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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회원투고] 고추밭 이야기 24편

관리자 0 32637

내 몸속에서 빠져나간 아들 녀석의 물건은 길고 긴 여운을 남긴 채 멀어져 갔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까?도무지 아들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었다.불을 키려던 아들 녀석을 말렸고...방으로 보냈다.알몸으로 불을 키려고 서 있던 아들 녀석의 물건이 아직까지도 하늘을 향해 뻗어있었다."하아...하아...하아..."아들을 보내고 난 숨을 크게 들이쉬며 호흡을 진정시켰다.


내 아래는 아직까지도 아들 녀석의 흔적으로 젖어 있었고 움찔움찔 거렸다.호흡이 진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잠시 뒤 부엌으로 가 찬물을 들이켰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며 점심을 차려놓고 안방으로 들어와 짐을 쌌다."후...잠시만...아주 잠시만.." 나는 아들 녀석에게 쪽지를 남기고 읍내터미널로 향했다.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서 인지 마을버스정류장에 동네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버스에 몸을 실은 나는 잠시 생각했다."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어쩔 거여 이 미친년아..아이고..""광호 녀석 얼굴을 어떻게 봐...에 미가 되가지고 .." 아들에게 몸을 허락한 뒤늦은 죄책감이 밀려왔다."광호 녀석이 이 에 미를 어 캐 생각할 것이여..."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읍내터미널로 향했다.터미널로 향하는 마을버스 안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내 몸 위에서 이마에 땀이 송 글 송 글 맺힌 채...


열심히 움직이던 아들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사랑해 엄마.."아들 녀석의 말이 환청처럼 들려왔고..내 아래가 아들 녀석을 생각한 것만으로 촉촉해졌다.터미널에서 서울 행 버스에 몸을 실은 나는 출발하려는 버스에서 급하게 내렸다.


택시를 탔고 집으로 향했다."그래..어쩌다가 그리 됐건..일단 집에 가서 아들 녀석을 봐야지....."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나를 사랑한다는 광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날이 어두침침한 게 몸이 으스스 떨렸고 ..집에 올라가는 길이 길게만 느껴 졌다.


이윽고 집 앞에 온 나는 폭삭 내려앉은 집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이럴 수가.....집이 무너져 있었다.


광호 녀석이 저 안에 있을 터 인데.."광호야...광호야.."난, 아들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무너져 내린 집 더미 속을 파헤쳤다.영 숙 할아버지와 이장님이 나를 말렸고..잠시 후 119대원들이 오더니 집 더미 속에서 광호를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광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 울어 댔다.


소식을 듣고 온 동네 분들이 그런 나를 위로하며 말렸다.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광호를 데려가실 거면 나를 먼저 데리고 갈 것이지...


하늘에서도 우릴 잘 보살필 것이라고 했던 남편을 원망했다."미안해 광호야..엄마가 미안해..."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는 주저앉아 한없이 울고 있었고...그때 뒤에서 광호라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다..얼굴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아들 녀석을 품에 안고 울었다.한없이 울어대던 나는 아들 녀석을 품에 꼭 안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들 녀석은 울고 있는 나의 등을 쓰다듬으며 보듬어 주었다.이장님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에서 잠시 지내기로 했고..


저녁때 소식을 들은 용재네 식구가 찾아 왔다.용재엄마의 말을 들어보니 광호 녀석은 내가 남긴 쪽지를 보고 용재차를 빌려 타고 터미널까지 급하게 다녀온 모양이었다.그래서 아들 녀석이 집에 없던 것이었고...다행이었다.용재네 식구들을 보내고 마을회관으로 들어온 나는 거실에다 이부자리를 폈고..방에다가도 이불을 깔았다.광호 녀석은 담배를 피는 지 아직 안 들어오고 있었다.나는 방에 깔았던 이불들을 다시 넣어두고 광호 베개를들고 거실에 놓았다.


그냥 오늘은 아들 녀석과 같이 자고 싶었다.마을회관으로 들어온 아들 녀석이 거실에 깔린 이부자리를 보더니 약간 놀란 눈치다.옆에 누운 아들 녀석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도 따뜻한 아들 녀석 손을 꼭 쥐어주었다.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아들과 나는 체념한 듯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나는 몸이 가벼웠고 기분이 좋았다.나의 머 리 속을 짓누르던 무거운 죄책감들이 사라졌고 내 옆에서 내손을 꼬옥 잡은 채 자고 있는 아들 녀석이 사랑스러웠다.일어난 아 들 녀석에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정스레 다가갔다.광호 녀석도 별 탈 없이 나를 대했고.. 뭔가 예전보다 더 다정스러운 모자사이가 된 것 같았다.동네 분들의 도움으로 집정리가 대충 끝나고...또다시 마을회관에 아들 녀석과 둘이 남았다.어제처럼 거실에 이부자리를 폈고...누웠다.


아들 녀석이 내 손을 잡았다.광호 녀석도 나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했을까?내손을 잡은 아들 녀석의 손이 약간 떨렸고...나는 그런 아들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그러다 어린애처럼 내 옆으로 와 안기는 아들 녀석...나를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아들 녀석... 나는 아들 녀석을 끌어안고 품에 안았다.아들 녀석이 원한다면 내 모든 걸 내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이 흘렀다. 내일이면 새로 지은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밤마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품속에 안겨 잠을 잤고 엄마역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그저 엄마가 내 옆에서 나를 안아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물론 새벽에 성이 난 물건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아침에 먼저 일어난 엄마가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나를 깨웠고..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다."재 훈 삼촌네 작업 다시 시작했다는데...오늘 나갈 껄 그랬나?..."


"에이..엄마도 좀 쉬어야지..집 정리하느라 힘들었잖아..""그래도...""근데 요즘엔 용재형네 맞은편 고추밭으로 안 가나봐?.. 차가 그리로 안가던데..""응..독사 골 옆에 고추밭 큰 거 있지?..그것도 최 씨네 꺼 여..요즘 그리로 작업 다닌데..""우와...거기 땅은 또 언제 샀대?...영 숙 할머니네 밭 아니었나?...""올해에 샀어..밭팔고 영 숙 할머니 집 지었잖아.."엄마와 난 아침식사를 마치고 마을회관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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