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고해성사 - 15부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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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3 14:16
< 때로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알고 있는 것을
우리들 스스로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무한히 더 위대한 존재들입니다. >
- 칼릴 지브란 -
..
더 진도를 나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키스만으로 끝냈다.
순결한 상미.
.... 상미는
순결한 아이라서
... 온갖 ......
욕망에 더러워진 내가
범할 수 없는 아이였다.
꼭 지켜줘야 했다.
슬며시 시작했던 것처럼
슬며시 멈추고,
녀석을 일으켜 다시
오솔길을 걸었다.
녀석은 원래의 얼굴로 금방 돌아와서는
내 눈치를 살피는 듯 하더니,
내 얼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
"오빤 좋겠다."
"뭐가?"
"내가 으응? 첫 키스를 오빠랑 했거든?"
"짜식이..."
...
.....오빤,
네 첫 남자이고도 싶어...
오빠가 여태 동정이었으면...
아마 널 가지고 싶다고 했을 거야...
네가 이렇게
성숙한 <여자>로
다가올지를
.... 내가 만일 알았더라면...
알았더라면
오빠도 동정을 지켰을 거야.... 알겠니?.....
나는 그렇게 가슴속으로 외쳤다.
.....
가슴속에서부터 깡마른 메아리로 울려와 울컥,
... 목에 걸렸다.
.
우리는 천천히 저수지를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
해가 아직 남아 있어서 수성유원지로 가기로 했다.
수성유원지로 갔을 땐 이미 날이 저물어 밤이 되었다.
물가에 있던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놀다가 늦게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씻고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낮에 저수지에서의 달콤했던 키스를 떠올렸다.
그리고...
참아냈던 내 용기와,
일말의 아쉬움 찌꺼기 같은....
그래,
혹시라도 이 밤을 또 무사히 넘기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마른침을 넘겼다.
그것은... 갈등과 두려움.
조바심일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럴 때 더 성욕이 일어나는 체질이었다.
참을 수 없는 성욕이 일어났다.
참을 수 없는 성욕과
참아내야 하는 양심이 내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
"오빠! 내일 나 데려다 줄 거지?"
"그럼 당연히 데려다 줘야지, 우리 공주님인데?"
"어디까지?"
"터미널까지지?"
"어디 터미널?"
"고속버스 탈 거잖아. 참 어제 미리 예매 해 놀 걸 그랬다."
"대구 고속터미널?"
"....?"
"서울까지 데려다 줘야지? 공주님이 혼자 갈 수 없잖아?"
"....?"
"말로만 공주님 공주님 그러지 말구~ 응? 서울까지 모셔다 줘야지~
올 때 얼마나 심심했는데?"
"이 녀석이, 요고요고..."
"오빠? 네 시간 걸리잖아? 30 분마다 뽀뽀해 줄께 어때?"
"이 엉터리 이거... 참 나..."
"싫다 이거지? 알았어! 씨!"
"그래 그래 데려다 줄께, 알았다 알았어..."
"호호호 그럼 그렇지,
오빠 기특해서 지금 한번 해준다. 이리 와봐 봐"
녀석이 내 뺨에 뽀뽀를 하는 순간 나는 몸을 돌려 녀석을 안았다.
낮에처럼 오랫동안 키스를 했다.
그리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애무했다.
브레지어를 올리고 녀석의 작은 유두를 입으로 애무했다.
그때까지도 상미는 서투른 몸짓으로
다소곳이 내 손길을 받고 있었다.
다소곳한 상미와는 달리 내 본능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녀석의 체취가...
몸짓이...
그 표정이 ..
내 모든 감각의 정점을 자극하고 있었다.
안 돼.
안 된다.
...
나는 거기서 멈췄다.
녀석의 가슴을 여며주고 애무를 중단했다.
가파르게 발진하던 호흡을 녀석이 못 알아채도록
슬며시 조절했다.
그리고 그냥 손만 잡은 채 그렇게 잠이 들었다.
...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서둘러 터미널로 갔다.
두어 시간 후의 표를 예매하고 우리는 오락실에 가서 갤러그를 좀 하다가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하고 고속버스를 탔다.
녀석은 약속대로 내게 바짝 붙어 앉아
뽀뽀를 해 주었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래, 이 녀석을...
이 녀석에게 정착해 버릴까...
녀석이 잠깐잠깐 졸 때마다... 내 가슴으로 기대어 잠든
녀석의 머리를 껴안고
...... 그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를 잘 따르는 아이...
하양나비 같은 아이...
이 아이를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다.
아버지 없이 외롭게 자란 녀석이라
따스하고 화목한 집안의 남자를 만나 사랑 받으며 살아야 한다.
이제 대학 1학년인데,
내 사랑은 영원할지 모르지만...
녀석을 내가 구속하고 소유할 수는 없다.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다짐이 아니라 그건 차라리 절규였다.
..
서울에 도착하여 나는 녀석을 택시에 태워 신촌 Y대 정문 앞에까지 갔다.
생각 같아선 좀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내려오는 차시간이 애매했으므로 나는 녀석을 들여보내고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와서 버스를 탔다.
내려오는 차안에서 나는 몇 번이고
내 자신을 채찍 질 하였다.
2박 3일 동안 그래도 상미를 헤치지 않고 참아낸 것은
정말 내 스스로도 칭찬할 만 했지만.
앞으로도 상미를 예전처럼 친동생으로 받아들이자, 라고...
키스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한편으로는 그것마저 죄스러웠다.
...
그렇다.
상미는 영원히 하양나비의 꿈을 꾸도록
내가 자유롭게
풀어줘야만 했다.
그래서 그 폴폴 가벼운 날갯짓으로 꿈을 찾아 날아갈 수 있도록....
내가 상미에게 품은 집착은 버려야 했다.
나는 내려오는 동안 내내 그렇게 다짐을 했다.
그때의 그 다짐은...
내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짐으로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