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노래 - 1부 8장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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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3 14:20
9. 로켓맨(Rocket Man)
“우와왔! “
“뭐, 뭐야? “
“어떤 놈이야! 라이트 안 꺼? “
“후우, 후우… 이 동네를… 거의 다 돌았을거다… “
신은 스쿠터를 옆에 세우고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너희들도 타봐라… 이 스쿠터라는 거… 속도는 안나는 게, 엉덩이는 더럽게 아프고… 차라리 뛰는게 속편할 거 같아… “
신이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서자, 소녀의 팔다리를 잡고 있던 세 소년이 천천히 걸어나왔고, 태성도 몸을 일으켜 바지를 꿰어입으며 말했다.
“새끼, 너 뭐냐? 죽고 싶으면 그냥 스쿠터채로 바다에 뛰어들거지, 왜 우리한테 귀찮게 죽여달라는 거냐? “
“나? 난… 정의의 피자배달맨이다. 필살기는 슈퍼 슈프림 콤보. “
“이 새끼가 장난하나! “
태성이 담배를 피워물었고, 한 소년이 앞으로 나오며 발길질을 해댔다.
신은 한걸음을 옮겨 피하며 왼 주먹을 날렸다.
빗줄기가 한 순간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피잇!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고개가 홱 돌아가더니, 그자리에 스르르 흘러내리듯이 쓰러졌다.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우격다짐의 주먹 싸움에 이골이 난 깡패들이었지만, 눈 앞의 광경처럼 깨끗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두 소년이 신중한 표정으로 신을 둘러쌌고, 한 명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너… 뭐하는 놈이냐? “
“피자배달맨이라니까. “
“이름이 뭐냐고! “
“맞춰봐라. 상은 배달하다 남은 피클이랑 핫소스다. “
“이 씨발놈이! 죽인다! “
한 소년이 신의 아랫도리를 잡으려 달려들면서, 다른 한 명이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날려왔다.
얼핏 보기에도 제법 익숙한 협공이었다.
신은 두걸음 정도를 빠르게 옆으로 물러서며 몸을 숙이고 달려들던 소년을 피해내고,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받아쥐었다.
다시 피잇! 하는 소리와 함께 빗줄기가 갈라졌다.
태성은 이번에는 똑똑히 신의 주먹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어깨에서 깨끗한 일직선을 긋는 그의 스트레이트는, 가볍게 소년의 턱을 치며 지나갔고, 소년의 고개가 옆으로 90도가 되도록 돌더니, 다시 그자리에 주르륵 쓰러져버렸다.
‘복서(boxer)로구나… ‘
태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소녀는 일어나 옷을 입고서 젖가슴을 손으로 감싼채 차 밖으로 도망쳤지만, 그는 거기에 신경도 쓰지 못했다.
자기 나이 또래에 저정도로 깨끗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었다.
저런 주먹이 아직까지 이 도시에서 자신의 눈에 띄이지 않은 것이 희한했다.
이제 혼자 남은 소년은 주춤거리며 신의 주위를 돌고 있을 뿐, 감히 다가서지도 못하고 있었고, 신은 그 소년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서 차 곁에 서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거기, 괜찮아요? 조금만 기다려요. 두놈 남았으니까, 금방 끝나요. “
“응, 알았어요. 하지만… “
“하지만? 하지만 뭐요? “
“저 자식은 기절시키지 말아요. 내가 할말이 있으니까. “
소녀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면서, 태성을 바라보았다.
태성은 그에게 와 닿는 소녀의 살기까지 느껴지는 눈빛을 바라보면서 가슴속을 떨었다.
하지만 태성은 웃으며 운전석 문을 열었다.
“흐흐… 제법 대단한 주먹이야.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돼지. “
“글쎄? 그럼 이리와서 가르쳐 주실까? 내가 안된다는 걸. “
“아아… 아직 아니야. 나랑 1대1은 아직 이르지. 선수가 남아있거든? “
태성의 말과 함께, 한 남자가 천천히 운전석에서 내려섰다.
스킨헤드라고 하나? 파랗게 밀어버린 머리의 건장한 체구의 소년이 내렸다.
남자는 천천히 걸어나오더니, 신의 앞에 서서 말했다.
“대단하다. 난 널 알지. “
“응? 날? 미안하지만… 난 널 전혀 모르겠는데? “
“그럴거다. 너랑 나랑은 체급도, 학년도 다르니까. 작년 중학교 전국 선수권대회 라이트급 4위 이 신… 별명은 플래시(flash) 신. “
“으잉? 너 진짜 나 아는구나? 그런데… 난 너 전혀 모르겠는걸? “
“네 경기는 아주 재미있게 봤지. 네가 반칙패 당하던 준결승전 경기도. 버팅 두번에 아주 돌아버리더니 상대 녀석을 공이 울렸는데도 패고 있더군… 다들 네 깨끗한 스트레이트에 플래시란 별명을 지어줬지만, 내가 보기엔 네 별명은 플래시보다는 광견(狂犬)이 어울려. “
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천히 팔을 흔들며 한발 나서며 말했다.
“그래, 네가 날 알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나중에 상품은 확실히 챙겨주마. “
“저런 녀석들하고 날 똑같이 보다간 죽는다… 난 작년 고교체전 전국 5위다. 체급은 라이트 미들급이지. 너도… 한 해 사이에 많이 자랐구나. 그만하면 웰터는 안돼도 라이트 웰터급은 되겠는걸? “
“아아, 172cm에 61.5kg. 딱 라이트 웰터지. “
두 사람의 대화에 태성의 고함소리가 끼어들었다.
“종은이 뭐하는거야? 말은 집어치워! 그 새끼 작살내 버리란 말야! “
종은이란 소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파이팅 포즈를 잡았다.
“미안하지만… 보스가 저러니 이제 죽어줘야겠다. 다음 이야기는 아마 보스가 네 팔 하나 부러뜨려 놓고서 해야 할 거 같군. “
“하하…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네 사정은 모르겠지만, 널 뉘어야 저 놈을 손봐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알았으니까. “
두 사람은 천천히 대치하고 섰다.
처음으로, 신은 파이팅 자세를 잡았다.
가는 빗줄기 속에서, 두 남자는 마주 서서 조금씩 앞으로 다가들었다.
선공은 신이었다.
피잇! 플래시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뻗었다.
종은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신의 주먹은 거의 그의 코끝에 스칠 듯 하다가 돌아왔다.
그 주먹이 돌아가는것과 함께, 종은의 몸이 빠르게 다가들며 명치로 어퍼가 날아왔다.
신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빠르게 뒤로 물러서 그 주먹을 피했다.
그런 신을 빠르게 따라가며 종은이 훅을 날렸다.
퍼억!
“꺄악! 신이 오빠! “
소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배가 끊어지는듯한 고통속에서도, 신은 왜 저 애가 나를 오빠라고 부르지… 하며 의아해했다.
옆구리에 종은의 어퍼가 꽂히며, 신의 몸이 앞으로 홱 굽었다.
다시 턱으로 날아드는 어퍼!
신이 급히 고개를 치켜 올렸고, 종은의 주먹이 신의 앞 머리칼을 스치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 순간, 신은 입술을 깨물며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대각선 아래로 날렸고,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은의 턱이 옆으로 돌았다.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거리를 넓혔다.
순식간의 공방 - 1초정도의 짧은 시간에 펀치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가쁜숨을 몰아쉬며 상대를 노리고 다시 몸을 추스렸다.
충격이 큰 쪽은 누가 보아도 신이었고, 질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신이었다.
소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바닥에서 손에 쥐기 편한 돌을 찾았다.
알맞은 자갈을 찾아 손에 쥐고서, 소녀는 중얼거렸다.
“신이 오빠에게 상처내면… 너희들 다 죽일거야… “
소녀의 목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그 속에 담긴 섬찟한 각오의 느낌은 누군가가 들었더라면 온 몸을 떨게 할 정도로 으스스했다.
“넌 안된다. “
“뭐가? “
“네 스트레이트는 안돼. 분명히 대단하지만… 난 네 경기를 무척 자세히 봤지. 그리고, 네가 고교에 들어오면 분명히 내 경쟁상대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
“호오, 영광이로군. 그래서? “
“네 스트레이트의 속도와 질은 이미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정식의 링안에서 깨부수지 못하는게 좀 아쉽지만, 어쨌든지 넌 나한테 못 이겨. 게다가, 네 그 멋진 스트레이트외에 훅이나 어퍼는 별로 대단한게 아니란 것도 알고 있고. “
“그래? 대단하시군… 그럼, 이건 어떨까? “
말과 함께, 신은 한 걸음을 성큼 앞으로 다가섰다.
그 빠른 도약에 종은이 잠시 멈칫거리는순간, 다시 신의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뻗어나갔다.
종은이 눈을 빛내며 한발 빠르게 물러섰고, 다시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것을 피해냈다.
되돌아가는 주먹과 함께 다시 앞으로 대시하며, 종은은 맘속으로 중얼거렸다.
‘끝났다… ‘
그 순간, 눈 앞을 희끗하게 스치며 다시 날아오는 신의 주먹이 보였다.
종은은 신의 왼주먹의 궤도를 따라 대시하고 있었다.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날아올 것은 염두에 두고 있었고, 옆으로 다가드는 주먹은 파링으로 충분히 쳐낼 대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날아오는 것은 방금 돌아가던 레프트였다.
처음보다 더욱 빠른 듯한 느낌과 함께, 신의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그의 콧날로 날아들고 있었다.
“으헉! “
헛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종은의 목이 옆으로 홱 꺽였다.
찰나의 순간에, 종은은 신의 두번째 레프트를 피해냈고, 스스로가 그 주먹을 피해낸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되돌려오는 그의 얼굴로 다시 날아드는 신의 세번째 레프트!
‘사… 삼연타… ’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종은의 얼굴 한 가운데에 신의 주먹이 꽂혔다.
천천히, 종은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져갔다.
코가 부러진듯, 비뚤어진 콧구멍으로 피가 흘러내렸고, 눈이 돌아가 흰자위를 드러낸 채, 종은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크으… 아직 이 트리플 스트레이트는… 팔꿈치에 너무 부담이 커… “
신이 중얼거리며 팔꿈치를 주물렀다.
태성은 어이가 없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쓰러지는 종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종은이 누구인가?
자신의 학교는 물론이고, 이 도시내에서 고교생 중에서는 상대가 없다는 최고의 주먹이었다.
그를 자신의 호위대장으로 두기 위해 물경 한달에 백만원의 돈을 쏟아부었고, 그 값어치답게 종은은 누구와 싸워도 간단히 승리해서 태성이 마음대로 행패부리고 다닐 수 있는 창이 되어 주었다.
종은이라는 창과 부모님의 비호라는 방패 – 태성의 두가지 무기중 하나가 지금 부러져 나간 것 이다.
“자, 그럼… 이제 보스를 상대해 보실까? “
신이 다가서자, 태성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가, 가까이 오지마라! 이 괴물놈! “
“뭐냐, 멀쩡한 피자 배달부를 괴물 취급하다니. 그리고, 아까의 위세는 다 어디로 간거냐? 이제 겨우 1대1을 하게 된 거 아니냐? 다음 녀석 있으면 빨리 내보내라구. 설마 최배달처럼 100명 격파라도 해야 되는거냐? “
“이, 이자식! 내 몸에 손만 대면, 우리 아버지가 널 가만두지 않으실거다! 우리 아버지는 이 도시의 경찰국장이시라구! 너 쯤은 바로 소년원이야! “
신은 소년의 말에 다가서던 걸음을 멈춰섰다.
아까의 종은은 차라리 가볍다.
정말로 아버지가 경찰국장이라면, 신으로서는 버거운 상대였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돌봐주고 있는 아저씨에게 피해가 가게 될까봐 두려운게 사실이었다.
신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소녀가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신이 오빠, 잠시 비켜 줄래요? 내가 이야기 할 테니까. “
“네? 네. 아, 그런데… 날 아나요? 왜 날 오빠라고… “
“흐음… 뭐, 오늘 늦게 나타난거랑, 날 잊은 건 좀 있다가 따지도록 하죠. 각오하고 있어요. “
생긋 웃으며 건네는 말에, 신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한걸음 물러섰다.
신이 소녀를 본 적이 있는가 고민하고 있을 때, 소녀는 태성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퍼져앉아 떨고 있는 태성의 귓가에, 소녀는 나직히 속삭였다.
“내 몸에 손대면 죽인다고 했지? “
“어, 어… “
“시끄러. 내 말 잘 들어. 죽기 싫으면… 오늘 네 더러운 좆이 내 몸에 들어왔었던거, 죽을때까지 비밀로 해. 절대 신이 오빠귀에 들어가면 안돼. 저기 자빠져있는 네놈 똘마니들, 저놈들중에 누구라도 오늘 일 입밖에 낸다면, 너희들 모두 죽일거야. 알아들어? “
“어, 그, 그래… “
“죽을때까지야. 알겠어? 너희들 누구라도 한마디, 아니 반마디라도 입밖에 내는 순간에, 너희들은 다 죽어. 네 아버지? 잘난 경찰국장이 너 지켜줄 거 같아? 집에 가거든, 네 아버지한테 내 아버지가 누군지 물어봐. 알겠어?"
“아, 알았어… “
“개새끼, 이건 내가 주는 벌이야. 이 정도로 끝나는 거, 행운중에 행운이라고 하늘에 감사해. 신이 오빠 안왔으면, 혹시나 신이 오빠가 어디 상처입었다면, 너희들은 무슨일이 있어도 다 죽여버렸어. “
말과 함께, 소녀가 손을 하늘로 치켜들더니, 손에 든 돌로 태성의 사타구니를 내려찍었다.
“커허헉! “
태성은 사타구니를 움켜쥐며 바닥을 굴렀고, 멀찍이서 지켜보던 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바닥을 털며 일어선 소녀는 차에 벗어놓은 소년들의 셔츠중 아무거나 걸쳐입더니, 신에게로 걸어왔다.
“아, 저, 저기… 읍! “
무어라 말하려던 신의 목을 끌어안으며, 소녀가 세차게 입술을 부딪혀왔다.
이빨을 벌리며 헤집어 들어오는 소녀의 혀가 구석구석 신의 입속을 꿀처럼 흘러내리고, 신은 자신도 모르게 소녀의 몸을 마주 안으며 풍만한 엉덩이를 주물렀다.
소녀는 온 몸을 신에게 밀착시키면서,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잠시후, 세찬 키스가 끝나고, 두사람의 입술이 천천히 떨여지며, 가느다란 침실이 불빛에 반짝거렸다.
호르륵 그의 침을 빨아삼키고서, 소녀는 눈빛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왜 이제 오는거야… 얼마나 기다렸는데… “
“아, 난 정말… 네가 누군지… “
“신이 오빠… 내 기사님… 내 로켓맨… “
눈 속에 별이 번쩍이는 느낌이 들었다.
신은 갑작스럽게 소녀의 어깨를 움켜쥐고서, 그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깨가 부서질 듯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소녀는 생글거리며 웃었다.
“너, 너… “
“이제야 기억나는거야? 미워, 오빠… “
“너, 마야! “
“응, 드디어 기억났구나? 맞아요, 마야예요… “
신이 다시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마야는 다시 신의 목을 휘어감으며 키스를 퍼부어왔다.
이제 신도 격렬하게 소녀의 몸을 끌어안고서, 마음껏 그 입술을 빨아들였다.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두 남녀는 마치 미친 연인처럼 서로를 핥고 빨며, 키스와 애무를 주고받았다.
신의 손은 마음껏 마야의 젖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러대며 그녀의 입술속을 헤집었고, 마야는 온 몸을 열어 그의 손길을 느끼며 신의 몸에 달라붙어 그의 애무를 받으면서, 그의 불덩이처럼 일어난 살덩어리를 살짝 살짝 주물러 대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떨어질 줄 모르고서, 쓰러진 소년들이 일어나 차를 출발시키는 소리도 느끼지 못한 채 서로를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