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운 - 25부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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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1 05:10
“아….”
그러자 그녀의 움직임이 일순간적으로 멈춘다. 하지만 손을 내려 찬승의 손을 제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용기를 얻은 찬승은 하얀색의 티셔츠 바깥으로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처음 만져보는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 손 안에서 조차 제멋대로 움직이는 아영이의 가슴처럼 탱글탱글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부드러운, 마치 새하얀 솜을 만지는 것 마냥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찬승의 손이 민조의 가슴을 만지자 두 사람의 키스가 잠시 부드러워진다. 혀를 내민 체 서로의 혀를 살짝살짝 핥거나 부드럽게 빨아들인다. 찬승은 키스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오로지 왼손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을 옷 위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찬승은 슬며시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하얀색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녀의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배가 만져진다.
“응, 앗!”
그러자 물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 마냥 놀라 펄쩍 뛰는 그녀. 놀란 찬승이 황급히 손을 뺀다.
“미, 미안!”
찬승이 사과하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화가 난 것일까…. 묵묵히 검은 눈동자로 찬승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찬승을 안으며 귀에 대고 속삭인다.
“…괜찮아. 잠깐 놀라서 그랬어….”
찬승을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 분명히 만져도 괜찮다는 허락의 표시였다. 이에 용기를 얻은 찬승은 손을 내려 다시 한 번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다시 한 번 만져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배. 아영이처럼 복근이 살짝 만져지거나 하는 배는 아니었지만 군살 하나 없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따뜻한 배였다.
찬승은 민조의 배를 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너무나 꼭 끌어안고 있었기에 고개를 내릴 수가 없었다. 그저 손으로 그녀의 배를 느끼며 상상으로 그칠 뿐이었다.
잠시간 그녀의 부드러운 배를 어루만지던 찬승의 손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그녀의 몸이 살짝 살짝 움찔거린다. 이윽고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에 도착한 찬승의 손. 브래지어 위로 몇 번 가슴을 주무르더니 이내 브래지어 밑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아….”
민조가 더욱더 찬승을 꽉 끌어안는다. 그러나 찬승의 손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녀의 따뜻한, 아니 이제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가슴의 맨살을 거침없이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젖꼭지. 찬승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젖꼭지를 건드렸다.
“으음….”
움찔거리며 놀라는 그녀. 찬승의 손가락이 조그만 그녀의 젖꼭지를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찬승의 손가락 아래서 그녀의 젖꼭지가 서서히 딱딱해져 간다.
“하음….”
찬승의 귀로 그녀의 뜨거워진 숨소리가 들려왔다.
‘잘하면 오늘 할 수 있을 거 같아!’
흥분에 휩싸인 찬승은 그런 생각까지 했다. 정말 잘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그녀도 거부 반응 없이 자신에게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있었다. 맹세코. 하늘에 맹세코 이상한 생각으로 집으로 그녀를 부른 것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찬승이었다. …약간 기대는 했어도….
찬승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그녀의 젖꼭지를 건드렸다. 그러자 점차적으로 민조의 뜨거운 숨소리가 옅은 신음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응, 아응….”
찬승도 지금 흥분해서 미칠 것 같았다. 바지를 뚫고 나올 듯이 자지가 서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에겐 닿아 있지 않아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은….’
찬승도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되던 안 되던 결판을 보고 싶었다. 민조의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려 그녀의 청바지 단추 부분에 손을 갔다 댔다. 단추를 풀려는 의도였다.
그러자 찬승의 귀에 들리던 그녀의 옅은 신음소리가 순간적으로 멈추며, 부드러운 손이 찬승의 손을 버럭 잡는다.
그러나 찬승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 그녀의 거부 발언이 들리지 않았고, 자신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에도 필사적인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찬승은 기어코 그녀의 청바지 단추를 풀었다.
‘됐다!’
싫다는 말도 없었고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의 자세도 변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손을 가볍게 쥐고 있었지만 거부의 의사표시는 아니었다. 찬승은 이윽고 그녀의 바지 지퍼를 내리려 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집 전화기가 크게 울린다. 너무나도 놀란 두 사람. 그러나 서로에게서 떨어지지는 않고 전화기를 쳐다본다. 잠시간 울리던 전화기가 이내 스스로 끊어졌다. 분위기를 망치기 싫은 찬승이 일부러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찬승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지퍼를 내리려 했다.
그때 가벼운 노랫소리가 거실 안을 울린다. 이번엔 찬승의 핸드폰이었다.
‘으아아악!’
찬승은 아쉬운 마음에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부끄럽게 자세를 바로하며 다시 청바지 단추를 채우는 그녀. 찬승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지금 자신에게 전화 건 놈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맹세를 하며….
핸드폰 액정을 보자 여동생이었다.
"여보세요!“
거칠게 전화를 받는 찬승.
[오빠. 어디야?]
“나? 나, 나 밖이다. 왜!”
[응? 아냐. 아냐. 집에 언제 들어와?]
“이따 저녁 때 들어갈 거야.”
[응. 알았어. 끊을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끊기는 전화. 찬승은 여동생이 왜 전화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민조를 바라봤다. 아까의 뜨거웠던 분위기와 달리 두 사람사이에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나 흑진주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찬승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수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오옷!’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치 그녀가 자신에게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미소.
찬승은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 또 한 번 찬승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찰칵, 찰칵.
누군가 집 현관을 열쇠로 여는 소리였다. 너무나도 놀란 찬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번의 전화에도 가만히 앉아 있던 민조도 이번에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저녁에 온데. 집에 전화했을 때 아무도 없었어.”
현관 밖에서 들려오는 여동생의 목소리! 찬승과 민조는 재빨리 서로를 바라봤다. 사실 집에 놀러온 것이 이렇게 당황할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은 지금 밖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괜스레 찔리는 일이 있어 더 당황하는 두 사람이었다. 찬승은 재빨리 현관으로 뛰어가 자신과 민조의 신발을 가져오며 낮게 속삭였다.
“내 방으로 들어가.”
찬승도 재빨리 신발을 챙기고는 민조를 따라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거실에 들어서는 서희와 그녀의 남자친구.
“봐 아무도 없으니까 얼마나 좋니.”
그러나 좋아하는 서희와 달리 방안에 기대 앉아 숨을 몰아쉬는 찬승과 민조의 입장은 달랐다.
“여동생 늦게 온다며.”
낮은 목소리로 질책하는 민조에게 찬승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미, 미안….”
결국 서희가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무 말 없이 벽에 기대 앉아 있는 두 사람. 거실에선 무엇을 하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응, 아응!”
찬승은 민조를 바라봤다. 깜짝 놀란 민조는 자신이 낸 소리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거실 밖을 가리켰다. 그때 다시 한 번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아흑응! 아응!”
여동생 서희의 신음소리였다. 찬승은 너무 놀라 그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희가 남자친구를 끌어 들여 집안에서 야한 짓을 하고 앉아 있다니! …뭐 자신도 지금까지 그러고 있었기에 뭐라 탓할 순 없었지만 지금 옆에 여자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민조를 바라보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서희의 남자친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할 거야? 너 방으로 가자.”
“내 방엔 침대가 없어.”
“어디어디 있는데?”
“부모님 방이랑 오빠 방에 있지. 그냥 소파에서 하자.”
“난 침대에서 하고 싶은데. 그래야 더 잘된단 말야.”
“그래? 음. 그럼 오빠 방으로 갈래?”
그 말이 들린 직후 찬승과 민조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서로를 바라봤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민조. 찬승은 재빨리 자신의 방을 둘러봤다. 숨을 만한 곳이….
“민조야. 저기로 들어가자.”
찬승이 가리킨 곳은 옷장이었다. 옷도 별로 없는데다가 두 칸짜리 옷장이라 두 사람이 숨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찬승과 민조가 재빨리 옷장에 숨자 방문이 벌컥 열린다. 찬승의 방에 들어선 서희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린다.
“응? 뭐야. 오빠 방에서 왜 내 향수 냄새가 진동을 하지. 으씨. 오빠 내 향수 뿌렸나.”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얼른 하자.”
그 이후 찬승과 민조의 귀엔 침대에 풀썩하고 넘어지는 소리와 무언가를 받아들인 듯 숨넘어가는 듯한 서희의 신음소리였다.
“아응. 아흑! 좋아. 아흑! 아으응!”
여동생의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소리에 찬승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 녀석 언제 저렇게 섹스에 길들여졌지….’
그러나 지금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런 여동생의 신음소리에 흥분하는 자신과 그런 자신의 옆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조였다.
“헉, 헉. 야 너네 오빠 침대라며?”
“응, 응. 아흑…! 왜?”
“침대에 니 보지물 막 튀는데?”
“아흑! 괜찮아! 오빠 둔해서 그런 거 몰라! 아흑!”
찬승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이제 보지라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사이. 그리고 그 말을 민조에게 들려주다니….
‘최악이다….’
찬승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서희가 절정을 느끼는 듯 격렬한 신음소리를 흘린다.
“아흑. 아흑! 아흑! 나 갈 것 같아! 아흑!”
“헉, 헉! 안에다가 싼다?”
“응, 응! 안에다가! 아응. 응! 아흐그으으으으으응!”
서희의 보지 안에 사정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들은 민조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찬승에게 속삭인다.
“여동생 언제 나가니?”
“내가 저녁때는 온다고 했으니까 아마 저, 저…거 끝나고 바로 나가겠지.”
“…그래.”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찬승의 방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거실로 나간 모양이었다. 찬승이 슬그머니 옷장 문을 열자 방 안에 아무도 없다.
“거실로 나갔나 봐.”
찬승의 말에 옷장에서 나온 민조가 답답했는지 크게 숨을 몰아쉰다.
“후아….”
민조를 따라 방안으로 나온 찬승은 맨 먼저 자신의 침대를 쳐다봤다. 어느 정도 닦아내긴 했지만 아직 마르지 않아 지워지지 않은 여동생의 보지물.
“쳐다보지 마! 이 바보야!”
찬승이 그 보지물을 바라보고 있자 민조가 낮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
“미, 미안.”
찬승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여동생이 나간 모양이었다.
찬승은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텅 빈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로 나오자 소파에도 여동생의 보지물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자국을 본 민조가 얼굴이 붉히며 찬승에게 말했다.
“너, 너….”
“응, 응? 왜?”
“침대랑 소파에서 이상한 생각하면 죽을 줄 알아!”
“그, 그래….”
민조는 여동생의 보지물이 묻은 침대와 소파에서 찬승이 이상한 행위를 할 까봐 심히 걱정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놓고 보니 약간 민망한 것이 사실. 민조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오른다.
찬승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민조와 키스할 때부터 흥분해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여동생이 섹스하는 소리를 들었으니 지금은 돌아버릴 지경인 것이다. 하지만 나갔던 여동생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일이었고 왠지 지금 거사를 치르기엔 어색한 분위기였다.
찬승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민조가 더욱 고개를 숙였다. 찬승이 왜 그러는지 눈치 챘기 때문이다.
“저, 저기 찬승아.”
“응?”
“다음에…. 다음에 꼭 하자….”
민조는 그렇게 말하며 찬승을 살며시 안는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청바지에 느껴지는 찬승의 거대한 물건의 느낌에 몸을 움찔 떨어야 했으나 밀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찬승도 살며시 민조를 안았다.
“응….”
괜찮다. 지금 안 해도, 아니 언제까지 안 해도 상관은 없다. 그냥 지금 이렇게 그녀와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
“쳇. 시험 기간인데 웬 강의를 해가지고….”
수요일. 학교에 강의 한 개만 듣기 위해 나왔다는 사실이 불만인 찬승.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연신 투덜거린다. 시험기간이라 민조는 학교에 나오지 않아 얼굴도 보지 못하니 더더욱 불만이었다. 게다가 어제 시험도 끝났고 해서 밤새도록 세레나데를 수정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그 불만은 한계치에 도달할 정도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 찰라 찬승의 핸드폰이 가볍게 울린다.
“어라…?”
핸드폰 액정을 보니 지현이었다. 꽤나 오랜만에 온 연락….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귄 뒤 단 한 번도 오지 않던 연락이었기에 지금의 연락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여, 여보세요.”
왠지 침착하게 받지 못하는 찬승.
[선배. 안녕하세요!]
그러나 전화기 너머의 그녀 목소리는 한없이 밝고 침착하기만 했다.
“응, 응. 안녕. 시험 잘 봤어?”
[킥킥. 그냥 그렇게 봤어요. 선밴 어디세요?]
“나 지금 집에 가려고….”
[선배. 그럼 혹시 여기 소주천국에 오지 않으실래요?]
“소주천국? 갑자기 왜?”
[아. 오늘 시험 끝나서 친구들이랑 노는데 그냥 선배랑 오랜만에 한 잔 하려고요.]
오랜만에 한 잔…. 정말 1학기 때는 그녀와 꽤 자주 놀았었는데…. 자신의 잘못인지, 그녀의 잘못인지…. 아니 누구의 잘못도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와 얘기하고 만나는 시간은 확실히 전보다 줄어들었다. 찬승은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간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난 찬승은 왠지 웃음이 났다.
‘술도 못 마시는 애가 오랜만에 한 잔이라….’
어쨌든 소주천국에 가자 지현과 항상 함께 다니는 여자 동기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찬승은 지현의 남자친구인 형철도 있을까 걱정했었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속으로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 오랜만에 같이 노네요.”
혜미가 웃으며 찬승에게 인사를 한다. 찬승도 지현의 옆에 앉으며 인사를 했다.
“응. 안녕. 잘 지냈니?”
찬승의 인사에 혜미와 친구가 까르르 웃는다.
“뭐에요. 선배. 수업시간에 거의 매일 보면서….”
“아. 그런가.”
멋쩍게 대답한 찬승은 옆에 앉은 지현을 바라봤다. 맑게 웃으며 인사하는 지현.
“안녕하세요.”
“응. 안녕. 남자친구는?”
찬승의 질문에 지현이 곤란한 듯 웃었다.
“헤헤. 그냥 저 친구들끼리 논다고 말했어요. 형철이는 대학로에서 남자애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아아….”
그렇게 시작 된 술자리. 오랜만에 뭉친 네 사람은 즐겁게 웃으며 술을 마셨다. 술을 잘 못하는 지현은 조금 자제하는 편이었고….
술을 마시던 혜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저번에 생각나네요. 제가 선배 불러서 우리 같이 마셨었잖아요.”
“응. 하하핫. 그랬었지.”
찬승은 그때 일이 생각났다. 술에 만취해서 필름이 끊긴 채로 아영의 집에 갔었던 날….
‘아….’
또 다시 아영이의 생각이 났다. 괜스레 울적해진 찬승은 혼자 소주를 들이켰다.
그러나 잠시 후….
“뭐야. 이 선배 잠들었는데…?”
혜미가 술집 칸막이에 기댄 채 잠이든 찬승을 바라보며 말했다. 테이블마다 사방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는 구조라 찬승은 너무나도 편안한 자세로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도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실제로 찬승은 얼마 마시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제 잠을 거의 안잔 상태에다 빈속에 독한 소주를 마시니 갑자기 확 잠이 든 것이다.
황당해하던 친구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웃기다. 에이…. 그럼 선배 깰 때까지 기다려야 돼? 어? 잠깐만…. 전화 왔다. 나 전화 받고 올게.”
“아. 난 그럼 화장실 갔다 올게.”
친구와 혜미는 술집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이 술집 밖에 있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찬승과 단 둘이 남겨진 지현…. 지현은 편하게 기댄 채 잠이 든 찬승을 바라보며 가만히 미소 지었다.
“선배….”
잠이 든 찬승을 조용히 부르는 지현…. 그러나 술에 취해 잠이 든 사람의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현은 상관없다는 듯 조용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선배. 선배…. 찬승 선배…. 잘 지내셨어요?”
그녀는 또 다시 가볍게 미소 짓는다.
“선배. 선배…. 선배…. 오늘 너무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 남자친구가 알면 화내겠지만….”
가만히 찬승을 바라보는 지현. 그런 그녀의 눈망울엔 서글픈 빛이 역력했다.
“…선배.”
그녀의 상체가 서서히 기울어져갔다. 그리고 잠든 찬승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한다. 잠시간 동안 가만히 입술을 대고 있던 지현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두 눈엔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서….
“…미안해요. 선배. 사실 저 선배 많이 좋아했어요. 이러면 안 되지만 어쩌면 지금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헤헤….”
지현은 하얀 손을 들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안타깝게 선배와 첫키스는 못했네요. 안타까운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첫키스는 꼭 선배와 했으면 했어요. 선배는, 선배는…. 흑!”
울먹이며 조용히 말을 하고 있던 지현이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그 사람과 잘 사귀고 계신 거겠죠? 그 사람…. 선배 옆에 앉아 있던 그 사람 너무 예쁘고, 선배랑 잘 어울려요. 훌쩍…. 선배…. 선배…. 선배…. 우아앙!”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우는 그녀….
술집 밖에선 혜미가 가만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그런 혜미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했다.
“안 들어가고 뭐해?”
혜미는 말없이 술집 안을 가리켰다. 펑펑 울고 있는 지현의 모습…. 그 모습을 본 친구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휴. 찬승 선배한테 말해야 되는 거 아니니?”
“칫. 자기 자신도 움직이기 힘든 사람 마음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냐? 그냥 둬….”
“으구! 모르겠다. 난.”
혜미는 가만히 술집 안을 바라봤다. 서럽다고 할 정도로 펑펑 울고 있는 지현의 모습…. 끝끝내 그렇게 강한 척하고 활발한 척 했지만 한 없이 약하고 여린 친구. 1년 동안 자신만을 바라본 형철에게 미안해 마음에도 없는 교제를 시작한 그녀…. 아니 형철에게 마음을 주려 노력하지만 찬승을 잊지 못해 힘들어 하고 있는 그녀….
‘결국 너 자신이 이겨내야 되는 거야. 바보야….’
혜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러자 그녀의 움직임이 일순간적으로 멈춘다. 하지만 손을 내려 찬승의 손을 제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용기를 얻은 찬승은 하얀색의 티셔츠 바깥으로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처음 만져보는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 손 안에서 조차 제멋대로 움직이는 아영이의 가슴처럼 탱글탱글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부드러운, 마치 새하얀 솜을 만지는 것 마냥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찬승의 손이 민조의 가슴을 만지자 두 사람의 키스가 잠시 부드러워진다. 혀를 내민 체 서로의 혀를 살짝살짝 핥거나 부드럽게 빨아들인다. 찬승은 키스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오로지 왼손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을 옷 위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찬승은 슬며시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하얀색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녀의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배가 만져진다.
“응, 앗!”
그러자 물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 마냥 놀라 펄쩍 뛰는 그녀. 놀란 찬승이 황급히 손을 뺀다.
“미, 미안!”
찬승이 사과하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화가 난 것일까…. 묵묵히 검은 눈동자로 찬승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찬승을 안으며 귀에 대고 속삭인다.
“…괜찮아. 잠깐 놀라서 그랬어….”
찬승을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 분명히 만져도 괜찮다는 허락의 표시였다. 이에 용기를 얻은 찬승은 손을 내려 다시 한 번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다시 한 번 만져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배. 아영이처럼 복근이 살짝 만져지거나 하는 배는 아니었지만 군살 하나 없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따뜻한 배였다.
찬승은 민조의 배를 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너무나 꼭 끌어안고 있었기에 고개를 내릴 수가 없었다. 그저 손으로 그녀의 배를 느끼며 상상으로 그칠 뿐이었다.
잠시간 그녀의 부드러운 배를 어루만지던 찬승의 손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그녀의 몸이 살짝 살짝 움찔거린다. 이윽고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에 도착한 찬승의 손. 브래지어 위로 몇 번 가슴을 주무르더니 이내 브래지어 밑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아….”
민조가 더욱더 찬승을 꽉 끌어안는다. 그러나 찬승의 손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녀의 따뜻한, 아니 이제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가슴의 맨살을 거침없이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젖꼭지. 찬승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젖꼭지를 건드렸다.
“으음….”
움찔거리며 놀라는 그녀. 찬승의 손가락이 조그만 그녀의 젖꼭지를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찬승의 손가락 아래서 그녀의 젖꼭지가 서서히 딱딱해져 간다.
“하음….”
찬승의 귀로 그녀의 뜨거워진 숨소리가 들려왔다.
‘잘하면 오늘 할 수 있을 거 같아!’
흥분에 휩싸인 찬승은 그런 생각까지 했다. 정말 잘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그녀도 거부 반응 없이 자신에게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있었다. 맹세코. 하늘에 맹세코 이상한 생각으로 집으로 그녀를 부른 것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찬승이었다. …약간 기대는 했어도….
찬승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그녀의 젖꼭지를 건드렸다. 그러자 점차적으로 민조의 뜨거운 숨소리가 옅은 신음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응, 아응….”
찬승도 지금 흥분해서 미칠 것 같았다. 바지를 뚫고 나올 듯이 자지가 서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에겐 닿아 있지 않아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은….’
찬승도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되던 안 되던 결판을 보고 싶었다. 민조의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려 그녀의 청바지 단추 부분에 손을 갔다 댔다. 단추를 풀려는 의도였다.
그러자 찬승의 귀에 들리던 그녀의 옅은 신음소리가 순간적으로 멈추며, 부드러운 손이 찬승의 손을 버럭 잡는다.
그러나 찬승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 그녀의 거부 발언이 들리지 않았고, 자신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에도 필사적인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찬승은 기어코 그녀의 청바지 단추를 풀었다.
‘됐다!’
싫다는 말도 없었고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의 자세도 변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손을 가볍게 쥐고 있었지만 거부의 의사표시는 아니었다. 찬승은 이윽고 그녀의 바지 지퍼를 내리려 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집 전화기가 크게 울린다. 너무나도 놀란 두 사람. 그러나 서로에게서 떨어지지는 않고 전화기를 쳐다본다. 잠시간 울리던 전화기가 이내 스스로 끊어졌다. 분위기를 망치기 싫은 찬승이 일부러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찬승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지퍼를 내리려 했다.
그때 가벼운 노랫소리가 거실 안을 울린다. 이번엔 찬승의 핸드폰이었다.
‘으아아악!’
찬승은 아쉬운 마음에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부끄럽게 자세를 바로하며 다시 청바지 단추를 채우는 그녀. 찬승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지금 자신에게 전화 건 놈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맹세를 하며….
핸드폰 액정을 보자 여동생이었다.
"여보세요!“
거칠게 전화를 받는 찬승.
[오빠. 어디야?]
“나? 나, 나 밖이다. 왜!”
[응? 아냐. 아냐. 집에 언제 들어와?]
“이따 저녁 때 들어갈 거야.”
[응. 알았어. 끊을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끊기는 전화. 찬승은 여동생이 왜 전화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민조를 바라봤다. 아까의 뜨거웠던 분위기와 달리 두 사람사이에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나 흑진주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찬승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수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오옷!’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치 그녀가 자신에게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미소.
찬승은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 또 한 번 찬승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찰칵, 찰칵.
누군가 집 현관을 열쇠로 여는 소리였다. 너무나도 놀란 찬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번의 전화에도 가만히 앉아 있던 민조도 이번에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저녁에 온데. 집에 전화했을 때 아무도 없었어.”
현관 밖에서 들려오는 여동생의 목소리! 찬승과 민조는 재빨리 서로를 바라봤다. 사실 집에 놀러온 것이 이렇게 당황할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은 지금 밖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괜스레 찔리는 일이 있어 더 당황하는 두 사람이었다. 찬승은 재빨리 현관으로 뛰어가 자신과 민조의 신발을 가져오며 낮게 속삭였다.
“내 방으로 들어가.”
찬승도 재빨리 신발을 챙기고는 민조를 따라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거실에 들어서는 서희와 그녀의 남자친구.
“봐 아무도 없으니까 얼마나 좋니.”
그러나 좋아하는 서희와 달리 방안에 기대 앉아 숨을 몰아쉬는 찬승과 민조의 입장은 달랐다.
“여동생 늦게 온다며.”
낮은 목소리로 질책하는 민조에게 찬승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미, 미안….”
결국 서희가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무 말 없이 벽에 기대 앉아 있는 두 사람. 거실에선 무엇을 하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응, 아응!”
찬승은 민조를 바라봤다. 깜짝 놀란 민조는 자신이 낸 소리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거실 밖을 가리켰다. 그때 다시 한 번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아흑응! 아응!”
여동생 서희의 신음소리였다. 찬승은 너무 놀라 그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희가 남자친구를 끌어 들여 집안에서 야한 짓을 하고 앉아 있다니! …뭐 자신도 지금까지 그러고 있었기에 뭐라 탓할 순 없었지만 지금 옆에 여자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민조를 바라보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서희의 남자친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할 거야? 너 방으로 가자.”
“내 방엔 침대가 없어.”
“어디어디 있는데?”
“부모님 방이랑 오빠 방에 있지. 그냥 소파에서 하자.”
“난 침대에서 하고 싶은데. 그래야 더 잘된단 말야.”
“그래? 음. 그럼 오빠 방으로 갈래?”
그 말이 들린 직후 찬승과 민조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서로를 바라봤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민조. 찬승은 재빨리 자신의 방을 둘러봤다. 숨을 만한 곳이….
“민조야. 저기로 들어가자.”
찬승이 가리킨 곳은 옷장이었다. 옷도 별로 없는데다가 두 칸짜리 옷장이라 두 사람이 숨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찬승과 민조가 재빨리 옷장에 숨자 방문이 벌컥 열린다. 찬승의 방에 들어선 서희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린다.
“응? 뭐야. 오빠 방에서 왜 내 향수 냄새가 진동을 하지. 으씨. 오빠 내 향수 뿌렸나.”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얼른 하자.”
그 이후 찬승과 민조의 귀엔 침대에 풀썩하고 넘어지는 소리와 무언가를 받아들인 듯 숨넘어가는 듯한 서희의 신음소리였다.
“아응. 아흑! 좋아. 아흑! 아으응!”
여동생의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소리에 찬승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 녀석 언제 저렇게 섹스에 길들여졌지….’
그러나 지금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런 여동생의 신음소리에 흥분하는 자신과 그런 자신의 옆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조였다.
“헉, 헉. 야 너네 오빠 침대라며?”
“응, 응. 아흑…! 왜?”
“침대에 니 보지물 막 튀는데?”
“아흑! 괜찮아! 오빠 둔해서 그런 거 몰라! 아흑!”
찬승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이제 보지라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사이. 그리고 그 말을 민조에게 들려주다니….
‘최악이다….’
찬승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서희가 절정을 느끼는 듯 격렬한 신음소리를 흘린다.
“아흑. 아흑! 아흑! 나 갈 것 같아! 아흑!”
“헉, 헉! 안에다가 싼다?”
“응, 응! 안에다가! 아응. 응! 아흐그으으으으으응!”
서희의 보지 안에 사정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들은 민조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찬승에게 속삭인다.
“여동생 언제 나가니?”
“내가 저녁때는 온다고 했으니까 아마 저, 저…거 끝나고 바로 나가겠지.”
“…그래.”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찬승의 방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거실로 나간 모양이었다. 찬승이 슬그머니 옷장 문을 열자 방 안에 아무도 없다.
“거실로 나갔나 봐.”
찬승의 말에 옷장에서 나온 민조가 답답했는지 크게 숨을 몰아쉰다.
“후아….”
민조를 따라 방안으로 나온 찬승은 맨 먼저 자신의 침대를 쳐다봤다. 어느 정도 닦아내긴 했지만 아직 마르지 않아 지워지지 않은 여동생의 보지물.
“쳐다보지 마! 이 바보야!”
찬승이 그 보지물을 바라보고 있자 민조가 낮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
“미, 미안.”
찬승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여동생이 나간 모양이었다.
찬승은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텅 빈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로 나오자 소파에도 여동생의 보지물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자국을 본 민조가 얼굴이 붉히며 찬승에게 말했다.
“너, 너….”
“응, 응? 왜?”
“침대랑 소파에서 이상한 생각하면 죽을 줄 알아!”
“그, 그래….”
민조는 여동생의 보지물이 묻은 침대와 소파에서 찬승이 이상한 행위를 할 까봐 심히 걱정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놓고 보니 약간 민망한 것이 사실. 민조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오른다.
찬승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민조와 키스할 때부터 흥분해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여동생이 섹스하는 소리를 들었으니 지금은 돌아버릴 지경인 것이다. 하지만 나갔던 여동생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일이었고 왠지 지금 거사를 치르기엔 어색한 분위기였다.
찬승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민조가 더욱 고개를 숙였다. 찬승이 왜 그러는지 눈치 챘기 때문이다.
“저, 저기 찬승아.”
“응?”
“다음에…. 다음에 꼭 하자….”
민조는 그렇게 말하며 찬승을 살며시 안는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청바지에 느껴지는 찬승의 거대한 물건의 느낌에 몸을 움찔 떨어야 했으나 밀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찬승도 살며시 민조를 안았다.
“응….”
괜찮다. 지금 안 해도, 아니 언제까지 안 해도 상관은 없다. 그냥 지금 이렇게 그녀와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
“쳇. 시험 기간인데 웬 강의를 해가지고….”
수요일. 학교에 강의 한 개만 듣기 위해 나왔다는 사실이 불만인 찬승.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연신 투덜거린다. 시험기간이라 민조는 학교에 나오지 않아 얼굴도 보지 못하니 더더욱 불만이었다. 게다가 어제 시험도 끝났고 해서 밤새도록 세레나데를 수정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그 불만은 한계치에 도달할 정도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 찰라 찬승의 핸드폰이 가볍게 울린다.
“어라…?”
핸드폰 액정을 보니 지현이었다. 꽤나 오랜만에 온 연락….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귄 뒤 단 한 번도 오지 않던 연락이었기에 지금의 연락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여, 여보세요.”
왠지 침착하게 받지 못하는 찬승.
[선배. 안녕하세요!]
그러나 전화기 너머의 그녀 목소리는 한없이 밝고 침착하기만 했다.
“응, 응. 안녕. 시험 잘 봤어?”
[킥킥. 그냥 그렇게 봤어요. 선밴 어디세요?]
“나 지금 집에 가려고….”
[선배. 그럼 혹시 여기 소주천국에 오지 않으실래요?]
“소주천국? 갑자기 왜?”
[아. 오늘 시험 끝나서 친구들이랑 노는데 그냥 선배랑 오랜만에 한 잔 하려고요.]
오랜만에 한 잔…. 정말 1학기 때는 그녀와 꽤 자주 놀았었는데…. 자신의 잘못인지, 그녀의 잘못인지…. 아니 누구의 잘못도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와 얘기하고 만나는 시간은 확실히 전보다 줄어들었다. 찬승은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간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난 찬승은 왠지 웃음이 났다.
‘술도 못 마시는 애가 오랜만에 한 잔이라….’
어쨌든 소주천국에 가자 지현과 항상 함께 다니는 여자 동기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찬승은 지현의 남자친구인 형철도 있을까 걱정했었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속으로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 오랜만에 같이 노네요.”
혜미가 웃으며 찬승에게 인사를 한다. 찬승도 지현의 옆에 앉으며 인사를 했다.
“응. 안녕. 잘 지냈니?”
찬승의 인사에 혜미와 친구가 까르르 웃는다.
“뭐에요. 선배. 수업시간에 거의 매일 보면서….”
“아. 그런가.”
멋쩍게 대답한 찬승은 옆에 앉은 지현을 바라봤다. 맑게 웃으며 인사하는 지현.
“안녕하세요.”
“응. 안녕. 남자친구는?”
찬승의 질문에 지현이 곤란한 듯 웃었다.
“헤헤. 그냥 저 친구들끼리 논다고 말했어요. 형철이는 대학로에서 남자애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아아….”
그렇게 시작 된 술자리. 오랜만에 뭉친 네 사람은 즐겁게 웃으며 술을 마셨다. 술을 잘 못하는 지현은 조금 자제하는 편이었고….
술을 마시던 혜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저번에 생각나네요. 제가 선배 불러서 우리 같이 마셨었잖아요.”
“응. 하하핫. 그랬었지.”
찬승은 그때 일이 생각났다. 술에 만취해서 필름이 끊긴 채로 아영의 집에 갔었던 날….
‘아….’
또 다시 아영이의 생각이 났다. 괜스레 울적해진 찬승은 혼자 소주를 들이켰다.
그러나 잠시 후….
“뭐야. 이 선배 잠들었는데…?”
혜미가 술집 칸막이에 기댄 채 잠이든 찬승을 바라보며 말했다. 테이블마다 사방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는 구조라 찬승은 너무나도 편안한 자세로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도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실제로 찬승은 얼마 마시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제 잠을 거의 안잔 상태에다 빈속에 독한 소주를 마시니 갑자기 확 잠이 든 것이다.
황당해하던 친구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웃기다. 에이…. 그럼 선배 깰 때까지 기다려야 돼? 어? 잠깐만…. 전화 왔다. 나 전화 받고 올게.”
“아. 난 그럼 화장실 갔다 올게.”
친구와 혜미는 술집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이 술집 밖에 있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찬승과 단 둘이 남겨진 지현…. 지현은 편하게 기댄 채 잠이 든 찬승을 바라보며 가만히 미소 지었다.
“선배….”
잠이 든 찬승을 조용히 부르는 지현…. 그러나 술에 취해 잠이 든 사람의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현은 상관없다는 듯 조용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선배. 선배…. 찬승 선배…. 잘 지내셨어요?”
그녀는 또 다시 가볍게 미소 짓는다.
“선배. 선배…. 선배…. 오늘 너무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 남자친구가 알면 화내겠지만….”
가만히 찬승을 바라보는 지현. 그런 그녀의 눈망울엔 서글픈 빛이 역력했다.
“…선배.”
그녀의 상체가 서서히 기울어져갔다. 그리고 잠든 찬승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한다. 잠시간 동안 가만히 입술을 대고 있던 지현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두 눈엔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서….
“…미안해요. 선배. 사실 저 선배 많이 좋아했어요. 이러면 안 되지만 어쩌면 지금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헤헤….”
지현은 하얀 손을 들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안타깝게 선배와 첫키스는 못했네요. 안타까운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첫키스는 꼭 선배와 했으면 했어요. 선배는, 선배는…. 흑!”
울먹이며 조용히 말을 하고 있던 지현이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그 사람과 잘 사귀고 계신 거겠죠? 그 사람…. 선배 옆에 앉아 있던 그 사람 너무 예쁘고, 선배랑 잘 어울려요. 훌쩍…. 선배…. 선배…. 선배…. 우아앙!”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우는 그녀….
술집 밖에선 혜미가 가만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그런 혜미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했다.
“안 들어가고 뭐해?”
혜미는 말없이 술집 안을 가리켰다. 펑펑 울고 있는 지현의 모습…. 그 모습을 본 친구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휴. 찬승 선배한테 말해야 되는 거 아니니?”
“칫. 자기 자신도 움직이기 힘든 사람 마음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냐? 그냥 둬….”
“으구! 모르겠다. 난.”
혜미는 가만히 술집 안을 바라봤다. 서럽다고 할 정도로 펑펑 울고 있는 지현의 모습…. 끝끝내 그렇게 강한 척하고 활발한 척 했지만 한 없이 약하고 여린 친구. 1년 동안 자신만을 바라본 형철에게 미안해 마음에도 없는 교제를 시작한 그녀…. 아니 형철에게 마음을 주려 노력하지만 찬승을 잊지 못해 힘들어 하고 있는 그녀….
‘결국 너 자신이 이겨내야 되는 거야. 바보야….’
혜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