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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간다 - 상편 3장

관리자 0 5477
봄날은간다



그렇게 봄날은 가고있다.

순이에게 봄은 마치 아지랑이 코끝을 간지르는 할미꽃 같은 추억만 가득해서 싫었다.



울산의 번화한 중심가에서,애견샾을 하는 순이는 작년 이른봄,아니 봄이라고하긴

아직이른듯한 어느날,터버덕 샾으로 걸어들어오는 남자를보았다.

후드가 달린 체형보다커다란 옷, 깍지않은 수염, 마치 졸고있는듯한 눈 , 고정되지않

는 눈은 쉬지않고 샾안의 강아지와 다른것들을 훓어보고있다.



미쳐 말을 붙이기도전에 유리상자안의 작은 슈나우져 새끼를 번쩍들어 안더니

후드달린 커다란 옷의 역시 커다란 주머니에 조심스레 어울리지않는 동작으로

집어넣는다. 신기한것은 어린 슈나우져 였다.마치 제집을만난듯 자연스레 들어가

더니 이내 고개를 외로꼬며 코끝으로 킁킁거리며 제 새주인의 냄새를 확인한다.



대략,가격도말하기전에 획하니 카드를 내밀며, 말없이 고개를 돌리는 남자의 눈에

순이는 그만 두다리에서 스르르 힘이 빠져나감을 알았다.



서른 여섯,사랑 이라는 욕망의 전차에타면 가장빨리 인생의 종착역에 도착하고

말것이라는 섵투른 믿음으로 이날까지 가슴을 앙부여잡고 살았다.

아마도 봄이 라서였을것이다.



그렇게 만난 그에게서 문자를받은것은 맥없이 힘이풀렷던 다리를 잊을만한 일주일

정도지난 뒤였다. 그가 남겨놓은 전화번호로,아니 정확히말하면 모든손님들의 전화

번호로 전송되는 광고 문자에 그의 답장이 온것이다.



한참을 어처구니없이 전화기만 들여다보았다. 누굴까 ? 낮익은 번호인데….

한참만에야 그가 바로 슈나우져 를 주머니에 넣어간 장본인임을알았을때 순이는

또다시 작은 경련이 온몸을 두들기듯 훓어내리는 느낌에 훔칠 몸을떨엇다.



당장 저녁을 사지않으면 강아지로 저녁을 대신 해버리겠다는 어이없는 장난이라고

하기에도 웃기지도않는 문자…..대체 이남자가 왜이러지 하는 생각만 이 봄날의

아지랑이 처럼 스물스물 온몸을 낡은 페인트벗겨내리듯 훓어내려간다.



적당히 둘러댈 가치도없는 문자에 답장을 하고있는 자신이 갑자기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술김에 빌려다본 일본 야동의 매맞으면서 감사하다고 행복해하는

여자가 자신인듯한 덜쳐버리고싶은 그런 역겨움이 들면서도 열심히 글귀를맞추는

그녀는 과연 봄때문이었을거야 하고 지금도 스스로 에게 자위한다.



그의 어눌한 말솜씨에 녹았을까,아니면 그저 탁탑한 분위기일까 ?

메마르게 쉰소리로 발악거리는 경상도 남자들사이에 살던 그녀에게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향 충청도의 넉넉한 사투리는 한없이 푸근하고 달콤하게만 들렸다.



한잔두잔 주는대로받아마신 술이 아랫배를싸아하니 흔들무렵 순이는 덜커덕 겁이

나기시작했다. 다부 라는 간판의 이 일식당은 처음 와본 순이를약간은 주눅들게

만들기도했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듯 서빙하는 아가씨들은 그를 아주 정중히

대하고, 역시 순에게도 최대한의 예의로대하였다.



시간이 늦었다.저남자 당연히 다음순서는 어딘가 로 날 유혹하겠지…

아냐 어쩌면 아무말없이 당연하다는듯 날끌고 갈지도몰라 , 어쩌지 이런저런

달콤하면서 새큼하기도한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그 가 아가씨에게 무언가 귓속말을한다. 혹시 ,영화나 소설에서 그런것처럼

미리 호텔방을 예약하라고 시켰을거야 이런상상은 설흔여섯 순이에게는 그다지

싫지만도 않은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좀멎지게 저남자의 손을 뿌리칠수있을까

바짝태운 복어지느러미 를 띄운 따끈한 정종은 마실때의 달콤함으로 얼마나

취하는지를 가늠할수없게 만들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잠시후에 문을노크한 아가씨의 입에서 나온말은 순이를보면서

말씀하신 대리운전기사가왓다는 것이었다.

잠시 어안이벙벙해진 그녀는 무슨 말인지 수습하느라 두어번 입을 껌뻑이며

붕어처럼 숨을 골랐다.



자신의 온갖 스물거리는 상상을 무참하게 깨워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술이 취한 순이를위해 대리운전사 를 부른것이다.



오 …이런 ….





오랜만에 독자분들과 만납니다.

나른하고 달착지근한 봄날들이 되시길 바라면서.

오랫동안 저를 잊지않고 제카페에서 저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이자리에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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