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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시트콤 - 6부 2장

관리자 0 2964
식사를 마치자 엄동설한에 얼어죽지 않고 견뎌낸 것만으로도 장하다 싶었던 몇일 전과는 달리 벌써 일반인들처럼 때만 되면 곡기를 챙겨야 하는 평범해진 모습 때문에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껄껄거리며 서로를 향해 웃고 있었다.



“철호야, 넌 이 참에 법을 전공해서 우리들중 제일 출세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행님요. 그렇잖아두 뭔가가 안풀려 대법원 판례를 쭈욱 훑어보고 있었다 아임니꺼.”

“그래. 시작이야 어떻게 됐던 네 놈이 그쪽을 파고 든다니 뭔가 잘 될 것 같아서 좋다.”

“하모, 제가 함 한다 하면 하는거 아임니꺼.”

“어젯밤같은 일이 생기더라도 잘 할 수 있는거지?”

“걱정 붙뜨러메이소. 어제두 잘 했잖아예.”

“넌 시장통엘 가서 노숙자들 만나면 따뜻한 방 있다구 열심히 동냥질 시켜놔라.”

“알았심더. 후딱 다녀올께예.”



“강호야, 넌 시내통엘 가서 좀 깻다 싶은 노숙자 열댓명을 설득해 봐라. 오늘 당장은 아니더라도 낼 부턴 동네 PC방 몇 개를 관리해볼 참이니까.”

“형님, 걱정놓으세요. 저도 노숙자지만 눌 자린 살피고 눕는 사람아닙니까.

그동안 거렁뱅이루 살긴 했어도 걔중엔 눈빛이 반짝이던 몇 사람을 지켜봤었는데 이번 일에 끼워주면 금방 일어설겁니다.“

“나는 동네 한바퀼 돌며 PC방 사정이나 꿰어차야겠다.”



세사람이 각자 헤어져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동네 PC방을 돌면서 세어보니 좁은 동넨데도 불구하고 일곱군데나 있었다. 뻔한 바닥에서 공급이 넘치다 보니 가격경쟁을 해대며 제살 깍아먹기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놈의 사회는 누가 뭐만 잘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달겨들어 결국엔 서로를 망치는 현상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아 쓸쓸하기만 하다. 좀더 큰 생각. 좀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다 보면 여태까지 보이지 않았던 좋은 길이 보일만도 한데 흔히들 눈 가리고 귀 막고 남이 잘된다 싶으면 목숨걸고 따라하는 통에 창조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희박해져만 간다. 어쩌면 이러한 원리는 적자생존의 법칙 보다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더 어울리는 자본주의의 암울한 그림자 일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혀 희망을 주지 못하는 위정자들의 평범함이 이런 시스템을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창조해야한다. 새로운 걸 자꾸 만들어 내야 한다. 일상의 그늘에 안주해선 안된다.”

“아저씨, 미쳤어요?”



혼자 중얼거리며 골목을 지나가는데 어린 아이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물었다.

“아냐. 놀랐니?”

“아저씨, 혼자 얘기하면 미친거래요.”

“오, 고맙다. 이젠 혼자 얘기하지 않을게.”



나는 순진하면서도 당찬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한번 다독여 준 다음에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동지를 한참 지났건만 아직도 해가 짧다. 겨우 여섯시도 채 안된 것 같은데 해가 서쪽 하늘에 겨우 눈꼽만 내민채 세상을 어둠 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이쯤이면 잠잘 자리를 찾아 찜해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해야했다. 신문지 몇장을 바닥에 깔면 그뿐이지 더 이상 덮고 말 것도 없는 추운 겨울을 십년 넘겨 견뎌왔다. 그런 생활은 눈치빠른 내겐 그다지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독서실 계단 밑에 쭈그리고 앉거나 복도식 아파트 끝자락에 등을 기대면 웬만한 추위는 비켜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많은 노숙자들은 이놈의 사회가 싫다며 세상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무리지어 살며 또 다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없는 듯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위계질서가 있고 얻어와야할 몫을 채우지 못하면 굶어야 하는 법칙도 있다. 이 세계에 빠지면 다른 세계를 바라보지 않을 뿐이다. 밖의 세계는 법과 질서와 세금과 과태료로 산적한 어깨짐을 지어버리지만 노숙자의 생활은 약간의 힘과 어거지만 있으면 그래도 버틸만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단지 몇일 바깥 세상물을 먹었을 뿐인데도 내 눈에 바라다 보이는 바깥세상은 오히려 노숙생활인 듯 싶게 빨리 현실세계에 적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C방엘 도착하니 쥔양반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알바학생이 쩔쩔매며 혼나는 걸로 봐선 좋은 일은 아닌듯해서 헛기침을 한번만 하곤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다. 진한 커피가 코 끝에 확 와닿는다.



“김형, 글쎄 이친군 손님이 없다는거야.”

“왜 그렇데요?”

“날씨가 추워선지 좀 채로 집밖으로 안나온데나...”

“틀린 말은 아니구먼.”

“말이되요? 말이?”

“알바가 집에 쳐박혀 있는 사람들을 끌고 올 재간은 없잖수.”

“딴 PC방엔 방학이라구 손님이 바글거린다던데...”

“내가 오늘 동넬 한바퀴 돌면서 봤는데 고만고만 합디다.”

“동넬 돌았어요?”

“오늘 저녁 식사 하기루 했잖수. 그래서 분위기나 먼저 파악하려고 한바퀴 돌았다우.”

“딴 집은 어때요?”

“아까 말했잖수. 고만고만 하다구.”

“밤엔 손님이 득실거리는데 낮엔 왜 없는걸까요?”

“쥔양반, 이 집두 몇일전엔 파리 날렸잖수.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는게 쥔역할이지 알바한테 윽박지른다고 될일이겠수?”

“김형은 거덜난 심야시간대를 꽉 채웠잖아요.”

“그래서 하는 말이우. 내가 손오공이면 머리카락 몇 개 뽑아서 낮시간에도 봐줄텐데 심야시간 하나 맡아 보는것도 몸이 늙었는지 벅찹니다.”

“건강 챙기셔야죠. 좀 쉬셨어요?”

“쉬긴. 종일 동네 PC방 돌아보고 멀리까지 다니면서 고객층을 분석했구먼.”

“쥔이 할 일을 다 하셨군요.”

“이따 다른 PC방 쥔이랑 할 얘기두 있고해서 돌아본거요.”

“낮시간도 꽉 채울 가능성은 있어 보였어요?”

“모르겠수. 쥔양반 하기 나름이지 뭐.”

“난 돈만 벌 수 있다면 김형이 하라는데로 다 할꺼요. 죽는 시늉까지두 할 수 있어요.”

“그럼 이 PC방 밤낮으로 내게 맡길수 있겠수?”

“어떻하려구요?”

“임대료, 전기세랑 수도세, 인터넷운영비, 겜사용료, 연료비는 내가 벌어서 내고 쥔 양반한텐 한달에 이백만원 챙겨 주면 되겠수?”

“얘이, 투자한게 얼만데...”

“헐, 그럼 냅두던지.”

“아뇨, 생각좀 해 봐야죠.

임대료 백오십만원에 전기료 사십만원 수돗세 삼만원에 인터넷사용료 팔십만원에 겜사용료 오십만원하구 연료비 못해두 사십만원 드니까 합쳐서 사백구십일만원에다 쓰레기봉투 사고나면 꼬박 오백만원 드는데 거기다 나한테 이백만원 주면 한달에 칠백만원 못벌면 거저 일하는건데 괜찮겠어요?“

“헐, 난 한달에 이천만원은 벌 작정이우.”

“욕심이 과하신겁니다. 난 매달 사오백만원은 적자가 났었는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백만원 챙겨준다면 내게 운영권을 주겠수?”

“여부 있겠습니까. 단지 PC방 소유권은 절대 못줍니다.”

“됐수. 난 PC방 오래할 생각없구. 단지 이렇게 좋은 자원을 갖고도 맨날 적자라니까 딱해서 해 본 소리우.”

“합시다. 해 봅시다.”

“난 오늘 저녁 다른 PC방 사장들에게도 이런 제의를 할 생각이우.”

“헉, 이 좁은 동네에만 일곱군데나 있는데...”

“좀 쉬시우. 오늘 얘기 되면 내 방식대로 이 동넬 문화거래로 확 바꿀 계획이니까.”

“김형, 혹시 과대망상증은 아닌지요.”

“그렇게 보여요? 그럼 몇일 보여준 성과도 꿈이란 말이죠?”

“그게 아니라. 우리집은 몰라도 동네 PC방 전체를 그렇게 끌어 올린다니 너무 허황되서...”

“지켜보고 계시우. 동네사람들이 PC방을 존경하게 만들테니까.”



쥔이랑 얘기하는 사이에 철호와 강호가 추위에 한참을 떨은 듯 PC방 문을 들어서며 귓불을 두 손으로 마구 부비고 있다.



“강호야, 잘 됐니?”

“예, 형님. 의외로 놀라던데요. 쫒겨나지 않을 PC방도 있냐면서요."

"철호야, 넌 어땠는데?“

“지도예, 놀랐다니까예. 예전엔 저 혼자만 들락거렸잖아예. 왜 행님 델구 오기전엔 저 혼자만 다녔으니까예. 자기들을 받아줄 PC방만 있다면 몸 안사리구 열심히 돈 벌겠답니더.”

“음,,,, 그럼 난 PC방 쥔들 만나러 나갔다 올테니까, 강호야 넌 수시로 재떨이 비워주다 열시되면 카운터 좀 맡아주고 철호넌 열시되기 전에 미성년자 있나 한바퀴 돌아봐라.”

“알겠심더. 행님.”



“쥔양반 갑시다.”

쥔양반을 앞세워 이영자가 근무하는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미리 예약해 놓은 탓에 여덟사람이 앉을 자리엔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직 다른 PC방 쥔들이 오지 않은 걸로 봐선 마음속에 떨떠름한 노여움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젯밤 그토록 못살게 괴롭힘을 당한 PC방 쪽에서 먼저 식사 제의를 한 탓에 미안해서 못오는 것 같기도 했다.



“쥔 양반, 연락처루 한번씩 더 때려보슈.”

“아, 네. 그래보죠.”

“아저씨, 아저씨가 오늘 한턱 내는거야요?”

“그렇지. 잘 해보자구 한번 만나기루 했거든.”

“언닌 괜찮았어요?”

“그래. 좋더군.”

“또 만난데요?”

“오늘도 온다고 그러던데.”

“어머, 정말이요?”

“응, 날 돕겠다며 두 팔 걷어 부칠 모양이야.”

“아저씨, 정말 대단한 분이었구나.”

“왜?”

“그 언닌 선생이었거든요. 절대루 남에게 넘어가질 않는 성격이라서 여태 혼자 살잖아요.”

“그랬어?”

“그럼요. 어머, 어머, 아저씨가 다시 보인다.”



이영자가 한참을 수다 떨며 무료해 보이는 좌석에 끼어들고 있을 때 삼삼오오 떼를 지어 들어오는 무리가 있었다.



“어이! 여기야 여기.” 쥔 양반이 손을 흔들어 일행을 불렀다.

“앉으시우.”



방석을 깔고 일행이 자리를 잡았다. 예상대로 뚱한 얼굴들이었지만 어떤 호기심이 눈에 띄었다. 나는 우선 소주병을 들어 나머지 일곱 사람들에게 술잔을 채웠다.



“불쑥 보자해서 바쁜데 미안합니다. 김갑수라 하오.”

“당신이 동네PC방 쑥대밭으로 만든거 아슈?”

“압니다. 알아.”

“뭔 낯짝으로 우릴 부른거요?”

“잘 해보자는 제안을 하려고 부른겁니다.”

“꼴에 묘책이라도 있겠소?”

“우리 PC방 쥔양반 얼굴 펴진걸 보고도 모르겠수?”

“그야, 허구헌날 적자라서 집을 팔아야 할 판에 돈 버니까 확 폈겠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댁들 PC방두 돈 벌게 할 방법이 있다니까.”

“뻔한 바닥에서 한 놈 잘되면 또 한놈 안되는게지 어떻게 다 잘된단 말이오?”

“창조해야죠. 고객창조.”

“동넬 늘린단말이오? 말되는 소릴 해야지.”

“어허, 좁은 바닥만 보지 마시우. 서울 전체를 보던지 경기도까지 포함시켜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수?”

“널린게 PC방인데 뭔 할짓거리 없다고 차타고 여기까지 와서 우리PC방엘 온답니까?”

“내게 그럴 복안이 있어 보자고 한거요.”



나는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이글거리며 타오른 삼겹살 한점을 입에 넣고는 술잔을 들어 건배제의를 했다. 다른 PC방 쥔들도 얼떨결에 여기까진 왔지만 고객창조에 대한 작은 호기심으로 술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우리 PC방 쥔 양반이 젤 팔자가 폈다니까 돈벌자로 건배 삼창 한 후 털어 넣읍시다.”



궁색한 살림에 좀체로 기도 펴지 못했던 쥔양반은 옳거니 싶어 먼저 건배를 외쳐댔다. 다른 PC방 쥔들도 어색하게 따라 삼창하며 술을 한 입에 털어넣곤 잔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가 날 정로도 내려놓는다.



“고기 타겠수. 맘 놓고 배부르게 드시우.”

“근데, 김형은 어디서 온거요?”

“여러분과 다른 세상을 살다 왔수. PC방을 왕창 돈버는 곳으로 만들고 싶기도 하구.”

“난 적자만 면할 길을 알려주면 당신이 하자는대로 다 하겠소.”

“난 PC방 업그레이드 때문에 거덜났수. 돈도 못버는 PC방엘 들락거리면서 왠 시스템타령들을 하는지 원..”

“나도 그래요. 겨우 천원짜리 하면서 비디오카드가 어떻니, 메모리가 부족하니, CPU가 딸리느니 하면서 불평들을 해대는데 가관입니다. 지들이 PC방 쥔을 봉으로 아나...”

“애새끼들은 어떻구요. 뻔히 중학생인데 담배 꼬나물고 지랄떠는 꼴을 보면 확 두둘겨패구 싶더군요.”

“더 꼴불견두 있어요. 채팅인가 뭔가 종일 붙어 앉아 히히덕 거리는 년놈들 있잖소. 번갠가 뭔가 한답시고 뛰쳐나가는걸 보면 이놈의 인터넷을 확 불싸지르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구요.”

“난 밤샘하며 고스톱 치는 인간이 젤 한심해 보입디다. 단순 무식한건지 전술게임도 아니구 겨우 패 뒤집는걸루 열받으며 밤새는 인간들이 정말 사람이겠소?”



술이 무르익자 언제 으르렁 거렸냐는 듯 PC방 쥔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애환들로 화제를 옮겨 가더니 시간 가는줄 모르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자, 자~. 이제 잠깐만 쉬고 내 얘길 들어보세요.” 나는 그들의 얘기 중간을 끊어 들어갔다.

“그래, 할 얘기란게 뭐요?”

“설마, 엊저녁 일루 화난건 아니겠지요?”

“자, 자~. 속 상한 일은 빨리 잊는게 상책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돈 버는 방법을 제시하려는 것입니다.”

“내가 대신 얘기하리다.” 우리 PC방 쥔양반이 얘기를 꺼내 들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리가 PC방 운영하려면 최소한 오백은 들어가잖소. 근데 이 양반이 운영비 일체를 부담하고 한달에 이백만원씩 챙겨주겠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요. 우리가 투잣한 돈이 얼만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소. 하지만 현실은 매달 삼사백은 적자를 만들잖소.”

“그야, 경쟁이 심하니까 더 적자만 났었지.”

“담합해서 가격을 올리면 다른 동네로 떠나고, 가격을 내리면 경쟁적으로 제 살 깍아 먹기로 적자만 커지고, 이거 죽을 맛입니다.”

“그야 그렇지요. 바닥이 뻔한 곳이잖아요.”

“그런데 이 양반이 오고나선 댁들 PC방이야 어떻든 간에 우리 PC방은 매일 손님들로 꽉 찼소. 그 능력이 어디서 나오는것인줄은 모르지만 내 눈으로 겪어보니 수완이 보통이 아닙니다.”

“우리도 그 소문듣고 열받아서 여기저기 찔러 봤다구요.”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잖습니까. 난 오늘부로 소유권만 갖고 운영권은 우리 김형한테 넘기기로 작정했소.”

“뭘 믿고 넘긴단 말입니까?”

“허허, 그냥 똑똑한 알바라고 생각하면 되잖겠소?”

“저 사람이 고정비 내준다고 챙긴 돈 가지고 튀면 어쩔껀데요?”

“매일 PC방 관리하듯 관리비 몫만큼 쥔양반들이 챙기면 될꺼아니겠소?”

“어, 그러면 되겠네.”

“그래요. 김형이 부담한다는 고정비 오백만원은 어차피 우리들 쥔이 부담해야 할 것이잖소. 그러니까 난 김형한테 맡기고 매달 칠백만원을 챙겨서 오백만원은 PC방 운영비로 쓰고 이백만원은 순수익으로 챙길 생각이오만.”

“수억 투자한 돈은 어쩌고요?”

“알바가 PC팔아먹겠소? 쥔양반들이 김형을 고도의 알바라 생각하면 그뿐이지.”



웅성웅성 소요가 일기 시작했다. 고정비 부담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많이 보냈던 PC방 쥔들이고 보니 진실게임하듯 하나씩 따져보니 손해날 것도 없다는 계산서를 뽑아낸 듯 했다.



“낼 저녁부터 여러분 PC방에 손님들 꽉 채워주겠소. 날 믿고 맡겨 보시우.”

“좋소. 지금 당장 관리위임계약을 합시다.”

“아닙니다. 내일 점심 때 다시 한차례 만나서 맨 정신으로 합시다.

내일 나올 때는 임대게약서, 인터넷사용료영수증, 전기.수도영수증 등 고정비를 입증할 자료들을 가져 오세요. 각 PC방마다 고정비가 다를텐데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요.

컴퓨터 댓수라든지 지난달 수입 같은 것도 좋은 자료가 될 듯합니다.“

“그럽시다. 깨끗하게 승복할테니 김형이 동네 PC방을 북적거리게 만들어주시오. 맨날 몸과 마음 고생이 심해서 뭐든 몸부림을 치고 싶었습니다.”



곱갑게 생각하고 만난 자리였겠지만 분위기가 점차 관리위임쪽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나는 자신이 있다. 적어도 심야 시간엔 노숙자들로 꽉 채워서 그들의 몸에 엄습할 한기를 막아주면 된다. 이젠 낮시간을 채울 방법까지 찾아야 한다. 진정 PC방이 동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사업임을 입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쉬운 만남도 헤어져야 할 시간은 어김없이 오는 법이다.

함께 PC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쥔양반은 놀라 벌어진 입을 닫지를 못했다.

단지 몇일 만에 동네 PC방 연합을 꾀할 방법을 제시한 나의 통큰 제안을 너무 쉽게 받아 들인 자신들에 대한 판단이 전혀 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만 들어가시우.”

“김형, 아닙니다. 오늘밤도 꽉찬 손님들 얼굴은 한번 봐야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시우. 낼 부턴 동네 일곱군데 PC방이 미어터질테니 기분이 너무 좋네.”

“재간이 좋으십니다. 저만 살려주면 그만인 것을 그렇게까지 배려해 주시니.”

“PC방은 좋은 사업입니다. 적어도 컴퓨터랑 친하게 하는덴 PC방 만큼 좋은 시설이 어디있겠수. 나라에서 챙기려면 수십조 들어도 못 만들 문화시설을 자발적으로 만들었으니 표창 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형이나마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니 우리 쥔들도 힘이 조금은 납니다.”



오늘도 PC방은 꽉 차 있었다. 심야시간에 들어찬 손님들은 고정석이므로 더 기다려봐야 자리가 날 까닭이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차마 어리석다 말할 수 없었다. 아마도 꽉찬 PC방엔 뭔가 달라도 다를것이란 기대 때문일 것이다.



“저 왔어요.” 김명순이 빼꼼 얼굴을 들이 밀었다.

“어서 오시우.”



어제와 달리 김명순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아마 이영자로부터 저녁에 PC방 쥔들과 나눈 대화를 전해 들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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