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복판에 서서 - 상편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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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1 04:23
북적대는 구룡사엔 초입부터 인산인해였다.
마누라, 아들과 연등이나 달 요량으로 길을 나섰는데--이거참 낭패일쎄
인근 조그만 암자를 지나치고 굳이 이먼 구룡사까지 발걸음을 한 연유는 가슴속 아린 그녀를
조금 더 느낄수 없을까 하는 거였지만 그걸 모르는 아낸 연실 불평이다.
" 아 근처 아무절간이나 가서 달면 되지 왜 하필 북적데는 구룡사까지 와설라무네----"
" 아----여편네 계속 궁시렁대네 --- 구룡사 간다고 길떠나면서부터 설레발을 친건 누군데?------"
" 누가 이렇게 막힐줄 알았나"
" 잠깐만 기다려 보자 저기 모범기사분들이 얘쓰시고 계시잖아-----"
모범 기사분들이 나와 차가 들고 나는 것을 일일이 통제하면서 계속 수신호를 하고 있었고,
도착한 시간이 늦은 오후라 그런지 들어오는 차량보다는 나가는 차량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좁은 골목에다 갓길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한쪽이 빠지면 다른쪽 차량이 통과하기를 반복한다.
" 안되겠다----여기서부터 걷자"
대충 짐작으론 여기서부터 한 5키로 정도만 걸으면 구룡사에 도착할 수 잇을거 같았다.
갓길 빈자리에 차를 박킹하고는 시동을 끄며 안전띠를 풀자 마누라가 눈을 휘둥그레 부릅뜨며 쳐다본다.
" 당신 미쳤어 ---- 오늘 집에 안갈꺼야"
" 대충 5킬로 정도만 걸으면 돼---- 떨어지는 낙엽도 쳐다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면 금방가"
" 민수는? ---- 민수는 어턱하고"
아낸 5살먹은 아들을 걱정하고 잇었다.
" 민수도 좀 걸어야돼 --- 맨날 차만 타고 돌아다니니 얘가 저리 비실대잖아"
" 아빠 어릴적엔 10리 정돈 한걸음에 달음박 쳤는데--- 요즘 얘들이 어디 그래?"
" 민수야 아빠랑 엄마랑 같이 걷자 -- 알았지?"
" 아빠 나 잘달려--- 수퍼 울트라 짱이야"
" 그래 우리 민수 정말 짱이다"
난 아들 민수를 안으며 차문을 열고 앞장선다.
아낸 어쩔수 없다는 듯 차문을 열고 나오는데 걷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 그렇게 싫으면 넌 여기 있어 나랑 민수랑만 갔다 올테니깐-----"
" 누가 실텠어? -----"
아낸 마지 못해 투덜투덜 걸어오는데 인상은 여전히 구겨져 있엇다.
" 궁상하고는--------"
짧막하게 들려오는 아내의 음성-----
못들은체 하며 민수의 손을 잡고는 앞장서 걸어간다.
좁은 언덕길엔 차량이 뒤섞여 보행조차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떨어지는 낙엽과 맑은 가을하늘을 보고 있자니 세월의 빠른 흐름에서 덩그러니 빠져 나온 느낌이다.
" 민수야 저기 청설모다------"
" 아빠 어디------" " 저기 있잖아------"
" 야 다람쥐다------" " 아니야 민수야 다람쥐는 줄무늬가 있는데 저건 청설모라고 하는데 다람쥐 친척이래"
" 아빠 나 청설모 잡아줘"
" 안돼 민수야 저건 잡는 동물이 아니야---아빠가 잡으면 저친구는 금세 죽어버린데"
아들 민수와 이렇게 가을의 한복판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있으니 행복은 뭔데 있는게 아닌가 싶다.
" 여보 여기 기억나?"
아낸 한손으로 허리에 손을 올려 놓은체 열심히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가리킨 곳엔 구룡사 찻집이라는 나무 간판이 매달려 잇었고, 고즈넉한 초가가 빙둘러져 있었다.
" 야 여기는 예전 그대로네------"
" 아빠 여기가 어디야?" " 응 여긴 엄마 아빠가 연애할때 와본 곳이야------"
아낸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 자기야 여기 와본적 없는데?--------"
이크 ---- 그녀와 여편네를 잠시 혼동한듯 싶다.
한참 가을 정취에 취해 혼이 빠졌었나 보다.
" 여기 언년이랑 왔어?----엉"
" 언년이랑 오긴 그냥 해본소리지------"
" 수상해----정말로 수상해"
" 여편네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민수야 가자"
난 구룡사 찻집안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민수의 팔을 끌며 다시 앞장선다.
" 아빠 우리 저기 드러가면 안돼?"
" 응 내려갈때 잠깐 들리면돼----얼른 올라가자"
뒷통수에 여편네의 시선이 고정된 걸 감각적으로 느낄수 잇다.
우째 내가 이런 실수를??????---------
1996년 4월초파일
전국대학생불교연합회에 가입된 난 초파일 행사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부터 연등행사에 참여했었고, 밤세워 연꽃잎을 말아 연등에 붙여야 했다.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겟지만 연등을 하나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손이 가야 된다는 걸
일반인들은 아마 모를것이다.
구룡사 ------올해는 이곳에서 초파일 행사을 도와야 한다.
보살님들은 연실 국수를 말아야 했고, 연등 수납처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가 100미터 이상 길게
느려져 있었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하게 된다.
오후 5시 -----
오늘 먹은 공양이라곤 아침겸 점심에 먹은 비빔밥이 전부였는데 그나마도 허겁지겁 먹은터라 소화가 됐는지도 모른다.
밀물처럼 모여들다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 그 많은 인파속에 덩그러니 남아 허기진 배와 그때부터 밀려드는 피곤함만이 남아 있었다.
" 선배님 요기나 좀 하시죠 ------ "
후배 녀석이 지친 날 부측하더니 임시로 마련된 테이블에 안혀준다.
"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얼른 국수 타올테니깐------"
" 알았어 천천히 다녀와"
난 바닥에 양반자세로 앉아 주위를 둘려본다.
그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를 포함한 오육명만이 테이블에 남아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일행이였으나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안아 국수를 먹고 잇는 그녈 본것이다.
긴 생머리가 연실 흘려내려오자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 잡곤 다른 손으로 조심히 국수를 떠 입으로 넣고 있었다.
보통 일행이 있을터인데---혼자네?-----
난 별뜻없이 넘겨 버리곤 후배가 건네준 국수 그릇을 받아 내려 놓는다.
" 선배님 마니 드세요-----"
" 그래 너도 수고 많았다. 마니 먹어라"
피곤은 밀려오고 어깻죽지는 빠질듯 져려왔으나 우선 요기가 급했다.
보통 국수를 먹을려 치면 머리를 숙여 국수발을 쭉 끌어 올려야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머리가 올라오게 된다.
그런데 그날 너무나도 피곤했던지 나의 코엔 코피가 주르를 흘려 내렸다 보다.
한참 피곤할때면 그게 코피인지---아님 콧물인지---아님 흘리는거 조차 모르기 십상이다.
그때의 내가 그랫다.
한참을 허겁지겁 국수발을 땡겨 올리고 잇는데 앞쪽에 앉은 아까 그녀가 나를 보며 생긋 웃어보인다.
속으론 제가 미쳤나 싶엇다.----생전 첨보는 사람한테 웃어 보이다니-----
난 그녀의 웃음을 무시하고 잇었다.
다시한번 국수발을 잡아 올리자 그때까지 그년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에 가져가며 나에게 뭔가 이야길 할려는 눈치였다.
그제서야 국수그릇으로 빨간피가 떨어지더니 번져흐른다.
" 야 형진아 휴지 없냐?"
" 어 선배님 ----- 코피------"
" 있잖아 가서 휴지좀 찾아와봐-----"
"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후배는 후다닥 뛰어 나갔고 난 그릇을 내려 놓으며 고개를 뒤로 젖혀 코피의 흐름을 최대한 억제하려 하고 있었다.
" 이거 쓰세요"
흐릿한 하늘 사이에 두둥실 구름이 떠가고 있었고, 갑자기 손손건이 시야에 들어와 박힌다.
아까 그녀가 내민 손수건인 것이다.
" 감사합니다.-------"
체면이고 뭐고 지금 코피가 줄줄 흐르는데----일단은 훔쳐내야 됐기에 그녀가 내민 손수건을 염치불구하고 받아든다.
그리곤 대충 코와 코주위를 닦아낸다.
" 괜찮으세요"
" 네 괜찮읍니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왜그렇게 민망하던지…
" 선배님 괜찮아요?------"
후배는 헐레벌떡 휴지 한뭉치를 손에 들고는 뛰어온다.
" 그래 괜찮아-----"
난 후배가 건낸 휴지를 한조각 뜯어 코를 틀어 막고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다.
나이인는 거의 나와 같은 연배인거 같았고, 우수에 젖은 눈망울에 웃을때마다 살짝이 보조개가 패여든다.
" 정말 감사합니다.------"
난 다시한번 인사를 건낸다.
" 여기-------"
그녀는 다시 자신의 좌측 볼근처를 손가락르로 가르키며 다른 이야길 하고 잇었다.
" 네?-------"
" 여기에도 피가 묻어 잇었요"
" 아네---------"
난 그녀가 가리켜준 볼에 남은 핏자국을 닦아내며 쑤스러워 하고 잇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나름대로 순수했었거든-----
그제서야 그녀는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또한 향긋이 전해오는 그녀의 향수내음을 느낀다.
" 선배님 누구에요?-------"
" 나도 몰라?-------"
난 피가 번진 국수를 후루루 마시며 그릇 사이로 그녀를 다시 쳐다본다.
보면 볼 수록 매혹적이고 이쁜 그녀였다.
그때 그녀가 일어서며 신발을 신고 잇었다.
국수를 다 먹엇는지 종종 걸음을 쳐 사천왕상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한번 쳐다본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얼마후
그때까지 테이블위에 얹혀진 그녀의 손수건
아차-------
난 부리나케 신발을 신고를 그녀를 뒤쫒아 뛰엇다.
사천왕상을 지나, 무성한 대숲을 지나, 사리탑을 지나서야 멀어져 가는 그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 잠깐만요-----저기요"
그녀는 돌아서며 뛰어오는 나를 쳐다본다.
" 헉헉"
목에선 단내가 푹푹하고 올라왔고,
구룡사 찻집의 연등에는 발그레 호롱불이 켜져 있었다.
마누라, 아들과 연등이나 달 요량으로 길을 나섰는데--이거참 낭패일쎄
인근 조그만 암자를 지나치고 굳이 이먼 구룡사까지 발걸음을 한 연유는 가슴속 아린 그녀를
조금 더 느낄수 없을까 하는 거였지만 그걸 모르는 아낸 연실 불평이다.
" 아 근처 아무절간이나 가서 달면 되지 왜 하필 북적데는 구룡사까지 와설라무네----"
" 아----여편네 계속 궁시렁대네 --- 구룡사 간다고 길떠나면서부터 설레발을 친건 누군데?------"
" 누가 이렇게 막힐줄 알았나"
" 잠깐만 기다려 보자 저기 모범기사분들이 얘쓰시고 계시잖아-----"
모범 기사분들이 나와 차가 들고 나는 것을 일일이 통제하면서 계속 수신호를 하고 있었고,
도착한 시간이 늦은 오후라 그런지 들어오는 차량보다는 나가는 차량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좁은 골목에다 갓길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한쪽이 빠지면 다른쪽 차량이 통과하기를 반복한다.
" 안되겠다----여기서부터 걷자"
대충 짐작으론 여기서부터 한 5키로 정도만 걸으면 구룡사에 도착할 수 잇을거 같았다.
갓길 빈자리에 차를 박킹하고는 시동을 끄며 안전띠를 풀자 마누라가 눈을 휘둥그레 부릅뜨며 쳐다본다.
" 당신 미쳤어 ---- 오늘 집에 안갈꺼야"
" 대충 5킬로 정도만 걸으면 돼---- 떨어지는 낙엽도 쳐다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면 금방가"
" 민수는? ---- 민수는 어턱하고"
아낸 5살먹은 아들을 걱정하고 잇었다.
" 민수도 좀 걸어야돼 --- 맨날 차만 타고 돌아다니니 얘가 저리 비실대잖아"
" 아빠 어릴적엔 10리 정돈 한걸음에 달음박 쳤는데--- 요즘 얘들이 어디 그래?"
" 민수야 아빠랑 엄마랑 같이 걷자 -- 알았지?"
" 아빠 나 잘달려--- 수퍼 울트라 짱이야"
" 그래 우리 민수 정말 짱이다"
난 아들 민수를 안으며 차문을 열고 앞장선다.
아낸 어쩔수 없다는 듯 차문을 열고 나오는데 걷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 그렇게 싫으면 넌 여기 있어 나랑 민수랑만 갔다 올테니깐-----"
" 누가 실텠어? -----"
아낸 마지 못해 투덜투덜 걸어오는데 인상은 여전히 구겨져 있엇다.
" 궁상하고는--------"
짧막하게 들려오는 아내의 음성-----
못들은체 하며 민수의 손을 잡고는 앞장서 걸어간다.
좁은 언덕길엔 차량이 뒤섞여 보행조차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떨어지는 낙엽과 맑은 가을하늘을 보고 있자니 세월의 빠른 흐름에서 덩그러니 빠져 나온 느낌이다.
" 민수야 저기 청설모다------"
" 아빠 어디------" " 저기 있잖아------"
" 야 다람쥐다------" " 아니야 민수야 다람쥐는 줄무늬가 있는데 저건 청설모라고 하는데 다람쥐 친척이래"
" 아빠 나 청설모 잡아줘"
" 안돼 민수야 저건 잡는 동물이 아니야---아빠가 잡으면 저친구는 금세 죽어버린데"
아들 민수와 이렇게 가을의 한복판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있으니 행복은 뭔데 있는게 아닌가 싶다.
" 여보 여기 기억나?"
아낸 한손으로 허리에 손을 올려 놓은체 열심히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가리킨 곳엔 구룡사 찻집이라는 나무 간판이 매달려 잇었고, 고즈넉한 초가가 빙둘러져 있었다.
" 야 여기는 예전 그대로네------"
" 아빠 여기가 어디야?" " 응 여긴 엄마 아빠가 연애할때 와본 곳이야------"
아낸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 자기야 여기 와본적 없는데?--------"
이크 ---- 그녀와 여편네를 잠시 혼동한듯 싶다.
한참 가을 정취에 취해 혼이 빠졌었나 보다.
" 여기 언년이랑 왔어?----엉"
" 언년이랑 오긴 그냥 해본소리지------"
" 수상해----정말로 수상해"
" 여편네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민수야 가자"
난 구룡사 찻집안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민수의 팔을 끌며 다시 앞장선다.
" 아빠 우리 저기 드러가면 안돼?"
" 응 내려갈때 잠깐 들리면돼----얼른 올라가자"
뒷통수에 여편네의 시선이 고정된 걸 감각적으로 느낄수 잇다.
우째 내가 이런 실수를??????---------
1996년 4월초파일
전국대학생불교연합회에 가입된 난 초파일 행사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부터 연등행사에 참여했었고, 밤세워 연꽃잎을 말아 연등에 붙여야 했다.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겟지만 연등을 하나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손이 가야 된다는 걸
일반인들은 아마 모를것이다.
구룡사 ------올해는 이곳에서 초파일 행사을 도와야 한다.
보살님들은 연실 국수를 말아야 했고, 연등 수납처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가 100미터 이상 길게
느려져 있었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하게 된다.
오후 5시 -----
오늘 먹은 공양이라곤 아침겸 점심에 먹은 비빔밥이 전부였는데 그나마도 허겁지겁 먹은터라 소화가 됐는지도 모른다.
밀물처럼 모여들다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 그 많은 인파속에 덩그러니 남아 허기진 배와 그때부터 밀려드는 피곤함만이 남아 있었다.
" 선배님 요기나 좀 하시죠 ------ "
후배 녀석이 지친 날 부측하더니 임시로 마련된 테이블에 안혀준다.
"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얼른 국수 타올테니깐------"
" 알았어 천천히 다녀와"
난 바닥에 양반자세로 앉아 주위를 둘려본다.
그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를 포함한 오육명만이 테이블에 남아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일행이였으나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안아 국수를 먹고 잇는 그녈 본것이다.
긴 생머리가 연실 흘려내려오자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 잡곤 다른 손으로 조심히 국수를 떠 입으로 넣고 있었다.
보통 일행이 있을터인데---혼자네?-----
난 별뜻없이 넘겨 버리곤 후배가 건네준 국수 그릇을 받아 내려 놓는다.
" 선배님 마니 드세요-----"
" 그래 너도 수고 많았다. 마니 먹어라"
피곤은 밀려오고 어깻죽지는 빠질듯 져려왔으나 우선 요기가 급했다.
보통 국수를 먹을려 치면 머리를 숙여 국수발을 쭉 끌어 올려야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머리가 올라오게 된다.
그런데 그날 너무나도 피곤했던지 나의 코엔 코피가 주르를 흘려 내렸다 보다.
한참 피곤할때면 그게 코피인지---아님 콧물인지---아님 흘리는거 조차 모르기 십상이다.
그때의 내가 그랫다.
한참을 허겁지겁 국수발을 땡겨 올리고 잇는데 앞쪽에 앉은 아까 그녀가 나를 보며 생긋 웃어보인다.
속으론 제가 미쳤나 싶엇다.----생전 첨보는 사람한테 웃어 보이다니-----
난 그녀의 웃음을 무시하고 잇었다.
다시한번 국수발을 잡아 올리자 그때까지 그년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에 가져가며 나에게 뭔가 이야길 할려는 눈치였다.
그제서야 국수그릇으로 빨간피가 떨어지더니 번져흐른다.
" 야 형진아 휴지 없냐?"
" 어 선배님 ----- 코피------"
" 있잖아 가서 휴지좀 찾아와봐-----"
"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후배는 후다닥 뛰어 나갔고 난 그릇을 내려 놓으며 고개를 뒤로 젖혀 코피의 흐름을 최대한 억제하려 하고 있었다.
" 이거 쓰세요"
흐릿한 하늘 사이에 두둥실 구름이 떠가고 있었고, 갑자기 손손건이 시야에 들어와 박힌다.
아까 그녀가 내민 손수건인 것이다.
" 감사합니다.-------"
체면이고 뭐고 지금 코피가 줄줄 흐르는데----일단은 훔쳐내야 됐기에 그녀가 내민 손수건을 염치불구하고 받아든다.
그리곤 대충 코와 코주위를 닦아낸다.
" 괜찮으세요"
" 네 괜찮읍니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왜그렇게 민망하던지…
" 선배님 괜찮아요?------"
후배는 헐레벌떡 휴지 한뭉치를 손에 들고는 뛰어온다.
" 그래 괜찮아-----"
난 후배가 건낸 휴지를 한조각 뜯어 코를 틀어 막고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다.
나이인는 거의 나와 같은 연배인거 같았고, 우수에 젖은 눈망울에 웃을때마다 살짝이 보조개가 패여든다.
" 정말 감사합니다.------"
난 다시한번 인사를 건낸다.
" 여기-------"
그녀는 다시 자신의 좌측 볼근처를 손가락르로 가르키며 다른 이야길 하고 잇었다.
" 네?-------"
" 여기에도 피가 묻어 잇었요"
" 아네---------"
난 그녀가 가리켜준 볼에 남은 핏자국을 닦아내며 쑤스러워 하고 잇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나름대로 순수했었거든-----
그제서야 그녀는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또한 향긋이 전해오는 그녀의 향수내음을 느낀다.
" 선배님 누구에요?-------"
" 나도 몰라?-------"
난 피가 번진 국수를 후루루 마시며 그릇 사이로 그녀를 다시 쳐다본다.
보면 볼 수록 매혹적이고 이쁜 그녀였다.
그때 그녀가 일어서며 신발을 신고 잇었다.
국수를 다 먹엇는지 종종 걸음을 쳐 사천왕상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한번 쳐다본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얼마후
그때까지 테이블위에 얹혀진 그녀의 손수건
아차-------
난 부리나케 신발을 신고를 그녀를 뒤쫒아 뛰엇다.
사천왕상을 지나, 무성한 대숲을 지나, 사리탑을 지나서야 멀어져 가는 그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 잠깐만요-----저기요"
그녀는 돌아서며 뛰어오는 나를 쳐다본다.
" 헉헉"
목에선 단내가 푹푹하고 올라왔고,
구룡사 찻집의 연등에는 발그레 호롱불이 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