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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네.. - 1부

관리자 0 17133
"하아..."



오늘만해도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이 윤지의 도톰한 입술사이로 새어나왔다.



"윤지야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러게..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보여.. 무슨일 있는거야?"



윤지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그녀들을 보았다. 무언가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저기 있잖아... 하아... 아냐.. 아무것두..."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은 분명히 무언가 있다는 뜻이었기에 그녀들은 어둑 윤지에게 달라붙으며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왜그래~ 왜그러는데 윤지야.. 응?"

"그래.. 혼자서 그렇게 끙끙 앓지말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도와줄테니까 말해봐."



과연 그녀들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애초에 그녀들에게 밝힐 수 있는 사실이 아니었다.



"아냐. 혼자 생각 좀 할게 있어서 그래.. 싱경써줘서 고마워."

"알았어. 대신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알았지?"

"응. 고마워."



윤지는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그녀들을 보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하아..."



어제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잘 못 본것이라고 애써 외면하려 했찌만 이미 두눈으로 보아버린 현실은 아무리 외면해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다정한 아빠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 지수와 원조교제라니.... 그것도 러브호텔같은 장소가 아니라 아빠와 엄마가 함께 잠을 자는 침대에서...



"하아..."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알 수 가 없었다.



요즘들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원조교제는 윤지도 익히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다니는 여고명문인 앵화여고 학생들 중에서도 몇몇 여학생들이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기를 할때는 변태아저씨들이라며 웃고 넘겼었는데...

절대 그런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아빠가 원조교제라니?

정말 복잡한 심정이었다.



아빠도 지수도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지수는 정말로 귀여운 소녀였다. 키도 작고, 몸집도 작고, 얼굴은 물론, 손, 발 신체의 거의 모든것이 작은 소녀. 단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까만 눈망울이 보통 소녀들 보다 훨씬커서, 특유의 새하얀 피부와 함께 정마로 인형같이 귀여운 소녀였다.

항상 순수하고 착하게만, 어린아이같이 순진해 보이던 지수가 원조교제를 한다? 그것도 제일 친한 친구인 자신의 아빠와?

국회의원인 아버지를 둔, 금지옥엽으로 자라 무엇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그녀가 왜 원조교제따윌 하는 것인지 도저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가 없었다.



아빠는? 아빠는 더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엄마이지만 언제보아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정숙한 요조숙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엄마였다. 가끔 소녀들이 즐겨보는 잡지책에 엄마의 모습이 나오는 날이면 그녀들은 그 사진을 가지고 윤지를 찾아오기 일쑤였다. 이미 앵화여고생들 사이에서 윤지의 엄마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윤지 자신도 그끔 엄마와 함께 목욕을 할때면 십대소녀인 자신보다도 더 탱탱해보이고 섹시한, 예쁜 몸매를 지닌 엄마가 부러운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도데체 뭐가 부족해서....



아니, 그것보다 뻔히 자신과 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수와 그런짓을 벌여야했을까? 그것도 가족들이 생활하는 집에서?



"윤지야!"



윤지는 자신의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무척이나 가냘프면서도 귀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지금 자신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장본인이었다.



"지..지수야.."

"왜그래? 무슨 일있어?"



여전히 평소와 같이 귀여운 모습. 자신을 걱정하는 듯 살짝 일그러진 그 얼굴이 더욱 앳띄고 귀여워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어제와 같이 쾌락에 젖은 끈적한 모습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아이같은 모습...



"아냐.. 아무것도...."



한동안 복잡한 눈빛으로 지수를 쳐다보던 윤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평소에 그렇게도 귀여워 했던 지수의 순진한 얼굴이 지금은 그렇게나 멍청해보일 수 없었다. 멍청하다못해 바보같은 느낌이었다.

저 뻔뻔한 얼굴로 여지껏 자신을 속여왔다. 바로 어제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아빠와 그런 짓을 벌이고도 태연히 자신에게 말을 거는 지수의 모습이 너무도 가증스럽다.



잔뜩 굳어있는 윤지의 표정에서 지수는 윤지가 무언가 눈치챘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어차피 지수는 오늘 윤지에게 모든것을 밝힐 생각이었다. 마침 어떻게 윤지에게 그 사실을 알리면 될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이미 윤지가 알고 있는 듯 하니 오히려 지수에게는 반가운 사실이었다.



"왜 그래? 왜그러는데? 뭔가 화날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먼저 윤지를 자극할 필요가 있었기에 지수는 살살 달래듯 윤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윤지가 "그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 자신이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될 것이 분명했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저리가."



지수가 윤지에게 달라붙자 윤지는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높이며 지수를 밀었다. 지수의 두눈이 짐짓 커다랗게 떠졌다. 하지만 지수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야? 이건 자극할 필요도 없이 너무 쉬운데?"



윤지가 화를 내는 것은 극히 드물다. 중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지수도 윤지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언제나 자신이 양보하거나 빙긋 웃는 얼굴로 상대와 해결점을 찾는 윤지였는데, 그런 그녀가 이제껏 한번도 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 지수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듯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왜..왜그래? 내..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거야?"

"뭐? 너.. 너 정말...!"



윤지는 기가막혔다.



정말 너무한거 아닐까?



원조교제라는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면서도 뻔뻔스럽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가증스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대상이 자신의 아빠인데 지수는 뭔가 찔리는 것도 없다는 듯 태연하기만 했다.

윤지의 눈이 뾰족해졌다.



"됐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신경꺼."



어차피 반아이들이 모두 있는 이곳에서 떠들수 있는 류의 이야기가 이니었기에 윤지는 애써 분을 삼키며 지수에게서 고개를 획 돌렸다. 조금이라도 지수를 보고 있다간 자신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아 고개를 돌린 윤지는, 순간 변하는 지수의 잔혹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어머? 그러니? 나랑 관계된거 아니었어? 또.... 아저씨도 관계있을텐데?"



윤지는 눈으 동그랗게 뜨며 지수를 보았다.

순간 그녀는 흠짓했다.

지수는 평소의 그 순수하고 천진한 미소가 아닌, 이제껏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진하고 잔인한 비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너..너..!"

"왜? 틀려?"



짜악!!



순간 날카로운 마찰음에 떠들썩하던 교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30명 가까이되는 여학생들의 시선은 모두 윤지와 지수가 있는 곳으로 모여있었다.

윤지는 왼손으로 지수의 뺨을 때린 오른손을 감싼채 자신의 돌발적 행동에 당황한 눈치였고, 지수는 왼손으로 그녀의 횐쪽뺨을 감싸며 윤지를 향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눈물이 글썽이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나..나..난..."



윤지는 당황하고 있었다. 조금전 지수의 미소를 본 순간 미쳐 생가도 하기전에 화가 치밀어 손이 날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지수는 미소는 커녕 자신이 왜 맞았는지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무슨짓을 한걸까? 뭘 들은거지? 뭘 본거지?



"한윤지. 이지수. 무슨 일이지?"



성숙한 여성의 엄격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교실에 퍼짖자 여학생들의 시선은 교실앞문쪽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베이지색의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미녀, 그녀들의 담임선생님인 이경화가 화가난듯 단단히 굳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잠시 윤지와 지수쪽을 보던 그녀는 교실을 한번 둘러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둘다 따라오도록해."



윤지와 지수는 고개를 푹 숙인채 경화를 뒤따랐다. 하지만 잔뜩 풀이 죽은 윤지와는 달리, 지수의 도톰한 입술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





오랜만에 올립니다..^^;;;



그동안 오래 쉬었으니.. 되도록 빨리 연재 해야겠지만...



일단 2-3일에 한번씩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장담은 잘 못하지만..^^;;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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