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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 8부

관리자 0 17056
바닷가에서 돌아온 환우와 소은은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알바를 하고, 주말에 만나 데이트를 하는 그런 일상….
하지만 환우는 예전의 일상과 약간 어긋나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자꾸 바닷가에서 아침에 일어나 본 그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종철의 옆에서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던 소은의 모습이….
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유리가 했던 말도 떠오른다. 종철의 엄청 큰 자지에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질 못한다고. 그럼 그 종철의 큰 자지가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 귀여운 소은의 몸에 들어갔단 말인가….
그 후로 환우는 자위를 하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 항상 사정하기 전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은 소은이 종철의 커다란 자지를 받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자주 들어가서 야설을 읽던 **넷이란 성인커뮤니티에서 이런 것을 일본말로 네토라레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아내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것에 흥분을 느끼는 행위….
아….
찾아보니 그런 종류의 야동도 야설도 만화도 넘쳐났다. 그리고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자신만이 비정상이 아니었다. 남들이 근친이며 강간, 페티시, SM에 흥미를 가지는 것처럼 이것도 성적 취향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왜 이런 것에 흥분하는지는 딱히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근데 그런 정의가 무슨 소용일까.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자지가 딱딱해지는데….
보고 싶다.
여자친구인 소은이 다른 남자와 하면서 흥분하는 걸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이 시켜서 소극적으로 나서는 소은의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몰래….
남자친구 모르게 스스로 원해서 그러는 걸 보고 싶다….

*

대학교엔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찾아왔다.
환우와 소은도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환우는 겉으로만 그러할 뿐 속으로는 바닷가 여행부터 시작된 상상에 사로잡혀있었다.
하지만 소은에게 어떻게 말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고, 헤어지자고 할 것만도 같았다. 그러긴 싫었다. 소은을 잃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 지난 학기처럼 수요일마다 학생회 모임에 나가는 소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회…. 그곳에는 항상 소은의 옆에 붙어 앉아 술을 마시던 한태라는 선배가 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하게 되면 혹시….
환우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벌써 온 몸이 떨리며 흥분되기 시작한다.

수요일.
환우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학생회 모임에 가는 소은과 통화를 했다.

“응. 재밌게 놀아. 술도 많이 마시고….”

의외의 말에 전화기너머 소은이 깜짝 놀란다.

[응? 갑자기 웬 술을 많이 마시라 그래?]

“아니. 그냥…. 너 재밌게 놀라고 그러는 거지.”

제발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을 잃을 정도로 취해줘라…. 되도록 그 선배의 옆에서….
환우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다.

[헤헷. 그래? 응. 알았어. 그럼 이따가 연락할게!]

“응. 재밌게 놀아.”

전화를 끊은 환우는 심호흡을 하며 얼른 시간이 가길 기다렸다.

환우는 두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소은이 술을 마시고 있는 술집에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영문과 사람들이 항상 드나드는 술집은 어딘지 알기에 장소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은이 술을 마시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술집으로 가서 몰래 안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환우가 두 시간 동안이나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도 멀쩡하게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소은…. 술은 많이 마시지도 않은 거 같고, 게다가 한태 옆에 앉아 있지도 않았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오는 환우. 짜증을 내는 게 맞는 상황인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바라던 상황이 틀어지자 너무나도 짜증이 났다.

‘제길 왜 저리 멀쩡한 거야….’

속으로 툴툴거리며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다.

그러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도 소은은 여전히 멀쩡했다. 소은과 더불어 사람들이 나오기에 재빨리 으슥한 곳으로 숨는 환우에게 전화가 온다. 소은이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괜스레 놀란 환우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환우야. 나 지금 끝나고 집에 가려고.]

“혼자?”

[그럼 혼자가지 누구랑 가. 같은 방향 아무도 없는 거 알면서.]

“그, 그래. 조심해서 가.”

전화를 끊은 환우는 혹시라도 그녀가 거짓말을 하면서 한태랑 둘이 가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 소은을 바라보자 그녀의 말 대로였다. 한태는 다른 곳으로 가고 여자동기들과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소은의 멀쩡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없다….
환우의 속이 타들어갔다.
왜 자신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원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더욱더 큰 흥분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크게 흥분이 되는데 이해하고 자실 것이 뭐가 있는 가.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을….

*

환우는 네토라레 쪽에 흥미를 붙인 후 야설도 그런 것들만 골라 읽게 되었다. **넷에 가면 그런 야설들 천지였다. 아내나 여자친구를 대상으로 한 것도 있었고, 심지어 딸이나 엄마를 소재로 한 글들도 있었다.
그런 야설들만 골라 읽다보니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는 공통된 상황이 있었다. 항상 처음 이런 것을 상대방에게 말을 꺼낼 때는 관계를 가지다 여자친구가 극도의 흥분상태에 이르렀을 때라는 것이다. 그럼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여자친구도 무슨 마법이 펼쳐지는 것 마냥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이다. 물론 야설과 현실이 같을 리는 없겠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환우는 소은과 관계를 가지는 도중에 말을 열어보기로 했다.

“하음. 하음…. 환우야….”

환우는 풀린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은을 바라보니 지금 쯤 얘기해도 될 것 같았다.

“헉, 헉…. 어때 좋아?”

“응, 응…. 하음. 좋아. 환우야….”

“너 혹시 LT가서 아무 일도 없었어?”

달뜬 숨을 몰아쉬던 소은이 무슨 소리냐는 듯 묻는다.

“하악, 무슨 일….”

“그냥. 그날 많이 마신 거 같은데 너 술 약해서 금방 취해서 정신 잃자나.”

“하악. 응. 근데 왜…. 하음. 하아….”

“혹시 그 한태선배라는 사람이 너 건드린 거 아냐?”

환우의 이 말에는 아무리 흥분했던 소은이라도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이상한 소리를 해.”

역시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시도는 해보기로 한다.

“아냐. 그냥 궁금해서. 괜찮아. 아무 일도 없었어?”

“하악. 응. 나 아무 일도 없었어. 불안해? 하악. 걱정하지마. 하음…. 친구들이 나 술 취해서 여자들 방에서 그냥 잤다고 하니까. 하윽!”

“그래….”

환우는 거기까지 얘기를 듣고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다. 어떻게 급작스럽게 이야기 진도를 나갈 수도 없는 거고…. 그저 묵묵히 허리를 움직이며 자신의 밑에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소은을 바라보고 있는데, 불현 듯 바닷가 생각이 난다. 그날 일은 다신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것밖에….

“바닷가에서 그 종철이 형이랑 한 건 느낌 어땠어?”

“응?”

풀려있던 소은의 눈이 순식간에 또렷해진다. 그리고 환우는 분명히 느꼈다. 저 얘기를 꺼내자마자 소은의 보지가 꽉 물어오던 것을….

“그 형이랑 한 건 느낌 어땠냐고….”

“그때 얘긴 꺼내지 않기로 했잖아. 아흑!”

소은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높아진 신음소리는 숨길 수가 없다.

“그냥 궁금해서. 얘기해봐. 한 번 듣고 싶어.”

“아무렇지 않았어. 하윽. 아무 느낌 없었어. 아응-!”

분명히 높아져 있었다…. 이 얘기를 꺼낸 후 소은의 신음소리는 이 전과 달리 뚜렷하게 다른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게다가…. 소은의 보지를 쑤시던 환우는 또 다른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다. 조임도 달라져 있었지만 무엇보다 흐르는 물의 양이 급격히 많아졌다. 소은이 원래 물이 많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살살 움직이는데도 찰박찰박 물 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소은도 더 흥분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든 환우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응? 얘기해봐. 그 형 엄청 크다던데 얼마나 컸어?”

“하윽. 하윽….”

환우의 질문이 계속되자 소은은 아예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대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우의 질문은 계속됐다. 몇 번이나 했냐. 입으로는 빨아줬냐. 어떤 자세로 해봤냐. 어디다 쌌냐…. 그러나 소은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신음소리는 분명히 변해있었다.
한참을 그런 질문을 하던 환우는 이윽고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소은의 안에 사정을 했다.

잠시 후 소은이 환우의 밑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때 얘기 꺼내지 않기로 했잖아…. 왜 그런 거 물어봐….”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

“앞으로는 정말 꺼내지마. 화낼 거니까….”

소은은 그렇게 말하고는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간다. 하지만 환우는 알고 있었다. 그 얘기를 꺼내자 소은의 반응이 급격히 달라진 것을…. 그녀는 확실히 이 얘기에 더 흥분하고 있었다.
분명했다.
소은도 어느 정도 다른 남자와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화장실로 들어와 이리저리 몸을 씻던 소은이 한숨을 내쉰다. 그때의 일을 또 떠올려 버린 것이다. 잊어버리자고 그렇게 다짐을 해서 최근에야 잊을 수 있었다. 사실 소은도 바닷가에 다녀온 이후 그때의 일이 떠올라서 너무나도 괴로웠다. 나쁜 기억으로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드는 자신에게 괴로웠던 것이다. 남자친구를 옆방에 두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며 그렇게 흥분한 자신이 이상한 여자인 것 같고 비정상 같았다. 그리고 그때 일을 떠올리면 겉잡을 수없이 흥분되는 것도….
그래서 겨우 잊어버렸는데 환우가 오늘 또 이야기를 꺼내버린 것이다. 게다가 지금 정말 괴로운 것은 그 얘기를 꺼내자 환우와 하던 도중에 그 남자와 하는 거 같은 상상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절정을 느껴버렸다….
오랜만…. 정말 오랜만이었다. 절정을 느낀 것이….
처음으로 절정을 느낀 것은 그날이었다. 종철오빠와 한 날…. 절대 잊지 못한다. 종철과의 긴 관계 속에서 처음으로 맛본 그 느낌…. 절정을 느껴버려 바들바들 떠는 자신에게 종철이 뭐라고 했던가.

[어쭈 얘 봐라. 혼자 가버리네. 그렇게 좋냐?]

정말 좋았었다. 절정을 느낀 뒤에도 긴 시간을 사정하지 않고 계속 움직여서 더 좋았고….

“하아….”

한숨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괴롭다.
그 후로 바닷가에서 돌아와 환우와 관계하면서 절정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환우와 관계를 가지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가지는 데 싫을 리가 없다. 당연히 좋다.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그때 온몸을 떨리게 만들 정도로 짜릿한 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소은은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자신이 정말 밝히는 여자가 되어버린 거 같아서….

*

환우와 소은은 서로 다른 속마음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지만 둘 사이에 변한 것은 없었다. 변함없이 즐겁게 사귀었고, 자주 관계를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중간고사가 끝난 후 학교축제 기간이 되었다.

소은은 과 학생회에서 총무부 쪽 일을 하고 있었다. 총무부 부장은 2학년이었고, 1학년인 소은은 차장이었다.

축제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무사히 축제를 마쳤지만, 총무부 쪽은 끝난 후가 더 힘들었다. 축제기간 동안 쓰인 학생회 예산을 결산해야 되는 것이다.
혼자 과실에 우두커니 앉아 행사동안 쓰인 영수증 뭉텅이를 바라보고 있는 소은.

“하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저걸 다 언제 끝낼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해도 되면 좋으련만 내일까지 학과장한테 정리해서 보고해 달란다. 설상가상으로 부장이 아파서 자기 혼자 이 일을 떠맡게 되어버렸다.
시계를 보니 시침이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지하철 끊기기 전까지 끝낼 수 있으려나…. 어쨌든 해야 되는 일이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시작하려는데 과실 문이 열리며 한태가 들어온다.
한태를 본 소은이 놀라 묻는다.

“어 선배. 아직 안가셨어요?”

“응. 나도 뒷정리 좀 하려고.”

그렇게 한태가 이것저것 정리를 하는 동안 소은도 자기 일을 하는데 역시 혼자하기엔 벅찬 일이었다. 일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한태가 일을 끝낸 뒤에도 소은은 제자리걸음이다. 소은의 울상인 표정을 본 한태가 걱정스레 물었다.

“왜? 잘 안 돼?”

“예? 아뇨…. 양이 좀 많아서.”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게. 지하철 끊기기 전에 얼른 해야지.”

“네….”

그렇게 한태가 도와주기 시작해 양이 금방금방 줄기 시작했지만 금세 문제가 발생했다. 내역이 맞질 않는 것이다.

“아!”

그때 무심코 시계를 들여다본 소은이 깜짝 놀란다. 12시가 넘어가고 있다. 지금이야 후다닥 달려가서 지하철을 타면 어떻게 집근처까지 갈 수라도 있겠지만 남은 일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한태도 시계를 보고는 곤란한 듯 입을 연다.

“어쩌지…. 이거 학과장님이 내일까지 꼭 좀 해달라고 하셨는데….”

소은은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일도 많아 죽겠는데 부장은 혼자 아파서 집에 가고…. 아픈 사람 탓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짜증난다.
소은의 짜증난 얼굴을 본 한태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집에 가서 나머지 일 끝낼래?”

“네?”

소은은 한태의 제안에 적잖이 놀랐다. 한태는 학교 앞에서 혼자 자취한다. 아무도 없는 남자 집에 어떻게 간단 말인가….

“뭐 어쩔 수 없잖아. 가서 마저 한 다음에 자고선 내일 가. 내일 첫 수업 몇 시야?”

“1시요….”

“그래? 그럼 괜찮겠네.”

괜찮을까…. 집에는 학생회 일로 학교에서 다 같이 밤 샌다는 핑계를 대면 된다. 환우에게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일은 끝내야하니까.

“예. 그럼 그렇게 할게요….”

결국 소은은 한태의 집에서 일을 끝내고 자고 가기로 한다.

한태의 자취집은 환우의 자취집보다 제법 좋았다. 침대도 있고, 화장실도 더 넓었다. 우선 소은은 집에다 전화를 해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어쨌든 일 때문이니까…. 그리고 다음은 환우였다. 소은은 괜스레 한태를 한 번 쳐다보고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응. 자고 있었어?”

[응? 아니 아직…. 너 아직 학생회 일 안 끝났어?]

“응…. 나 이거 예산내역이 안 맞아서 계속 맞춰보느라…. 그래서 그냥 학생회 사람들이랑 과실에서 밤 새다가 새벽에 가려고….”

소은은 일부러 다 같이 있다는 것처럼 말한다.

[아 그래. 고생하네. 알았어. 그럼 수고해. 이따가 연락해도 되지?]

“응…. 근데 너 늦게 자게?”

[요새 재미 붙인 게임이 있어서. 이 게임 좀 하다 자려고.]

“아. 응.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이따 연락할 수 있으면 연락해.”

소은은 전화를 끊고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를 속이는 일이니….

연락을 끝낸 소은은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내역은 맞지 않는다. 결국 1시가 넘어서 아픈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깨운 후에야 왜 내역이 맞질 않는지 알 수 있었다. 부장이 선전부에서 준 영수증 한 뭉텅이를 그냥 들고 가버린 것이다.
어찌됐든 결산을 끝낸 소은은 이제야 잘 수 있겠구나하며 마음 편히 있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원룸형인 이곳에서 한태선배와 둘이 어떻게 자야하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소은에게 한태가 말했다.

“소은아 술 한 잔하고 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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