아주었다.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서 힘들어 하는 은정이 누나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내 손길을 느낀 은정이 누나는 그때까지 참고 있었는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은정이 누나를 끌어안아주었다. 내 가슴이 축축해졌다.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은정이 누나가 한마리 길잃은 작은 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그 새의 집이 되어주는것이 두려웠다.



한동안 내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은정이 누나가 고개를 들었다.



"수혁아, 나 안아줘. 너를 잡지 않을께. 이번 한번이라도 좋아, 지금 이순간만이라도 너의 여자가 되고 싶어. 아니 너의 여자이고 싶어"



"누나"



"아무말도 하지 말구,그냥 안아주면 안되겠니?"



"누나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안되겠어"



"아니야. 이런 내가 이상한거지 잊어버려 미안해 힘들게 해서"



나는 다시 누나를 내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누나, 나는 두려워 또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떠난후에 찾아올 고통이 두려워, 다시는 그런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



누나는 고개를 들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려주었다.



"나는 나는 너를 절대 떠나지 않을거야, 너가 나를 떠나지 않는이상 절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너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더라도"



"너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너 옆에 언제나 있을거야, 아니 떠날수가 없어. 너를 잊을려고 수없이 노력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 가슴이 더 아팠어"



"그리고 너의 모습이 더욱 가슴에 새겨져서 그렇게 못했어"



"누나. 나에게 시간을 줘. 언제까지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안돼. 하지만 노력해볼께 그러니까 시간을 줘"



"그래, 알았어. 고마워 흑흑흑"



한동안 그렇게 우리는 서로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은정이 누나는 회사로 갔다. 나는 학교로 갔다. 하지만 학교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친구에게



대출을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서 나는 옷을 벗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세요?"



"잤니?"



"네"



"엄마가 용서가 안되지? 너를 힘들게 하는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엄마를 용서하고 안하고 하겠어요. 그냥 내 스스로 힘들뿐이예요."



"요즘 희정이 집에 안오는데 엄마때문에 안데려오는거니?"



"아니요, 헤어졌어요"



"왜?"



"그냥 그렇게 됐어요."



엄마는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보는 엄마가 싫었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문득 새벽에 엄마의 품을 그리워 했던것을



떠올렸다. 지금도 나는 엄마의 품에 안겨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밥차려놓을테니까 내려와"



"아니요, 별로 생각이 없어요,"



"그러지마, 내가 용서가 안되겠지만 밥은 먹어"



"술을 많이 마셨더니 별로 생각이 없을 뿐이예요."



엄마는 한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조금후에 꿀물을 타가지고 들어오셨다.



"이거 마셔, 속쓰리지겠다."



나는 엄마가 내미는 잔을 받아서 침대옆 테이블위에 놓았다. 엄마는 나를 쳐다보더니 방에서 나갔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잠이 깨었을때는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아들 자냐?"



"아빠 언제오셨어요?"



아빠가 언제 들어오셨는지 내 방으로 올라오셨다.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조금전에 어제 어디서 잤냐?"



"죄송해요. 친구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바람에"



"속은 괜찮은거냐?"



"네, 이제 괜찮아졌어요"



"내려가서 밥먹자"



"네"



그리고 내려가서 밥을 먹었다.



"여보 술상좀 차려줘 오랜만에 아들이랑 술한잔 하게"



"어제 수혁이 술많이 마셨다는데 무슨 술이예요."



"젊은데 뭐 괜찮아 아들 괜찮지?"



"네, 괜찮아요"



잠시후에 엄마가 술상을 차려서 거실로 가져왔다. 아빠와 나는 술상앞에 앉았다.



"당신도 이리와서 앉아"



"괜찮아요"



"어허 서방님이 말하는데 어서 이리와 앉아"



"아들 요즘 학교생활은 어떠냐?"



"재미있어요."



"그래, 다행이다. 그런데 왜 요즘 희정이 집에 안오냐? 싸웠냐?"



"헤어졌어요."



아빠는 헤어졌는다 내 말에 조금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그랬구나, 우리아들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 지금은 괜찮은거냐?"



"네, 괜찮아요"



"그래, 또 다른 인연이 있을거다. 너가 희정이를 후회없이 사랑했으면 된것이다."



"네, 조금더 잘해주지 못한것이 가슴 아프지만 앞으로 행복해지겠죠, 더욱 사랑받으면서"



"허허허 우리 아들 말하는거 보니까 이제 어른이 다 됐는걸 허허허 자 한잔 받아라"



아빠는 술을 마시고 아빠잔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아빠가 주시는 술을 받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아빠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아빠는 술을 꽤 많이 마시고 계셨다. 웬지 오늘따라 아빠가 힘들어보였다.



"아빠 무슨일 있으세요? 힘들어 보이시네요"



"그래? 아무일도 없다. 아빠는 항상 행복하다.사랑하는 니 엄마와 너가 있는데 무슨 힘든일이 있겠는냐 허허허"



웃는 아빠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공허한 모습이었다. 엄마는 그때까지도 아무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나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아빠의 저 쓸쓸함을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아니라고 결정내리고 있었다. 만약 엄마가 저런 아빠의 모습을 알고 있다면 그런 행동을 할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요즘도 만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 이제 술 그만 하세요"



"그래, 아빠는 이만 자야겠다. 너도 오늘은 일찍 자라"



"네,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는 손을 들어보이시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엄마는 상을 치웠다.



무슨말인가 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냥 방으로 올라와 버렸다. 그리고 은정이누나를 생각했다. 복잡했다.



은정이 누나는 은하의 언니였다, 첫번째로 그것이 힘들었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힘들지 않을것 같았다. 두번째로 나를 머뭇거리게



만드는것은 또 다시 사랑을 하고 헤어진후에 찾아올 고통이었다. 다시는 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나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 점심때쯤 전화가 왔다. 혜란이였다.



"수혁씨 어디야?"



"응, 집인데 어디야?"



"강남역이야, 지금 나올래?"



"지금? 혼자있어?"



"아니 진희랑 같이 있어. 오늘 진희가 쏜데"



"그래? 그럼 나가야지 하하하 어딘데?"



"노블레스 알아?"



"노블레스? 잘모르겠는데"



"뉴욕제과 뒤에보면 있어 그리 와"



"그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께"



그리고 나는 샤워를 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오랜만이군요, 진희씨"



"네, 오랜만이예요"



"어쩜, 나보고는 인사도 안하고 진희한테 먼저 인사를 하네 나삐짐"



"하하하 오늘 물주가 진희씨라며 그러니까 당연히 진희씨랑 먼저 인사해야지 하하하"



"그런가? 호호호 잘지냈어?"



"나야 뭐 학생인데 그저 그렇지 뭐 혜란씨는 잘 지냈어?"



"응, 수혁씨 보고싶은거 말고는 대충 잘 지낸편이야 호호호"



문득 은정이 누나가 생각이 났다. 이 여자들하고 비교가 됐다. 그러면서 이 여자들과 은정이누나를 비교하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스웠다.



한참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혜란이가 일때문에 가봐야 된다고 하고는 먼저 일어나버렸다.



"그럼 나도 가야지"



"그러지말구 진희랑 놀다가 들어가,"



"그래요, 저랑 놀아요. 저 드라이브좀 시켜주세요"



"그럴까요? 어디가고 싶은데요"



"아무곳이나 상관없어요"



"나 먼저 일어날께 재밌게 놀다 들어가"



그리고 혜란이는 그곳을 나갔다.



"그럼 우리도 나갈까요?"



"그래요"



그리고 우리는 차로 갔다. 그리고 과천쪽으로 해서 인천으로 갔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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