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의 일탈 - 상편
쌀쌀한 찬 바람을 맞이하려는 듯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오늘도 하는일 없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기 싫은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책상 위에
있든 휴대폰이 경쾌하게 울려 제낀다.
“ 여보세요......................................................................................”
“ 응... 나다.....................................................................................”
“ 니가 누군데?... 난... 남자는 별로 친하지 않는데...................................”
실없이 던진 내 농담에 마산에 살고 있는 내 친구 녀석은 버럭 소리치며 화를 내면서 말을 이어간다.
“ 아직 퇴근 안 했냐?... 안 했음... 이 형님 올라 왔는데... 시간 좀 줄 테니 밥이나 같이 먹자...........................................”
“ 잉... 대구로 올라온거야... 언제 온거야... 올라 온다고 연락이라도 하지... 그럼 내가 마중이라도 나갔을텐데... 그래 어딘데?...................................“
“ 마중은 쨔식... 형님 보고팠구나... 응... 여기 대백앞이다... 좀 있음 병수도 온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으니 얼릉 나온나................................“
“ 그래 알았다... 마무리만 하고 나갈테니 조신하게 기다리고 있어라..............................................................................”
서둘러 사무실을 대충 정리하고 문을 닫고 비는 언제 그쳤는지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담배하나를 꺼내 물고 라이터에 불을 켰다. 그 순간 주머니에서 받아 달라는 소리를 내 지르는
휴대폰이 나를 불렀다.
“여보세요...........................................................................................”
“우리 자기... 퇴근 아직 안 했어?............................................................”
“오우... 내 사랑...................................................................................”
“응... 이제 문 닫고 나갈려는 참이야... 마산에 현석이 녀석이 올라왔다네... 그래서... 병수랑 같이 만나려고 나가는 길이야... 자긴... 퇴근 전이지?.......................................“
“응... 나도 좀 있음 퇴근이지... 오늘 어떻게 올라왔데... 학교 선생님이라 바쁘실텐데... 나한테 밥 사준다고 했는데... 오늘 형부 생신인거 자기두 알지?................................“
“응... 잘 알지... 내가 가야 될텐데... 뭐 어쩌겠니... 오늘같이 기분좋은 날... 이 멋진 녀석 가면 형부 삐지실지도 모르는데... 하하.............................................“
“어이구... 암튼 내가 못 말려... 그래 아직 우리 아빠한테 인사도 못 했어면서... 자기 같이 가긴 좀 그렇지... 만나거든 안부 전해 전에 밥 사준다는 약속 잊지 않고 있다고... 호호.....“
“그래 알았어... 우리 자기 오늘 하루 수고 했고...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 내가 데려다 줘야 되는데... 우리 이쁜 자기... 한 눈 팔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는거 알지?...........................“
“호호호... 글쎄... 자기 하는거 봐서... 자기도 술 조금만 마셔 알았지.....................................................................”
“그럼... 누구 분부라고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그리고 내가 항상 사랑하고 있다는거 알지?...................................”
“그래... 내 사랑 그럼 내일 통화해.............................................................................”
일단 차에 올라타서 와이퍼를 작동시키고 아직은 어둡지 않은 도로를 아주 조심스레 올려 놓고서 퇴근 시간에 맞춰 쏟아지는 차들을 바라보면서 이 많은 사람들의 일과들을 내 나름대로
생각하고 해석하며 운전대를 움켜쥐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멍한 마음으로 운전하면서 신호대기를 받고 있었다.
“쿠... 우... 웅...........................................................................................”
“이런 X... 팔.............................................................................................”
나도 모르게 입에서 거친 욕이 나오면서 깜짝 놀라 사이드를 먼저 댕겼다. 일단 운전대를 잠깐 잡고 내 몸에 이상이 있는지 몸을 조금 움직여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걸 느낀 순간 문을
열고 바깥으로 몸을 내 빼서 뒷 차를 바라보니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 하는 빨간 승용차의 운전자가 눈에 들어왔다. 터벅터벅 걸어 내 범퍼를 힐끗 쳐다보고 바로 뒷 차의 운적석 쪽으로
몸을 움직이니 그제서야 그 차 운전자가 빼꼼히 얼굴을 들어올렸다.
“일단... 내리시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사람은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아... 정말... 운전을 좀 조심해서 하시지... 아직 총각인데... 그렇게 들이데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제서야 상황판단이 된건지 운전을 하든 사람이 입을 열기 시작한다.
“아... 이... 사람은... 왜 하필 이 시간에 전화하고 난리야..............................................................................”
멀뚱히 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데 첫 마디가 자기 화풀이였든 것이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그녀를 보고만 있으니 곧 이어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걸 난 알게
되었다.
“저... 지금 빨리가야 되니 수리 하세요... 그럼... 바로 보험처리해 드릴게요.........................................................”
하도 기가막혀 말이 안 나왔다. 그냥 하늘 한 번 올려다 보고 다시 고개를 내려 그 사람을 쳐다보니 할 말 다 했다는 듯 다시 전화기에 손을 가져가는 그 사람을 보고 있자니 괜히 짜증이
났다. 후회해봤자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거 그냥 어이없는 한 숨만 쉬면서 내 차도 별 손상은 없는걸로 봐서 그렇게 심하게 차가 망가진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럽시다... 보험회사 연락해서 수리하죠... 그리고... 잠깐만요.......................................................................”
난 다시 내 차로 옮겨 일회용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서 사진을 찍고 그 차의 번호를 적고 이리저리 나 혼자 왔다갔다하면서 그저 빨리 벗어나고 픈 마음에 말을했다.
“면허증 좀 줘보슈.........................................................................................”
“어머... 면허증은 뭐 하시게요... 차 번호 적고 사진 찍었음 되잖아요..............................................”
“아... 정말... 이 아줌마 골때리시네... 이 보슈... 내가 댁 어찌 믿어요... 사고 치고 도망가는지... 아님... 이 차가 훔친 차인지... 내가 뭘 믿고... 그냥 간단말이요... 아... 정말 짜증나네...
얼릉... 면허증이나 꺼내보슈...............................................................................“
홧김에 약간은 큰 소리를 낸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흠칫 뒤로 물러서면서 말없이 차에서 지갑을 꺼내 면허증을 건네준다.
(이름 정현지 나이 1968년생.. 면허증번호 xx-xxxxxx-xx) 메모지에 적고 난 후 돌려주면서 말했다.
“아주머니... 오늘 운 좋은 줄 아세요... 그리고... 서두른다고 막힌 길이 뚤립니까?... 그럼 다음에는 다시 볼 일 없도록 하시죠... 하하...........................................”
그리고선 돌아서 내 차로 향했다.
“저... 이보세요... 명함이라도 한 장 주세요................................................................”
“제... 명함은 뭐 하시게요?.....................................................................................”
“그래도... 피해자 신분을 보험회사에 말해야 되는거 아니에요?.....................................”
“참... 나... 이보세요... 아줌마 그냥... 보험회사에 연락하고 내 차 수리 들어가면 보험회사에서 다 알아서 해줘요... 아줌마는 그냥...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시면 되요....................“
홧김이라 그런지 좀 더 큰 소리로 말하곤 바로 차에 올라 출발시켰다. 웬만하믄 별 표시도 안 나겠지만 좀 전의 일을 생각하니 어이도 없고 황당해서 바로 교체 할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응... 다왔냐... 차 가지고 온거야?...................................................................................”
“그래... 이 촌넘아... 차 가지고 왔다... 큰 길가쪽으로 나온나................................................”
“오케이... 병수도 같이 있으니 좀만 기다려라....................................................................”
“그래... 알았다.............................................................................................................”
큰 길에서 비상등을 켜고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두 명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게 보인다.
“행... 님이 드디어 왔다... 그 동안 잘 있었냐?...............................................................”
“그래... 이 눔아... 그새 내가 보고파서 올라왔냐.............................................................”
“야... 야... 일단 밥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차에 올라타서 아무말 없든 병수 녀석이 보챈다.
“그래... 어디로 갈까... 촌 넘들 뭐 먹고 싶은데?..............................................................”
“뭐... 그냥... 아무거나 먹자.........................................................................................”
“그래... 알았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일식집으로 우린 자리를 옮겨 식사를 기다리는 중에 현석이 녀석이 웃으면서 무슨 일수 찍는 가방도 아닌 약간은 큰 가방을 우리 앞에 보였다.
“한 번 열어봐라...................................................................................”
병수와 난 뭔지도 모른 체 가방을 열어 제끼니 웬 흰색띠로 묵여진 만원권 다발이 있었다.
“너... 은행 털었냐?...........................................................................”
“흐흐... 이... 행... 님이 드디어 한 방 터뜨렸잖아...................................”
“뭘... 터뜨려?... 너 요즘 빠찡코하고 다니냐?........................................”
“짜식... 촌스럽긴 경륜모르냐?... 경륜... 흐흐흐... 거기서 이... 행... 님이 어제 큰 거 한 방 했잖아......................................”
어깨를 어슥하는 현석이를 쳐다보면서 할 말이 없었다. 선생이라는 넘이 현석이 녀석은 대학 졸업하고 학원 선생을 조금 하다가 곧 임시 교사직으로 발령을 받아서 학생들을 가리키고
있고 병수는 졸업과 동시에 연구소에 취직해서 다니고 난 졸업후에 이렇게 일반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얌마... 넌... 선생하면서 그런걸 왜 하니?..................................................”
“야... 야... 선생은 사람도 아니냐..............................................................”
“그래... 대단한 선생이다... 너그 제자나 학부모가 알면 어쩌려구 그러니?...........................................................”
“야... 신경쓰지마... 그래도 자주 안가니깐... 그래도 너그들 생각나서 올라왔는데... 이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만 해야 되겠누... 오늘 내가 한 턱 쏠게................................“
“짜식... 의리는 있네... 그래두....................................................................”
가만히 있던 병수가 한 마디 거든다.
“하하... 얌마... 내가 의리빼면 부랄 두 쪽 뿐이잖아...........................................”
“야... 성태야... 니가 오늘 좋은데로 이 행님 모셔봐라.......................................”
“미친넘... 내가 좋은데 알긴 뭘 아냐...............................................................”
“얌마... 그래도 니가 많이 알잖아...................................................................”
“에라이... 내가 무슨 룸에만 매일 다니는 줄 아냐?............................................”
“야... 그럼... 그냥... 바로 집으로 갈까?..........................................................”
“에이... 자식... 말이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알았어... 천천히 생각해보자..................................................”
내 말에 모두 웃으면서 이제 막 나온 초밥을 먹으면서 우린 지난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 차로 옮겼다. 두 녀석은 정종 몇 잔 마시고 난 운전대를 잡고 일명 뽀뽀로
마치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초 저녁부터 그런데 가기가 좀 그렇다는 병수의 말 때문에 일단 호프집에서 간단하게 한 잔 하고 내 차를 파킹하기로 정하고 호프집으로 옮겨 우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학창시절의 여자얘기로 안주삼아 술을 마시고 10시가 가까워지자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선 바깥으로 나왔다. 아직은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술을 한 잔 해서 그런지
약간은 무더움을 느끼면서 예전에 알았던 술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서오세요... 호호호........................................................................................”
“아... 네... 어서왔습니다... 우리 세 명인데 맞게 넣어주세요.....................................”
“아... 잉... 당연하죠... 먼저 저 끝방으로 옮기세요...................................................”
“물 안 좋음... 우리 단골로 옮깁니다.....................................................................”
느스레를 내가 떨고 있으니 마흔은 훨씬 넘어 보이는 마담이 왔다.
“아... 이... 참... 오빠들도 들어가세요... 일단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무슨 고모뻘이라는 사람이 오빠들이라니 세상 참 돈 벌기 힘든곳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룸으로 옮겨 앉아서 있으니 마담이 들어온다.
“그럼... 아가씨들은 세 명 들어올거구요... 그리구 술은 어떻게 할까요?..............................................”
“술은... 일단 양주하고 맥주 한 박스하고 넣구... 에이 참... 아직 여자들도 안 들어왔구만.......................”
“어머 오빠... 여자 무지 밝히신다... 호호호... 연지곤지 찍고있어요... 곧 들어올거에요..........................”
“밝히긴 뭘 밝혀요... 마담은 줘도 안 먹네... 하하............................................................................”
“아이 참... 오빠 왜 이러실까... 이래뵈두 예전에 잘 나갔어요............................................................”
“예전에??... 예전에... 우리집에 황금송아지 열 두 마리였수..............................................................”
“호호호... 농담두..........................................................................................”
바깥으로 마담이 나가고 좀 있으니 술과 안주가 들어와 세팅되고 있으니 여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야... 야... 언니... 언니는 좀 나가있어라...............................................................................”
현석이 녀석이 젤루 못나보이는 아가씨를 뺀치를 놓았다.
“아... 정말... 여기 물 좋다고 하더만... 이거 왜 이래...................................................................”
이어서 병수가 한 마디 거드니 나가는 여자애는 다반사의 일인지 아무말 없이 바깥으로 나가고 마담과 함께 다른 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래... 저 언니가 더 낫은거 같네... 어차피 거기서 거기니깐... 그냥... 이 애들이랑 놀자....................................................”
“그래... 성태 너 봐서 그냥 참는다.........................................................................”
현석이 녀석이 나를 보면서 눈을 찡끗한다.
“아...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참... 아가씨들 잘 들어... 만약에 남은 술 가지고 장난치면 재미없는거 알지?.............................................“
얘기를 하니 아가씨들도 알았다는 듯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오늘 즐겁게 노시구요... 스트레스 푸세요.............................................................”
마담은 나가고 현석이 녀석이 가장 괜잖아 보이는 여자 애를 자기 옆에 앉히고서 우리 둘은 대충 아가씨 둘이 옆에 앉아 술을 한 잔씩 딸아 올리면서 서로 통성명하기에 바빳다. 병수는
현석이 옆에 아가씨를 힐끗힐끗 쳐다보긴 했지만 뭐 어차피 지가 쏜다고 했으니 하면서 체념한 듯 그냥 말없이 술잔을 들어올렸다.
그렇게 우린 셋팅이 된 자리에서 파트너를 정해서 양주 한 잔씩을 따라서 가볍게 부딪히며 들이켰다. 갑싼 양주의 알싸한 맛이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현석이 파트너가 먼저 일어나
반주기의 번호를 눌러 분위기를 띄우면서 신고식부터 하겠단다. 입으나 마나한 옷 차림으로 먼저 탁자 가장자리에 올라서더니 치마를 말아쥐고 마치 포르노의 한 장면처럼 아주 천천히
팬티를 내려서 파트너인 현석이의 머리에 팬티를 씌웠다.
“제... 이름은 현경이에요............................................................................................”
“야... 아... 역쉬... 내 파트너 최고... 흐흐흐...................................................................”
듸집어 쓴 노란색 팬티의 라인으로 보일락 말락하는 눈을 아주 가늘게 뜨고서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그리고 난 후엔 병수의 파트너가 자리를 옮겨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내 파트너가
탁자 위에 올라서선 바로 내 앞자리까지 다가오면서 알맞게 쏟은 가슴을 한 번 훔쳐 올린 뒤 옆으로 찢어진 미니속으로 마치 다리에서 부터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손으로 쓸어올리면서
까만 망사 팬티로 향해 가다가 나를 한 번 처다 보았다.
친구녀석에게서 언젠가 담배 한 가치에 고독을 날린다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언제나 같은 하루지만 오늘 만큼은 어쩌면 다른 날과 틀렸음 하는 바램을 가지고 계단에서 담배를
물고 창 밖으로 흐르는 차 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오늘도 비가 올는지 전조등을 켠 자동차들이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바쁜지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띠~~~리~~~링...!!
“네... 여보세요... xx회사 대리 김성태입니다............................................................................”
나도 모르게 주절거리는 나의 꼬리표가 입밖으로 나왔다.
“네... 안녕하세요... 삼성화재 사고처리반입니다... 김성태 고객님 되시죠?....................................”
“네... 그런데요......................................................................”
“아... 네... 몇 일전 사고난 차량의 사고번호 때문에 그러는데요... 혹시... 정비공장에 맡기셨나요?..............................................”
그러고 보니 얼마전의 내 차 범퍼였구나 하는 순간에 언 듯 기분 좋지 않은 일과 그 여자의 얼굴이 스쳐 흐른다.
“네... 맞는데요... 아직 정비공장에 넣진 않구요... 오늘이나 내일 맡길겁니다..................................................................”
“아... 네... 그럼... 정비공장에 넣으시구요... 사건번호는... xxxx-xx-x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들이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간략하게 메모를 하고 담배를 구기고 사무실로 돌아와 또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함을 깨닫고 펜을 들었다. 머릿속에는 잠깐 망설이다가 그녀의 황당함을 생각하고선 A/S센터로
들여야겠다는 결론을 내고 전화를 받고 팩스를 보내고 또 다른 전쟁속에 파묻혔다. 매케한 자동차의 익숙치 못한 냄새를 맡고 머리가 찌근거릴쯤 옆 자리에 던져 둔 휴대폰이 또 발광을
한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런.......................................................................”
폴더를 올리고 외쳐봐도 적막함이 묻어나 안 그래도 렌트카를 타고 나오는데 웬지 모를 짜증이 나기 시작할 즈음이였다.
“저...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누구세요.............................................................................”
“아... 저... 혹시... 기억하실런지... 전에 제가 사고를 낸.........................................”
“네... 근데요...?... 누구시라구요?.....................................................................”
안 그래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파리 날아 가는 소리를 듣자니 짜증이 밀려온다. 생각해보니 전에 사고를 낸 여자 같은데 예전에 사고 낸 후에는 그렇게 헛소리만 주절거렸다.
“네... 사고난 차 정비공장에 들어갔다고 말씀 들었어요..............................................”
“네... 근데요...?... 그래서... 지금 열나게 안나가는 렌트카 몰고 거의 일어서다시피 엑셀레이터 밟고 있습니다.....................................”
“호호호........................................................................................”
“덕분에 이렇게 우스운데 재미있으신 모양입니다....?....................................................”
“어... 아니에요... 죄송해요... 그냥... 말씀하시는게........................................................”
“뭐... 그거야 어쩌든... 무슨 일이신데요... 그리고... 제 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알고...............................................”
“네... 보험에서 가르켜 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전화 한 건 제가 너무 그 때 죄송해서요........................................”
내가 비꼬는 투로 얘기하자 그녀는 황망한 목소리로 아니라면서 손사레를 치는거 같았다. 근데 이상하게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닌 또 다른 여자가 나에게 전화거는 것 같은 상상은 나만의
생각이였다.
“네... 정말 죄송해요... 그 때 제가 좀... 실례가 많았죠..............................................................”
“뭐.. 아시면... 제가... 입 아프게 다시 말 안해도 되겠네요... 허벌나게 실례하셨죠... 그 쪽이.......................................”
“호... 죄송해요... 그래서 사과라도 할려고 전화 드린거에요... 정말 그 땐 죄송했어요..................................................”
“뭐... 그렇게라도 말씀하시니.... 뭐... 어찌 됐든 정비공장에는 들어갔으니... 앞으로 보험료 많이 내실거에요........................................”
“어머나... 그럼 안 되는데.........................................................................”
사실 범퍼를 새걸로 교체 할려다가 별 표시도 나지 않아서 도색만 해 달라고 했는데 라는 생각이 스치자 이거 정말 내가 너무 싸게 수리비 들이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문득 떠 오른다.
어차피 돈 도 별로 안 드는데 내가 괜한 소린 한게 아닌가 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내 입에서는 겁주고 픈 말이 쑥 고개를 내민다.
“아... 참... 남의 애마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그 정도는 각오하셨어야죠............................................................”
“정말 죄송해요... 그 때는 상황이................................................................................”
“아... 그거야... 그 쪽분 상황이시구요... 내 상황은 황당 그 자체니깐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아... 정말... 아줌마도 그러게 조심히 운전하시지... 그럼... 뭐 커피라도 한 잔 사시면... 생각해보죠.......................”
“네...?... 벌써... 맡기셨다면서요....?........................................................................”
“그거야... 다시 얘기하면 되는거죠... 뭐 커피값 아까우시면... 그냥 두시구요... 하하...........................................”
“네.....................!!. 그러죠... 그럼... 제가 커피 한 잔 살게요........................................................................”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온 말에 그녀는 한 참을 생각하더니 그러자고 하길래 우린 서로 전번을 주고 받고서 그녀가 조만간 시간 낸다는 말을 믿고 전화를 끊었다. 뭐 어차피 나야 싸게
맡겼으니 그런 저런 생각을 뒤로 한 채 약속 장소로 옮겨 나의 반쪽을 만나기 위해 또 다시 핸들을 돌렸다.
“네... XX회사 대리..............................................................................................“
“네... 안녕하세요... 엊그제 전화했든... 정현지에요...................................................”
“아... 네... 정말 전화 주셨군요... 난 또 커피값 아까워서... 어디 잠수 타신줄 알았더니... 하하.......................................”
그렇게 우린 통화하고 이렇게 서로 마주보고 앉아 커피 잔을 들고 있다. 강물이 이제야 하루를 힘들게 밝히고 쉼터로 돌아가는 무거운 발걸음인 저녁노을을 강물에 뿌린 채 처음 볼 때의
옷 차림과는 비슷하지만 웬지 말속에는 그렇게 천박해 보이지는 않아 보여 나도 그렇게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