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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 단편

관리자 0 7025
-사냥-

방 안은 아주 깨끗했다. 연락을 받고 도착했을 때, 벌써 감식반이 나와서 현장을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는 중이었고, 나는 밀린 보고서를 정리하다가 반장님의 연락을 통해 현장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시내 중심가의 그것도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 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보도진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호텔의 사정상, 외부로 소문이 나가는 것을 꺼려한 탓인지, 입구에서도 당연히 따라 붙어 있어야 할 거머리 떼 같은 기자들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호텔 방 앞의 두 명의 의경이 아니었다면 찾지도 못할 뻔 했다.

‘반장님 늦었습니다. 차가 막혀서요. 피해자 신원파악부터 할까요?’

시간이 저녁 7시 반이었기에 시내의 도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내리는 겨울 비로 인해 시내의 교통지옥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반장은 대꾸가 없었다. 쓰벌, 늦게 왔다고 강짜는!

‘김 형사! 이리 와 봐.’

나는 감식반과 호텔 관계자가 둘러 서있는 방안의 가운데로 다가갔다. 사람들의 사이로 보인 것은 여자의 나체였다. 이미 채 익기도 전인 살결과 체구로 보아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였다. 탁자 위에 사체를 엎어 놓고 얼굴은 정면을 향 한 채로, 팔과 다리를 아래로 내려뜨려 아래쪽에서 교묘하게 묶어 놓은 것하며, 매듭의 형태가 아주 탄탄 한 것으로 보아 서두른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여자는 두 팔과 다리가 무거운 대리석 탁자와 같이 묶여 있어서 설사 탁자를 쓰러뜨린 다고 해도 혼자서 풀 수는 없었을 것 같았다. 바닥이 구두에 쩍쩍 달라 붙는 것 같은 느낌에 바닥을 자세히 보니 짙은 색 카펫은 온 전체가 흥건한 피바다 였다.단지 여자가 묶여있는 바닥 뒤쪽은 무엇을 깔았던 자국인지 그 곳만 네모지게 핏자국이 없었다. 범인이 여자를 범하는 도중에 피로 인해 남을 수도 있을 족적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판단되었고…나는 그제서야 감기 끝인지라 냄새를 잘 맡지 못한 다는 것을 깨닫고 어째서 사람들이 코를 막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감식반 보고 저 쪽 부분 사진 좀 자세히 확대해서 찍으라고 해.’

나는 반장이 가리키는 곳을 살펴 보았다. 여자는 손목의 양쪽과 목젖 옆의 동맥이 날카롭게 금이 가 있었고, 그를 통한 과다출혈로 숨진 것처럼 보였다.

‘이건 느낌이 좋질 않아. 큰 놈 인 것 같아.’

반장의 예감은 항상 틀림이 없었으며, 반장이 큰 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항상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놈들이 대부분 이었다.

‘지하 보안실에 내려가서 감시카메라 내용 좀 확인해서 이 여자가 체크인 했던 시점에 누구랑 같이 들어왔는가 알아보고, 카드 키가 아니고서도 방문이 열리는 시점을 시스템으로 확인 할 수 있는가도… 에또 그리고…, 아참, 그리고 저 여자 신원 확인 될 만한 것들 챙기는 것, 잊지 말고…’

무어가 그리 시킬 것이 많은지, 지 손이 지 딸 이라는 옛말도 모르나,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급하면 지가 하지, 왜 애꿋은 나를 시키고 지랄이야 지랄은, 우라질! 나는 하인처럼 할 일만 잔뜩 짊어진 채로 방안을 나왔다. 나는 속으로, 신분 확인할 지갑도 있겠다. 일류 호텔이라 CCTV에 찍혔을 터이니 알아보면 될 것이고, 시체에서 정액이라도 나오면 주변 인물이나 수사 선상으로 올려서 조져대면 대번에 범인은 잡힐 것 같았기에 괜한 걱정으로 폼만 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하에 내려가서 신분증을 제시하자, 보안실장이라는 자가 깍뜻하게 인사를 건넨다. 나는 프론트 에서 그 여자의 입실 시간을 인터폰으로 넘겨 받아 그 당시의 장면을 보자고 했다. 보통의 호텔들은 장시간 녹화용 아날로그 VTR이었지만 이곳은 특급호텔 답게 모든 화상을 DVR방식으로 녹화하고 있었고, 매일 매일의 데이터는 데이터 저장용 컴팩트 디스크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러니까 발견되기 이틀 전에 체크인 했었다. 그것도 새벽 4시 즈음 이었다. 프론트 에서 보이는 앳된 얼굴의 그녀는 아무런 동반자도 없이 프론트 에서 체크인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카드로 지불확인을 하고 총총 사라지는 장면, 나는 아리송 했다. 대개는 같이 투숙한 사람이 있는 것이 통례적인데 말이다. 나는 보안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물었다.

‘각 층의 복도에는 카메라가 없습니까?’

‘객실 손님들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설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카메라가 있는 곳은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강도나 침입 등을 대비해서 비상 대피 계단쪽,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쪽을 보여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방 문이 열리면 시스템 상으로 그 시각이 추적이 되긴 합니까?’

‘그건 조금 다릅니다. 카드 키가 꼽히면 프론트의 시스템에는 손님이 방에 있다는 표시와 함께 기록이 남고, 방안을 나올 때는 카드 키를 빼고 방안의 기초조명 이외에는 불이 꺼지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퇴실에 대한 기록이 남지만 그 외에 카드 키가 방안에 꼽혀 있을 때 잠깐씩 열리고 닫히는 것은 전부 기록에 담을 수는 도저히 없습니다. 단 카드 키가 방안에 있는데도 일정 시간 문이 열린 채로 있으면 도난 방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프론트에 연락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프론트 메니져는 해당 층의 메이드 에게 연락해서 방문을 확인하게 되어 있지요. 그 외에는 정확한 문의 개폐 시간을 체크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어 있질 않습니다.’

나는 그 여자가 체크인하는 장면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장면 등을 테이프에 녹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안 실장은 공테이프는 없고, CD에 구워주겠다고 했다. 나는 격세지감을 실감하면서 순식간에 구워낸 CD를 받아 들고 보안실에서 나왔다. 반장은 프론트에 내려와 호텔 관계자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장님, CCTV장면은 넘겨 받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반장과 어두운 표정의 호텔 관계자와의 대화는 서둘러 끝나고 반장은 나와 같이 지하의 주차장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감식반 말이 섹스는 한 것 같은데, 정액은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더라는 게야. 범인은 그 여자를 묵어놓고 팔과 목을 그어 놓은 상태에서 섹스를 한 것 같다는 구만. 시반의 형태를 모호하게 만들어 사망 시각을 흐려놓게 하려고 살아 있는 동안 출혈을 과다하게 일으키게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아 여간 머리가 똑똑한 놈이 아니야. 게다가 피가 뿜어져 나오는 동안에 섹스를 했으니 몸 상태는 극도의 흥분에다가 심장 박동수의 증가로 출혈을 부추켰을 테고…여자가 재갈도 물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리도 치지 않았을까?’

반장은 서로 돌아갈 때까지 의문 나는 사항을 두서없이 나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아무리 방음 장치가 철저히 되어 있다 손 쳐도 반항한 흔적도 없고, 목과 팔에서는 동맥을 끊어 놓았으니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을 터이니 맨 정신으로 섹스를 즐길 미친년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에이, 그건 좀 무리가 있네요. 아무리 색을 밝히는 여자라도 생명의 위험이 코 앞에 있는데 본능적으로 소리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체격을 보니 고등학생 같던데, 어려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나이 든 사람 보다 더 심했을 거구요. 혹시 도리도리 같은 약물 같은 것에 취해 있었다면 모를까…’

반장은 급하게 감식반에 전화를 걸었다.

‘저 강력3반의 유반장 인데요, 오늘 이첩한 여자 사체에서 독극물 검사도 아울러 부탁 드립니다. 아참 그리고요, 현장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가 발견이 되질 않았는데, 무엇으로 그런 상처를 낼 수 있었는지 알아봐 달라고 신박사에게 전해 주시고요.. 네…네.. 그럼 수고 하십시오.’

반장은 내리는 겨울비가 차창을 때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 들였다. 창문을 조금 내리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하나, 둘, 차 안으로 흩뿌리기 시작했다. 반장은 계속해서 알아들을 수도 없는 무슨 단어들을 중얼 대고 있었고...

‘반장님, 피해자 신원이 나왔는데요. 이름은 장혜정, 나이는 19세, 3년전에 부산 혜란 고등학교 1학년 중퇴. 직업은 무직. 가족은 모두 부산에 있구요.’

‘부산?’

‘집도 꽤 잘 사는 것 같은데, 서울에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어서 부산 연고지로 내려가서 가족들 만나보고, 학교에도 들려서 학적기록이랑 담임도 만나 봐. 집히는 것 있으면 연락하구.’

형사 생활 8년차 이지만 그 놈의 집히는 것 타령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무슨 족집게 무당도 아니고 범인이 뜨기만 하면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장은 그 놈의 집히는 것 타령으로 우리들을 볶아 대기 일 쑤다. 그렇게 집히는 게 선선히 튀어 나오면 내가 왜 좇나게 뺑R이 돌면서 범인들 뒤를 쫓겠나? 미아리에 자리 펴고 앉았지! 아무튼 부산으로 향하는 무궁화 열차에서 나는 오랜만에 모자란 잠이나 실컷 자야 겠다고 마음 먹고는 사건 얘기들은 까맣게 잊고서 퍼 질러 잠을 잤다. 부산에 도착한 것은 새벽이 어스름한 이른 아침이었다. 깔깔한 입맛에 해장국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역전 앞으로 나갔지만 그 시간에 문을 연 곳은 없었다. 나는 역전 앞의 여관에 투숙하고는 근처 사우나에서 때를 벗기고, 부산에 있는 강력반 동기 강형사 에게 전화를 걸었다.

‘니 누고? 곰탱이 아이가? 어데고?’

‘야 임마, 곰탱이가 뭐냐? 어디긴 부산이지, 사건 땜시 내려 왔지. 영감 전화 않왔디?’

‘안오기는, 내 어제부터 꼬빡 잠복 이거던, 하, 영감, 성질 여직 대-단하데, 오지도 않은 곰탱이 찾아가, 연락 않하문 뒤진 다꼬 소리소리 치고, 마 난리 였따 카이. 보자, 뭔 사껀 인데, 뭐 또 뉘 뒤짓나?’

‘응, 아직 기자들이 물지는 못했는데 워낙 잔인한 놈이라서 보안유지에 영감이 신경이 곤두섰어. 연고지에 수사협조 좀 해줘.’

‘알았따. 내 싸우나 가, 때쫌 빼끼고, 마누라 얼굴 쪼매만 보고, 으이?. 금강산도 씹후경이라 안하나?’

강 형사는 여전 했다. 내가 항상 너는 형사가 체질이라고 줏어 넘길 때마다 지가 형사 되는데 누가 보태준 것 있냐면서 자기 잘난 맛에 사니까 껍쩍 대지 말라며, 빙글대던 유유자적한 그야말로 천하태평의 호인이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강 형사는 예전보다 체중이 조금 더 불은 모습으로 그 심한 팔자 걸음이 더 벌어지는 자세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하이고, 곰탱이 니 마이 늘겄네, 영감이 억수로 고롭히는 갑제? 가자, 그 집이 어덴데? ‘

부산 사람들 중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산다는 남부민동에 연고지의 주소가 있었다. 서울의 평창동 이나 성북동, 삼청동과 맞먹는 저택들이 즐비한 그 동네는 찾아 가는 도중에도 기가 눌릴 지경이었다. 육중한 철문이 되어 있는 한 집 앞에서 강형사는 현관의 인터폰을 눌렀다. 인터폰에서는 가정부 같은 여자가 대꾸했다.

‘지금 아무도 안계시는데예?’

‘아무도 엄따고요? 그럼 말하시는 분은 누군데요?’

‘저요? 일하는 사람인데요, 와요? 뭐 잘못 되씹니꺼?’

‘아 그게 아니고요. 여는 경찰입니더. 문 쫌 열어 보이소 마.’

곧 이어 촌시럽게 생긴 할머니 같은 여자가 문을 열었다. 그 일하는 가정부의 얘기에 의하면 가족들은 2주전에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는 것이었다.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 단 둘만 사는데, 딸은 서울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 딸이 죽은 사실에 대해서 가정부는 아는 바가 없는 눈치 였다.

‘저는 서울에서 온 형산대요, 명함드릴 테니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 연락되면 이곳으로 빨리 전화해 주세요. 이 집 따님이 살해 됐어요. 아시겠어요?’

‘뭐라꼬요? 살해요? 죽읏따고요? 정말인교? 하이고 참말로, 우야꼬…’

조금 오버하는 듯한 가정부의 태도가 경상도 말투 이겠거니 했지만 나는 자식이 죽은 지도 모르고 여행이나 가 있는 부모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와 강형사는 그 집을 뒤로하고 살해된 여자가 중퇴했다는 고등학교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시내를 지나 온천동을 지나 얼마 되지 않는 곳에 있는 그 학교는 신흥명문중의 하나란다. 나는 수업을 하고 있던 그 여자의 1학년 때 담임 선생을 호출했다. 곧 이어 두꺼운 안경을 쓴 여선생 하나가 교무실로 내려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믿기 어렵다는 듯한 얼굴로 나의 질문에 차근 차근 학교생활에 대해서 얘기해 나갔다.

‘마, 가심이 떨려 말을 잘 몬하겠네예, 혜정인예, 안있십니꺼,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질 몬했어예, 학교도 억수로 빼먹고, 혼내면 고만 가출하고, 잡아오면 또 튀 나가고…집도 잘 살고, 부모님도 억수로 괘안했는데, 잘 모르겠으예…우에 된긴지…’

담임도 반 아이들을 맡고 나서 얼마지 않아 가출을 일삼던 문제 학생이라서 신경이 무던히도 쓰였지만 물리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지낸 시간이 많지 않음으로 인해서 무어라 자세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가스나, 꼴통 아이가?’

강형사는 나에게 죽은 그 여자의 살해동기가 제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미에서의 질문을 했다. 그러나, 인물도 반반하고, 집도 잘 사는 싱싱한 나이의 여자가 꼴통 짓을 하면서 죽음을 재촉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딘가 맞지않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강형사와 헤어지면서 서울에 전화를 넣었다.

‘반장님 이세요?’

‘어디야?’

‘어디 긴요, 아직 부산이죠, 오늘 연고지랑, 학교에 가 봤는데요. 아직 가족들에게 살해된 사실이 전달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지금 해외 여행중 이라네요. 네..네..학교에 갔었는데, 문제 학생으로 점 찍혀져 있었고, 출석일수 부족으로 제적 되었구요. 네… 네…그 뿐 입니다.’

‘근데 왜 거기서 아직도 노닥 거리고 있어? 냉큼 올라오질 않고, 국과수 에서 무진장한 자료들이 넘어왔어, 빨리 와.’

어이그 쓰벌! 일껏 내려왔더니 도로 올라오라고 지랄이야, 지랄은! 나는 이게 형사 인생이지 하는 자위를 곱씹으며, 또다시 밤 기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 도착하면서 나는 집에 들려서 옷만 갈아 입고서는 거칠한 얼굴로 새벽같이 반에 들어섰다.

‘반장님, 저 왔습니다.’

‘수고했어. 가족들에게는 아직 연락이 안된 거야?’

‘네, 세월 좋게도 유럽 여행 중이랍니다. 신원은 파악했는데, 원래 문제아였고, 학교 생활도 별로 성실하질 못했다고 하대요. 돈은 있겠다, 그냥 서울에 살도록 내버려 둔 것 같은 처지였습니다.’

‘책상 위에 놔 둔 보고서 좀 들고 회의실로 들어와 봐.’

나는 국과수 에서 올라온 보고서 뭉치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 갔다. 회의에 앞서서 나는 검시보고서 및 독극물 검사소견서 등을 대충 살펴 보았다.

‘내가 말한 대로 피해자는 필로폰 중독이 심각한 상태 였어. 출혈도 출혈 이지만 섹스 시에 그 통증과 공포를 느낄 수도 없을 만큼의 약물이 몸 안에 투여 된 상태 였지. 아마도 환각 상태에서 섹스를 하면서 자신이 죽어가는 사실 조차도 느끼질 못했을 거야.’

나는 살해 당한 피해자의 상황이 연상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피해자의 손목과 목에 나있는 상처에 대한 건데, 그 부분에 뭐라고 되어 있냐?’

‘음…자상의 크기나 깊이, 예리한 정도를 감안 할 때에 수술용 메스 같은 고도로 날카로운 것이라고 되어 있네요. 근데, 수술용 메스는 일반인 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질 않습니까? 다른 도구가 아닐까요?’

‘아니, 신박사의 판단은 틀린 적이 없었어. 일단 그렇다 치더라도 이상한 것은 섹스를 한 것 같은 흔적은 발견되었는데, 정액은 없었다는 거야. 가해자가 콘돔을 사용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질강 검사 시에 특수한 물질이 발견된 것이 관 건 이야…’

질 내부는 과도한 섹스로 인해서 일부 표피가 찰과상을 입을 정도 였고, 직장 내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곳곳에 그 의문의 물질이 발견된 것에 반장은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뭐, 흥분제나 그런 게 아닐까요? 성분 분석을 하면 나올 수 있잖습니까?’

‘자네는 그래서 아직 8년차 소리를 여직 듣는 거야, 알아? 검사를 통해 알아 볼 수 있는 성분이 도대체 몇 가지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시간이 지나면 성분검사가 불가능한 휘발성 물질도 얼마나 많은데…그것 보다도 피해자 부모에 대한 신상 조사부터 해봐. 그리고 CCTV 화면도 다시 검토해 보고…’

반장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매스컴을 타고 정식 수사본부가 설치된다면 그 부담이 줄어 들고 시간도 어느 정도 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 하에서는 용의자라도 우선 수사선 상에라도 올려 놓는 것이 필요 했는데 여직까지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 게다가 방안에는 여자의 지문만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의도적인 살해가 분명한 것도 반장의 심사를 긁어 놓는 이유 중의 하나 였다. 의도적인 살해는 항상 동기의 추적이 필요 했는데 워낙 난잡하고 버르장머리 없이 서울을 날치고 다닌 19살짜리 문제아에 대한 의도적인 살해 동기는 쉽사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갑 속의 현금도 그대로 이고, 카드는…나는 그때 카드라는 생각에 지갑을 다시 뒤져 보았다. 지갑 속에는 카드와 주민등록증이 없었다. 분명히 CCTV의 화면에는 피해자가 카드로 지불가능 확인을 하고 자리를 떴는데…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분명 내가 확인 했어야 했는데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 강력반 김형산데요, 며칠 전에 뵈었었죠? 네….네… 무엇 좀 여쭈어 볼 게 있어서요. 피해자가 무슨 카드로 지불 확인을 했지요?’

‘그것은 크레딧 카드가 아니라 저희 호텔의 VIP에게만 드리는 회원 카드 입니다. 구지 크레딧 카드나 현금이 없으셔도 저희 호텔 안의 어떤 시설도 이용이 가능한 카드죠. 대개 가족들도 사용하기 때문에 패밀리 카드로 발급되는데 그 당시 그 여자 분의 신분증명 없이 카드 만을 받아서 확인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런 카드는 잃어 버리면 바로 신고가 들어 오기 때문에 분실신고가 접수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들고 올 경우에는 일단 투숙 시킨 후에 역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새벽 4시 경 이었고, 카드 발급자에게 소지자의 신분을 확인 할 수도 없는 시각이라서 일단 아침 일찍 교체 인원이 들어오면 투숙객이 퇴실하기 전에 확인을 시키려고 했었죠. 그래서 그 분의 카드와 주민등록증은 저희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한번 모니터를 체크해 볼까요?’

나는 그 카드의 원 소유자에 대한 신분을 불러 달라고 했다. 직업, 주소, 근무지, 주민등록 번호 등을 받아 적으면서 이게 무언가 집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감이 들었다. 카드의 발급자는 56세의 중견 제약회사의 사장이었다. 대형 병원을 대상으로 의약품과 관련 장비를 납품하는 회사로서 이름도 꽤 알려진 회사였다. 나는 그 전화번호로 사장을 호출했다.

‘00메디케어 안내실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경찰임을 밝히고 사장실을 대달라고 부탁했다. 교환수는 바로 비서실로 연결했고, 남자 사원이 전화를 받았다.

‘비서실, 성윤철 입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사장님께서는 지금 안산 공장에 생산 회의 때문에 내려가 계십니다.’

나는 자세한 설명은 보안상 할 수 없고, 우선 사장을 뵈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니 오후 늦게라도 사장과 면담을 하고 싶다는 전갈을 남겼다. 한시간도 채 못되어서 사장으로부터 핸폰 같은 음질로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은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니 오후 4시쯤에 회사에서 보자고 순순히 응해왔다. 나는 반장에게 대강의 진행 상황을 얘기하고는 바로 그 회사로 향했다. 나이보다도 사장은 얼굴이 번들번들 한 게 한 40정도밖에 되 보이질 않았다.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우선 앉으시지요.’

사장은 자리를 권하면서 차를 시켰다. 나는 차가 들어오고 비서아가씨가 나갈 때까지 조금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끌었다., 나는 현재 보안에 붙여져 있는 살인 사건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 살해 된 여자가 사장의 호텔 VIP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깜짝 놀라며 그럴 리가 없다면서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갖고 있다던 그 카드는 지갑 어디 에고 없었다. 얼마 전에 골프장에서 지갑을 분실하고서 다른 것들은 모두 분실 신고를 했는데 그 호텔 VIP카드는 사용을 잘 하질 않아서 아마도 분실 신고를 미처 못 했던 것 같다는 얘기 였다. 나는 무언지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그래서 수사가 종결 될 때까지 출국이라든가 신상의 변동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회사를 나왔다. 사실 그녀와 그 사장과는 안면식도 없을 뿐더러 연결 짓기에는 너무 부족한 요소들이 많았다. 50이 넘은 사장족과 19살짜리 어린 여자와의 관계라…돈이 아니면 섹스, 그 둘 중에 하나가 아니고서는 두 사람을 연결 지을 수 있는 끈이 없어 보였다. 이름하야 그림이 제대로 않 그려지는 상황이었다. 나는 반장에게 냄새가 나긴 하는데 걸어넣을 구섞이 없어 보인다고 보고했다.

‘일단 가족이 돌아오는 것을 지켜 보자고…놀 수는 없으니 그 사장 주변의 여자 관계라든가 살해된 여자와의 관계 성립이 될 수 있을 만한 껀 수가 있으면 하나도 빠짐 없이 긁어와 봐. 그리고 출국한 가족의 출입국 사실 확인도 아울러 해보고…’

나는 서류를 정리하다가 살해된 여자의 정면 사진을 들고 반장에게 갔다.

‘반장님, 이 사진 좀 보세요. 좀 이상하질 않습니까? 이 탁자에 이렇게 턱을 괴게 하고 얼굴 곧추 세우게 해서 팔다리를 묶은 것이 좀 부자연스럽지 않냐구요?’

‘그래, 이제 보니까 그것도 그렇네. 그런데 도대체 무얼 향하고 있는 거지? 이 각도 말고 뒤에서 찍은 사진 있나 찾아 봐.’

나는 사진 중에서 그 여자의 뒤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냈다. 늘씬한 두 다리의 위로 탄력 있게 자리잡은 엉덩이가 쩍 벌어진 채로 보지와 항문을 활짝 벌리고 탁자 위에 묶여있는 뒷모습이 아무리 죽은 여자 이지만 열나 섹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체의 머리는 묶여있는 두 팔과 다리도 아랑곳하질 않고 탁자 건너편의 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향한 채로 세워져 있었다. 흡사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무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반장은 초점이 흐린 거울 속을 응시하면서 중얼 거렸다.

‘혹시 범인은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피해자의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고통 받으라고 그렇게 연출 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원한에 의한 살인? 모를 일이야.’

반장은 의자를 휙 돌려 창문 밖을 응시했다. 다음 날, 출입국 관리소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놀 랄 일이었다.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던 그 부부는 한국을 떠난 기록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국내 어딘 가에 있다는 얘기였고… 반장은 일순 흥분했다. 번뜩이는 눈매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김 형사, 전국에 그 두 사람 수배령 내리고 사진 붙여서 전단지 작성해서 신속하게 배포해. 그리고 수색영장 받아서 부산 연고지로 빨리 내려가. 어서.’

내려가면 됐지, 고함지르기는, 에이 쓰벌! 나는 반장이 시킨 일을 동료 형사에게 지시하고는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기차로 가기에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는 반장의 엄명 때문이었다. 수색영장은 4시간 만에 발급되었고, 나는 반장의 성화로 인해 스스로도 조급함에 부산의 강형사 에게 준비나 잘하고 있으라고 만나기도 전에 소리를 냅다 쳐댔다. 비행장에는 강형사가 차를 갖고 대기하고 있었고, 그 집으로 향하는 도중에 나는 대강의 스토리를 브리핑 해주었다.

‘볼 껏도 엄네. 그 부모가 일 저질른 거 아이가?’

사태는 그 쪽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무언가 집히는 것은 다른 방향으로 이 사건의 불똥이 튈 것 같은 예감이었다. 집에 도착하고 강형사는 인터폰을 신경질 적으로 눌러댔다.

‘보소, 아무도 없는교? 문 쫌 열어보소. 경찰 인데요….’

급한 마음에 강형사는 대문을 발로 차기 까지 한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수색영장도 있겠다 그게 무슨 걱정이냐면서 기어이 담까지 타 넘었다. 강형사가 문을 열어주고 내가 들어가는 도중에도 집안에서는 며칠 전 보았던 할머니 조차도 나오질 않았다. 집안은 텅 비어 있었고, 된장 는 듯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캬! 냄새 직이네, 곰탱이! 이거 시체 썩는 내 아이가?’

나도 머리칼이 쭈뼛 솟는 것이 그 냄새는 시체가 부패할 때 나는 역한 구린내였다. 나는 집안의 방마다 열어 보았지만 집안은 보일러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어서 집안의 온도는 흡사 온실과도 같았고 후끈하기까지 했으며, 그로 인해 시체의 부패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층으로 향하면서 강형사는 본능적으로 안주머니에서 총을 빼 들었다. 이층도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다만 일층보다 더 역한 냄새로 두 사람은 제대로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냄새의 진원지는 이층 끝방 이었다. 방문을 열자, 침대에는 두 사람의 중년을 넘긴듯한 부부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잠든 것처럼 죽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여자는 남자보다 나이가 무척 어려 보였고, 남자는 머리가 허연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서 보던 살해된 여자의 부모들 이었다. 나는 곧바로 코를 막은 채, 반장에게 전화를 질렀다.

‘반장님, 집안에 들어 왔는데 부모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자살 한 것 같구요. 시체가 부패한 정도로 봐서 1주일정도 된 것 같습니다.’

반장은 그럴 줄 알았다며, 주변을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말고 현장 보존에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 강형사도 나름대로 자신이 속한 반에 급전을 때리고 있었고…나는 방안을 둘러 보다가 구섞에 삼각대에 장착되어 있는 캠코더가 눈에 띄었다. TV는 캠코더에 연결된 채로 켜져 있었고, 부모들은 마지막으로 캠코더를 보고 자살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캠코더의 스위치를 손수건을 말아 쥔 채, 작동했다. 캠코더는 거의 2시간에 가까운 분량으로 리와인드를 했고, 나와 강형사는 선 채로 서서히 코를 치받치는 냄새도 잊은 채, 화면의 내용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캠코더의 장면은 바로 살해당한 딸이 묵었던 그 스위트 룸에서 테이프를 끊었다. 방 안에는 이미 두 남자가 있었는데, 흔들리는 상황으로 보아 찍고 있는 사람도 몹시 흥분하고 있는 것이 느껴 졌다. 딸은 이미 옷이 벗기워져서 두 남자에 의해 열심히 온 몸에 입 도장 세례를 맞고 있었다. 한 남자가 그녀를 침대에 누이더니 두 팔을 내리 누르면서 젖을 빠는 사이에 다른 한 사람은 주사기를 꺼내더니만 누워서 제압당한 채, 젖을 빨리 우고 있는 여자의 오른쪽 팔에 필로폰 으로 보이는 약 같은 주사제를 그것도 두 대 씩 투여했다. 여자는 약을 맞자, 해롱대기 시작했고,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온몸을 자기 손으로 마구 쓰다듬었다. 위에서 젖을 빨던 남자는 여자가 약에 취해서 맥을 못 추게 된 것을 알자, 바로 밑으로 내려가서 여자의 보지를 빨아대기 시작했고… 여자는 쾌감에 몸부림치면서 다리를 공중으로 V자 처럼 뻗치면서 썅놈의 새끼들에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상스런 욕을 내뱉었다. 다른 한 놈이 여자의 곁으로 다가가 여자의 입을 우악스럽게 손가락으로 열어서는 자신의 잔뜩 발기한 좇을 하수구에 쓰레기 쑤셔 쳐박듯이 내리 꽂았다. 여자는 욕도 하다 말고 목구멍 깊숙이까지 좇 질에 정신이 없는 남자의 좇대를 집어 삼킬 듯이 빨아 제끼고, 밑에서 보지를 빨던 놈은 V자로 벌어진 여자의 다리를 혀로 핥아 가면서 척척 소리도 드높게 여자의 보지를 쑤셔댔다. 놈들은 모두 콘돔을 하고 있었으며, 특이한 것은 모두 양손에 수술할 때 착용하는 얇은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있었고, 얼굴은 눈과 코와 입만이 뚫린 벙거지 겨울 두건 같은 것을 하고 있어서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들이 사정을 하는 것과 동시에, 화면에 여자의 손이 비치면서 정액이 담겨 보기에 처량하게 축 늘어진 콘돔을 그 여자가 건넨 비닐 봉지에 하나씩 조심해서 담았다. 그리고는 다시 콘돔을 끼우는 것이었다. 비디오를 찍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딸의 엄마였다. 두 남자는 정신을 못 차리고 꺼덕 대는 그 여자를 들어다가 침대 앞에 있는 탁자에 엎어놓고는 내가 알고 있는 바대로 팔과 다리를 내려뜨려 묶기 시작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침대에는 서서 비디오를 찍고 있는 엄마와 침대 모서리에 코트를 입은 채로 앉아서 심각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건너편 벽에 부착된 거울에 비쳐지고 있었다. 묶는 것이 끝나자, 남자들은 섹시하게 벌려져 있는 딸의 보지 아래 카펫바닥에 비닐을 깔았다. 그리고는 침대에 앉아있던 아버지를 손짓 했다. 아버지는 묶여진 딸의 옆에 서서 아직까지도 흥분과 약 기운에 도취되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딸을 내려다 보면서 그 자리에 살며시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번쩍이는 것을 꺼냈는데, 그것은 수술용 메스가 분명했다. 천천히 보기에도 떨리는 것이 확실한, 메스를 쥔 손은 신속한 동작으로 딸의 두 손목과 목 동맥에 칼침을 놓았다. 그 날카로운 날로 인해서 보통 사람도 피가 뻗쳐 나오기 전에는 그 아픔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다시 또 침대에 가서 앉았고 두 남자는 그 와중에서도 약을 먹었는지 아니면 연한 보지가 그렇게도 좋았는지, 벌떡 세운 좇을 가지고 교대로 그 딸의 보지를 뒤에서 격렬하게 쑤셔댔다. 딸은 자신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보질 못했을 것 같았다. 몸도 묶여 있었을 뿐더러 한 놈이 쑤시고 있을 때 다른 한 놈은 침대에 앉아서 통한의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주시할 수 있도록 고개를 쳐들게끔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방망이 같이 벌떡 선 좇으로 그 여린 보지를 푹푹 쑤실 때마다 그 여자는 억억 하는 비명과 함께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목에서는 검은 선지피를 뭉글뭉글 쏟아냈다. 쑤시던 놈이 사정을 하고 나가 떨어지자, 고개를 붙잡고 있는 놈과 역할을 교대했는데 그 딸은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비명에 가까운 쾌락의 신음을 쏟아내면서 입가에는 웃음 마저도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정신이 있었다면 부모 앞에서 남자들과 벌이고 있는 섹스로 인해 황망하고 수치스러웠을 것은 물론이고 방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는 피바다로 인해 비명이라도 질렀을 터인데, 그녀는 그냥 그대로 무아지경을 헤매고 있는 듯이 보였다. 임무를 교대한 놈은 지독하게도 사정을 하질 않고 그 19살의 가녀린 보지를 가차없이 쑤셔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놈이 소리쳤다.

‘와 죽인다. 이 년 씹보지 쪼이는 것 좀 봐, 아야야, 좇 터지겠다. 와 죽여 죽여, 이런 보지 처음이야. 어어엉!….’

언젠가 미국의 연쇄 살인범이 쓴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여자를 강간하면서 목을 졸라 죽여갈 때, 숨이 넘어가는 순간, 세상에서 맛보지 못한 오르가즘을 상대 여성의 보지를 통해 느낄 수 있게 된다고…아마도 그 여자의 숨이 넘어가고 있는 것을 보지를 쑤시느라 그 놈들은 모르고 있었던가 보다. 곧 이어서 여자의 몸은 축 늘어지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자, 침대에 앉아서 그 광경을 끝까지 목도 하던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서 손가락에 그 내용물을 바르고는 방금 전 무쇠 같은 좇대가리를 발끈하게 조여 주었던 딸의 씹구녕 안을 샅샅이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화면이 흔들리면서 화면이 끊겼다가 방안으로 다시 화면이 이어졌다. 부부가 목숨을 끊은 방안 이었다. 여자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침대를 가리키면서 말을 시작했다.

‘저기 누워 있는 것은 남편입니다. 제가 약을 먼저 먹였지요. 이제 모든 것이 엉망인 채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이 테이프가 발견될 때쯤 이면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이 세상을 마감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아직 남았기에 이렇게 용기를 내어서 여기 섰습니다. 혜정이는 사실 남편의 딸이 아닙니다. 저와 결혼 전부터 깊은 관계였던 000메디케어의 추사장과의 사이에서 난 딸입니다. 저는 남편이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로만 알고 추사장 과의 섹스중 임신한 아이를 지울 수 없어 남편의 아이인양 속여서 낳았습니다. 추 사장도 그 아이가 자신의 씨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구요. 그러나, 저는 얼마 전 아이의 소식을 추사장 으로부터 듣고 나서 우연 찮게 남편의 사물함을 정리하다가 병원의 임상소견서 한 장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그것은 남편의 무정자증 판명소견서 였습니다. 흑흑흑…..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은 저의 음란한 외도를 이미 일찍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거죠. 남편은 부산의 00성형외과의 원장으로 재직하다가 딸아이가 가출이 심해지고, 서울로 떠나가 버리자, 원장 직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거의 은퇴한 사람처럼 생활해 왔습니다. 어느 날, 서울에 갔다 온 뒤로 남편은 병원 관계 일로 왕래가 있었던 추사장의 일을 꺼냈지요. 딸아이가 추사장과 서울에서 만나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였습니다. 흑흑…나는 이게 천 벌 이로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추사장이야 모르고 그랬겠지만 그래도 저를 비롯해서 제 딸 아이까지 덮치면서 끝없는 쾌락에 몸을 떨었을 생각을 하면 제 살을 스스로 찢어도 속이 편칠 않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아빠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남편은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딸도 죽이고 우리도 모두 죽자는 것이었죠. 나는 그래도 이렇게 우리만 죽을 수는 없다. 나의 음탕한 끼로 인해 모든 가족이 산산히 부셔진 이 마당에 추사장 마져도 살려 둘 수는 없다고 말이죠. 그래서 오랜 만에 서울에 올라가 추사장을 만나서 골프도 치고 오랜만에 호텔에서 마지막으로 섹스를 했습니다. 그 놈이 잠든 사이에 카드를 훔쳐서 딸 아이에게 주고 새벽에 호텔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지요. 남편은 메스와 수술용 장갑, 등산용 노끈, 캠코더, 또, 콘돔의 겉에 묻어 있는 윤활제를 분해 시키는 화학약품을 준비하느라 나중에서야 오고…저와 남편은 믿을 만한 사람을 수소문 했지요, 추 사장이 한 것처럼 꾸미려 했는데, 딸아이를 죽이고 부산으로 내려 왔는데도 추 사장에 대한 소식은 방송에서 찾을 수도 없고, 오히려 우리 가족에 대한 의심의 화살이 돌려 지는 것 같아 이쯤에서 끝을 내는 것이 추사장의 덜미를 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게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이지요. 못난 저로 인해서 멀쩡한 딸아이를 지 쌩 핏줄과 놀아나도록 내버려 둔 죄, 남편을 속이고 보지를 내두른 죄, 친 혈육인 딸도 죽이고 남편마저도 독살한 이 년의 죄를 부디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 천하에 추사장 같이 천륜을 거스른 놈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모두 까발려 주시기를 부탁 드리고요. 더 이상은 약 기운에 말씀 드리기가 힘드는 군요….’

비디오는 거기에서 끝나 있었다. 강형사는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억수로 무서븐 여자네…안글나? 곰탱이, 내말 들리나? 니 뭐하노?’

그 엄마의 유언 같은 고백은 반성이 아니었다. 끝까지 자신에게 돌려지는 화살을 남에게로 받아 쳐대는 현대인의 못된 고질병, 그 자체 였다. 그 딸이 자신의 음탕한 욕망으로 희생되었음에도 그에 대한 반성 없이 그저 궁지에 몰린 사슴을 때려잡는 사냥군의 심정으로 딸을 사냥했다고 밖에는 뭐라고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나는 부유함 속에서 일그러진 군상들의 나약하고 처참한 결말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넋을 놓고 있는 강형사에게 주절거렸다.

‘이래서 형사 생활이 좇같다니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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