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감정 - 1부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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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3 14:16
-부아아앙-
눈 앞이 아찔 하도록 펼쳐져 있는 녹림의 장관에 눈을 빼앗겨 버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답답하기만 하던
서울의 마천루를 인상시키는 읹조 건물들. 그것은 인간의 오만이랄까. 이미 거칠 것 없는 야생마 경주 같다.
그에 비하면 차자리 저 나무들은 자기 분수를 알고 고개를 숙이는 것 같은걸.
그런 생각에 빠지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내가 지금 탄 기차는 도회지는 없는지라 구형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24살이란 나이에 요양으로 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근 20녀 만이
랄까. 조금은 설렌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의 사업으로 내가 5살 되던 해에 이사를 하고 나서 나는 쭉 서울
에서 자랐다. 나도 서울 토박이인 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그만큼 시간에 쫓기며 살았던 거구나.
"저어. 여기가 B-12번 인가요?"
"....네?"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나는 고개를 돌렸다. 분홍색 원피스에 챙이 넓은 노란 모자를 쓴 여자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창백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보호 본능을 일으킬만한 스타일 같았다.
"으음. 제 표가 B-11인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와아. 드디어 찾았네요. 여기 찾느라 30분 동안 헤맸거든요."
머가 자랑인지 싱긋 웃으며 그런 얘길 하는 걸까. 그나저나 어지간한 길치인가보군. 이 좁은 열차에서 30분이나
헤매다니. 여자는 자신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가방을 의자 옆에 밀어 놓고는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뭐, 나도 딱히 할 일이 없기에 아까의 연속이었다.
".........에요."
"네?"
"제 이름은 이은지에요."
아. 통성명인가?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대놓고 대쉬하는 것은...그만큼 적극적이란거야? 아니면 순수한거야?
"전 하지우라고 합니다."
"네. 지우씨군요."
확실히 웃는 모습은 귀여워 보였다. 어딘지 맹해 보이기는 했지만, 요즘 시대에 찾기 힘든 청순 가련...인가?
"전 다음 역인 울진에서 내려요. 그 곳에 제 언니가 있는데, 자꾸 내려 오라 해서요. 그래서 시간도 날 겸 가는
거에요."
난 대충 흘려 들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지만 나의 말을 기다리며 시선을 고정 시키는 그녀의 태도에
질려 버렸다. 이 여자. 의외로 집요하구만.
"저도 다음 역에서 내립니다. 요양차 내려가는 거죠."
"어머. 저하고 같이 내리시네요. 그런데...요양이시라면 어디 아프신 거에요?"
끄으. 끈질기구만. 상대가 이렇게 말을 뚝뚝 끊으면, 어지간히 눈치 채달라구.
"후천성 애정 결핍증이라고 하더군요."
"후천...결핍증이요?"
그렇다. 3일 전 내 전문의가 나에게 내린 병명이 후천성 애정 결핍증. 보통 사람보다 감정이 메말라가다가 사람을
의심하고, 결국에는 세상과도 단절 하고마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란다. 이게 다 답답했던 도시 생활에 얽매인 탓이
겠지.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나의 손을 잡더니 눈물을 그렁그렁 거리는 게 아닌가. 머..머냐 이 여자.
"저희 언니가 의사거든요. 우리 꼭 같이 가기로 해요."
수군수군....
묘한 상황에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다. 언제 당신과 나 사이에 우리가 끼는 거지...궁금하군.
"그건 그렇고 이 손이나 놔주시죠."
"어머, 죄송해요."
그제서야 얼른 손을 빼며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 타이밍 좋게도 열차는 다음 역인 울진에 닿아 멈춰서고 있었다.
물리력에 몸을 싫어버린 이 여자는 그 자세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고고...."
근데...이 자세가....영. 내 두 다리 사이로 고개를 묻어버린 것이다.
수군수군.
알아..안다구. 지금 니들이 무슨 생각 하는지.
"아고, 입 아파라."
"으윽. 그딴 건 일어나고서 말 하란 말야."
"네~"
아아. 머리 아프다. 내가 왜 이 처음 보는 여자하고 이런 대화를 나눠야 하는거지. 얼른 짐을 챙기고 열차에서 내리
니, 날 반겨주는 것은 여름을 알리는 매미소리와 그리 반갑지 않은 더위. 생각 보다는 허름한 역이었다.
은지라는 여자는 가방을 낑낑 거리며 겨우 내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아마도 언니란 사람을 찾는 거
겠지. 나도 얼른 내 갈길이나 가련다.
순간, 나는 내 귀에 잡힌 것은 거친 기예음이 날 향해 온다는 것이었다. 급히 고개를 돌리니 오토바이가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 오는 모습. 근데 저거 스쿠터 잖아. 스쿠터가 어떻게 저런 속도로....라는 생각도 잠시 왼쪽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야속하게도 오토바이 역시 왼쪽으로 꺽어 버렸고....
-콰아앙-
문득, 눈 앞이 어두워 지는가 싶더니 파란 하늘이 잠시 가까워 졌다 멀어지는 진풍경이 나타났다. 나 지금 날고 있
는 거야?
"언니~"
"여어. 은지야. 잘 있었니? 근데 얼굴이 이게 뭐야. 내가 준 약은 매일 먹고 있어?"
"응!"
크으...뭐 저런 여편네들이 다 있어. 지금 사람이 치였다구. 난 지금 차갑게 식어...응?
머리가 조금 아픈 것 말고는 별다른 부상이 없잖아. 내가 괜히 오버한건가....
"근데 아까 내가 뭔가하고 부딪힌 것 같았는데...뭐였지?"
"아..언니 사람 치었어. 저~기."
아..고맙기도 하셔라. 이제서야 내 존재를 알아채시는구만.
"응? 뭐야 사람이잖아. 난 또 공중전화 박스인 줄 알았지. 요새 몇개 부셨더니 적자였거든."
그럼...내가 공중 전화보다 못하다는 건가. 자매끼리 쌍으로 놀아라, 그래.
그제서야 그 언니라는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은지라는 여자와는 반대로 활기찬 느낌이랄까. 어깨를 타고 내려오
는 긴머리에 포니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아냐. 저건 겉모습이야. 사람을 치여 놓고도 뻔뻔한 것....
"으음. 처음인 걸. 내 오토바이와 정면 충돌 해서 이렇게 멀쩡하다니."
"그렇다는 건 나 말고 또 있다는 거야?"
"네. 저희 마을 사람이면 다 언니 오토바이에 한번 씩은 치이셨거든요. 이장님은 4번으로 신기록 보유중이세요."
"........."
근데 저 스쿠터가 어떻게 상식 밖의 속도가 나는 거지. 일반 승용차와 맞먹었다구. 내 눈이 오토바이에 고정되자
언니라느 사람이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
"저거? 잘 아는 사람에게 개조를 했거든. 평속 80Km정도는 나와. 최고 속도가 150..이었나?"
가...가능한가. 그게...내가 살아난 것은 기적이었군.
"언니, 아직도 눈 감고 운전해?"
"아아. 아직 저 녀석에게 길이 안들여져서 말야. 뭐..상관 없지."
하느님 주 아버지를 믿습니다....눈 감고 운전했단 말야? 잘도 몰아다니는 구만.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앗..지, 지우씨?"
저 여자들하고 있으면 목숨 하나가지고는 절대 못 버틸거다. 일회용이 아니라구. 내 인생은.
서둘러 택시를 잡고 진응리를 향하고 나서야 겨우 한숨 돌렸다. 이틀전에 화사를 사직하고 바로 방을 잡으려니
방이 하나밖에 없다며 복덕방 아저씨가 뭐라고 하는 것은 같았는데, 전화 연결 상태가 안 좋았는지 지직 거리다
끊겼었다. 방을 구했으니 별로 상관은 없겠지. 마을로 가는동안 이 곳의 풍경은 말 그대로 시골이었다.
논과 밭. 여자의 가슴마냥 봉긋한 언덕들. 그 흔한 마트도 안보인다. 전기는 들어오는 거겠지...
이윽고 도착하고 나서 오솔길을 좀 걸으니 이윽고 진응리에 도착했다.
"바...다?"
마을 뒤쪽으로는 언덕으로 둘러 쌓여 잘 몰랐지만, 이렇게 와 보니 하얀 뱃사장과 하늘의 거울을 자처하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 특유의 짠 내음이 내 코를 자극 시키는 순간, 내가 이 곳에 온 것이 잘 한 짓이라 느꼈다.
내일은 저 뱃사장이나 거닐어 봐야 겠군. 석양이라도 지면 기분이 풀리려나.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내가 묵을 곳을 찾았지만, 마을 하나밖에 없다는 병원이라더니. 저것은 의원..아니 간판
만 건 평범한 가정집이잖아. 하긴...이런데서 더 뭘 바랄까. 조용하기만 하면 됐지 뭐.
"실례 합니다. 오늘부터 신세 지기로 한 하지우라고 합니다만...."
"어머. 지우씨~"
으악....뭐야.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 분명 역에서 헤어졌잖아....꿈을 꾸는 건가. 하지만...분명..은지라는..여자가
병원(아무리 봐도 벽없는 거실이었다)에서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아까 언니에게서 들었어요. 오늘 저희 집에 새들어 오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그게 지우씨였군요."
꽤나 감격한 듯이 눈을 깜빡이며 기뻐하는 게 눈에 보였다. 뭐야. 나 지금 저 마녀들에게 다시 잡힌 거야?
"여어. 왔군. 설마 했는데. 역시 이 동네는 좁아서 말야. 마침 힘 쓸 일이 꽤~있거든. 앞으로 잘 부탁해."
"하....?"
"아..내 소개가 늦었네. 난 이은미라고 해. 이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의사지."
의사가...마을 사람을 치이면서 살인 미수를 한단 말인가..이 동네는. 안된다. 아까도 생명은 소중하다는 부처님,
하느님의 교훈을 뼈저리 느끼지 않았던가. 일단 튀고보자. 그런 다짐 속에 다시 나가려는 찰나에 들리는 한 마디.
"아, 근데 복덕방 아저씨가 말 안하던가? 계약 파기하면 300%환불이야."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후후. 앞으로 잘 해 보자구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 그 한가운데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고 말았다. 나..살아 나갈 수 있을까.
~~~~~~~~~~~~~~~~~~~~~~~~~~~~~~~~~~~~~~~~~~~~~~~~~~~~~~~~~~~~~~~~~~~~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가입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다른 분들 글을 보니 잘 쓰시더군요. 제 글이 못나 보여도 돌 던
지지는 말아주세요. 앞으로 꾸준히 올릴 계획입니다. 아무도 안봐도 어떠냐. 난 나만의 길을 가련다....이지만.
제 글을 보시면서 이건 아니다. 혹은, 이건 맘에 드네...라는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의견을 달아주세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글은 처음부터 라스트 신으로 가는 취향이 아니라서요. 더디고 답답하게 느끼실 거에요.
뭐...저 하나 정도는 이정도면 어떨까 해서 쓰는 것이니 양해를....
눈 앞이 아찔 하도록 펼쳐져 있는 녹림의 장관에 눈을 빼앗겨 버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답답하기만 하던
서울의 마천루를 인상시키는 읹조 건물들. 그것은 인간의 오만이랄까. 이미 거칠 것 없는 야생마 경주 같다.
그에 비하면 차자리 저 나무들은 자기 분수를 알고 고개를 숙이는 것 같은걸.
그런 생각에 빠지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내가 지금 탄 기차는 도회지는 없는지라 구형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24살이란 나이에 요양으로 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근 20녀 만이
랄까. 조금은 설렌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의 사업으로 내가 5살 되던 해에 이사를 하고 나서 나는 쭉 서울
에서 자랐다. 나도 서울 토박이인 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그만큼 시간에 쫓기며 살았던 거구나.
"저어. 여기가 B-12번 인가요?"
"....네?"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나는 고개를 돌렸다. 분홍색 원피스에 챙이 넓은 노란 모자를 쓴 여자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창백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보호 본능을 일으킬만한 스타일 같았다.
"으음. 제 표가 B-11인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와아. 드디어 찾았네요. 여기 찾느라 30분 동안 헤맸거든요."
머가 자랑인지 싱긋 웃으며 그런 얘길 하는 걸까. 그나저나 어지간한 길치인가보군. 이 좁은 열차에서 30분이나
헤매다니. 여자는 자신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가방을 의자 옆에 밀어 놓고는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뭐, 나도 딱히 할 일이 없기에 아까의 연속이었다.
".........에요."
"네?"
"제 이름은 이은지에요."
아. 통성명인가?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대놓고 대쉬하는 것은...그만큼 적극적이란거야? 아니면 순수한거야?
"전 하지우라고 합니다."
"네. 지우씨군요."
확실히 웃는 모습은 귀여워 보였다. 어딘지 맹해 보이기는 했지만, 요즘 시대에 찾기 힘든 청순 가련...인가?
"전 다음 역인 울진에서 내려요. 그 곳에 제 언니가 있는데, 자꾸 내려 오라 해서요. 그래서 시간도 날 겸 가는
거에요."
난 대충 흘려 들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지만 나의 말을 기다리며 시선을 고정 시키는 그녀의 태도에
질려 버렸다. 이 여자. 의외로 집요하구만.
"저도 다음 역에서 내립니다. 요양차 내려가는 거죠."
"어머. 저하고 같이 내리시네요. 그런데...요양이시라면 어디 아프신 거에요?"
끄으. 끈질기구만. 상대가 이렇게 말을 뚝뚝 끊으면, 어지간히 눈치 채달라구.
"후천성 애정 결핍증이라고 하더군요."
"후천...결핍증이요?"
그렇다. 3일 전 내 전문의가 나에게 내린 병명이 후천성 애정 결핍증. 보통 사람보다 감정이 메말라가다가 사람을
의심하고, 결국에는 세상과도 단절 하고마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란다. 이게 다 답답했던 도시 생활에 얽매인 탓이
겠지.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나의 손을 잡더니 눈물을 그렁그렁 거리는 게 아닌가. 머..머냐 이 여자.
"저희 언니가 의사거든요. 우리 꼭 같이 가기로 해요."
수군수군....
묘한 상황에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다. 언제 당신과 나 사이에 우리가 끼는 거지...궁금하군.
"그건 그렇고 이 손이나 놔주시죠."
"어머, 죄송해요."
그제서야 얼른 손을 빼며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 타이밍 좋게도 열차는 다음 역인 울진에 닿아 멈춰서고 있었다.
물리력에 몸을 싫어버린 이 여자는 그 자세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고고...."
근데...이 자세가....영. 내 두 다리 사이로 고개를 묻어버린 것이다.
수군수군.
알아..안다구. 지금 니들이 무슨 생각 하는지.
"아고, 입 아파라."
"으윽. 그딴 건 일어나고서 말 하란 말야."
"네~"
아아. 머리 아프다. 내가 왜 이 처음 보는 여자하고 이런 대화를 나눠야 하는거지. 얼른 짐을 챙기고 열차에서 내리
니, 날 반겨주는 것은 여름을 알리는 매미소리와 그리 반갑지 않은 더위. 생각 보다는 허름한 역이었다.
은지라는 여자는 가방을 낑낑 거리며 겨우 내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아마도 언니란 사람을 찾는 거
겠지. 나도 얼른 내 갈길이나 가련다.
순간, 나는 내 귀에 잡힌 것은 거친 기예음이 날 향해 온다는 것이었다. 급히 고개를 돌리니 오토바이가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 오는 모습. 근데 저거 스쿠터 잖아. 스쿠터가 어떻게 저런 속도로....라는 생각도 잠시 왼쪽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야속하게도 오토바이 역시 왼쪽으로 꺽어 버렸고....
-콰아앙-
문득, 눈 앞이 어두워 지는가 싶더니 파란 하늘이 잠시 가까워 졌다 멀어지는 진풍경이 나타났다. 나 지금 날고 있
는 거야?
"언니~"
"여어. 은지야. 잘 있었니? 근데 얼굴이 이게 뭐야. 내가 준 약은 매일 먹고 있어?"
"응!"
크으...뭐 저런 여편네들이 다 있어. 지금 사람이 치였다구. 난 지금 차갑게 식어...응?
머리가 조금 아픈 것 말고는 별다른 부상이 없잖아. 내가 괜히 오버한건가....
"근데 아까 내가 뭔가하고 부딪힌 것 같았는데...뭐였지?"
"아..언니 사람 치었어. 저~기."
아..고맙기도 하셔라. 이제서야 내 존재를 알아채시는구만.
"응? 뭐야 사람이잖아. 난 또 공중전화 박스인 줄 알았지. 요새 몇개 부셨더니 적자였거든."
그럼...내가 공중 전화보다 못하다는 건가. 자매끼리 쌍으로 놀아라, 그래.
그제서야 그 언니라는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은지라는 여자와는 반대로 활기찬 느낌이랄까. 어깨를 타고 내려오
는 긴머리에 포니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아냐. 저건 겉모습이야. 사람을 치여 놓고도 뻔뻔한 것....
"으음. 처음인 걸. 내 오토바이와 정면 충돌 해서 이렇게 멀쩡하다니."
"그렇다는 건 나 말고 또 있다는 거야?"
"네. 저희 마을 사람이면 다 언니 오토바이에 한번 씩은 치이셨거든요. 이장님은 4번으로 신기록 보유중이세요."
"........."
근데 저 스쿠터가 어떻게 상식 밖의 속도가 나는 거지. 일반 승용차와 맞먹었다구. 내 눈이 오토바이에 고정되자
언니라느 사람이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
"저거? 잘 아는 사람에게 개조를 했거든. 평속 80Km정도는 나와. 최고 속도가 150..이었나?"
가...가능한가. 그게...내가 살아난 것은 기적이었군.
"언니, 아직도 눈 감고 운전해?"
"아아. 아직 저 녀석에게 길이 안들여져서 말야. 뭐..상관 없지."
하느님 주 아버지를 믿습니다....눈 감고 운전했단 말야? 잘도 몰아다니는 구만.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앗..지, 지우씨?"
저 여자들하고 있으면 목숨 하나가지고는 절대 못 버틸거다. 일회용이 아니라구. 내 인생은.
서둘러 택시를 잡고 진응리를 향하고 나서야 겨우 한숨 돌렸다. 이틀전에 화사를 사직하고 바로 방을 잡으려니
방이 하나밖에 없다며 복덕방 아저씨가 뭐라고 하는 것은 같았는데, 전화 연결 상태가 안 좋았는지 지직 거리다
끊겼었다. 방을 구했으니 별로 상관은 없겠지. 마을로 가는동안 이 곳의 풍경은 말 그대로 시골이었다.
논과 밭. 여자의 가슴마냥 봉긋한 언덕들. 그 흔한 마트도 안보인다. 전기는 들어오는 거겠지...
이윽고 도착하고 나서 오솔길을 좀 걸으니 이윽고 진응리에 도착했다.
"바...다?"
마을 뒤쪽으로는 언덕으로 둘러 쌓여 잘 몰랐지만, 이렇게 와 보니 하얀 뱃사장과 하늘의 거울을 자처하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 특유의 짠 내음이 내 코를 자극 시키는 순간, 내가 이 곳에 온 것이 잘 한 짓이라 느꼈다.
내일은 저 뱃사장이나 거닐어 봐야 겠군. 석양이라도 지면 기분이 풀리려나.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내가 묵을 곳을 찾았지만, 마을 하나밖에 없다는 병원이라더니. 저것은 의원..아니 간판
만 건 평범한 가정집이잖아. 하긴...이런데서 더 뭘 바랄까. 조용하기만 하면 됐지 뭐.
"실례 합니다. 오늘부터 신세 지기로 한 하지우라고 합니다만...."
"어머. 지우씨~"
으악....뭐야.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 분명 역에서 헤어졌잖아....꿈을 꾸는 건가. 하지만...분명..은지라는..여자가
병원(아무리 봐도 벽없는 거실이었다)에서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아까 언니에게서 들었어요. 오늘 저희 집에 새들어 오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그게 지우씨였군요."
꽤나 감격한 듯이 눈을 깜빡이며 기뻐하는 게 눈에 보였다. 뭐야. 나 지금 저 마녀들에게 다시 잡힌 거야?
"여어. 왔군. 설마 했는데. 역시 이 동네는 좁아서 말야. 마침 힘 쓸 일이 꽤~있거든. 앞으로 잘 부탁해."
"하....?"
"아..내 소개가 늦었네. 난 이은미라고 해. 이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의사지."
의사가...마을 사람을 치이면서 살인 미수를 한단 말인가..이 동네는. 안된다. 아까도 생명은 소중하다는 부처님,
하느님의 교훈을 뼈저리 느끼지 않았던가. 일단 튀고보자. 그런 다짐 속에 다시 나가려는 찰나에 들리는 한 마디.
"아, 근데 복덕방 아저씨가 말 안하던가? 계약 파기하면 300%환불이야."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후후. 앞으로 잘 해 보자구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 그 한가운데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고 말았다. 나..살아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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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가입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다른 분들 글을 보니 잘 쓰시더군요. 제 글이 못나 보여도 돌 던
지지는 말아주세요. 앞으로 꾸준히 올릴 계획입니다. 아무도 안봐도 어떠냐. 난 나만의 길을 가련다....이지만.
제 글을 보시면서 이건 아니다. 혹은, 이건 맘에 드네...라는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의견을 달아주세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글은 처음부터 라스트 신으로 가는 취향이 아니라서요. 더디고 답답하게 느끼실 거에요.
뭐...저 하나 정도는 이정도면 어떨까 해서 쓰는 것이니 양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