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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 2부 3장

관리자 0 5472
[안개꽃 2부 대안학교] – 3장 –



다음날…

대치(大治) 대안학교는 온통 새로 부임해온 강은수를 화제로 삼아 학교가 씨끌벅적 거렸다.



“우!~ 씨파!...공부하긴 글렀어!”

“난 공부시간에 꼴려서…쉬는 시간에 한 딸치고 왔어! 킥킥..”

“좆~또! 교장 쒜~이이의 속셈이 모~야! 응?...”



“야!~ 담배 하나 줘!”

“씨불넘…빈대쫌 작작 붙어 쒜~꺄!..”



“키키~킥!..너,너..아까..고 선생 치마밑 보려다 들켰~지?”

“아~녀! 연필이 떨어져 줏은 것 뿐이야”



“허!~좆..들 까구 있넹! 치~이익!!”



그때 덩치큰 애들을 거느리고 박대호가 벌어진 앞니 사이로 침을 뱉아내며 무리들앞에 나타났다.

그의 출현에 모두 길을 비켜나며 시선을 피했다.



“때,때…때때…호..혀엉! 저..쌔끼가 ,그그그…랬어!”



대호의 등뒤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은 기철이가 손가락질을 하며 무리중에서 한명을 지목했다.



“야!~ 너! 일루 튀어~왓!”



기철이가 지목한 애를 대호가 아닌 그의 옆에 서 있던 떡대가 벌어진 꼬봉이 불렀다.

지목을 당한 애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왔고, 어느새 대호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그의 명치에 꽂혔다.



“퍽!~..”

“커~헉!......”



급소인 명치를 맞은 애가 입을 쩌억 벌리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휘이~이익!”

“뻑!~”

“큭!....우우..으읍!”



이번엔 대호의 오른발이 허공에서 내리치며 숨이 막혀 끅끅거리는 애의 등을 찍어버리자 입에 게거품을 물고 앞으로 쭈욱 뻗어버렸다.



“여,여여여…기!..”



대호가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두개를 펴보이자 기철이가 어느새 담배를 끼워 준뒤, 라이터불까지 재빠르게 붙여 주었다.



“피~휴우우…똑! 또~옥!...”



대호가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허공에다 도우넛을 만들어 가며 바닥에 논바닥의 개구리처럼 쫘악 뻗은 애를 쏘아봤다.



“야!~ 씹..쌔야! 또, 한번 겁~대가리 없이 간을..배 밖으로 흔들면..그땐 아예, 갈아 마셔 버릴꺼..야!”



대호의 일갈에 주변에 있던 애들까지 시선을 땅바닥으로 내려 깔았다.



“야!~ 가자…카아악 퉤!..”



박대호가 자신에게 얻어맞아 땅바닥을 엉금어금기는 애의 등을 밟으며 자리를 떠났고 그의 뒤를 꼬봉들이 우르르 따랐다.



“야,야..괜찮어?..응?”



대호가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 모습을 감추자 그때까지 숨조차 쉬지 않고 둘러 서 있던 애들이 바닥의 애를 부축했다.



“씨…..파…쒜끼!..내 언젠가..는 저 쒜끼 눈깔을 확…뽑아 버릴 꺼야…”

“그러게..누가 교무실 명숙이를 찝쩍 거리..래?...”



대호에게 호되게 얻어 맞은 애가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이를 갈았고 그를 부축했던 동급생이 타박을 주었다.



“야! 저 쌔끼 잘못 없어! 고…맹쑨이년이 꼬랑지를 살살 흔들었지…”

“야! 야…고만해! 자율학습 시간이야 들어 가자!”



모여서 새로 부임을 해온 강은수선생에 대해 조잘거렸던 애들은 서둘러 교실로 향했다.



. . . . .



반면에, 다른 교실로 향하던 대호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라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다름 아닌 명숙이년 때문이었는데, 조금전 자기에게 얻어 맞은 녀석의 잘못은 명백히 따지자면 없었던 것이다.

바로 명숙이년이 화냥끼를 대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년은 학교내의 이쁘장한 애만 보면 실실 헤픈 웃음을 흘려냈었고, 순진한 자식들은 명숙의 추파에 선물공세까지 은밀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이익! 피장파장이..지 뭐! 씨파!”



대호는 앞니 사이로 침을 뱉아내며 쓴웃음을 입가에 달았다.

자신이 명숙이년 몰래 다른년들을 섭렵해나가는 것이나, 년이 자신의 눈을 피서 한,두살 어린 애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희롱을 하는 것이나 도토리 키재기 였던 것이다.



“대호 형! 오늘저녁 행사 있는거 알~쥐?”



그때, 대호곁을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추어오는 꼬봉이 있었다.



“응!~…..준비는 잘 되어 가지?”

“여부가 있겠어요? 후후훗…”



몸이 비대한 땅딸보가 대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려냈다.



“때,때때때…..호…혀혀혀…형! 나두..끼,끼끼..워….줘!”

“쌔~까! 말 더듬지 말랬~쥐?”



대호가 손가락을 세워 기철의 이마를 밀었다.



“넌..안돼…쌔~꺄!”



땅딸보가 대호보다 먼저 일갈을 했다.



“아..녀! 저 쌔끼도 인제 끼워 줘!...”

“고,고고고…마….워!”



기철은 금새 감동해서 눈에 물끼까지 번졌다.

그런 기철의 모습을 바라보던 대호가 목소리를 낮췄다.



“너…쌔끼..가입비가 얼마인지는 알…쥐?”

”으응! 그,그그..런 것…거~거거거..억 쩡 마! 혀,혀혀혀…형!”



기철은 대호의 말뜻이 뭔지 이미 알고있다는 듯이 고개를 재봉틀의 바늘처럼 빠르게 끄덕였다.



“딩~동…댕!..”



자율학습의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이 교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



[학교 중도탈락자 등 부적응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일반학교와는 달리 전인교육과 체험학습 등에 중점을 둔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고안된 학교. <대안>이라는 말에는 <사상과 행동의 중요한 변화>라는 뉘앙스가 들어 있으므로 종래의 학교교육과는 다른 교육의 학교를 뜻한다.

이러한 시도는 근대에 들어 <신교육>운동 등의 형태로 부단히 이루어져 왔다. 대안학교는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일어난 자유학교(free school)•개방학교(open school)•벽 없는 학교 등 학교교육개선 방안의 하나이다. 1957년 미국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인공위성발사 성공에 충격을 받아 과학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연구의 신속하고 전면적인 향상을 꾀했다.

그러나 이 개혁정책으로 인해 초등•중등교육에서 교내폭력•수업태도불량•결석•중퇴 등 교육황폐현상이 발생하여, 1960년대에 들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1960년대 후반부터 흑인•푸에르토리코인 등 미국사회 소수민족에 대한 구제책으로 대안학교가 시작되었다.

그 특징은…..

① 소규모 학급을 통한 인간성 회복

② 수업계획 등에 대한 아동•학생의 적극적 참여

③ 능력주의•경쟁주의원리의 약화

④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처음에는 사립학교 중심이었으나 점차 공립학교로 확대되어 1970년대말에는 수천 개교를 헤아리게 되었다. 의무교육을 위주로 한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리치 등의 <탈학교(deschooling)론>과는 다르다. ]



“휘~휴~…흐음!..”



은수는 이미 여러 번 읽어 보았던 대안학교(代案學校)에 관한 배경과 역사를 또 한번 읽고 숨을 포옥 내 쉬었다.

대안학교에 출근을 하기로 맘먹고 학생들의 자질이 정상적이지 않을것이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막상 학습수행 능력에 따라 분류한 세개반의 수업을 마친뒤 머리가 지끈거려 왔던 것이다.



[…선~생니~임!...첫 사랑..얘기 해 줘욤!!!....]

[…우우우….짝짝짝…첫 사랑! 첫 사랑! 두두두두!!..]



수업전 이미 각오는 했었지만 새로 부임해온 선생에게 의례히 짓궂은 질문을 해대는 애들이었고 책상을 두드리며 박수까지 쳐가며 다그치는 것에 진땀까지 흘려야만 했었다.

그리고 은수는 학생들의 복장이나 머리 형태를 보고 놀랐었다.

물론, 정상적인 학교의 규율과 규정을 거부하여 택한 것이 대안학교였겠지만 도무지 겉 모습으론 학생이라고는 생각치 못하게 했던것이다.

노랗게 염색을 한 것은 그런대로 점잖아 보였다.

빡빡 깍은 머리형태에 뒷통수엔 ‘럭키’라고 머리칼로 글을 새긴애…머리를 길러 뒤로 꽁지를 묶은애, 여자애들 중 아프리카 토인들의 머리 형태로 요즘 가수로 명성께나 얻고 있는 여자싱어의 레게머리형태까지 하고 있는 것에 은수는 의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휴우……..”



은수가 앞으로의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많을것임을 짐작하며 지끈거리는 머리속을 애써 정리를 하고 있을때였다.



“오!~홋? 강 선생…어땠오?”



교감겸 학생주임인 박철만이 은수의 곁으로 쓰윽 다가와 허벌쩍 웃어 보였다.

그의 옷에서 옅은 향수내음이 났지만 좋은 느낌은 없었다.



“아…네! 괜찮았습니다.”



은수는 필요이상으로 자신의 곁으로 바짝 다가서는 박철만이었기에 의자를 뒤로 쑤욱 빼며 대답을 했다.



“허헛! 역시 실력있는 선생님은 달라욧! 녀석들이 워낙에 꼴~통들이라 첫날부터 애…쫌 먹었을 줄 알아소..만 하핫!”



박철만은 지역 사투리를 억지로 감추며 또박또박 표준어를 써 나갔지만 억양은 여전히 어눌하기만 했다.

그리고 또, 그가 필요이상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교무실내의 다른 선생들이 들으라는 오버였는데 그의 모습만 봐도 얼굴을 경직시키는 선생들로서는 달리 할일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나, 둘씩 교무실을 나서고 있었다.



“에….오늘저녁 환영회겸 회식이 있습니다…그리고…”



박철만이 그래도 남아있는 몇몇 선생의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어 갈때였다.

박지수가 언제 다가왔는지 은수의 책상으로 향하며 그의 말을 가로챘다.



“강 선생! 나좀 봐!”

“아..네!”



은수는 박철만에게 목례를 살포시 해 보인뒤 지수의 뒤를 따랐다.

그런 그녀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박철만은 배알이 틀어져 왔다.



‘…쌍뇬이….내 말을 씹~어엇?.....’



박철만으로선 이래,저래 박지수가 맘에 안들었다.

그래도 명색이 학교의 교감이며 학생주임인 자신과 대담중인 선생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법은 없었고, 그리고 또 지금 마악…강은수에게 은근한 말로 자신의 권위를 내 보인뒤 단둘이 저녁식사 한번 하자고 할 참이었던 것이다.

박철만은 바로 그 단계가 여선생을 휘어잡는 첫 발자국이었던 것인데…지수가 냉큼 나타나 산통이 깨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허….씨볼!...쩝”



박철만은 교무실을 나와 창밖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두여자의 자태가 그로 하여금 욕정의 불씨가 불끈 피워 오르게 했던 것이다.

등까지 내려오는 스트레이트풍의 생머리를 나폴거리며 감색 투피스에 흰 블라우스를 받쳐입은 강은수의 육감적인 자태와 내추럴 웨이브풍의 헤어스타일에 검정색 원피스를 입곤 날씬한 허리를 하늘거리며 걷고 있는 박지수의 섹시함을 박철만은 한동안 미동도 않고 쏘아봤다.



“뭘!~ 그리…넋을 빼고 보~쓔?”



언제 나타났는지 서무과 박기대가 박철만의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암..것두 아..녀! 흠흠..”

“허~어….울!~성님..상상병 나것..넹? 암것두 아니긴…저어기..두..선생, 아니 여자들에게 바짝 꼴렸~구먼…뭐!~….히히힛”



박기대가 껌을 질겅이며 비양 거리자 박철만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박기대의 얼굴을 확 쏘아봤지만 교장인 박대치를 떠 올리며 참았다.



[…으응?...긍께!...고….년들…자알…살펴..봐~아앗!...알았~짜?..]



어제저녁 감나무집 안방에서 박대치가 민마담의 젖가슴을 떡 주르듯 하면서 박철만에게 넌지시 건네온 말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박철만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늙은 너구리 박대치가 자신의 며느리인 박지수까지 살펴보라고 하는 것에 쓴웃음을 삼켰었다.

그것은 아직 자신이 박지수와의 관계를 박대치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회식 예약은 잘 혔~어?”

“걱정 마~쓔우? 단단히 해 놨응께…헤헤..”



박철만은 박기대에게 저녁에 있을 강은수의 환영회식 준비를 물으며 교감의 권위를 그에게 심어 주려고 했지만 그런 박철만의 얇은 생각을 모를 박기대는 바보가 아니었다.



“나중에..봄~쎄! 흠흠!..”

“네~넹…”



박기대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난뒤 창밖을 바라봤다.

두여자…

박지수와 강은수가 농구장옆 벤치에 앉는 모습을 바라보던 박기대의 입가에 능글맞은 웃음을 씨익 달았다.



+ + + +



“힘들었지?”

“뭐~가?”



“지지…베! 얼굴에 써 있어 실망한거….”

“아니야….”



지수가 은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물었고 그런 그녀의 걱정스런 질문에 은수는 쓴 웃음으로 대답을 피했다.



“그래두…많이 나아진 편이야…”



지수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최초 설립당시 이십여명에 불과 했던 학생이 지금은 예순칠명으로 늘어났고, 자신이 1년전 부임을 해올땐 고졸학력인증 검정고시에 단 두명만이 겨우 턱걸이로 합격해 지방대학으로 진학 했다고 했다.



“내가 첨에 왔을땐 정말….말그대로 개..판이었어!”



지수가 부임을 한뒤 제일먼저 시행한 것은 우열반과 중간반, 그리고 열등반을 구분해서 수업을 진행시킨 제도였다.

물론, 학부모들의 반대와 변화를 싫어하는 학생, 그리고 선생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시아버지 박대치에게 끈질기게 설득하여 관철시킨 지수였다.

그 결과 작년엔 그래도 고졸학력인증 검정고시에 14명이 합격하여 대학진학의 길을 열어 주었던 탓에 학교에선 지수의 수업제도 개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온 애들이 모두..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야..물론, 대부분의 애들이 불량스러워서 애를 먹기도 해! 하지만 잘만 지도 해주면 자신들의 특기를 잘 살려 미대나…체육대..그리고 일반 인문계열 대학에도 진학을 종종 해…속속들이 따지고 들어가 보면 애들이 여기까지 오게된 가장 큰 원인은 부모들 때문인게 참 많어!...그러니까, 그 당신들이 자식를 너무 과잉보호로 키웠고, 또 자식의 특기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무조건 좋은대학!...을 가야 한다고 공부! 공부! 공부해라!..라는 식이었기에 애들이 빗나간 게지… ”

“……………………!!”



지수는 은수에게 용기를 심어 줄려고 찬찬히 설명을 해 나갔다.



“내..말 듣고 있는 거~니?”

“응?.....아!~ 으응!..듣고 있어!”



은수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에 지수가 되 물었고, 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은수야! 조금만 더 견뎌…봐! 나름대로 보람도 있고 재미있을 꺼..야! 응?”

“알았…어! 걱정마…언니!”



그제사 지수는 안심한듯 표정을 풀고 말을 이었다.



“아침에…선생들과 인사를 했겠지만 내 말 잘들어…은수야! 여기에서 접장질을 한다는 선생들의 자질…사실 많이 떨어져! 학교를 설립할 때 대부분의 선생을 검정고시 학원에서 강사를 뽑아 왔어…그러다 보니, 인성교육이 덜된 인간들이 많아…뭐!~ 내가 오고난뒤 영어와 수학선생은 도회지에서 모시고 왔지만, 암튼 은수야 교육대학이나…또 일반 정규대학의 인문계열을 졸업한 선생들은 몇 안돼!...따지고 보면 너…강은수가…이 학교에서 제일루 명문대학을 나온셈이지….”

“차암..언니…두! 언니도 있잖어?”



은수가 지수의 말을 막았다.



“호홋?....너에 비하면 솔직히 난 한단계 떨어지 잖어?”

“괜한 소리 말~우!...공짜 비행기 타다 떨어지면 다쳐!...”



“푸후후!....”

“호호홋?...”



두 자매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웃었다.

웃음이 가신뒤 지수가 또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은수야…오늘저녁 회식..말이야!”

“응! 그 회식이 왜~에엣?”



“움!~ 아마도 교장과 그 학생주임이란 작자가….술을 막..권하더래두, 절대로 과음 하면 안된다…알~아찌?”

“난…또! 내가 뭐 어린애..유? 호호…”



“이, 지지베야…언니 말 명심해!...”

“아이구구!! 시~엄니 한명 나왔넹! 알았으니 걱정마~쓔?...푸후후”



지수는 은수의 헤맑은 웃음을 보면서 가슴이 짜르르 울려왔다.

동생만큼은 음흉한 박대치의 손길이 닿지도 못하게 할것이라고 지수는 은수 모르게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딩~!동….댕!!”



수업종료를 알리는 차임벨이 울려왔고, 두 자매는 벤치에서 일어나 교무실로 향했다.



“봄이 완연하게 오고 있나..봐!”

“응?...뭐?”



“아니야..암것두….후훗!!”



은수는 병풍산이 연록색으로 옷을 바꿔입어가는 풍경과 교정을 둘러 싸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심 호흡을 했다.

다시는 올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어느새 어김없이 찾아오고 오고 있었다.

그만큼…지난 겨울의 아픈 상처는 은수로 하여금 피폐해지게 했던 것이다.

은수는 발걸음을 옮기며 결심했다.

다시는 바보 같은 순애보적인 사랑은 하지 않겠노라고…



+ + + +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진 병풍형태의 지역인지라 G읍의 어둠은 빨리 찾아왔다.

그 어둠으로 깔려가는 병풍산의 한 자락에 위치한 사당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읍과는 상당한 거리를 둔 지역인지라 고즈넉한 기운까지 감돌고 있었다.



“야!...언제 온다고 하냐?”

“웅!~…조금전에 읍내 정류장에서 만나서 마악 떠난다고 전화가 왔땠어!”



담배를 피워문체 물은 것은 박대호였고, 유일하게 핸드폰이 있는 땅딸보 채식이가 대답을 해왔다.



“야!~ 이거, 너무..어두운거 아냐?...촛불하나 더 켜라?”

“그,그그그….래! 혀,혀혀혀….엉!”



곁에 있던 기철이가 다람쥐처럼 쪼르르 달려가 어느새 대형초의 심지에 불을 댕겨서 조심스럽게 깨끔 발로 들고 왔다.

그 초의 심지에 불꽃이 확 피워 오르자 방안은 한층 더 밝아져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야! 한잔 따~뤄!...”



대호의 명령에 채식이가 얼른 소주병을 들어 잔을 채웠다.



“너두 한잔…해!”



이번엔 기철을 바라보며 대호가 턱짓을 해 주었다.



“아,아아아……녀!..난, 모모모모…못…..마,마마마…셔엇!”

“야잇…병신아 술이라도 쳐먹고 그 말 더듬 쫌..줄이이란 말여!~ 콱!”



표준말을 애써 쓰던 대호가 성질을 부리는 바람에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알,아아아아….알,아…..았어….혀엉!”

“어이구구…저, 저…병씬!”



대호가 기철에게 핀잔을 퍼붓을때였다.

밖에서 인기척이났고 땅딸보 채식이가 방문사이로 동정을 살피다 베시시 웃었다.



“형..왔어!”

”응?...그래?”



대호는 비스듬이 등을 벽에 기대어 있다가 상체를 바로했다.



“대호 형! 우리 왔어!”

“웅…들어 와!”



밖에서 보고를 해 오는것에 대호가 잔뜩 목에 힘을 주고 대답을 해준뒤 방문이 열렸다.



“아! 얼릉 들어가…어~여?”



같이온 일행이 방문밖에서 망설이는것에 떡대 상일이가 다그치고 있었다.



“야!~ 왔슴 얼른 들어 왓! 뭐~하냐?”



참다 못한 대호가 버럭 소릴를 질렀다.

그제사 어둠속에서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며 계집애 두명이 방으로 들어섰다.



“앉어?...집 안 무너진 다~아?”

”……………………..!!”



대호가 말끄러미 서있는 여자애 두명을 올려다 보며 턱짓을 했다. 그제사 여자들은 쭈빗거리며 방바닥에 앉았다.



“에…또! 여기 계시는 형님은 우리 학교의 총 댓~빵인 학생 회장님이시며…또 우리 무상파의 대장..즉, 짱으로서 우리들을 이끌어 가시고 계시며 특히…교장선생님의 친..조카 분….”

“얌~마! 고만 해! 서론이 길~어! 우리 인사 땡기자..나 박! 대! 호! 야!”



대호가 입에 침을 튀기며 장황하게 늘어 놓는 떡대 상일이의 말 허리를 끊어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내 소개를 했으면, 니 들도 자기 소개를 해 야 쥐? 뭐…하냐?”

“…………………..!!”



대호가 담배를 빼물며 두 여자애를 쓰윽 살피며 눈을 치켜떴다.

잠시 뜸을 들인 후 두 여자애중 눈이 큰 여자가 입을 열었다.



“난, 추~미경이 구! 얜….김나영 이라구 해! 근데 우리들에 대해선 이미 다 알고 있잖어?”

“호……..”



좀전과 달리 당찬 모습을 보여오는 것에 땅딸보 채식이가 입을 허벌쩍 벌렸다.



“그…래 알쥐! 아~암! 잘 알고 말구! 너, 미경이는 C시 대성여고에서 짤려서 왔구…그리고 너, 나영..이는 A군에서 스스로 자퇴했다..메?”



상일이가 두 여자애의 과거 행적을 알은체 했다.



“그게 문제..가 되?...”



떡대 상일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경이가 턱을 치켜들며 눈에 쌍심지를 확 켰다.



“자자…그~마안!...”



분위기를 지켜보던 대호가 손을 들어 둘 사이를 막았다.

그때였다..



“아이..참! 도무지 길이 어두워서!..나 왔어 옵~빠아!”



목소리를 들어보니 채홍사 및 뚜쟁이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는 학교에선 말숙이로 불리우는 차만숙(萬淑)이었다.

그 만숙이가 방문을 거침없이 열어 제낀뒤 들어섰다.



“야~이..지지베야 곧 바로 따라 왔슴 델꾸 왔잖어?”

“얼래래?....이게 어디 누나 보고 눈깔을 똑 바루 뜨고 지~롤이야?”



애인 사이인 떡대 상일이의 말에 만숙이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퇴박을 준뒤 무리들 속에 비집고 터억 앉았다.

그러던 그녀가 일행들을 쭈욱 한번 훑어 보더니 손벽을 쳤다.



“자자 짝짝…분위기가 왜 이래? 응?...초상 났또?...한잔 들 하자…응?”



만숙이가 시원시원하게 분위기를 잡아 나가기 시작되었다.

물론, 사전에 다 작전을 짠 순서였고 그녀의 행동임은 미팅을 하잡시고 무조건 등 떼밀려 온 미경과 나영은 알지 못했다.



+ + + +



그 시각, G읍의 하나밖에 없는 중국요리집인 ‘만춘관(萬春琯)에선 대안학교 선생들의 회식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당연히 강은수의 부임환영회 축하자리였는데 미리귀뜸을 받은 주인은 벽면중앙에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쓴 ‘축 부임’이란 종이까지 붙여 사뭇 분위기를 띄워 주고 있었다.



“자자!...전부 잔 들고 건배 하자~구! 헐헐..오늘은 마음껏 마셔도 돼!”

“정~말이십니까? 교장 선생님?”



곁에 바짝 붙어 앉은 박철만이 맞장구를 쳤다.



“그~려! 그려! 정말이여! 이렇게 실력있고 미인 선생님이 우리 학교로 오시게 된 날! 축하를 해야..지! 자 모두들 건~배!”

“건배!~”

“짠!~ 건, 건…배!”

“짝짝짝!~……”



성질급한 박대치가 술잔을 들어 선창을 했고 선생들이 뒤 따라 복창을 한뒤 들고 있던 잔을 비워 나갔다.

처음 시작할시 고량주를 돌렸으나 박지수가 발끈하여 맥주로 바꾸었다가, 박철만이 어느새 백세주에다 소주를 섞어 ‘오십세주’를 만들어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달짝찌근하면서 톡 쏘는 맛을 느끼게 하는 오십세주가 이미 20여병을 넘기고 있는것에 역시 신경이 날카로워 지는 것은 박지수였다.



“조금만..마~셔?”

“알았…어! 걱정마..제발 쪼옴?...참나…호호..”



지수가 고개를 숙여 은수의 귓가로 가져가 또 다시 주의를 주었고 은수는 웃었다.

그런 두 여자의 행동을, 아니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여섯개의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은 당연했다.



‘….허..참! 도무지 시선을 둘곳이 없어…낸~장!...’



박기만의 푸념이었다.

그는 바로 박지수와 강은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관계로 안그래도 회가 동하는 판에 직접 가까이서 두 여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고역이었던 것인데, 조금전 바닥에 놓아 두었던 라이터를 찾느라 손으로 더듬다 보이지 않는 것에 고개를 밑으로 빼물고 상밑을 바라보다 강은수의 치마속을 봐 버렸고, 팬티임이 분명한 …얼른 고개를 들었지만 목격했던 흰색바탕에 분홍색으로 추정되는 꽃무늬가 새겨진 앙증맞은 팬티가 눈앞에 아른그려 미치고 폴짝뛸 정도로 바짝 꼴려버렸던 것이다.



‘…그~래! 마셔라 마셔! 요….앙증맞은 것들…크흐흣!...’



연신 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힐끔거리는 박철만의 속내였고…



‘…그~려엇!...아이구구 조,조…귀여운 것 들!...오늘은 못 빠져 나갈..껄?...’



민대머리 박대치는 지수를 바라보며 아랫도리가 벌써 묵직해져와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헤아려 보니 벌써 보름동안이나 지수의 속살을 맛보지 못한것에 박대치는 약이 바짝오른 발정된 수캐였다.

물론, 강은수의 자태 또한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훔쳐보며 침을 삼키는 것은 당연했고…



그리고…

그 세명의 수캐들말고도 질투의 시선을 담고 지수와 은수를 흘끔거리는 여자는 다름아닌 양호실 나길숙이었다.



‘…씨파! 잘못하다간 퇴..물 취급 당하겠구~먼?....’



대안학교는 선생을 통틀어 15명이었다.

그중 여자는 박지수를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박지수야…이미 뛰어난 미인이기에 자신이 쳐다볼 수도 없었지만 도덕담당인 이미자 선생과, 과학담당 김수경은 미모로나 몸매는 한 수 아래인지라 신경도 안썼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모야? 웬걸?....어디서 나타났는지 젠장….영화배우나 탤랜트 같은 기집년이 떠억 나타나 버렸으니 나길숙으로서는 애 간장이 타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안그래도…안달이 나 있는 나길숙이었다.

그건 박대치의 좆을 심심찮게 빨아주고 그가 약속한 J군의 아파트 한채가 점점 뒤로 미뤄지고 있는 판이 아닌가 말이다…



‘…씨파! 안 되겠어…입으로만 해 줄께 아니라…저,저..영감탱이의 좆을 몸속에 담고 열나가 함 돌리고 콱!콱..물어 줘서 약조를 단단히 받아 내야…혀!..아암!~…’



나길숙은 박대치가 올럴 쎅엔 성이차질 않아 직접적인 성교를 요구 해 올때마다 번번히 앙탈을 부리며 거부했던 것을 이제와선 후회을 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스른하나란 나이로 늦깍기 결혼도 문제였지만 남편의 씨를 이상하게도 받지 못해 임신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두부부가 다 산부인과를 찾아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다.

물론, 나길숙은 혼자만 지닌 비밀은 있긴 있었다.

C시의 동네의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심심찮게 원장에게 몸을 헤프게 내 맡긴 결과로 임신중절수술을 두번이나 한 경험이 임신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아뭏튼 나길숙은 눈을 빛냈다.

시도 때도 없이 불러서 자신의 좆대감지를 떠..억 내밀고 달려드는 박대치였기에 사전 피임을 처리 할 수도 없었던 것인데…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민대머리 박대치를 바라 보았다.

호색한 민대머리 박대치는 여전히 두 여자…은수와 지수를 흘끔거리고 있었다.



‘…씨파! 이참에 저 영감탱이 씨를…받아 콱…애 쌔낄 하나 까~질러 버~려?...에구구..내 팔자야…쩝..’



나길숙이 애가 타서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킬때였다.



“야!~ 박…철~마~안! 딸꾹!~ 커..흐읍! 너..인간이 그러면 안..돼 쨔쌰!...딸~꾸욱!”



평소 술에 약한 이미자 선생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박철만을 쏘아 봤다. 그녀의 검은깨를 뿌려 놓은듯한 얼굴은 이미 홍씨가 되어 있었다.



“허…이,이..선생! 왜 그래?..으응?..술 많이 취했어? 몸이 많이 약해 졌구만…그만 마셔!”



박철만이 회들짝 당황하며 좌중을 둘러본뒤 이미자 선생을 달랬지만 그녀는 아예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아예 양 손을 허리에 터억 얹고 박철만을 째려봤다.



“야!~..니가 교감이고, 학생주임이면 다~야? 딸~꾹!...니가..학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있냐 말이…야~앗?..”

“허….못 듣고 있겠구~만! 아 뭣~들 해욧…데리고 나가 요~옷!”



박철만의 얼굴 표정이 우락부락 변하며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 선생들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이며 교장인 박대치의 눈치를 살폈다.

그로서는 완전히 스타일 구겨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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