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본성 - 1부 6장 > 야설 | 【야설탑】야설,야동,야한소설,성인야설,무료야설,야한동영상 | yasul.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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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본성 - 1부 6장

관리자 0 5487
다음날 아침.



미술학원에 출근한 나는 착잡한 기분으로 원장실을 둘러보았다.



나는 도대체 어제......무슨 짓을 당한 것일까......

다른 곳도 아닌, 내가 일하는 이 공간에서......



전날밤 최사장이 가고 난 뒤 한동안 멍하게 원장실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누가 쫒아오기라고 하는 것처럼 허겁지겁 내 몸에 남아있던 치욕의 흔적들을 거두어 책상서랍 안에 넣어두었던 것이 기억났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책상 쪽으로 다가가 서랍이 잘 잠겨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그러다 원장용 의자를 바라보니, 거만한 자세로 그곳에 앉아서 내게 봉사를 명령했던 최사장과 개처럼 엎드려 입으로 봉사하던 전날의 모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또 최사장의 단단하게 발기된 물건을 마주했을 때의 숨막히던 느낌, 절망감 속에서도 결국 그것에 입술을 대었을 때의 그 뜨거운 촉감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이었다.



밀려오는 자괴감에 맞서, 나는 한 줄기 남은 이성을 붙들며 미처 해소되지 못한 욕망의 잔재를 떨쳐내기 위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것일까.

혹시......나를 능욕하던 최사장의 모든 행동들은, 결국은 이렇게 될 내 모습을 겨냥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다가 또 아냐아냐, 이건 단지 최사장의 교활한 수작일 뿐이야 하고, 그 간사한 꾀에 홀려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을 뿐이야 하고 되뇌었다. 최사장이 노리고 있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니 여기에 넘어가면 안된다 하고......그렇게 스스로를 일깨웠다.



분명한건, 최진석이란 인물은 정말 가까이 하고 싶지 않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투명인간이라도 되어서 그의 회사든 집이든 몰래 들어가 날 옭아매는 그 영상을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두 번 다시 그의 능글능글한 면상을 보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러면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을 시작하려는데 원장실의 전화가 울렸다.



“네, XX미술학원입니다.”

“어젯밤 집에는 잘 들어갔나?”



두껍고 음침한 목소리. 최사장이었다.



“......”

“대답이 없네?”

“윽, 네......”

“이봐 소연씨, 우리 앞으로 자주 볼 사인데 전화를 살갑게 받아야하지 않겠어? 후후...앞으로는 학원 상담전화 받을 때처럼 웃으면서 받으라구. 알겠나?”

“그, 그럴께요. 그런데 무슨 일로......”

“무슨 일은, 어제 하던 거 마저 해야지. 보니까 마지막 수업이 7시에 끝나는 것 같던데, 오늘 8시까지 학원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어”

“네에?! 저, 그...그건...”

“왜, 싫어? 한 오후 3시쯤 갈까? 애들 수업할 때 옆에서 보지 쑤셔줘?”

“아뇨...저...사장님! 제가 사장님 회사로 가면 안될까요?”

“......?”

“제발......여긴 상가건물이라서 옆 가게에도 들릴 수 있고, 또 늦게까지 학원 안에 불이 켜져 있으면......금방 의심 사게 될 것 같아서......사장님도 바쁘실텐데 매번 여기로 오시는 거 번거롭잖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호오......직접 이리로 오시겠다?”

“네,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제발......”

“......좋아. 허락하지. 그 대신 지금부터 팬티는 벗고 있도록 해.”

“아, 네! 가, 감사합니다...”

“크큭, 감사는 무슨. 그럼 8시까지 늦지 말고 오도록.”



전화를 끊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가 다시 날 보자고 할 줄은 알았지만, 아침부터 그의 전화를 받고나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를 괴롭힐 생각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곳도 아니고 내 직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들을 상담해야하는 이 공간에서 계속 치욕을 당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차라리 내가 그의 회사로 가겠다고 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다행히 최사장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순순히 허락을 해주었지만, 앞으로 당하게 될 일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눈앞이 캄캄해져왔다. 그래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이상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만은 들키지 않고 무사히 지낼 수 있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최사장의 명령대로 팬티를 벗기 위해 원장실 문을 잠갔다. 그날 나는 레몬색 실크블라우스에 하이웨스트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팬티를 안 입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곧 강사들이 출근했고, 어제 못한 청소를 다함께 하는 것으로 학원에서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날 학원에서는 수업에 쓸 붓을 찾던 선생님 한 명이 붓이 갑자기 많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수상쩍어 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고 할 수 있었다.



붓이 없어진 걸 발견한 사람은 이현주라는 선생님이었는데, 그녀는 “이상하다......분명 어제 수업할 때까지만 해도 30호 붓이 있었는데, 갑자기 다 어디로 갔지?” 하면서 모두 새 붓인데 혹시 누군가 훔쳐간 게 아니냐며 자꾸 일을 키우려고 하였다. 우리학원은 모든 재료, 특히 붓이나 팔레트와 같은 도구들의 비용을 모두 본사가 대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붓이 분실됐을 경우 수업 중 관리소홀로 자칫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염려하는 듯 했다.



“어휴, 현주쌤도 참. 훔칠게 없어서...누가 미술학원에 있는 붓을 훔쳐가요...잘 찾아보세요. 분명 교실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겠지요.”

“그렇지만......분명 어제 퇴근하기 전에 제자리에 갖다두었는데......”



어제 강사들을 일찍 보낸 게 나였기 때문에, 가장 늦게까지 학원에 남아있던 사람은 나라는 것을 그녀도 분명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원장이었고 그녀는 강사 신분이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붓의 행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횡단보도 맞은 편에는 1층에 까페가 있는 낯익은 건물 하나가 있었다.



그 곳은...동수와 몰래 만나던 당시 자주 찾던 까페였다.

동수가 퇴근하길 기다리며 자주 앉아있던 곳이었는데......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러고보니, 동수를 통해 최사장을 처음 만난 것도 저 곳이었지..."



그 까페 건물을 끼고 조금만 더 들어가면 동수가 다니는 회사이면서, 최사장의 회사이기도 한 건물이 나온다는 것이 기억났다. 동수와 연락이 끊어진 뒤로 발길을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곳이었다. 최사장과 마주치기 싫어서라도 최대한 멀리하고 싶었던 곳이었다.





문득 동수가 마지막으로 내게 보낸 문자가 떠올랐다.



미안하다는, 그리고 잘 지내란 문자......



문자를 처음 봤을 때는 덜컥 겁부터 났고, 그 뒤 전화번호까지 바꾼걸 알았을 때는......정말 앞으로는 날 도와줄 수 없을 거라고, 이제 영영 날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낸 문자인 것만 같아 속상했었다. 또 아무리그래도 날 그렇게 사랑한다고 했던 동수가 정작 내가 어려울 때 이렇게 돌아서버릴 수 있나 싶어 서글프기도 했다.



하지만 동수와의 마지막이 그런 일방적인 문자 한통이었단 사실이......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생각해보면, 내가 지훈씨와 결혼하기로 한 사실을 동수에게 알린 것도, 또 바로 다음날 밤늦게 찾아가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얘길 한 것도 매우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전화번호까지 바꾸면서 연락이 끊긴 것이 어쩐지 석연치가 않았다. 동수는 무슨 심경으로 그러는 것일까......그러다가 별안간, 혹시라도 날 위해 최사장한테 덤비다가 험한 일을 당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제 나와는 친구로서도 만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걸지도 몰랐다. 어쩌면 동수로서는 그게 당연한 선택이었고, 내가 더 이상 동수를 찾지 않는 것이 그를 위한 길일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또, 나와 다시 만나기 시작할 무렵 동수가 회사에 취직했다며 기뻐하던 것이 생각났다. 이제 자신도 어엿한 정규직이라면서,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도 착실히 모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니, 애초에 자신을 남자친구로 인정해주지도 않았던 나를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둘 수는 없겠단 생각이 들자, 그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어느덧 가시고 되려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그래. 동수가 최사장 밑에서 일하는 한...날 적극적으로 돕기는 힘들겠지...미안해서라도 날 보는게 껄끄러울꺼야......우리의 인연이 정말 여기까지라면, 마지막 안부를 묻고 작별인사는 제대로 하고 끝내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막상 목적지가 가까워져오니, 동수를 마지막으로 볼 생각에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고, 또 하필 최사장의 회사라 그런지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그렇게 천천히 커피숍이 있는 건물을 지나고 있는데 별안간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전면 유리창으로 된 커피숍 안의 낯익은 실루엣이 틀림없이 동수와 최사장이었다.



재빨리 한쪽 코너에 붙어 서서 다시금 찬찬히 확인을 해보니, 동수와 최사장이 막 음료 주문을 끝내고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7시 20분이었다.



동수는 야근이 많아 보통 8~9시는 되야 퇴근하곤 했는데 오늘은 일찍 퇴근한 걸까? 나는 적당히 추측하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둘이 사이가 좋아보아는 것이, 일단은 동수가 험한 꼴을 당한 건 아니구나 싶어 안도하던 찰나였다.



갑자기 최사장이 가방을 열더니 묵직한 봉투를 꺼내 동수에게 건네주는 것이 었다.



저게 뭐지? 하고 더욱 창에 가까이 붙어 살펴보는데, 동수가 그 봉투를 마지못한 듯이 받아 열어보더니 연신 웃으면서 그 안에서 지폐뭉치를 꺼내 개수를 세보는 것이었다.



‘최사장이 왜...동수에게 돈을......??’



심장이 마구 뛰기시작했다.



혹시나 날 발견하기라도 할까봐 더욱 구석에 숨어서, 그들의 모습을 엿보았다.



하지만 최사장과 동수는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용건을 모두 마친 모양인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사장이 혹시......동수의 입을 닫을 요량으로 저 돈을 준 것일까?......

아냐, 동수는 사고는 좀 쳐도 최사장처럼 비열한 짓은 안 해. 틀림없이 회사업무나 뭐 그런데 쓰이는 돈일꺼야..."



내가 몸을 숨기고 서있는 코너는 전면 유리창으로 된 벽 중 유일하게 불투명한 재질로 처리되어있었고 그 코너를 돌면 바로 까페 출입문이 있었다. 그들이 출입문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여 나는 벽에 더욱 바짝 몸을 붙였고, 곧이어 커피숍을 나오던 최사장이 인자한 사장의 말투로 동수를 몹시 아낀다며 격려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수가 그에 쑥스러운 듯 응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최사장은 회사가 있는 반대편 쪽 길로 걸어가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내가 있는 쪽으로 코너를 돈 동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



동수의 눈이 몹시 커졌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이미 멀찍이 걸어가고 있는 최사장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허둥지둥 나를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으로 데려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수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광경을 목격한 직후 그와 마주치자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좀전에 봤던 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

“......”

“최사장이 왜 너한테 돈을...그것도 그렇게 큰 현금을......”

“......다......본거야?”

“응......”

“......미안......”

“뭐가...미안해?......어떻게 된 일이야?”



나의 계속된 물음에 동수는 복잡한 눈빛을 띠더니....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말했다.



“후......사실은......내가 사채빚을 지고 있는게 있어서......요즘 사장님이 좀 도와주고 있어......”

“뭐......??!”

“좀 복잡하긴 한데, 아무튼 그렇게 됐어.”

“......아니 왜 니가 사채를......아니 왜 너네사장이 널 도와줘?”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내 말에 동수는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은...나 처음 입사할 때부터 믿음직하고 든든하다면서 무척 아끼는 동생처럼 대하셨어. 너도 알잖아.”

“그, 그래......그치만, 그치만......그 사람은 날 협박하면서 힘들게 하는 사람인데......하필 꼭 그 사람 돈을......”



내가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자, 동수는 순간 몹시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넌......내가 사채를 왜 쓰게 된 줄이냐 아냐?”

“왜 썼는데?......”

“......그게 다 너한테 잘해주려고......넌 지난주가 우리 다시 만난지 100일 되는 날인지도 몰랐지?”

“???아...그랬나...”

“아무튼, 난 그래서 너한테 뭔가 진짜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었다......니가 만나는 류지훈이란 놈, 아니 그 사람이 해주는 것보다 더 멋진 걸로......근데 그러기엔 아직 내 월급도 부족하고, 저번에 차 사면서 대출받은 것도 좀 남아있고......그래도 기념일에 딱 맞춰서 주려면 미리 주문을 해놔야해서......급한대로 돈을 좀 빌렸었다.”

“......”

“내가 너 정말 잡고 싶어서, 진심으로 잡고 싶어서 큰 맘 먹고 이벤트 준비하고 있었는데......넌......결국 니 그놈이랑 결혼한다고 해버렸고......그래서 사장님도 이걸 다 아시고 내 처지를 안타까워하신 거라고.”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안타까워해야하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미안해해야하는 것인가....

그러나 내 마음은 점점 답답하고 불편해져만 갔다.



“그리고 사장님이 그러시는데......아무래도 류지훈 그 놈이 이미 너랑 내 관계를 좀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사장님은 그놈한테도 아무튼 명색이 선배인데...그놈이 만약 모든 사실을 알게되면 사장님도 계속 날 도와주기가 힘들게 되지 않겠냐고......중간에서 아주 난감해하셨어.”

“하......최사장 그 인간이 완전......”

“......그러니 나한테 당분간 너 절대 만나지도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더라. 그럼 중간에서 사장님이 잘 말해보겠다고......”

"하...그래서 그때 문자 한통만 달랑 남기고 전화번호도 바꾼거야?"

"전화번호는,사채업자들한테서 계속 독촉전화 오는 것도 그렇고, 또 그 번호로 계속 너랑 연락했으니 바꾸는게 좋겠다고 사장님이 그러셔서......"

“그 새끼 완전......완전 미친거 아냐?!”



내가 참지 못하고 욕을 하자, 동수는 되레 자기가 더 답답하다는 듯이 그러는 것이었다.



“사장님한테 그 새끼라니......도대체 사장님이 무슨 협박을 해서......널 어떻게 했는데 그래?”



난감한 일이었다.

내가 모텔에서의 협박 당일날 동수에게 얘기한것은

최사장한테는 우리가 함께 모텔 간 것을 찍은 영상이 있다는 것과...최사장이 그걸 나한테 보여주면서

자기 말을 들을 것을 요구했다는 정도였다.



나는 차라리 최사장이 섹스영상을 빌미로 내 몸을 요구한다고, 확 다 털어놔볼까 싶기도 했지만......

동수에게 차마, 최사장이 양평에서, 그리고 미술학원에까지 찾아와서 나한테 한 짓거리를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그토록 치욕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내 입으로 얘기한단 말인가! 그런데 동수는 내가 아무 말도 못하자 더 그것 보라는 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진짜 우리 사장님이 너 협박한 거 맞긴 맞아?......널 협박해서 얻을게 뭐가 있어 그분이......”

“야......너 진짜......그럼 내가 거짓말 한다는 거니 지금?!!”

“잘 모르겠다 난......솔직히......우리 사장님이 니 애인이랑도 알고지내는 사이면......윤소연 넌 내가 그 회사 다니는 것도 껄끄러울 거 아냐... 그러니......휴, 됐다.”

“지금 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에휴, 아니야. 그냥 우리 사장님처럼 사려 깊은 사람이......그런 식으로 약점 잡아서 누굴 협박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그런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동수는......직장때문에 월급 때문에 마지못해 날 도와주기를 포기한....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완전히 최사장의 놀음에 놀아나 그 인간을 두둔하는 꼴이라니.

내가 그동안 동수를 이해해보려 노력했던 것들이 갑자기 모두 우습게 느껴졌다.

그런데...그것도 모자라 동수가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후... 윤소연......그냥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만약 정말 우리 사장님이...만에 하나 진짜 협박같은 걸 해서...너가 그놈이랑 결혼 못하게 방해라도 하는 거라면......그래서 정 안되겠다 싶으면......그러니까 내말은!!......차라리 그냥 그놈 포기하고 나한테 오라고......그냥, 그냥 나는 지금까지 일 다 잊고......너랑 다시 시작해볼 생각도 있다.....그러니 너도 생각이 있으면 좀...내가 진짜 누구때문에 사채까지 썼는데......”



그 순간, 갑자기 오래전의 과거로 묻혀있었던....그의 무지와 어리석음이 일으키고 다녔던 모든 사건사고들과 나를 힘들게 했던 매일 같은 다툼들이 연달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현재의 상황에 오버랩 되었다......



그런데 동수는 상황파악도 못하고,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혹시 최사장이 진짜로 우리에 관해 뭔가 불미스러운 영상을 갖고 있어서 나중에까지 계속 문제가 된다면, 그땐 자기가 돈벌어서 빚 갚는대로 바로 해결해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동수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것은 이때였다.



처음부터 동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니 동수의 연락을 받지 않았더라면...

아니 동수가 하필 최사장의 회사에 취직만 안했더라면...

아니 동수가 사채만 쓰지 않았어도......



그러면서 갑자기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동수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은 말도 안되는 생각임을 알면서도,

안그래도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계속 심해져가는 동수의 착각과

그와중에 날 더욱 불편하게하는 그의 바램이 나를 미치게 하고 있었다.



최사장의 횡포도, 지훈과의 관계가 위태롭게 된것도....다 따지고 보면 동수의 탓인 것만 같아..

나는 울컥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동수를 향해 모조리 쏟아부어버렸다.



“야, 한동수!!!!!! 너야말로......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하, 뭐??...니 맘을 몰라준다고 내가?? 그러는 넌......, 넌 어떤데???

날...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최사장 같은 놈 밑에서 넌 신임 받으면서 계속 일한다고......

것도 모자라 사채빚까지 대신 갚아준다고 넌 고마워하고......!!!

야!! 내가 언제 너한테 이벤트 따윌 해달라 한적 있니?

왜 바라지도 않은 짓을 해?......

다 필요없고...... 넌 이제 나랑 암 상관없는 사이니까 계속 그놈 밑에서 일해.

설령 니가 내말 믿는대도, 넌 돈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거 다 알아.

글니깐 최사장 밑에서 계속 일해!!!......

근데 부탁인데......다시 나랑 잘해보고 싶다고는 하지마......

정말 짜증나 돌아버릴거 같으니깐......글구 부탁인데 내 탓 하지마.

사채빚 진것도 니 잘못이고, 다 니 자업자득인거니깐!!”



내가 퍼붓는 말에 동수는 크게 상처받은 눈빛을 하였는데

나는 그에 오히려 더욱 울화가 치미는 것이었다.



“아, 그리고 최사장 말마따나 지훈씨한테 들키면 큰일나는거 알지?

그러니깐 나한테 앞으로 연락하지마......

니 돈 다 갚고 나서두, 설령 지훈씨가 나 버려두......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연락하지말라고!!!”



마음 속에 있는 말 없는 말...전부 퍼부어대고 난 뒤, 난 동수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숨어있던 구석에서 혼자 나와 버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버렸다......





동수에게 한바탕 쏟아붓고도 열이 가라앉질 않았다.



아니, 열이 가라앉기는커녕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 대상은 이제 동수도 아니고......이토록 교묘하게 모든 상황을 꼬아버린 최사장도 아니고...... 정작 날 몰아세우는 장본인인 최사장한테는 어쩌지 못하고 만만한 동수에게만 화를 낸 나 자신인 듯 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멍하니 한참을 걷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



최사장이었다.



‘......맞다, 최사장네 회사로 가야되는 거였지 난......!’



시계를 보니 7시 59분이었다.



“여......보세요?”

“어딘가 지금?”

“네, 거, 거의 다 왔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이미 정신을 놓고 한참으로 걸었는지, 최사장의 회사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었다.



“후후, 약속된 시간까지 1분 남았는데? 내가 모처럼 소연씨 편의도 봐줬는데......설마 늦는 건 아니겠지?”



전화기 넘어 최사장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채 가시지 않은 최사장에 대한 분노도, 동수에 대한 울화도......

또 열받은 나머지 하필이면 동수가 상처받을 말만 골라 해버린 것에 대해 내심 편치 못한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던 것도......내가 곧 당하게 될 일에 대한 두려움에 모두 묻혀버렸다.



당장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었다.



나는 회사가 있는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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