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였던가? 명준은 초등학교에서 한 학년 위의 누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 때가 김성아가 들어온 지 2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할머니는 그 누나를 쫓아 보내고 골방에서 명준을 심하게 때렸다. 태어나서 할머니에게 그렇게 맞아 본 적은 없었고, 명준은 엉엉 울었다.



한참 울던 그에게 할머니는 옥으로 만든 목걸이를 명준의 목에 걸어 주며 말했다.



“명준아. 죽기 전까지 절대로 이 목걸이를 떼어놓아선 안 된다. 알았지? 이건 너를 위험에서 지켜 줄 거다.”



“할머니. 남들이 머리 길다고 여자애 같다고 나 놀려요. 그런데 목걸이까지요?”



“내 말에 토 달지 말라고 했지?”



할머니는 단호했다. 그리고 그 목걸이를 한 후부터 신기하게 그 누나가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 명준에게는 연상녀들이 따르지 않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그가 고2이던 어느 날, 성아가 반팔과 반바지로 브라도 하지 않고 과일을 깎아서 명준의 방으로 가져갔던 그 날이었다.



“명준아. 공부하느라 피곤하지?”



“네.”



명준은 성아의 의도를 그 때는 몰랐다. 하지만 성아는 명준에게 말했다.



“피곤한데 어깨를 주물러 줄게.”



성아의 헐렁한 옷 사이로 그녀의 유두가 보였다. 명준은 자신의 물건이 반응하려는 기색을 보이는 걸 깨달았다.



“어머니, 그건...”



명준은 무의식적으로 일어섰고, 성아의 눈에 그 목걸이가 띄었다. 그 때 갑자기 그녀는 머리를 붙잡았다. 아픈 듯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않고 방에서 뛰어 나갔다.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명준이 알게 되기까지는 2년이란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덕분에 명준은 성아의 덫에 걸려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 고마워요.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차는 한강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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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동네 입구에 도착하자 명준은 대리기사에게 돈을 주었다.



“자, 요금.”



“팁.”



대리기사는 손을 내밀었다. 명준이 말했다.



“얼마?”



“기름값도 많이 올랐으니 5만원.”



명준은 귀찮았다. 요금 외에 5만원이라면 도둑 아니야? 하지만 저 재수없는 기사를 떨궈야 했다.



“옛다.”



그는 만 원짜리 5개를 손에 건네 주었다. 확실히 남자 손 같아 보이진 않는다. 기사가 말했다.



“아저씨 보기보다 순진하네. 5만원 달라고 5만원 주냐? 돈이 남아도는가 본데, 나 그냥 간다.”



기사는 돈을 주머니에 넣고 가려다가 뭔가를 꺼내 땅에 던졌다.



“참, 내 명함이야. 아저씨 필요하면 전화해. 또 보게 될 거 같으니까.”



기사는 돌아보지도 않고 저쪽을 향해 걸어갔다. 명준은 명함을 집어들었다, 전화번호와 함께, ‘한세영’ 이란 세 글자만 적혀 있었다.



명준은 명함을 찢어서 주차장에 버린 후 집으로 걸어갔다. 그는 차를 좀 떨어진 주차장에 세워 놓고 걸어 들어가길 좋아했다.





걸어가던 명준의 귀에 신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당..신... 성..ㅇ ... ”



성 .. ㅇ ...? 성아? 아버지는 김성아를 언제나 성아라고 불렀다. 그 성아가 性餓, 성에 굶주린 아귀라는 사실을 아버진 알까?



그러고 보니, 아버지?



“아버지!”



명준은 신음소리 쪽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쓰러져 있었다. 외상은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세게 맞은 듯했다. 아무런 가방도 무엇도 없었다.



“명준아. 빨리 엄마를 불러 줘.”



“아버지. 병원에...”



“난 이미 글렀어. 엄마를 불러 줘!”



명준은 하는 수 없이 성아의 폰에 전화를 걸었지만, 뚜 뚜 소리만 날 뿐 통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뭐라고 하기 전에 당장 119에 전화를 걸려고 하였다. 그 때,



아버지가 말했다. “외...투...”



명준이 아버지의 외투를 벗기려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준은 한 손으로는 전화를 하면서 한 손으로는 외투를 벗겼다.



이 때 아버지가 스르르 무너졌다. 아버지!



명준은 아버지의 외투를 벗겼다. 지금은 일단 아버지의 말씀을 들을 차례다. 이 때 아버지의 옷 밑으로 종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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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준은 병원 응급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아나 세준의 폰은 꺼져 있었고, 특별히 연락할 친척도 없다.



아버지의 외투와 가슴 속에 감추고 있던 서류봉투, 그리고 수첩을 비닐에 넣어 공터 한구석에 숨겼을 때 구급차가 나타났다. 뭔지는 몰라도, 김성아를 마지막까지 찾았으니 그녀에게 중요한 물건일 테고, 절대로 그녀 손에 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다른 건 다 그만두고 그것들을 옮겼다. 달도 없는 밤이라 보는 사람도 없다. 그 구석을 아는 사람은 명준뿐이다.



이 때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타났다.



“안타깝습니다.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



명준은 할 말을 잃었다. 비록 남남이나 다름없이 지낸 아버지이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누군가에게 맞아 죽다니,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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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명준은 장례식을 준비하랴, 경찰서에 불러 다니랴 할 일이 많았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나타난 성아와 세준은 왜 미리 알리지 않았냐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빌어먹을 것들. 지들이 뭐 하느라 전화를 꺼 놓았는지 명준은 다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경찰서 조사실에선 명준의 혐의를 캐내느라 애쓰고 있었다. 명준은 외투와 서류, 수첩의 정체를 알려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알려지면 성아도 알게 될 터이니깐. 그게 뭐든 간에 아버지의 유일한 유물인데, 김성아 손에 떨어지면 안 되지.



“저는 그 때 강남의 XX클럽에 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증거 있어?”



형사가 물었다. 그 때 그는 한세영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냈다. 빌어먹을, 찢어 버린 그 명함에서 힐끗 본 그 번호가 왜 지금 생각나지?



“이 번호로 걸어 보세요.”



“좋아.” 형사는 세영에게 전화를 거는 듯했다.



세영이 나타나 줄까? 그, 혹은 그녀가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면 명준은 그녀의 전화번호를 기억할 일도 없었을 테고, 그러면 그는 상당한 곤경을 당했을 거다. 감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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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지도와 열쇠는 안명준 혼자만 갖게 될 것이고, 세준의 근친이 있으니 명준과 김성아의 근친은 없습니다. 하지만 명준에게는 앞으로 많은 모험이 놓여 있고, 섹스장면도 빠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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