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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한복판에 서서 - 중편

관리자 0 5147
" 죄-----송합니다---어휴 숨차----헉헉헉"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곤 숨을 고르고 잇는 날 쳐다보고 잇었다.



" 손수건을 노코 가셨어요------"



나의 손에 들려진 그녀의 분홍색 손수건엔 핏물이 묻어있었다.



" 괜찮아요------ 쓰세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살짝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 저가 괜찮지 않아요-----상황이 이래서 차마 손수건은 못빨아드리겠구 ----- 감사의 뜻으로 차라도 한잔 사겟읍니다."



난 구룡사 찻집과 그녀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잇었다.



" 신경쓰지마세요 --- 전 정말로 괜찮아요"



" 저가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난 앞장서서 찻집을 드러간다.



찻집안은 황토색 흙벽돌이 장식되어 있었고 가운덴 화롯불이 몽그렇게 타고 있었다.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난 멀쭘히 서있는 그녈 부른다.



" 이쪽으로 오세요"



그년 마지못해 앉는 시늉을 하면서 가벼운 미소를 띄고 있다.



" 뭐드실래요" "전 아무거나 ------"



" 여긴 칡차가 맛있어요 --- 주인아저씨가 직접 칡을 캐서 다리신데요------"



" 아네-----그럼 칡차로 할께요"



정태춘의 산사의 아침이란 노래가 조용히 찻집안에 울려퍼지고 있었고,



모글모글 피어오른는 칡의 알쌰한 향내음이 오랜만의 평화를 말해주듯 감미롭다.



" 빠쁘신거 같은데 ----이렇게 있으셔도 돼요"



" 괜찮읍니다. ------ 이젠 철수할 일만 남았는데요 뭘"



" 그런데 구룡사에서 일하시는분 같진 않은데-----"



" 아---네 학생입니다----동아리가 불교와 관련된 거라서 오늘 초파일 행사 도우러 왔읍니다."



" 이렇게 초파일 행사를 도우면 동아리로 떨어지는 금전전 혜택이 좀 되거든요-----"



" 그렇군요 근데 성함이?-------"



" 아----미처 저 소개를 안했군요 **대학교 사학과 4학년 정병진이라고 합니다."



" 전 올해 26이구요 김미진이라고 해요 반가와요"



" 26이면 저랑 동갑이네요-------정말 반갑습니다."



서로의 신상이 소개되자 더욱 가까워진듯 분위기는 활기차지기 시작한다.



한번 인연을 맺는 것이 어렵지 일단 인연을 맺고 나면 남녀 관계란 급속도로 진전됨을 여러분도 아시리라



" 이렇게 구룡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병진씨한테 떨어지는게 있어요?"



" 그럼요-----떨어지는거 있죠---이렇게 이쁜 미진씨와 마주 앉아 있잖아요"



그년 살짝이 입술을 가리며 웃어보인다. 그러면서 패이는 그녀의 보조개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첨엔 모르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 그녀에게 너무나도 고맙웠기에 뭔가 보답을 해야겟다고만 생각했는데----



미진이를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섹시했다.



26살 풋풋한 천짐함과, 관능적인 원숙미를 동시에 간직한 모습에서 조금씩 그녀에게 빠져든다.



앵두같은 그녀의 입술이 자꾸만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근데 하필 오늘같은 초파일에 인연이 만들어질께 뭐람----



나름대로 불제자라고 자부하면서 스스로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실천해 가려 얘쓰고 있지만



오늘같은 날 하필 그녀와 인연이 닿을줄이야…



다시한번 멀고도 먼 成佛의 고행을 느끼는 순간이다.



나도 한낱 사바의 중생임을 다시한번 느끼는 순간인 것이다.



" 아까 보니 미진씨 혼자시던데?------"



" 네 오빠 49제때도 못와보고 해서 겸사겸사------"



" 죄송합니다. 괜한걸 물어가지고-------"



그녀는 탁자위에 노인 양초에 시선을 고정한체 눈망울엔 조금씩 이슬이 배여든다



그렇게 그녀와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그녀의 연락처라도 알 요량으로



" 저기 이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 병진씨 연락처 먼저 주세요------"



" 그거야 어렵지 않죠 ----- "



난 그녀에게 나의 삐삐번호를 적어주자 내가 건넨 쪽지만 받아들뿐 그녀는 연락처를 주지 않는다.



" 미진씨-----연락처?"



" 아----저가 먼저 연락드릴께요------"



그날은 그렇게 그녀의 연락처도 받지 못한체 헤어졌다.



그러구 이제나 저제나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며 삐삐를 품에 안고 다녔지만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하루이틀-----한달두달---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뇌리속에서 미진의 기억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021234567---낯선 번호가 삐삐로 수신된다.



누구지?------



지방에서 자라 지방 대학을 다닌 나로썬 지역번호02인 서울에서 연락올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 네 9876 호출하신분좀 찾는데요------"



" 병진씨 저에요---미진이에요"



미진이? 미진이?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릴때쯤



" 구룡사 ---- 기억나세요?"



" 아----김미진씨-----"



" 안녕하셨어요?------"



" 네---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무심합니까---저가 미진씨 연락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계십니까"



" 죄송해요 이것저것 바빠서-----"



" 다름이 아니고 이번주말에 시간있으세요"



" 당연히 있죠----없는 시간 만들어서라도 있게 해야죠-----허허허"



" 구룡사에 단풍이 한창이래요---그래서 이번주말에 구룡사에 다녀올까 하는데 시간되시면 같이좀------"



" 아 영광입니다.-----"



" 그럼 이번주 토요일 오후3시경에 그 찻집에서 뵐께요 ------"



" 여기서 구룡사까진 1시간도 체 안걸리니깐 전 12시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겠읍니다."



" 호호호호 그러실 필요까진 없으신데-----"



" 암튼 그때 뵐께요-----"



" 네------"



이번주 토요일이 무진장 기다려진다.











" 오래 기다리셨어요?"



미진이는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찻집을 드러서고 있었다.



미진은 회색 정장바지 위로 발간색 코트를 걸쳤는데 그때와는 전혀 색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그전보다 좀 성숙해졌다고 할까?



" 네 오래기다렸어요----7개월이나 기다렸다구요-----목빠지는줄 알았네-------"



" 호호호호 죄송해요 우리 밖에 나가서 좀 걸으실래요?"



미진과 난 찻집을 나와 구룡사를 향해 서서히 걷기 시작햇다.



등산객,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무르익은 가을의 전경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이국적인 풍경들이였다.



그 풍경속에 미진과 내가 있었고, 소중한 가을날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 음-----가을냄새----너무좋다"



구룡사로 올라가는 포장길위로 노란색 은행잎에, 빨간색 낙엽이 떨어져 소복히 싸여 있었고,



길가로 시냇물이 졸졸졸 흘려 내렷다.



" 병진씨 구룡사에 자주 오세요?"



그녀는 나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마치 오래된 여인처럼 속삭이고 있었다.



순간 당황햇지만 그렇다고 이상황에서 뿌리칠 남자가 어디 잇겟는가?



" 저도 초파일 이후론 못와봤어요-------미진씨랑 올려구요"



" 호호호호 병진씨 너무 재밌으시다------"



" 농담 아니에요---- 진짜 미진씨랑 올려구 한번도 안왔다니깐요?"



농담반 진담반 건넨 말에 미진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숙인체 땅만 보면 걷는다.



" 미진씨-----저기---있잖아요------"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 당체-----



" 애인 있으세요?"



" 없으면--------- 애인 해주실래요?"



" 미진씨만 좋다면-----"



그말을 하는데 왜그렇게 심장이 꽁딱거리던지----



" 애인은 없구요-----남편은 있어요?"



" 네?-------------"



난 놀란 토끼마냥 그녈 쳐다본다.



" 농담이에요-----호호호"



그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실 호호거리기만 할 뿐이다.



" 정말 유부녀세요?--------"



" 농담이라니깐요------오늘 하루 병진씨가 저 애인해 주실래요?"



그년 나의 말을 의미없이 받아 넘기면서 태연해 하고 잇었다.



" 저야 언제든 영광입니다-----"



그날 미진과 난 구룡사를 돌아 다시 찻집을 지나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을때쯤



해는 느엇느엇 서산에 걸려 있었다.



" 벌써 이렇게 됐네------"



미진은 당황한듯 시계를 쳐다본다.



" 벌써 가실려구요?------저녁이나 먹고 올라가시지------"



" 아니 오늘 안올라갈꺼에요----오늘 병진씨랑 자고 갈꺼에요-----"



미진의 그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는줄 알았다.



" 네?----뭐라구요?"



" 순진하시긴 ---오늘 병진씨랑 자고 간다구요------"



" 왜 저가 싫으세요?------"



" 그게 아니고-------"



" 오늘 하루 병진씨가 저 애인해주시기로 햇잖아요?"



난 너무나도 태연한 그녀의 이야기에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힌다.



그러면서 미진은 팔짱낀 손에 힘을주면서 더욱 나의 몸에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킨다.



그녀의 머리에선 알싸한 샴퓨향내가 풍겨나온다.



순간 나의 입안가득 침이 고이더니 이내 목구멍을 타고 흐른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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