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회원투고] 고추밭 이야기 20편
나의 물건은 죽지 않고 아쉽다며 또 다시 껄떡거렸다.
엄마의 몸속에서 나올 때...
질펀하게 젖어버린 엄마의 그곳도 아쉽다는 듯 천천히 나를 뱉어냈다."하아.. 흡 .. 아.."숨을 고르고 있던 엄마가 나의 물건이 나가자 얕게 신음했다.안방은 며칠간 아궁이에 불을 떼지 않아도 될 만큼 후끈거렸다.아무 말 없이 엄마 옆에 누워있던 내가 안방 불을 키려고 일어났다.
"하아... 불 키지 마."아직까지도 숨을 헐떡이던 엄마가 말했고.. 옆에 있던 이불을 당겨 몸을 가리셨다.그때 번개가 번쩍이며 안방을 훤히 비췄고... 알몸으로 서 있던 나를 엄마가 보더니 말했다."하아.. 빨리 옷 입고 니 방으로 가... 하아.. 엄마 옷 어 딨 니?"엄마는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으셨고 난, 그런 엄마를 위해 엄마의 바지와 팬티를 엄마에게 건 냈다.
엄마는 이불속에서 주섬주섬 옷들을 챙겨 입으셨다."안가고 뭐해...하아""저기..엄마..""하아..일단 지금은 니 방으로가... 하아.." 난 옷들을 챙겨 입고 내방으로 건너갔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엄마는 단호했다.여전히 밖은 어두컴컴했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방문을 열고 불이 아직 켜지지 않은 안방을 바라보며 담배하나를 물었다."후~~"무언가 뿌듯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죄책감이나 후회 같은 것이 아니라...
엄마의 눈물 한 방울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한숨도 못잔 나는 담배를 피우고 그대로 뻗어버렸다.앞으로 엄마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며...오후2시가 되서야 눈을 떴다. 배가 고팠다.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왔다.
빗줄기가 약해졌지만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장마라고 하기에는 좀 이른 시기였다.안방으로 가다 부엌을 보니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고.. 아궁이에는 엄마가 불을 지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엄마?"조용한 안방 문에 대고 엄마를 불러보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엄마?..."나는 다 시 한번 엄마를 부르며 방문을 열었고, 안방에는 아무도 없었다.안방은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티 비 아래에는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작은누나네 집에 좀 가 있을 께.. 당분간 혼자 지내고 있어..엄마가 남긴 쪽지였다.나는 설마 하며 장 농을 열어보았고... 몇 가지 엄마의 옷가지들과 여행가방 없었다."지금이 2시10분.. 아침8시버스는 아닐 테고. 1시30분차를 탔으면 읍내에서..나는 미친 듯 빗속을 뚫고 달렸고 버스종점인 순 옥 아줌마가게로 향했다.동네사람들한테 엄마를 보았냐고 물어보려했지만..
비가 오는 터라 사람들이 없었고 순 옥 아줌마 가게도 잠겨 있었다.
나는 용재형네로 달려갔다.
우사 옆에서 물골을 파던 용재 형이 비에 젖은 나를 보며 놀라 물었다."너 왜 그래 임 마.. 뭔 일 있냐?""헉헉..형 차 좀 빌려줘..""왜?..무슨 일인데?""헉 헉.. 나중에 말해줄게 형.. 일단 차 좀.. 급해 형..""알았어. 임 마... 조심하고.. 뭔 일 있으면 전화해.."
용재형의 말을 뒤로하고 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엄마... 가려면 내말은 듣고 가야지...." 나는 속력을 높여 읍내로 향했다. 차 유리창에 부 딛 쳐 내려오는 물방울들이 엄마의 눈물 같았다
읍내에 도착해서 내린 나는 터미널로 뛰어 들어갔다. 서울 행 버스시간표를 보니 20분전에 이미 출발해버린 상태였다.다음버스시간은 한 시간 뒤였고.. 나는 혹시 몰라 터미널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며 엄마를 찾았다."헉.. 헉.. 엄마.."나는 걸음을 멈추고 작은 누나한테 전화를 하려다 그만두었다.나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빗물과 눈물이 섞여 나의 얼굴을 적셔 나갔다.한 시간 쯤 지난 뒤에 서울 행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왔다.나는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보며 엄마를 찾았고...이윽고 버스는 출발했다.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투 벅 투 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비를 피해 담배 하나를 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것일까?"
"차라리 나를 쥐어 패고 혼이라도 내셨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인데..."엄마가 야속했다.나는 다시 차에 올랐고.. 운전하는 내내 엄마생각이 머 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어렸을 적 여느 가정집에서처럼 평범하게 자라왔던 나였고..사춘기 때는 약간 반항하며 사고치는 무뚝뚝한 아들이었다.엄마는 나를 혼내기는 커 녕 아버지한테 혼나는 나를 오히려 감싸주셨다. 나를 감싸주시는 엄마에게도 짜증을 냈던 나였고 군대를 가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아버지가 떠나시고 홀로 지낼 엄마생각에...
가슴 한편이 아려왔던 나였다.하루하루 엄마가 그리웠고 어렸을 적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전 역를 하고 집에서 본 엄마는 한없이 쓸쓸해보였고...축 쳐진 어깨 위로 삶의 외로움이 무겁게 올려 져 있는 것 같았다.그런 엄마를 안아드리고 싶은 마음...꼭 껴안고 보듬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결국... 나는 엄마를 안았다.
엄마의 몸을 훔쳐보고 몰래 만지던 욕정이 "사랑"이라는 포장지에 감싸여 진 채...
"아니야..그게 아니야...난 정말 엄마를..."시간이 지나 엄마가 마음을 정리하며 빨리 돌아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난, 복잡해진 마음과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이윽고 용재 형이 차 소리에 나왔다."임 마... 어디 다녀 온 거야?.. 괜찮아?...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
너.. 무슨 일이야?""어..형..누구 좀 급하게 만나고 오느라...차 잘 썼 어 형..고마워.."난 뒤돌아 천천히 걸어 집으로 향했다.
뒤에서 비를 맞고 내려가는 나를 용재 형이 불렀다."야.. 임 마 비 오는데 우산 쓰고 가...""됐어.. 형... 갈께""야.. 아무 일 없는 거지?""응... 들어가" 순 옥 아줌마 가게 앞을 지날 때 뒤에서 119구조차량 한대와 구급차 한대가 빠르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