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 5부
관리자
근친
0
16653
2018.12.23 14:04
(5) 신이여, 신이여
오빠의 손이 내 허리를 낚아챈 건 그때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방금 전 태도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완력이었다.
오빠를 밀어내려... 오빠의 손에서 벗어나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되지 않았다.
이럴 땐 반항하면 할수록 남자의 욕정만 더 키울 거라는 걸 일찍이...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오빠 나야! 나, 오빠 동생 명순이이라고...!!"
그렇게 술에서 깨라고... 제발 꿈에서 깨어나라고... 제발 이성을 찾으라고...
타이르고 다그쳤지만 허사였다.
순식간에 내 팬티가 찢겨져 나가고... 그 위로 오빠의 몸이 올라와... 삐쭉한 통증이 가랑이를 갈랐다.
뾰족한 구슬 몇이 생살을 가르며 긋고다니는 느낌...
아랫도리 전체를 얼얼하게 만드는 그 예리한 통증이 나를 울부짖게 만들었다.
"오빠 왜 이래? 내게 왜 이래? 내가 어쨌길래?? 으흐흑... 미워... 미워..."
가슴을 밀어내고... 두드리고... 때리고... 할퀴고...
그렇게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오빠는 더욱 거칠어져만 갔다.
얼마나 지난 걸까... 그를 밀치다 기진맥진해버린 나는 이미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밑에서 반항하던 힘이 빠지자 재미가 없어져버려 그런지, 아니면 스스로 힘의 바닥을 드러낸 건지 몰라도 위의 오빠도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볼을 타고 내린 내 눈물이 요를 적셔 거기서 올라온 써늘한 냉기가 다시 내 볼을 적시고 있었다.
위에선 좀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게 잠들어버린 걸까? 어쩜 그럴지도 몰라...
그래서 위를 더듬어 보는데... 한 방울 미지근한 물방울이 이마에 떨어졌다.
눈물이었다.
오빠도 울고 있는 거 같았다.
갑자기 오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민이 나의 모성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오빠 울지마!"
두 팔로 오빠의 목을 감싸 안으면서 오빠의 볼에 내 볼을 비볐다.
내 볼로 흥건한 눈물이 적셔져 왔다.
"미안해! 순아..."
분명히 "순아"라 했다.
오빠는 지금 나란 걸 알아보고 있었다.
그만 일에... 죽어가던 오빠가 막 살아난 걸로 내가 여겼는지 모른다.
오빠의 볼을 마구 빨아댔다.
그러다 입술을 맞대고 마구 혀를 휘저어댔다.
"아아 오빠! 오--빠---!!"
아직도 내 궁 속엔 오빠의 물건이 담겨져 있었다.
내 아랫도리가 그걸 빠져나가지 못하게 옥문을 죄어 붙이고 있었다.
오빠의 엉덩이는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빠! 아무 말도 하지마! 아무 것도 상상하지 마!"
나는 최대한 오빠의 움직임을 편하게 해주려 애썼다.
최대한 오빠의 몸이 즐겁길 원했다.
최대한 오빠가 시원해지길 바랬다.
오빠가 힘들어 보일 때 내가 위로 올라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같은 걸 느끼려 애썼다.
오빠도 내가 힘들어 할 때를 알고 날 밑으로 내렸다.
뜨거운 물줄기가 장기 곳곳을 채우는 용출이 연거푸 몇 번 일어나고 퍽 쓰러진 오빠!
나는 그 오빠의 등을 쓸어주었다. 흥건한 땀을 손바닥으로 닦아주었다.
그렇게 잠시 잠이 들었나 보다.
아차! 싶어 눈을 떠 핸드폰 시계를 보니 5시가 넘어 있었다.
이불 옆을 더듬자 오빠가 만져졌다. 벗겨진 엉덩이로 엎어져 있었다.
내 아랫도리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빛이 차단된 이곳에서 우린 뭘 치렀단 말인가?
제발 꿈이길... 제발 꿈이었으면...
이불 밖을 더듬어 치마를 껴입고, 오빠의 팬티와 바지를 찾아 입혀준 뒤 일어나 불을 켰다.
옆에 나의 찢어진 팬티가 뒹굴고 있었다. 그걸 구석의 휴지통에 집어넣고 또 다른 흔적이 없나 걸레로 대충 훔친 뒤 오빠를 깨웠다.
오빠는 눈을 뜨자마자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렸다.
"여기 어디야?"
"빨리 나가!"
다그치는 나를 따라 나오며 오빠는 계속 두리번거렸다.
도무지 어딘지 상상이 안 가는 모양이었다.
온통 낯선 물건에다 낯선 계단에다 도무지 낯선 지하였을 테니까.
친동생인 나와 같이 있다는 것이 더욱 그랬을 거다.
밖은 이미 먼동이 밝아 있었다.
오빠는 내게 빚진 사람처럼 고분고분 따라 나왔다.
택시를 세웠다.
택시의 창 밖으로 본 사람은 길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뿐이었다.
아파트 문을 따고 들어와 오빠를 내 방에 집어넣고(그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불을 덮어준 뒤... 장롱 속에서 새 이불을 꺼내들고 거실 소파 위에 폈다.
더 잘 기분은 전혀 없었다.
다만 거기서 잤다는 흔적을 아들에게 보여야 할 거 같아서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 분명했지만 쌀을 씻고, 감자를 깎고, 파를 다듬고, 불필요할지도 모를 마늘까지 깠지만 좀처럼 시간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깜박 존 거 같았다.
누군가 어깨를 흔들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아들이었다.
나는 식탁 앞에 앉아 있고 까마 만 마늘이 손에 집혀 있었다.
"아들 일어났니!" 그렇게 말했지만 그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대신 냉장고에서 반찬을 끄집어내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리고 "빨리 먹어!" 직업적인 말만 했다.
"밥을 줘야지?"
그때야 내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고개를 흔들어 잠을 깨우는 시늉을 했다.
덤벙대는 내 모습에 아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외삼촌은...?"
"응! 저 방에... 금방까지 여기서 주무시다가 안에서 주무시라 했어!"
내 말이 엇나가고 있었다.
내가 소파에서 자고, 외삼촌은 애초부터 내 방에서 잤다 하려 했는데 말을 하다보니 그렇게 나와 버렸다.
그러나 곧 그렇게 말한 게 잘했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오빠가 오는 날은 늘 그런 편이었으니까...
몇 숟갈을 뜨던 아들이 일어났다.
"왜?"
"밥맛이 없어서... 학교 가서 빵이나 하나 사먹지 뭐!"
"그러다 속 다 버려. 오늘만 그렇게 해!"
나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밀었다.
그때야 시선을 제대로 맞추었다.
아들의 눈이 발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순간 두려운 근심이 갑자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아들은 밤늦도록 날 기다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어쩌면 우리가 들어올 때까지도 안 자고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뭔가 눈치챈 게 아닐까?
아들이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를 하고 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꾸벅 인사를 하고 현관을 나설 때까지도 내 머리 속은 그 걱정뿐이었다.
"다 오빠 때문이야!"
다시 일기 시작한 오빠에 대한 미움...
그 미움 때문에 그가 자는 방 앞에 후닥닥 달려가 문손잡이까지 돌리다말고 돌아섰다.
소파에 맥없이 앉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현관 밖 끼익 끽 소리를 내며 분주하게 오르락내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베란다 너머로 한참 출근길에 바쁜 발소리들이 귀에 앵앵거렸다.
그 소리들은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매달려 허공을 울리는 잡음이 되어... 거미의 긴 발로 나를 갉아먹으러 오는 듯 했다.
아니, 갉아먹고 있었다.
산 채로 뜯기고 있었다.
때때로 더듬이처럼 긴 발을 휘저으며 나의 하혈을... 나의 비명을 즐기고 있었다.
또 잠시 졸았던가 보다.
아니 아직도 잠 속이었는지 모른다.
우뚝... 오빠가 서있었다.
나를 통째로 가리고 있었다.
"나 가야겠어!"
"대책 없이..."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무슨 대책을 세우고 가란 말이던가?
오빠는 미적미적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던가... 그런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던가...
나는 매정한 어투로 말했다.
"무조건 들어가! 무조건 빌어! 그리고 무조건 언니를 따라! 무슨 말이든..."
오빠는 시선을 돌리고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내 앞에 다시 한번 올케를 미워하거나, 이혼 따위의 말을 하면 다시는 안 봐! 알았어, 오빠?"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미안해서란 걸 나는 안다. 얼마나 황망할지도 안다.
그러나 어쩌랴? 어쩌랴...?
"이 동생 걱정은 추호도 마! 오빠보다 용감하니까. 이혼은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마지막 말에는 내 목이 메었다.
"미안해!"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어떤 말인들 변명일 거다.
그러나 나는 "그 말도 하지마! 더 나약해진 오빠는 내 오빠로 여기지 않을 테니까..."면서 억지로 오빠를 떠밀어냈다.
더 이상 안 보려 했지만 창 너머 아파트 보드블록을 축 쳐진 어깨로 걸어나가는 오빠의 뒷모습이 가시처럼 들어와 눈에 자꾸 박히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 한참을 엎드려 울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오빠의 나약함 발견?
타락한 모습의 목도?
연민에 무너진 나?
있을 수 없는 근친상간? ......그 모두일 거다.
아니다, 이것일 거다.
나의 나약함 발견! 타락한 내 모습! 연민에 무너진 오빠!
그리고 씻기 힘든 근친상간!
울고 또 울어도 혼란하기만 한 내 몸을 욕실로 끌어넣었다.
언젠가처럼 샤워 콕을 틀고 그 아래 섰다.
쭈뼛한 통증이 물살을 타고 일었다.
블라우스를 벗겨내고... 브레지어를 벗겨내고... 치마를 벗겨냈다.
더 이상은 없었다.
이미 다 젖어버린 것들이 물살 밖에서 떨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예리한 통증이 이는 곳을 꾹 눌렀다.
그 언젠가도 이렇게 내 슬픔을 누른 적이 있었다.
눌러서 감춘 적이 있었다.
끝내는 곪아 터져 갈라서고 만 남자... 그 원흉!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을 거다.
남이 될 수 없는 남자인 거다. 원흉이 될 수 없는 그인 거다.
오히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별 거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갑자기 쿡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 호호호... 히히... 훗!"
오빠의 자지에 박인 구슬이 떠오른 거다.
그리고 그저 새끼손가락만 하던 걸 어떻게 그렇게 키운 걸까? 하는 의문이 인 거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별 호기심이 다 나를 웃기게 만들었다.
"깔깔깔깔... 껄껄껄... 낄낄... 킥!"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속도 편해졌다.
갑자기 이는 식욕...
그 식욕에... 후닥닥 욕실을 뛰어나가... 양푼에 밥과 잡 반찬들을 쏟아 넣어 들고는 방으로 들어가... 숟가락으로 빙글빙글 휘저으면서 마구 퍼먹었다.
얼마나 퍼 넣었을까?
"으-- 끄르륵...!"
신트림 뒤의 포만감이 일었다.
이윽고 벌떡 일어섰다.
이 집에 아무리 혼자라지만 옷이라도 걸쳐야지 않겠는가?
오빠의 손이 내 허리를 낚아챈 건 그때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방금 전 태도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완력이었다.
오빠를 밀어내려... 오빠의 손에서 벗어나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되지 않았다.
이럴 땐 반항하면 할수록 남자의 욕정만 더 키울 거라는 걸 일찍이...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오빠 나야! 나, 오빠 동생 명순이이라고...!!"
그렇게 술에서 깨라고... 제발 꿈에서 깨어나라고... 제발 이성을 찾으라고...
타이르고 다그쳤지만 허사였다.
순식간에 내 팬티가 찢겨져 나가고... 그 위로 오빠의 몸이 올라와... 삐쭉한 통증이 가랑이를 갈랐다.
뾰족한 구슬 몇이 생살을 가르며 긋고다니는 느낌...
아랫도리 전체를 얼얼하게 만드는 그 예리한 통증이 나를 울부짖게 만들었다.
"오빠 왜 이래? 내게 왜 이래? 내가 어쨌길래?? 으흐흑... 미워... 미워..."
가슴을 밀어내고... 두드리고... 때리고... 할퀴고...
그렇게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오빠는 더욱 거칠어져만 갔다.
얼마나 지난 걸까... 그를 밀치다 기진맥진해버린 나는 이미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밑에서 반항하던 힘이 빠지자 재미가 없어져버려 그런지, 아니면 스스로 힘의 바닥을 드러낸 건지 몰라도 위의 오빠도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볼을 타고 내린 내 눈물이 요를 적셔 거기서 올라온 써늘한 냉기가 다시 내 볼을 적시고 있었다.
위에선 좀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게 잠들어버린 걸까? 어쩜 그럴지도 몰라...
그래서 위를 더듬어 보는데... 한 방울 미지근한 물방울이 이마에 떨어졌다.
눈물이었다.
오빠도 울고 있는 거 같았다.
갑자기 오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민이 나의 모성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오빠 울지마!"
두 팔로 오빠의 목을 감싸 안으면서 오빠의 볼에 내 볼을 비볐다.
내 볼로 흥건한 눈물이 적셔져 왔다.
"미안해! 순아..."
분명히 "순아"라 했다.
오빠는 지금 나란 걸 알아보고 있었다.
그만 일에... 죽어가던 오빠가 막 살아난 걸로 내가 여겼는지 모른다.
오빠의 볼을 마구 빨아댔다.
그러다 입술을 맞대고 마구 혀를 휘저어댔다.
"아아 오빠! 오--빠---!!"
아직도 내 궁 속엔 오빠의 물건이 담겨져 있었다.
내 아랫도리가 그걸 빠져나가지 못하게 옥문을 죄어 붙이고 있었다.
오빠의 엉덩이는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빠! 아무 말도 하지마! 아무 것도 상상하지 마!"
나는 최대한 오빠의 움직임을 편하게 해주려 애썼다.
최대한 오빠의 몸이 즐겁길 원했다.
최대한 오빠가 시원해지길 바랬다.
오빠가 힘들어 보일 때 내가 위로 올라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같은 걸 느끼려 애썼다.
오빠도 내가 힘들어 할 때를 알고 날 밑으로 내렸다.
뜨거운 물줄기가 장기 곳곳을 채우는 용출이 연거푸 몇 번 일어나고 퍽 쓰러진 오빠!
나는 그 오빠의 등을 쓸어주었다. 흥건한 땀을 손바닥으로 닦아주었다.
그렇게 잠시 잠이 들었나 보다.
아차! 싶어 눈을 떠 핸드폰 시계를 보니 5시가 넘어 있었다.
이불 옆을 더듬자 오빠가 만져졌다. 벗겨진 엉덩이로 엎어져 있었다.
내 아랫도리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빛이 차단된 이곳에서 우린 뭘 치렀단 말인가?
제발 꿈이길... 제발 꿈이었으면...
이불 밖을 더듬어 치마를 껴입고, 오빠의 팬티와 바지를 찾아 입혀준 뒤 일어나 불을 켰다.
옆에 나의 찢어진 팬티가 뒹굴고 있었다. 그걸 구석의 휴지통에 집어넣고 또 다른 흔적이 없나 걸레로 대충 훔친 뒤 오빠를 깨웠다.
오빠는 눈을 뜨자마자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렸다.
"여기 어디야?"
"빨리 나가!"
다그치는 나를 따라 나오며 오빠는 계속 두리번거렸다.
도무지 어딘지 상상이 안 가는 모양이었다.
온통 낯선 물건에다 낯선 계단에다 도무지 낯선 지하였을 테니까.
친동생인 나와 같이 있다는 것이 더욱 그랬을 거다.
밖은 이미 먼동이 밝아 있었다.
오빠는 내게 빚진 사람처럼 고분고분 따라 나왔다.
택시를 세웠다.
택시의 창 밖으로 본 사람은 길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뿐이었다.
아파트 문을 따고 들어와 오빠를 내 방에 집어넣고(그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불을 덮어준 뒤... 장롱 속에서 새 이불을 꺼내들고 거실 소파 위에 폈다.
더 잘 기분은 전혀 없었다.
다만 거기서 잤다는 흔적을 아들에게 보여야 할 거 같아서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 분명했지만 쌀을 씻고, 감자를 깎고, 파를 다듬고, 불필요할지도 모를 마늘까지 깠지만 좀처럼 시간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깜박 존 거 같았다.
누군가 어깨를 흔들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아들이었다.
나는 식탁 앞에 앉아 있고 까마 만 마늘이 손에 집혀 있었다.
"아들 일어났니!" 그렇게 말했지만 그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대신 냉장고에서 반찬을 끄집어내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리고 "빨리 먹어!" 직업적인 말만 했다.
"밥을 줘야지?"
그때야 내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고개를 흔들어 잠을 깨우는 시늉을 했다.
덤벙대는 내 모습에 아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외삼촌은...?"
"응! 저 방에... 금방까지 여기서 주무시다가 안에서 주무시라 했어!"
내 말이 엇나가고 있었다.
내가 소파에서 자고, 외삼촌은 애초부터 내 방에서 잤다 하려 했는데 말을 하다보니 그렇게 나와 버렸다.
그러나 곧 그렇게 말한 게 잘했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오빠가 오는 날은 늘 그런 편이었으니까...
몇 숟갈을 뜨던 아들이 일어났다.
"왜?"
"밥맛이 없어서... 학교 가서 빵이나 하나 사먹지 뭐!"
"그러다 속 다 버려. 오늘만 그렇게 해!"
나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밀었다.
그때야 시선을 제대로 맞추었다.
아들의 눈이 발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순간 두려운 근심이 갑자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아들은 밤늦도록 날 기다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어쩌면 우리가 들어올 때까지도 안 자고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뭔가 눈치챈 게 아닐까?
아들이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를 하고 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꾸벅 인사를 하고 현관을 나설 때까지도 내 머리 속은 그 걱정뿐이었다.
"다 오빠 때문이야!"
다시 일기 시작한 오빠에 대한 미움...
그 미움 때문에 그가 자는 방 앞에 후닥닥 달려가 문손잡이까지 돌리다말고 돌아섰다.
소파에 맥없이 앉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현관 밖 끼익 끽 소리를 내며 분주하게 오르락내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베란다 너머로 한참 출근길에 바쁜 발소리들이 귀에 앵앵거렸다.
그 소리들은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매달려 허공을 울리는 잡음이 되어... 거미의 긴 발로 나를 갉아먹으러 오는 듯 했다.
아니, 갉아먹고 있었다.
산 채로 뜯기고 있었다.
때때로 더듬이처럼 긴 발을 휘저으며 나의 하혈을... 나의 비명을 즐기고 있었다.
또 잠시 졸았던가 보다.
아니 아직도 잠 속이었는지 모른다.
우뚝... 오빠가 서있었다.
나를 통째로 가리고 있었다.
"나 가야겠어!"
"대책 없이..."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무슨 대책을 세우고 가란 말이던가?
오빠는 미적미적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던가... 그런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던가...
나는 매정한 어투로 말했다.
"무조건 들어가! 무조건 빌어! 그리고 무조건 언니를 따라! 무슨 말이든..."
오빠는 시선을 돌리고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내 앞에 다시 한번 올케를 미워하거나, 이혼 따위의 말을 하면 다시는 안 봐! 알았어, 오빠?"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미안해서란 걸 나는 안다. 얼마나 황망할지도 안다.
그러나 어쩌랴? 어쩌랴...?
"이 동생 걱정은 추호도 마! 오빠보다 용감하니까. 이혼은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마지막 말에는 내 목이 메었다.
"미안해!"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어떤 말인들 변명일 거다.
그러나 나는 "그 말도 하지마! 더 나약해진 오빠는 내 오빠로 여기지 않을 테니까..."면서 억지로 오빠를 떠밀어냈다.
더 이상 안 보려 했지만 창 너머 아파트 보드블록을 축 쳐진 어깨로 걸어나가는 오빠의 뒷모습이 가시처럼 들어와 눈에 자꾸 박히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 한참을 엎드려 울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오빠의 나약함 발견?
타락한 모습의 목도?
연민에 무너진 나?
있을 수 없는 근친상간? ......그 모두일 거다.
아니다, 이것일 거다.
나의 나약함 발견! 타락한 내 모습! 연민에 무너진 오빠!
그리고 씻기 힘든 근친상간!
울고 또 울어도 혼란하기만 한 내 몸을 욕실로 끌어넣었다.
언젠가처럼 샤워 콕을 틀고 그 아래 섰다.
쭈뼛한 통증이 물살을 타고 일었다.
블라우스를 벗겨내고... 브레지어를 벗겨내고... 치마를 벗겨냈다.
더 이상은 없었다.
이미 다 젖어버린 것들이 물살 밖에서 떨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예리한 통증이 이는 곳을 꾹 눌렀다.
그 언젠가도 이렇게 내 슬픔을 누른 적이 있었다.
눌러서 감춘 적이 있었다.
끝내는 곪아 터져 갈라서고 만 남자... 그 원흉!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을 거다.
남이 될 수 없는 남자인 거다. 원흉이 될 수 없는 그인 거다.
오히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별 거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갑자기 쿡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 호호호... 히히... 훗!"
오빠의 자지에 박인 구슬이 떠오른 거다.
그리고 그저 새끼손가락만 하던 걸 어떻게 그렇게 키운 걸까? 하는 의문이 인 거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별 호기심이 다 나를 웃기게 만들었다.
"깔깔깔깔... 껄껄껄... 낄낄... 킥!"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속도 편해졌다.
갑자기 이는 식욕...
그 식욕에... 후닥닥 욕실을 뛰어나가... 양푼에 밥과 잡 반찬들을 쏟아 넣어 들고는 방으로 들어가... 숟가락으로 빙글빙글 휘저으면서 마구 퍼먹었다.
얼마나 퍼 넣었을까?
"으-- 끄르륵...!"
신트림 뒤의 포만감이 일었다.
이윽고 벌떡 일어섰다.
이 집에 아무리 혼자라지만 옷이라도 걸쳐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