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운 - 30부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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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1 05:08
금요일 저녁. 수업이 끝나고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온 찬승은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옆에서는 역시나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온 여동생이 깔깔 거리며 텔레비전을 본다. 찬승은 아무리 봐도 별로 웃기지 않은데 여동생 혼자서 신나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넌 저게 웃기냐?”
이상하다는 듯 찬승이 물었으나 서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푸하핫. 응. 아. 으하핫.”
“어휴….”
찬승은 서희가 이해 안가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경쾌한 벨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찬승의 핸드폰이었다.
“응…?”
핸드폰을 꺼내 보니 의외의 인물이다.
‘지현이잖아….’
지현이 의외의 인물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남자친구가 생긴 뒤로 연락이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온 것이다.
“여보세요?”
찬승이 휴대폰에 대고 그렇게 말했으나 지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찬승은 이상하다 싶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지현아?”
찬승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배.]
“응. 무슨 일 있어?”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근데 왜 그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그냥…. 그냥요.]
그냥이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목소리에 힘이 없다. 찬승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그냥이 아닌데…? 무슨 일이야?”
[…선배.]
“응?”
[지금 잠깐 나오실 수 있어요?]
“지금? 어디로?”
[여기요….]
지현은 자신이 있는 곳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학교 근처였다. 전화를 끊은 찬승은 거실로 나가며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저 나가요.”
“그래.”
부엌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던 어머니는 찬승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당황한 찬승은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응? 어디 가냐고 안 물어 보세요?”
“응? 왜 어디 가는데?”
“치, 친구 만나러요.”
“그래. 근데 왜?”
여전히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식사 준비에 열중하는 어머니.
“으…. 아닙니다. 아니에요.”
찬승은 자신의 아들로서의 위치가 위태롭다고 생각하였다.
버스를 타고 지현이 말해준 곳으로 가자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두컴컴한 건물 아래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지현…. 짧은 청치마를 입은 채여서, 앉아 있는 그녀의 허벅지가 깊숙한 곳까지 보인다.
“지, 지현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찬승은 얼른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지현은 특유의 맑고 환한 미소로 찬승에게 인사한다.
“선배. 안녕하세요.”
“응, 응? 응…. 그래. 안녕….”
찬승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지현의 모습에서 아까 전화통화에서의 어두운 목소리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런 곳에서 왜 혼자 이러고 있단 말인가….
“너 혼자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남자친구는? 친구들은?”
“남자친구는 아아아까 갔구요. 친구들은 저랑 술 마시다가 먼저 갔어요.”
어쩐지 지현에게선 약간의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완전히 취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마신 것 같았다. 완전히 취하면 으헤헤헤 큰 소리로 웃을 테니까….
찬승은 아까 지현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큰일이 난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별 일이 없어 보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남자친구랑 헤어지기라도 한 줄 알았더니…. 그럼 왜 나오라고 했지?’
“근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찬승의 말에 지현이 활짝 웃는다.
“선배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요. 잘 지내나 해서 히힛.”
또 다시 생글생글 웃는 지현. 찬승은 그런 지현을 보며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겁지겁 달려 왔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그제야 그녀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인다. 노란색 재킷을 입고 회색의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는 그녀….
찬승은 짧은 청치마 아래로 들어난 그녀의 긴 다리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안 추워?”
“히히. 스타킹 신어서 안 추워요.”
그녀가 그 말과 함께 긴 다리를 살며시 들어 올려 보인다. 어쩐지 살짝 광택이 나는 것이 스타킹을 신은 것이었다. 찬승은 살며시 들어 올려지는 그녀의 다리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엄청나게 예쁜 다리였다. 민조의 다리도 예뻤지만 지현과 기본 적인 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리의 길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났다.
11월의 마지막은 꽤나 춥다. 이제 며칠 있으면 벌써 12월 달이다.
“벌써 12월이네요.”
“응….”
“근데요."
“응?”
“선배…. 제가 오늘 왜 불렀는지 아세요?”
“나 보고 싶어서 불렀다며?”
찬승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지현은 이제 아까처럼 생긋거리며 웃지 않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 망설이는 그녀. 찬승은 가만히 지현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둘 사이에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사람과 그 사람의 말을 기다리는 사람. 밤의 어둠이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에 적막감을 더해 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지현의 입이 마침내 천천히 열렸다.
“선배. 그…거 해보셨어요?”
“응? 그거? 그게 뭐야?”
“섹…스요.”
“섹스? 응? 뭐, 뭐, 뭐, 뭐라고?”
어리둥절했던 찬승은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를 깨닫고는 크게 당황하여야 했다. 찬승의 반응에 지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찬승도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녀에게 말했다.
“가, 갑자기 그, 그런 걸 왜 물어?”
하지만 지현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재차 단호하게 묻는다.
“대답해주세요! 솔직하게!”
찬승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대답을 재촉하는 지현을 당황해서 바라보았다.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대충 둘러 대서 넘어가려 하지만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의 맑은 두 눈은 진실만을 요구하고 있었다.
결국 찬승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응…. 해봤어.”
“그래요. 그렇군요…. 저, 저는 하,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찬승은 살짝 놀랐다. 그녀가 지금까지 남자의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했다고 했을 때는 상상 속으로나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생긴 지금 까지도 남자와 관계가 한 번도 없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난 뒤 어색하게 서있던 지현은 마치 추위라도 느끼는 듯, 겁에라도 질린 듯 덜덜 떨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 저 남자친구가 자꾸 저한테 하, 하고 싶다고 말해요. 저도…. 저도 들어주려다가 자꾸…. 자꾸….”
고개를 푹 숙이고 무언가를 잠시간 생각하는 그녀. 그리곤 중얼거리듯 조용하고 느릿하게 입을 연다.
“…자꾸 선배 생각이 나요. 남자친구랑 모텔 앞까지 갔다가 선배 생각이 나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찬승은 그녀의 말에 크게 당황해야 했다.
“왜 나를….”
그러나 찬승의 당황한 말을 자르는 지현의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온다.
“제가! 제가… 선배 못 잊으니까요. 선배 좋아하니까요!”
“뭐…?”
그 말에 넋이 나간 찬승과 관계없이 그녀의 말은 계속 되었다.
“남자친구한테는 처음은 아니라고 거짓말 했어요. 근데 왜 자기랑은 못하냐고…. 그럼 차라리 그냥 헤어지자고…. 남자친구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제 마음이 이래서! 선배를 못 잊는 제 마음이 이래서!”
넋이 나간 찬승은 그저 조용하게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니 그녀의 마음을 듣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으로 전해지는 그녀의 진심어린 마음을….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럼 전에 미니홈피의 일기에 써 있던 이야기는 역시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인가…. 그녀가 선배 착각하셨다고 밝게 웃으며 거짓말했던 것인가….
찬승이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서있을 때 지현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선배…. 저랑, 저랑…. …해주세요.”
“뭐?”
그녀의 충격적인 말에 찬승은 곧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너 미쳤어? 무슨 소리야 그게?”
찬승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지현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러나 이내 살짝 감기는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고이기 시작한다.
“흑, 흑…. 처음은…. 처음은 꼭 선배랑 하고 싶어서….”
찬승은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쏟고 있는 후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녀가 우는 모습은 처음 본다. 항상 누구보다 활발하고 밝게 웃는 강한 후배였는데…. 남자친구랑 행복하게 잘 사귀는 것 같아 그 녀석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자신을 못 잊겠단다. 자신을 좋아한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은 민조와 행복하게 웃으며 지냈는데…. 이 누구보다 강하고 활발한 후배 녀석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후회 안하니?”
찬승의 조용한 말에 지현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든다.
“예.”
*
함께 모텔로 걸어가는 지현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며 찬승에게 팔짱까지 낀다. 언제 울었냐는 듯 너무나도 밝게 웃는 그녀. 찬승은 자신에게 매달리는 그녀를 보며 뭐가 그리 좋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이상한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모텔 앞에 도착하자 찬승과 함께 걷던 지현의 발걸음이 멈춘다. 찬승은 그녀가 생각을 바꿨구나 싶어 재빨리 말했다.
“역시 안 되겠지?”
그러나 지현은 모텔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
“후우-! 됐어요. 이제!”
그녀는 무언가 결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오히려 찬승을 이끌고 모텔로 들어선다.
찬승이 프런트에다 쉬고 간다고 말을 하자 지현이 재빨리 입을 연다.
“자, 자고 갈 거예요!”
찬승도, 모텔 직원도 놀란 눈으로 지현을 바라본다. 그러나 지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 돈을 꺼내 계산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찬승이 지현을 나무랐다.
“너 왜 자고 간다고 그랬어!”
“제 마음이죠.”
지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다시 생글생글 웃는다.
드디어 방에 도착한 두 사람. 지현은 막상 방에 들어오자 긴장이 되는지 침대까지 걸어가는 동작이 로봇처럼 뻣뻣하다. 너무나도 뻣뻣한 동작으로 침대에 앉고는 바로 눕는 지현. 찬승은 그런 지현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왜, 왜 웃죠?”
침대에 누운 지현은 비웃음을 당한 것 같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샤워하고 와.”
찬승은 그녀의 몸을 일으켜 샤워실로 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찬승은 지현이 떠난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생각했다.
‘저 녀석 정말 나랑 할 생각인가….’
처음이란다. 처음이라는데 자기처럼 잘난 것 하나 없는 사람과 한다는 것이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현에 대한 마음도 없는데…. 지현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친한 후배의 감정이지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아니다. 이성으로선 당연히 민조를 좋아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민조에게도 미안하다. 이렇게 다른 여자랑 한다는 것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눈물을 보이는 지현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이성으로서의 마음이나 엉큼한 마음이 든 것이 아니라 몰래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이 안타까워 일어난 연민의 마음이었다.
‘…조금 흥분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툭 까놓고 말해 남자로서 조금 흥분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전지현이란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예쁜 후배와 하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흥분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처음이라는 여자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더욱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찬승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샤워실의 문이 열렸다.
“다 했어?”
찬승은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너무나도 예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는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몸을 가리고 있는 하얀 샤워타월 위로 드러난 어깨는 너무나도 희고 가녀리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그런 하얀 어깨와 대조 될 정도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예, 예…. 선배 들어가세요.”
찬승은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지나쳐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샤워실 한 편에 고이 접어 있는 그녀의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조그맣고 하얀 팬티도….
‘으읏….’
찬승은 그녀가 입었던 하얀 팬티를 보자 이루 말 할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난 변태적인 충동을 참아내고는 그녀의 옷가지를 샤워실 밖에 내놨다.
옷을 벗고 샤워를 하자 벌써부터 크게 발기해 있는 자지가 눈에 들어온다. 웃음이 났다.
‘쳇.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만….’
잠시 후 찬승도 샤워를 마친 뒤 타월을 감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침대에 뻣뻣한 자세로 누워 있는 지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왜 자꾸 누워 있어?”
“예? 예? 하려면 누워야 하니까….”
찬승은 너무나도 순진한 그녀의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순진한 면을 알아 가면 알아갈 수록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현아 역시….”
그러나 찬승의 말은 지현의 외침으로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할 거에요!”
“그, 그래….”
평소 그런 이야기, 아니 이성에 관한 이야기조차 부끄러워하는 그녀가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을까…. 찬승은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그녀의 모습에 결국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찬승이 침대로 올라오자 지현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한다. 찬승은 그녀의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지현아….”
찬승은 지현의 몸 위로 올라왔다. 자신의 그림자로 어두워지는 지현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예?”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후회 안 할 거지?”
“예. 후회 안할 거예요. 정말. 정말. 정말. 후회 안 해요. 죽을 때까지도….”
지현은 그렇게 말하며 특유의 맑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 굳은 결심을 한 모양이다.
‘이 바보…. 내가 뭐가 그리 좋다고….’
찬승은 왠지 눈물이 나려는 것을 참으며 가만히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닿은 것만으로도 입술이 녹아버릴 것 같은, 지현의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
그런 그녀의 입술이 서서히 열리며 찬승의 혀를 받아들인다.
찬승은 일부러 눈을 감지 않았다. 눈을 꼭 감은 채 자신과 키스를 나누는 지현의 모습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둘의 혀가 한 없이 부드럽게 뒤엉켰다. 지현은 눈을 꼭 감은 채 열심히 찬승의 혀를 애무했고, 찬승의 혀도 그런 지현의 혀를 쉼 없이 자극했다.
잠시 간의 키스 후 찬승이 입술을 떼자 환하게 웃으며 올려다보는 지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찬승은 왠지 그녀가 웃으면 웃을수록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하지만 울 수는 없다. 갑자기 울면 그녀도 난처해 할 테니까….
찬승은 손을 내려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샤워타월을 붙잡았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움찔거린다.
“…벗길게.”
찬승의 말에 지현은 부끄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현의 허락을 받은 찬승은 조심스레 타월을 벗겼다. 그러자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그녀의 몸이 드러난다. 봉긋하게 살짝 솟아 있는 작은 가슴, 군살 하나 없이 새하얀 배, 잘록하게 들어가 있는 허리….
지현은 자신의 나신이 드러나자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제 가슴 되게 작죠?”
“아냐…. 아냐. 너무 예뻐…. 정말 예뻐….”
찬승은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그녀의 몸을 보고 흥분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이다. 찬승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그녀의 가슴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아….”
그녀의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찬승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애무했다. 지현은 작은 느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살며시 눈을 감고 찬승의 애무를 받아 들였다.
그녀의 가슴은 정말 작았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찬승에겐 정말 이 세상 그 누구의 가슴보다도 아름답고 예쁘게 느껴졌다. 살며시 잡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지현이 기분 좋은 듯 가볍게 미소 짓는다.
지현의 가슴에서 머물던 찬승의 혀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그녀의 새하얗고 작은 몸 구석구석 모두를 핥으려는 듯 천천히…. 그렇게 내려오던 찬승의 혀는 하얀 배를 지나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는 그녀의 검은 털에 도달한다.
“아음….”
그녀가 놀랐는지 고개를 든다. 하지만 찬승의 혀는 멈추지 않았다. 천천히 그녀의 털 주변을 핥고는 더욱더 아래로 내려온다. 찬승의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벅지를 잡아 살며시 벌렸다. 부끄러운 듯 약간 힘이 들어가 있는 허벅지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린다.
지현은 찬승이 자신의 은밀한 곳을 들여다보고 있자 고개를 들어 다급하게 말했다.
“꼭, 꼭 그렇게 보셔야 해요?”
“괜찮아. 예쁘니까. 정말…. 너무 예쁘니까.”
사실이었다. 찬승이 지금까지 본 여자의 보지 중 가장 예쁘고 아름다웠다. 핑크색으로 살짝 갈라져 있기만 한 보지는 어떠한 경험도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지현은 지금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찬승의 말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된 듯 다시 고개를 눕혔다. 그러나 곧 자신의 아래쪽에서 전해오는 강렬한 자극에 입을 벌려야 했다.
“응…!”
찬승이 자신의 보지에 혀를 댄 것이다. 아니 가만히 갖다 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핥아 올린다.
지현은 아래쪽에서 전해지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꽉 감았다.
찬승은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하게 그녀의 보지를 핥았다. 샤워를 해서 그런지 바디샴푸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난다. 그리고 그 사이로 지현의 향기가 나기도 했다.
“하아…. 하아, 하아….”
신음소리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지현은 그저 눈을 꼭 감은 채 거친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찬승은 그런 그녀의 숨소리가 너무나도 귀여워 더욱더 정성스럽게 보지를 핥았다. 잠시간을 계속해서 핥자, 찬승의 혀에 자신의 침과는 다른 무언가 미끈한 액체가 느껴졌다. 지현의 보지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현도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은 찬승은 조금 더 정성스럽게 그녀의 보지를 핥았다. 그러자 점차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양이 많아지며, 그녀의 숨소리도 점점 거칠어진다.
찬승은 이제 됐다 싶어 혀를 떼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지현이 꼭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뜬다.
“…이제 …넣는 건가요?”
“응….”
“헤헤. 잘 부탁드립니다.”
지현은 그렇게 말하며 또 다시 환한 웃음을 짓는다. 찬승은 또 한 번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지를 잡아 살며시 그녀의 보지에 갖다 대었다.
지현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하게 감돈다. 하지만 끝까지 환한 미소는 잃지 않는다.
찬승은 천천히, 그 어느 때보다도 천천히 그녀의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었다. 잘 열리지도, 잘 들어가지도 않는다. 몇 번 후퇴를 반복해 겨우 조금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찬승은 그녀가 아플 것 같아 조심스레 물었다.
“안 아파?”
“예. 안 아파요.”
지현의 얼굴 그 어디에서도 아픈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다. 찬승은 천천히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여 그녀의 보지로 조금씩 깊숙이 자지를 밀어 넣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 찬승의 자지가 갑자기 미끄러져 들어간다.
“아윽…!”
환하게 웃고 있던 지현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진다. 놀란 찬승은 움직일 생각도 못한 채 허겁지겁 물었다.
“괘, 괜찮아?”
지현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여 있다. 많이 아픈 모양이다. 하지만 살짝 얼굴을 찡그리던 그녀는 다시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괜찮아요. 아주 조금 아프네요….”
그녀가 괜찮다고 하지만 찬승은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눈물까지 보일 정도로 아픈데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참고 있는 것이다.
찬승이 가만히 있자 지현이 나직이 말한다.
“…움직여도 괜찮아요.”
“…그래.”
지현의 말을 들은 찬승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분명히 아플 텐데…, 그녀는 분명히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으며 찬승을 바라보고 있다.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찬승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온다.
“서, 선배 왜 우세요?”
“아냐…. 아무 것도 아냐.”
“….”
지현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찬승을 가만히 바라보다 두 팔을 들어 올려 꼭 끌어안았다.
“선배….”
지현이 찬승의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응?”
“선배. 정말 오늘 잊지 말아주세요. 저도 잊지 않을 게요…. 흑…!”
많이 아파도 꾹 참으며 언제나 환한 웃음만을 짓던 그녀가 드디어 눈물을 터트렸다. 참고 참았던 만큼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베개로 흘러내린다. 아파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슬퍼서 흘리는 눈물….
찬승도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 잊지 않을게.”
찬승의 말에 지현이 더욱더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찬승을 꼭 끌어안으며 어린아이처럼 크게 소리 내 우는 그녀….
“선배를…. 선배를 잊지 않도록…. 흑…. 잊을 수 없도록 사랑해주세요…. 흑…!”
지현도 울고 찬승도 울었다. 하염없이…. 그저 그렇게 몸을 포개고 끌어안은 채 서럽게, 서럽게….
찬승은 그날 밤 사정하지 않았다. 울다 지쳐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잠들었을 뿐이다.
*
찬승은 모텔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의 맑은 햇살에 간신히 눈을 떴다. 졸림이 가시자 어젯밤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분명히 지현의 안에 삽입을 했다. 하지만 사정을 하지는 않았다.
찬승은 벌떡 일어나 침대 시트를 살폈다. 말라 있는 핏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지현의 첫 경험의 증거였다. 그런데….
‘어디 갔지?’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던 찬승은 스탠드 밑에 놓여 있는 작은 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배! 쿨쿨 주무시고 계시군요! 히힛. 어제 저의 어려운 부탁 들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 덕분에…. 덕분에 선배를 이제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걸리겠지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천천히 잊을 수 있겠죠? 바보처럼 혼자 좋아하던 지난 날 들…. 이젠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헤헤…. 선배! 그래도 제가 제일 친한 후배인 것은 변함이 없죠? 저도 제일 친한 선배는 선배인 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만나도 웃으면서, 전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해요. 저도 그럴 테니까…. 그럼 안녕히 주무시다 가세요. 월요일 날 학교에서 봬요!]
쪽지를 본 찬승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강한 척하고 밝은 척하는 녀석이다…. 누구보다도 여리고 약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찬승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슬픈 사랑 하나 한 거 같네….”
*
찬승은 그날 처음으로 민조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어제 왜 전화를 안 받았냐는 물음에 졸려서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다고 말한 것이다.
미안했다. 너무나도 미안했다. 하지만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월요일 날 학교에서 마주친 지현은 예의 그 활기찬 목소리로 찬승에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선배!”
여전히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맑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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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젊은 날의 내 사랑 어떻게 널 잊을 수 있어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우리 지난날의 사랑아
K2 - 슬프도록 아름다운
“넌 저게 웃기냐?”
이상하다는 듯 찬승이 물었으나 서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푸하핫. 응. 아. 으하핫.”
“어휴….”
찬승은 서희가 이해 안가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경쾌한 벨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찬승의 핸드폰이었다.
“응…?”
핸드폰을 꺼내 보니 의외의 인물이다.
‘지현이잖아….’
지현이 의외의 인물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남자친구가 생긴 뒤로 연락이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온 것이다.
“여보세요?”
찬승이 휴대폰에 대고 그렇게 말했으나 지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찬승은 이상하다 싶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지현아?”
찬승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배.]
“응. 무슨 일 있어?”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근데 왜 그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그냥…. 그냥요.]
그냥이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목소리에 힘이 없다. 찬승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그냥이 아닌데…? 무슨 일이야?”
[…선배.]
“응?”
[지금 잠깐 나오실 수 있어요?]
“지금? 어디로?”
[여기요….]
지현은 자신이 있는 곳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학교 근처였다. 전화를 끊은 찬승은 거실로 나가며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저 나가요.”
“그래.”
부엌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던 어머니는 찬승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당황한 찬승은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응? 어디 가냐고 안 물어 보세요?”
“응? 왜 어디 가는데?”
“치, 친구 만나러요.”
“그래. 근데 왜?”
여전히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식사 준비에 열중하는 어머니.
“으…. 아닙니다. 아니에요.”
찬승은 자신의 아들로서의 위치가 위태롭다고 생각하였다.
버스를 타고 지현이 말해준 곳으로 가자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두컴컴한 건물 아래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지현…. 짧은 청치마를 입은 채여서, 앉아 있는 그녀의 허벅지가 깊숙한 곳까지 보인다.
“지, 지현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찬승은 얼른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지현은 특유의 맑고 환한 미소로 찬승에게 인사한다.
“선배. 안녕하세요.”
“응, 응? 응…. 그래. 안녕….”
찬승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지현의 모습에서 아까 전화통화에서의 어두운 목소리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런 곳에서 왜 혼자 이러고 있단 말인가….
“너 혼자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남자친구는? 친구들은?”
“남자친구는 아아아까 갔구요. 친구들은 저랑 술 마시다가 먼저 갔어요.”
어쩐지 지현에게선 약간의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완전히 취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마신 것 같았다. 완전히 취하면 으헤헤헤 큰 소리로 웃을 테니까….
찬승은 아까 지현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큰일이 난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별 일이 없어 보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남자친구랑 헤어지기라도 한 줄 알았더니…. 그럼 왜 나오라고 했지?’
“근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찬승의 말에 지현이 활짝 웃는다.
“선배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요. 잘 지내나 해서 히힛.”
또 다시 생글생글 웃는 지현. 찬승은 그런 지현을 보며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겁지겁 달려 왔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그제야 그녀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인다. 노란색 재킷을 입고 회색의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는 그녀….
찬승은 짧은 청치마 아래로 들어난 그녀의 긴 다리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안 추워?”
“히히. 스타킹 신어서 안 추워요.”
그녀가 그 말과 함께 긴 다리를 살며시 들어 올려 보인다. 어쩐지 살짝 광택이 나는 것이 스타킹을 신은 것이었다. 찬승은 살며시 들어 올려지는 그녀의 다리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엄청나게 예쁜 다리였다. 민조의 다리도 예뻤지만 지현과 기본 적인 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리의 길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났다.
11월의 마지막은 꽤나 춥다. 이제 며칠 있으면 벌써 12월 달이다.
“벌써 12월이네요.”
“응….”
“근데요."
“응?”
“선배…. 제가 오늘 왜 불렀는지 아세요?”
“나 보고 싶어서 불렀다며?”
찬승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지현은 이제 아까처럼 생긋거리며 웃지 않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 망설이는 그녀. 찬승은 가만히 지현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둘 사이에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사람과 그 사람의 말을 기다리는 사람. 밤의 어둠이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에 적막감을 더해 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지현의 입이 마침내 천천히 열렸다.
“선배. 그…거 해보셨어요?”
“응? 그거? 그게 뭐야?”
“섹…스요.”
“섹스? 응? 뭐, 뭐, 뭐, 뭐라고?”
어리둥절했던 찬승은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를 깨닫고는 크게 당황하여야 했다. 찬승의 반응에 지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찬승도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녀에게 말했다.
“가, 갑자기 그, 그런 걸 왜 물어?”
하지만 지현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재차 단호하게 묻는다.
“대답해주세요! 솔직하게!”
찬승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대답을 재촉하는 지현을 당황해서 바라보았다.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대충 둘러 대서 넘어가려 하지만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의 맑은 두 눈은 진실만을 요구하고 있었다.
결국 찬승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응…. 해봤어.”
“그래요. 그렇군요…. 저, 저는 하,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찬승은 살짝 놀랐다. 그녀가 지금까지 남자의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했다고 했을 때는 상상 속으로나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생긴 지금 까지도 남자와 관계가 한 번도 없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난 뒤 어색하게 서있던 지현은 마치 추위라도 느끼는 듯, 겁에라도 질린 듯 덜덜 떨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 저 남자친구가 자꾸 저한테 하, 하고 싶다고 말해요. 저도…. 저도 들어주려다가 자꾸…. 자꾸….”
고개를 푹 숙이고 무언가를 잠시간 생각하는 그녀. 그리곤 중얼거리듯 조용하고 느릿하게 입을 연다.
“…자꾸 선배 생각이 나요. 남자친구랑 모텔 앞까지 갔다가 선배 생각이 나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찬승은 그녀의 말에 크게 당황해야 했다.
“왜 나를….”
그러나 찬승의 당황한 말을 자르는 지현의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온다.
“제가! 제가… 선배 못 잊으니까요. 선배 좋아하니까요!”
“뭐…?”
그 말에 넋이 나간 찬승과 관계없이 그녀의 말은 계속 되었다.
“남자친구한테는 처음은 아니라고 거짓말 했어요. 근데 왜 자기랑은 못하냐고…. 그럼 차라리 그냥 헤어지자고…. 남자친구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제 마음이 이래서! 선배를 못 잊는 제 마음이 이래서!”
넋이 나간 찬승은 그저 조용하게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니 그녀의 마음을 듣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으로 전해지는 그녀의 진심어린 마음을….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럼 전에 미니홈피의 일기에 써 있던 이야기는 역시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인가…. 그녀가 선배 착각하셨다고 밝게 웃으며 거짓말했던 것인가….
찬승이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서있을 때 지현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선배…. 저랑, 저랑…. …해주세요.”
“뭐?”
그녀의 충격적인 말에 찬승은 곧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너 미쳤어? 무슨 소리야 그게?”
찬승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지현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러나 이내 살짝 감기는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고이기 시작한다.
“흑, 흑…. 처음은…. 처음은 꼭 선배랑 하고 싶어서….”
찬승은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쏟고 있는 후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녀가 우는 모습은 처음 본다. 항상 누구보다 활발하고 밝게 웃는 강한 후배였는데…. 남자친구랑 행복하게 잘 사귀는 것 같아 그 녀석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자신을 못 잊겠단다. 자신을 좋아한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은 민조와 행복하게 웃으며 지냈는데…. 이 누구보다 강하고 활발한 후배 녀석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후회 안하니?”
찬승의 조용한 말에 지현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든다.
“예.”
*
함께 모텔로 걸어가는 지현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며 찬승에게 팔짱까지 낀다. 언제 울었냐는 듯 너무나도 밝게 웃는 그녀. 찬승은 자신에게 매달리는 그녀를 보며 뭐가 그리 좋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이상한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모텔 앞에 도착하자 찬승과 함께 걷던 지현의 발걸음이 멈춘다. 찬승은 그녀가 생각을 바꿨구나 싶어 재빨리 말했다.
“역시 안 되겠지?”
그러나 지현은 모텔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
“후우-! 됐어요. 이제!”
그녀는 무언가 결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오히려 찬승을 이끌고 모텔로 들어선다.
찬승이 프런트에다 쉬고 간다고 말을 하자 지현이 재빨리 입을 연다.
“자, 자고 갈 거예요!”
찬승도, 모텔 직원도 놀란 눈으로 지현을 바라본다. 그러나 지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 돈을 꺼내 계산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찬승이 지현을 나무랐다.
“너 왜 자고 간다고 그랬어!”
“제 마음이죠.”
지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다시 생글생글 웃는다.
드디어 방에 도착한 두 사람. 지현은 막상 방에 들어오자 긴장이 되는지 침대까지 걸어가는 동작이 로봇처럼 뻣뻣하다. 너무나도 뻣뻣한 동작으로 침대에 앉고는 바로 눕는 지현. 찬승은 그런 지현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왜, 왜 웃죠?”
침대에 누운 지현은 비웃음을 당한 것 같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샤워하고 와.”
찬승은 그녀의 몸을 일으켜 샤워실로 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찬승은 지현이 떠난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생각했다.
‘저 녀석 정말 나랑 할 생각인가….’
처음이란다. 처음이라는데 자기처럼 잘난 것 하나 없는 사람과 한다는 것이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현에 대한 마음도 없는데…. 지현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친한 후배의 감정이지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아니다. 이성으로선 당연히 민조를 좋아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민조에게도 미안하다. 이렇게 다른 여자랑 한다는 것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눈물을 보이는 지현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이성으로서의 마음이나 엉큼한 마음이 든 것이 아니라 몰래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이 안타까워 일어난 연민의 마음이었다.
‘…조금 흥분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툭 까놓고 말해 남자로서 조금 흥분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전지현이란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예쁜 후배와 하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흥분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처음이라는 여자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더욱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찬승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샤워실의 문이 열렸다.
“다 했어?”
찬승은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너무나도 예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는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몸을 가리고 있는 하얀 샤워타월 위로 드러난 어깨는 너무나도 희고 가녀리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그런 하얀 어깨와 대조 될 정도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예, 예…. 선배 들어가세요.”
찬승은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지나쳐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샤워실 한 편에 고이 접어 있는 그녀의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조그맣고 하얀 팬티도….
‘으읏….’
찬승은 그녀가 입었던 하얀 팬티를 보자 이루 말 할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난 변태적인 충동을 참아내고는 그녀의 옷가지를 샤워실 밖에 내놨다.
옷을 벗고 샤워를 하자 벌써부터 크게 발기해 있는 자지가 눈에 들어온다. 웃음이 났다.
‘쳇.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만….’
잠시 후 찬승도 샤워를 마친 뒤 타월을 감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침대에 뻣뻣한 자세로 누워 있는 지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왜 자꾸 누워 있어?”
“예? 예? 하려면 누워야 하니까….”
찬승은 너무나도 순진한 그녀의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순진한 면을 알아 가면 알아갈 수록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현아 역시….”
그러나 찬승의 말은 지현의 외침으로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할 거에요!”
“그, 그래….”
평소 그런 이야기, 아니 이성에 관한 이야기조차 부끄러워하는 그녀가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을까…. 찬승은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그녀의 모습에 결국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찬승이 침대로 올라오자 지현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한다. 찬승은 그녀의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지현아….”
찬승은 지현의 몸 위로 올라왔다. 자신의 그림자로 어두워지는 지현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예?”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후회 안 할 거지?”
“예. 후회 안할 거예요. 정말. 정말. 정말. 후회 안 해요. 죽을 때까지도….”
지현은 그렇게 말하며 특유의 맑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 굳은 결심을 한 모양이다.
‘이 바보…. 내가 뭐가 그리 좋다고….’
찬승은 왠지 눈물이 나려는 것을 참으며 가만히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닿은 것만으로도 입술이 녹아버릴 것 같은, 지현의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
그런 그녀의 입술이 서서히 열리며 찬승의 혀를 받아들인다.
찬승은 일부러 눈을 감지 않았다. 눈을 꼭 감은 채 자신과 키스를 나누는 지현의 모습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둘의 혀가 한 없이 부드럽게 뒤엉켰다. 지현은 눈을 꼭 감은 채 열심히 찬승의 혀를 애무했고, 찬승의 혀도 그런 지현의 혀를 쉼 없이 자극했다.
잠시 간의 키스 후 찬승이 입술을 떼자 환하게 웃으며 올려다보는 지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찬승은 왠지 그녀가 웃으면 웃을수록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하지만 울 수는 없다. 갑자기 울면 그녀도 난처해 할 테니까….
찬승은 손을 내려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샤워타월을 붙잡았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움찔거린다.
“…벗길게.”
찬승의 말에 지현은 부끄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현의 허락을 받은 찬승은 조심스레 타월을 벗겼다. 그러자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그녀의 몸이 드러난다. 봉긋하게 살짝 솟아 있는 작은 가슴, 군살 하나 없이 새하얀 배, 잘록하게 들어가 있는 허리….
지현은 자신의 나신이 드러나자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제 가슴 되게 작죠?”
“아냐…. 아냐. 너무 예뻐…. 정말 예뻐….”
찬승은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그녀의 몸을 보고 흥분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이다. 찬승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그녀의 가슴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아….”
그녀의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찬승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애무했다. 지현은 작은 느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살며시 눈을 감고 찬승의 애무를 받아 들였다.
그녀의 가슴은 정말 작았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찬승에겐 정말 이 세상 그 누구의 가슴보다도 아름답고 예쁘게 느껴졌다. 살며시 잡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지현이 기분 좋은 듯 가볍게 미소 짓는다.
지현의 가슴에서 머물던 찬승의 혀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그녀의 새하얗고 작은 몸 구석구석 모두를 핥으려는 듯 천천히…. 그렇게 내려오던 찬승의 혀는 하얀 배를 지나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는 그녀의 검은 털에 도달한다.
“아음….”
그녀가 놀랐는지 고개를 든다. 하지만 찬승의 혀는 멈추지 않았다. 천천히 그녀의 털 주변을 핥고는 더욱더 아래로 내려온다. 찬승의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벅지를 잡아 살며시 벌렸다. 부끄러운 듯 약간 힘이 들어가 있는 허벅지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린다.
지현은 찬승이 자신의 은밀한 곳을 들여다보고 있자 고개를 들어 다급하게 말했다.
“꼭, 꼭 그렇게 보셔야 해요?”
“괜찮아. 예쁘니까. 정말…. 너무 예쁘니까.”
사실이었다. 찬승이 지금까지 본 여자의 보지 중 가장 예쁘고 아름다웠다. 핑크색으로 살짝 갈라져 있기만 한 보지는 어떠한 경험도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지현은 지금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찬승의 말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된 듯 다시 고개를 눕혔다. 그러나 곧 자신의 아래쪽에서 전해오는 강렬한 자극에 입을 벌려야 했다.
“응…!”
찬승이 자신의 보지에 혀를 댄 것이다. 아니 가만히 갖다 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핥아 올린다.
지현은 아래쪽에서 전해지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꽉 감았다.
찬승은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하게 그녀의 보지를 핥았다. 샤워를 해서 그런지 바디샴푸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난다. 그리고 그 사이로 지현의 향기가 나기도 했다.
“하아…. 하아, 하아….”
신음소리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지현은 그저 눈을 꼭 감은 채 거친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찬승은 그런 그녀의 숨소리가 너무나도 귀여워 더욱더 정성스럽게 보지를 핥았다. 잠시간을 계속해서 핥자, 찬승의 혀에 자신의 침과는 다른 무언가 미끈한 액체가 느껴졌다. 지현의 보지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현도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은 찬승은 조금 더 정성스럽게 그녀의 보지를 핥았다. 그러자 점차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양이 많아지며, 그녀의 숨소리도 점점 거칠어진다.
찬승은 이제 됐다 싶어 혀를 떼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지현이 꼭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뜬다.
“…이제 …넣는 건가요?”
“응….”
“헤헤. 잘 부탁드립니다.”
지현은 그렇게 말하며 또 다시 환한 웃음을 짓는다. 찬승은 또 한 번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지를 잡아 살며시 그녀의 보지에 갖다 대었다.
지현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하게 감돈다. 하지만 끝까지 환한 미소는 잃지 않는다.
찬승은 천천히, 그 어느 때보다도 천천히 그녀의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었다. 잘 열리지도, 잘 들어가지도 않는다. 몇 번 후퇴를 반복해 겨우 조금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찬승은 그녀가 아플 것 같아 조심스레 물었다.
“안 아파?”
“예. 안 아파요.”
지현의 얼굴 그 어디에서도 아픈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다. 찬승은 천천히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여 그녀의 보지로 조금씩 깊숙이 자지를 밀어 넣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 찬승의 자지가 갑자기 미끄러져 들어간다.
“아윽…!”
환하게 웃고 있던 지현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진다. 놀란 찬승은 움직일 생각도 못한 채 허겁지겁 물었다.
“괘, 괜찮아?”
지현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여 있다. 많이 아픈 모양이다. 하지만 살짝 얼굴을 찡그리던 그녀는 다시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괜찮아요. 아주 조금 아프네요….”
그녀가 괜찮다고 하지만 찬승은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눈물까지 보일 정도로 아픈데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참고 있는 것이다.
찬승이 가만히 있자 지현이 나직이 말한다.
“…움직여도 괜찮아요.”
“…그래.”
지현의 말을 들은 찬승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분명히 아플 텐데…, 그녀는 분명히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으며 찬승을 바라보고 있다.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찬승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온다.
“서, 선배 왜 우세요?”
“아냐…. 아무 것도 아냐.”
“….”
지현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찬승을 가만히 바라보다 두 팔을 들어 올려 꼭 끌어안았다.
“선배….”
지현이 찬승의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응?”
“선배. 정말 오늘 잊지 말아주세요. 저도 잊지 않을 게요…. 흑…!”
많이 아파도 꾹 참으며 언제나 환한 웃음만을 짓던 그녀가 드디어 눈물을 터트렸다. 참고 참았던 만큼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베개로 흘러내린다. 아파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슬퍼서 흘리는 눈물….
찬승도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 잊지 않을게.”
찬승의 말에 지현이 더욱더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찬승을 꼭 끌어안으며 어린아이처럼 크게 소리 내 우는 그녀….
“선배를…. 선배를 잊지 않도록…. 흑…. 잊을 수 없도록 사랑해주세요…. 흑…!”
지현도 울고 찬승도 울었다. 하염없이…. 그저 그렇게 몸을 포개고 끌어안은 채 서럽게, 서럽게….
찬승은 그날 밤 사정하지 않았다. 울다 지쳐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잠들었을 뿐이다.
*
찬승은 모텔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의 맑은 햇살에 간신히 눈을 떴다. 졸림이 가시자 어젯밤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분명히 지현의 안에 삽입을 했다. 하지만 사정을 하지는 않았다.
찬승은 벌떡 일어나 침대 시트를 살폈다. 말라 있는 핏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지현의 첫 경험의 증거였다. 그런데….
‘어디 갔지?’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던 찬승은 스탠드 밑에 놓여 있는 작은 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배! 쿨쿨 주무시고 계시군요! 히힛. 어제 저의 어려운 부탁 들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 덕분에…. 덕분에 선배를 이제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걸리겠지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천천히 잊을 수 있겠죠? 바보처럼 혼자 좋아하던 지난 날 들…. 이젠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헤헤…. 선배! 그래도 제가 제일 친한 후배인 것은 변함이 없죠? 저도 제일 친한 선배는 선배인 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만나도 웃으면서, 전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해요. 저도 그럴 테니까…. 그럼 안녕히 주무시다 가세요. 월요일 날 학교에서 봬요!]
쪽지를 본 찬승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강한 척하고 밝은 척하는 녀석이다…. 누구보다도 여리고 약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찬승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슬픈 사랑 하나 한 거 같네….”
*
찬승은 그날 처음으로 민조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어제 왜 전화를 안 받았냐는 물음에 졸려서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다고 말한 것이다.
미안했다. 너무나도 미안했다. 하지만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월요일 날 학교에서 마주친 지현은 예의 그 활기찬 목소리로 찬승에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선배!”
여전히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맑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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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젊은 날의 내 사랑 어떻게 널 잊을 수 있어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우리 지난날의 사랑아
K2 - 슬프도록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