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환 - 30부
관리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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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3:19
유희는 갑자기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기 때문이다.
일어나고 보니 두통보다 급한게 목마름이었다.
타는듯한 목마름에 침대에서 일어난 유희는 부엌으로 나가고자 방을 나섰다.
거실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부엌으로 들어간 유희는 냉장고에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조금 정신이 돌아온 유희가 다시 거실로 나왔다.
순간 깜짝 놀랐다.
거실에서 한 남자가 쇼파에 기대 자고 있었다.
유희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한 손에 의해 입을 벌린 채로 멈추었다.
훈이가 옆에서 유희의 비명을 막은 것이었다.
“저 아저씨가 어제 엄마를 데리고 왔는데?”
영호는 캐빈에게 연락해 희정을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유희를 데리고 유희의 집에 갔다.
유희를 침대에 눕힌 후 자신도 희정과 유희를 기다리다가 마신 술로 인해 피곤한 몸을 잠시 쇼파에 쉬게 하겠다고 앉은것이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유희가 영호의 얼굴을 확인한 후 안심이 되는 듯 훈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아저씨가 훈이 안아줬어요.”
“왜?”
“엄마 기다리다가 나도 쇼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저씨가 번쩍 안아서 방에 눕혀 주었어, 그리고 옆에서 잠들 때까지 노래 불러줬어요.”
“노래?”
“응, 처음 듣는 노래인데, 노래 들으니까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났어?”
“음, 잘 모르겠어. 잠꾸러기 훈이가 오늘은 눈이 일찍 떠졌네..”
“엄마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어제 아줌마는 일찍 갔니?”
“한 열시쯤 가셨어, 엄마 곧 올거라고 하면서, 그런데 왜 그렇게 늦게 왔어, 무서워서 죽을뻔 했잖아.”
“미안, 미안, 이젠 안 늦을께. 우리 훈이 많이 무서웠겠구나.”
“그런데, 왜 아빠는 안와? 아빠 본지 너무 오래 됬다.”
품 속의 훈이를 꼭 껴 안으면서 유희는 최회장을 생각했다. 하지만 곧 머리를 흔들었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원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응, 아빠는 먼 곳에 가셨어. 아주 먼 곳이기 때문에 쉽게 오실수가 없데.”
“.....”
어느새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든 훈이를 살짝 침대에 내려놓은 유희는 옷을 갈아 입고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영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영호는 유희가 훈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생긴 문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허둥지둥 서둘러 유희의 집을 나섰다.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음을 알고는 당황했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영호는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처음 본 훈이가 너무나 귀여웠다.
가족....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이같은 귀여운 아들과 그리고..................
수많은 빌딩들, 마천루라 불러도 과히 어색하지 않은 여의도 앞의 빌딩숲을 바라보고 있는 강철식 전무는 마음이 착찹했다.
이인자...
강철식을 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꼬리표와 같은 말이었다.
학교에 다닐때도, 사회에 나와서도 단 한번도 일인자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건너편 반들반들한 유리로 된 빌딩에 비추어진 모습 또한 그러했다.
총 22층으로 이루어진 빌딩의 21층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
“강철식입니다.”
갑자기 울려온 핸드폰에 찍힌 낯선 전화번호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네요.”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다.
“누구시죠?”
“호호, 섭섭하네요. 이젠 내 목소리를 잊었나봐요.”
갑자기 강전무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사춘기의 소년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세..세영씨..아니..사모님...이 어쩐일로...?”
“그냥 세영이라 불러요.”
강전무는 상냥한 세영의 목소리에 마음마저도 들뜨기 시작했다.
“세영씨...”
“호호, 다른 것은 아니고요, 오늘 저녁이나 함께 할래요?”
강전무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네, 그러지요. 어디서?”
“다섯시까지 집으로 차 보내줘요.”
“아....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전무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갑자기 걸려 온 세영의 전화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런 것이었기에 강전무는 당황되었다.
“네, 전무님.”
“오늘 오후 스케줄 다 취소하고 정일에 연락해서 식사 예약해 놔, 6시쯤 갈거라고.”
“네, 알겠습니다.”
강전무는 일단 식당에 예약을 한 후 다시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와, 오빠... 이게 이렇게 되는거야? 호호, 난 그것도 모르고..”
철식은 책상머리에 앉아 호들갑을 떠는 세영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세영의 앞에 놓인 것은 중학교 3학년 수학 교과서였다.
세영이 유일하게 학년에 맞는 진도를 나가는 것은 예술 과목이었다. 음악, 미술, 체육..
그외의 공부들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텅빈 머리를 자랑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철식은 이상할 정도로 세영에게 빠져들었다.
평소 자신이 기분이 좋을때는 방금처럼 호들갑도 떨고 애교도 떨지만 한번 기분이 틀어지면 거의 마녀 수준이 되어 지상최고의 싸가지 없는 여자로 변하는 세영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같이 있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대학원 조교시절 과외요청에 의해 기업가의 딸이란 소리를 듣고 학생들에게 소개를 시켜주기 전 사전답사를 핑계로 재벌들의 생활을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들린 집에서 세영을 본 철식은 한순간에 세영에게 빠져 들었다.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의 나이였지만 세영은 철식에게 완벽한 여자로 비쳐졌다.
그 이후로 철식은 세영에게 철저한 봉사자였다.
전심을 다해 세영을 가르쳤고 세영의 부모에게도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세영 역시 똑똑한 철식을 잘 따르는 편이었기에 세영의 부모는 철식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그 결과 서울의 삼류대학이라도 갈수 있었음에 철식을 회사로 전격 채용하기까지 했다.
철식은 그 이후로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
최고의 학부를 차석으로 졸업한 수재답게 철식의 머리는 비상했고 회사에 큰 공헌도 여러번 했다.
회장의 신임과 더블어 철식의 노력과 능력은 회사에 인정을 받았고 회사에 들어온지 삼년만에, 그리고 삼십대 초반에 기획실의 실장을 맡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가끔 세영이 전화가 오면 만일을 제쳐 놓고 세영을 만났지만 세영은 어렸다.
단지 철식을 좋은 오빠정도로만 생각했고 공부만 한 철식의 행동 하나하나는 세영에게 고리타분함만 남겨주었었기에 세영이 철식을 찾는 이유는 단 한가지 용돈이거나 화풀이 상대가 필요할 때였다.
대학교에 들어가 더욱 활짝 핀 꽃처럼 피어난 세영의 모습은 철식에게는 거의 여신의 모습이었다.
적당히 부푼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잘 빠진 몸매 또한 철식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지만 가장 좋은 것은 세영의 얼굴이었다.
약간 싸가지 없이 위로 살짝 올라간 눈꼬리도, 오똑한 코도, 비웃음을 입가에 담은 선홍빛 입술도...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처음 보는 사람이면 조금 냉정해 보이고 싸가지 없어 보이는 그 의 얼굴을 볼때마다 철식은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
세영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은 철식만의 생각이었지만 사랑에 빠진 철식으로서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세영은 철식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세영을 위해 숨을 쉬고, 세영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았다.
세영을 위해 일을 했고 세영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어느날 하얀 면사포를 쓰고 너무나 아름다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세영의 옆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서 있음을 본 철식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아픔을 느꼈고 시간이 흐르자 자신이 세상을 무너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철식의 복수는 세영의 아버지였다.
매번 자신을 사위라고 부르던 회장은 자신을 배신하고 거래처 회사의 사장과 세영을 결혼시켰기에 철식이 느낀 배신감은 처절했다.
하지만 오년간 철식이 철저히 준비한 시나리오를 펴기도 전에 회장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철식의 복수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복수의 준비로 인한 결과로 철식은 회사를 상당부분 장악할 수 있었다.
워낙 능력이 좋고 수단이 좋았던 철식은 회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낙하산으로 떨어진 최회장을 신임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철식은 유일한 약점인 주식의 부족분에 대한 것만 어느 정도 확보되면 최회장을 자리에서 몰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세영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사실 회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철식의 최종 목적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세영이었다.
세영이 결혼하던 날이었다.
세영은 피로연에서 마신 술로 인해 호텔방으로 옮겨졌고 잠에 골아 떨어졌다.
최회장은 친구들의 성화 때문에 아래쪽에 있는 나이트로 내려갔다.
철식도 술에 무척이나 취한 상태였기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세영이 보고픈 마음에 세영의 방을 찾았다.
거래처의 하나였던 호텔이었기에 세영이 묶은 방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방에 들어선 철식은 커다란 침대에 널부러지듯이 누워있는 세영을 보았다.
가슴이 아파왔다.
세영의 침대에 걸터 앉은 철식은 물끄럼히 세영을 바라보았다.
어렸을적부터 보아 왔던 세영은 역시 아름다왔다.
신부화장이 약간 번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영은 아름답고 가슴을 아프게 했다.
철식의 손이 세영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가는 손가락이 철식의 손에 잡혔다.
술에 의해 가뜩이나 뜨거워진 몸이 심장의 고동 소리에 더욱 열이 올랐다.
철식의 손이 검정 원피스 아래 드러난 세영의 종아리에 얹어졌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픔을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철식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무릎 근처에 있는 원피스 자락을 손으로 밀면서 허벅지까지 천천히 올라간 철식의 손가락은 팽팽한 허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세영이 몸을 뒤척였다.
철식은 깜짝 놀라 손을 떼었지만 곧 숨을 고르게 쉬면서 잠에 취한 세영의 모습에 다시 손을 들어 세영의 허벅지를 만졌다.
철식의 가슴이 찌르는 듯이 아팠다.
너무나 기분 좋은 느낌, 너무나 사랑스런 세영의 몸이 철식의 아픈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철식의 손이 허벅지에서 떨어져 세영의 얼굴로 가져갔다.
손등으로 세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세영의 가는 속눈썹이 경련을 일으켰다.
철식은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더니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천천히 세영의 원피스 자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두개의 날씬한 다리 위쪽 작은 천에 눈을 맞추었다.
철식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천천히 팬티 양쪽에 손가락을 넣어 아래쪽으로 잡아당겼다.
눌린 엉덩이쪽에 걸려 쉽게 내려 오지 않는 팬티였지만 철식의 행동을 도와주려는 듯 옆으로 돌아누운 세영 때문에 팬티가 아래로 쉽게 빠졌고 철식의 손에 의해 그 작은 천 조각은 세영의 다리마져 벗어났다.
세영의 검은 보지털이 철식의 눈 아래 들어오자 철식의 눈이 더욱 붉어졌다.
조심스럽게 세영의 한쪽 다리를 밀자 세영이 자연스럽게 똑바로 누웠다.
술을 많이 마셔 괴로운듯 세영은 자주 뒤척였다.
철식의 손이 세영의 다리를 천천히 벌렸다.
검은 보지털 가운데 빨간 속살이 살짝 드러났다.
철식이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팬티까지 내린 철식은 이미 발기되어 공중을 향해 굳게 뻗은 자신의 자지에 침을 발랐다.
그리고 세영의 보지에 손가락에 침을 적셔 천천히 문질렀다.
철식이 침대에 올라 세영의 양쪽 다리를 겨드랑이에 끼었다.
그래도 세영은 깨지 않았다.
철식은 자신의 자지를 세영의 보지에 가져다 대었다.
잠시 그 자세에서 멈춘 철식이 세영의 얼굴을 바라본다.
세영은 아직도 정신이 없는 듯 몸을 뒤척이려 하지만 이젠 철식이 잡고 있는 다리로 인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참동안 세영을 바라보았던 철식이 결심을 한 듯 자지에 닿아 있는 보지를 쳐다본후 살짝 보지를 문질렀다.
침으로 미끈미끈해진 보지와 자지가 마찰을 일으키자 보지 안으로 귀두의 맨 끝부분이 살짝 들어갔다.
철식은 세영의 보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에 취한듯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
세영의 다리를 약간 더 벌리면서 철식의 엉덩이가 앞쪽으로 힘차게 들어갔다.
뻑뻑한 질의 느낌이 자지에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세영의 보지느낌이었다.
“아악...”
세영은 보지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을 깨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채 자신의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버렸다.
“자기 미쳤어? 그렇게 갑자기 그러면...어떻해?”
세영은 보지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살을 찌프렸다.
철식은 세영의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곧 이어 이어진 세영의 말에 최회장과 자주 관계를 갖았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함이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불같은 질투만이 남아버렸다.
철식은 거칠게 자지를 세영의 보지 안으로 밀어 붙였다.
“아..아파....아...아..”
세영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점점 낮아지더니 다른 색깔의 신음소리로 바뀌어갔다.
뻑뻑했던 보지에서 애액이 나와 고통을 줄여주니 세영은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평소와는 달리 거칠게 행동하는 최회장의 모습에서 흥분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원피스를 제치고 젖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그런 세영을 보면서 철식은 세영의 위로 넘어져 젖을 입에 물었다.
상큼하고 탱탱한 젖이 철식의 입 안 가득히 채웠다.
세영의 허리가 천천히 돌아갔다.
철식의 자지를 좀 더 깊게 느끼고 싶은 세영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입에 가득찬 세영의 젖 한가운데 유두를 철식의 이가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아...학...좋아.”
철식은 세영의 야한 신음소리와 행동에 금방 절정에 오르고 사정기가 돌았다.
“아...좋아.”
철식은 참아보려 했으나 술로 인해 조절이 어려웠다.
철식의 자지에서 뜨거운 정액이 세영의 보지 안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철식의 머리가 허공으로 젖혀졌다.
갑자기 철식의 움직임이 멈추자 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감은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술기운에 가물가물했지만 촞점이 맞추어진 순간 세영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보지 안에 자지를 박고 뜨겁게 움직이던 남자는 남편이 아닌 철식임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머리가 순간 하얗게 되어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세영 역시 철식이 자신을 많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샌님같은 철식에게선 남자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철식을 오빠처럼만 대혔었다.
그런데...이건 아니었다.
결혼 첫날인데.....
행복한 결혼생활의 시작이었는데....
순간 세영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짝”
벌떡 일어난 세영이 아직도 보지속에 자지를 넣은채 우두커니 있는 철식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철식의 자지에서 벗어난 다음 발로 차서 침대 밑으로 떨어트렸다.
“이 나쁜 자식,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오늘이 어떤 날인줄 알아? 이 미친 놈아.”
세영의 독기 서린 말에 철식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세영은 옷 매무새를 정리하지도 않고 침대 밑으로 내려와 철식을 발로 차고 손으로 때렸다. 흡사 미친 여자처럼 발광을 하면서 울부짖었다.
철식은 아무말도 못한 채 웅크리고 세영의 행동을 감내했다.
한동안 미친 여자처럼 굴던 세영이 손을 멈췄다.
“빨리 내 앞에서 사라져, 그리고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마. 난 너를 저주할꺼야.”
세영의 독한 말을 들으면서 철식은 멍한 표정으로 세영의 방을 나섰다.
그리고 힘이 하나도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세영은 철식이 나가자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철식에 대한 분노가 진정되면서 지금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열고 방 안 가득 차 있는 땀냄새와 시큼한 정액 냄새를 뺐다.
그리고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
약간 차가운 물을 틀으니 정신이 돌아왔다.
손을 아래에 넣어 보지 안을 휘저었다.
철식의 끈적한 정액이 흘러 나와 세영의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나쁜 놈, 나쁜 놈.....”
세영의 머리속엔 표정이 하나도 없는 멍한 모습으로 나가는 철식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삼학년 이후로 철식과 있었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을 꼽는다면 부모님보다 오히려 철식이었다.
자신의 어떤 모습도 철식은 아끼고 사랑했다.
처음에는 그런 철식이 고맙기도 했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철식의 모습에 점점 익숙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철식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철식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원래도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세영은 철식에게만은 철저하게 이기주의였다.
베푸는 것 하나 없이 받기만 했다.
자신이 옆에 있어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철식은 황송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는 결혼식 날 자신을 강간한 철식을 용서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의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세영은 종종 철식이 생각났다.
최회장이 자신에게 하는 것을 보면서 철식은 이렇게 했을텐데 하고 생각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철저한 자기편, 철저한 자기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가 생각이 났다.
강간....
이제 세영에게 그건 큰 일이 아니었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벌려주는 보지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육체적 쾌락, 김실장을 만난 이후로 육체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즐기고 좋았으나 큰 쾌락 후에 오는 정신적 공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유희라는 남편의 여자를 알고 난 후 더욱 그 마음은 커져갔다.
세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돈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눈가에는 작은 주름들이 생겨 있었다.
약간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똑했던 유두가 이젠 약간 아래쪽을 향해 있었다.
아랫배의 살들도 많이 연해져갔다.
세영은 집을 나섰다.
그리고 단골로 되있는 헤어샵으로 차를 돌렸다.
“사모님 정말 예쁘세요.”
디자이너의 칭찬에 세영은 거울 앞에서 연신 앞뒤태를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늘 회장님과 데이트라도 하시나 봐요...호호.”
세영은 문득 최회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 앉았다.
유희건 이후로 세영은 최회장을 마음 속에서 서서히 지워 나갔다.
결혼 후 회사일로 바빠 일주일에 한번 잠자리를 하던 것이 벌써 몇년 전부터는 같이 자지도 않았다.
나름대로 회사일 때문이려니 하고 이해했는데 다른 여자랑 산다는 말에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남의 남자를 빼앗는 유희란 여자는 용서할 수 없었다.
분명히 별로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최회장의 성격으로 봐서는 유희란 여자가 꼬리를 쳤음이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세영은 마음이 설레였다.
그렇게 저주하고 증오하리라고 생각했던 철식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콧노래까지 나왔다.
‘아직도 날 생각하고 있을까...’
전화에서 세영은 떨리는 철식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세영은 혼자서 그렇게 결정을 보았다.
철식은 세영이 문을 열고 나오자 가슴이 쾅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여전히 아름다왔다.
그 아름다운 세영이 사뿐사뿐 차로 걸어왔다.
“타세요.”
회장의 사모님, 존대말을 해야 하는 존재였다.
철식의 어색한 존대말에 싱긋 웃음을 보여준 세영이 차 안으로 들어갔다.
철식이 옆에 타자 차는 출발했다.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알고 있는 듯 기사는 열심히 운전을 했다.
“오랜만이네요.”
“네....”
말이 필요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철식의 눈에선 갈망과 애정, 그리고 갈등이 담겨있음을 세영은 알았다.
그렇게 똑똑하고 능력있는 철식이 세영 앞에선 감정 하나도 감추지 못하는 이미 바보가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오빠, 잘 지냈어?”
세영은 평소 철식을 오빠로 불렀다.
“으...응.”
“나, 세영이야, 세영이. 바보처럼 굴지마.”
세영의 강한 어조에 철식이 움찔했다.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철식의 모습에 세영은 웃음이 나왔다.
“귀엽네, 원래 이 남자가 이렇게 귀여웠나...”
“그때일은...”
“그만... 그건 이야기 하지마..듣고 싶지 않아.”
갑자기 얼굴을 굳히면서 말을 자르는 세영의 서슬이 시퍼렇게 느껴졌다.
철식이 얼굴을 푹 숙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정말 아무일도. 그렇게 생각할거야.”
세영의 말에 철식이 고개를 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아무일도 없었던 거야. 오빠랑 나랑은! 알았지?
세영의 말에 고개를 정신없이 끄떡거리는 철식이었다.
“세영이 배 고파, 맛난거 시켜줘.”
“그래.”
철식은 이어지는 세영의 말에 당황해서 허둥지둥댔다.
“여기 주문한것 가져와.”
철식은 세영이 무엇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다.
음식은 일식을 주로 좋아했고 보라색의 옷을 좋아했다.
신발은 예쁜 종아리를 강조하는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었고 심지어 얼굴에 바르는 파우더의 호수도 알고 있었다.
발 사이즈가 얼마이며 속옷 치수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바뀐 것들은 알지 못했지만 결혼하기 전에 멈춘 세영과의 모든 기억을 철식은 가지고 있었다.
세영의 말에 의해 십여년 이상 갖어왔던 죄책감이 사라지자 철식은 예전에 있었던 세영과의 일들에 대해 천천히 회상했다.
세영은 철식의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자신을 좋아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신도 알지못하는 습관, 버릇, 그리고 사소한 기념일과 성향조차도 이 사람은 기억하고 있었다.
가지런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면서 세영은 오늘의 식사도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도 자신의 입맛에 딱 맞았다.
왠지 흐믓해지는 기분을 느낀 세영은 가만히 철식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었나....’
하지만 정신을 차린 세영은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향이 좋은 커피 한잔을 앞에 둔 세영은 철식에게 말을 꺼냈다.
“강전무님, 아니 오빠... 나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진지해진 세영의 말투가 존대로 변했다.
“부탁? 무슨 부탁이 있길래...”
세영은 최회장의 외도에서부터 자신과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에게 해가 되는 유희와의 관계나 그 외의 것들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랬구나.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철식의 한마디는 말 그대로 세영을 걱정해주는 연민이 담긴 말이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니?”
“오빠.. 나, 회사 가질래요. 더 이상 그 사람하고 연관되는거 싫어요, 이대로 살 수 없어요.”
“............”
“오빠, 솔직히 얼마나 심각하면 내가 오빠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요. 사실 나 그 날 이후로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오빠를 용서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오빠가 날 도와 준다면...오빠를 용서할 수 있을것 같아요. 그리고.... 오빠를 다시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철식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철식은 그 날 이후로 얼마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는지 몰랐다. 최소한 보고 싶을때 볼수는 있었을텐데... 그 사건 이후로 철식은 세영을 마음에 품고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 갈증이 풀리려는 느낌이 왔다.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지?”
“오빠 주식 지분을 저한테 주세요. 나중에 일이 끝난 후 돌려 드릴께요. 계약서도 써드릴께요.”
철식은 그따위 주식은 아무래도 좋았다. 세영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건 그렇게 하도록 하자. 어차피..그건 널 위해....”
말꼬리를 흐리는 철식을 보면서 세영은 그 다음 이어질 말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 없는 세영이라도 말이다.
“오빠....”
“그래, 걱장말아.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난 너의 편이 될거야. 언제까지라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세영을 바라보는 철식의 눈길이 따사로왔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기 때문이다.
일어나고 보니 두통보다 급한게 목마름이었다.
타는듯한 목마름에 침대에서 일어난 유희는 부엌으로 나가고자 방을 나섰다.
거실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부엌으로 들어간 유희는 냉장고에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조금 정신이 돌아온 유희가 다시 거실로 나왔다.
순간 깜짝 놀랐다.
거실에서 한 남자가 쇼파에 기대 자고 있었다.
유희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한 손에 의해 입을 벌린 채로 멈추었다.
훈이가 옆에서 유희의 비명을 막은 것이었다.
“저 아저씨가 어제 엄마를 데리고 왔는데?”
영호는 캐빈에게 연락해 희정을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유희를 데리고 유희의 집에 갔다.
유희를 침대에 눕힌 후 자신도 희정과 유희를 기다리다가 마신 술로 인해 피곤한 몸을 잠시 쇼파에 쉬게 하겠다고 앉은것이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유희가 영호의 얼굴을 확인한 후 안심이 되는 듯 훈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아저씨가 훈이 안아줬어요.”
“왜?”
“엄마 기다리다가 나도 쇼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저씨가 번쩍 안아서 방에 눕혀 주었어, 그리고 옆에서 잠들 때까지 노래 불러줬어요.”
“노래?”
“응, 처음 듣는 노래인데, 노래 들으니까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났어?”
“음, 잘 모르겠어. 잠꾸러기 훈이가 오늘은 눈이 일찍 떠졌네..”
“엄마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어제 아줌마는 일찍 갔니?”
“한 열시쯤 가셨어, 엄마 곧 올거라고 하면서, 그런데 왜 그렇게 늦게 왔어, 무서워서 죽을뻔 했잖아.”
“미안, 미안, 이젠 안 늦을께. 우리 훈이 많이 무서웠겠구나.”
“그런데, 왜 아빠는 안와? 아빠 본지 너무 오래 됬다.”
품 속의 훈이를 꼭 껴 안으면서 유희는 최회장을 생각했다. 하지만 곧 머리를 흔들었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원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응, 아빠는 먼 곳에 가셨어. 아주 먼 곳이기 때문에 쉽게 오실수가 없데.”
“.....”
어느새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든 훈이를 살짝 침대에 내려놓은 유희는 옷을 갈아 입고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영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영호는 유희가 훈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생긴 문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허둥지둥 서둘러 유희의 집을 나섰다.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음을 알고는 당황했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영호는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처음 본 훈이가 너무나 귀여웠다.
가족....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이같은 귀여운 아들과 그리고..................
수많은 빌딩들, 마천루라 불러도 과히 어색하지 않은 여의도 앞의 빌딩숲을 바라보고 있는 강철식 전무는 마음이 착찹했다.
이인자...
강철식을 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꼬리표와 같은 말이었다.
학교에 다닐때도, 사회에 나와서도 단 한번도 일인자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건너편 반들반들한 유리로 된 빌딩에 비추어진 모습 또한 그러했다.
총 22층으로 이루어진 빌딩의 21층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
“강철식입니다.”
갑자기 울려온 핸드폰에 찍힌 낯선 전화번호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네요.”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다.
“누구시죠?”
“호호, 섭섭하네요. 이젠 내 목소리를 잊었나봐요.”
갑자기 강전무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사춘기의 소년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세..세영씨..아니..사모님...이 어쩐일로...?”
“그냥 세영이라 불러요.”
강전무는 상냥한 세영의 목소리에 마음마저도 들뜨기 시작했다.
“세영씨...”
“호호, 다른 것은 아니고요, 오늘 저녁이나 함께 할래요?”
강전무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네, 그러지요. 어디서?”
“다섯시까지 집으로 차 보내줘요.”
“아....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전무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갑자기 걸려 온 세영의 전화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런 것이었기에 강전무는 당황되었다.
“네, 전무님.”
“오늘 오후 스케줄 다 취소하고 정일에 연락해서 식사 예약해 놔, 6시쯤 갈거라고.”
“네, 알겠습니다.”
강전무는 일단 식당에 예약을 한 후 다시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와, 오빠... 이게 이렇게 되는거야? 호호, 난 그것도 모르고..”
철식은 책상머리에 앉아 호들갑을 떠는 세영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세영의 앞에 놓인 것은 중학교 3학년 수학 교과서였다.
세영이 유일하게 학년에 맞는 진도를 나가는 것은 예술 과목이었다. 음악, 미술, 체육..
그외의 공부들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텅빈 머리를 자랑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철식은 이상할 정도로 세영에게 빠져들었다.
평소 자신이 기분이 좋을때는 방금처럼 호들갑도 떨고 애교도 떨지만 한번 기분이 틀어지면 거의 마녀 수준이 되어 지상최고의 싸가지 없는 여자로 변하는 세영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같이 있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대학원 조교시절 과외요청에 의해 기업가의 딸이란 소리를 듣고 학생들에게 소개를 시켜주기 전 사전답사를 핑계로 재벌들의 생활을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들린 집에서 세영을 본 철식은 한순간에 세영에게 빠져 들었다.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의 나이였지만 세영은 철식에게 완벽한 여자로 비쳐졌다.
그 이후로 철식은 세영에게 철저한 봉사자였다.
전심을 다해 세영을 가르쳤고 세영의 부모에게도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세영 역시 똑똑한 철식을 잘 따르는 편이었기에 세영의 부모는 철식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그 결과 서울의 삼류대학이라도 갈수 있었음에 철식을 회사로 전격 채용하기까지 했다.
철식은 그 이후로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
최고의 학부를 차석으로 졸업한 수재답게 철식의 머리는 비상했고 회사에 큰 공헌도 여러번 했다.
회장의 신임과 더블어 철식의 노력과 능력은 회사에 인정을 받았고 회사에 들어온지 삼년만에, 그리고 삼십대 초반에 기획실의 실장을 맡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가끔 세영이 전화가 오면 만일을 제쳐 놓고 세영을 만났지만 세영은 어렸다.
단지 철식을 좋은 오빠정도로만 생각했고 공부만 한 철식의 행동 하나하나는 세영에게 고리타분함만 남겨주었었기에 세영이 철식을 찾는 이유는 단 한가지 용돈이거나 화풀이 상대가 필요할 때였다.
대학교에 들어가 더욱 활짝 핀 꽃처럼 피어난 세영의 모습은 철식에게는 거의 여신의 모습이었다.
적당히 부푼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잘 빠진 몸매 또한 철식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지만 가장 좋은 것은 세영의 얼굴이었다.
약간 싸가지 없이 위로 살짝 올라간 눈꼬리도, 오똑한 코도, 비웃음을 입가에 담은 선홍빛 입술도...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처음 보는 사람이면 조금 냉정해 보이고 싸가지 없어 보이는 그 의 얼굴을 볼때마다 철식은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
세영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은 철식만의 생각이었지만 사랑에 빠진 철식으로서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세영은 철식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세영을 위해 숨을 쉬고, 세영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았다.
세영을 위해 일을 했고 세영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어느날 하얀 면사포를 쓰고 너무나 아름다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세영의 옆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서 있음을 본 철식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아픔을 느꼈고 시간이 흐르자 자신이 세상을 무너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철식의 복수는 세영의 아버지였다.
매번 자신을 사위라고 부르던 회장은 자신을 배신하고 거래처 회사의 사장과 세영을 결혼시켰기에 철식이 느낀 배신감은 처절했다.
하지만 오년간 철식이 철저히 준비한 시나리오를 펴기도 전에 회장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철식의 복수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복수의 준비로 인한 결과로 철식은 회사를 상당부분 장악할 수 있었다.
워낙 능력이 좋고 수단이 좋았던 철식은 회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낙하산으로 떨어진 최회장을 신임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철식은 유일한 약점인 주식의 부족분에 대한 것만 어느 정도 확보되면 최회장을 자리에서 몰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세영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사실 회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철식의 최종 목적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세영이었다.
세영이 결혼하던 날이었다.
세영은 피로연에서 마신 술로 인해 호텔방으로 옮겨졌고 잠에 골아 떨어졌다.
최회장은 친구들의 성화 때문에 아래쪽에 있는 나이트로 내려갔다.
철식도 술에 무척이나 취한 상태였기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세영이 보고픈 마음에 세영의 방을 찾았다.
거래처의 하나였던 호텔이었기에 세영이 묶은 방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방에 들어선 철식은 커다란 침대에 널부러지듯이 누워있는 세영을 보았다.
가슴이 아파왔다.
세영의 침대에 걸터 앉은 철식은 물끄럼히 세영을 바라보았다.
어렸을적부터 보아 왔던 세영은 역시 아름다왔다.
신부화장이 약간 번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영은 아름답고 가슴을 아프게 했다.
철식의 손이 세영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가는 손가락이 철식의 손에 잡혔다.
술에 의해 가뜩이나 뜨거워진 몸이 심장의 고동 소리에 더욱 열이 올랐다.
철식의 손이 검정 원피스 아래 드러난 세영의 종아리에 얹어졌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픔을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철식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무릎 근처에 있는 원피스 자락을 손으로 밀면서 허벅지까지 천천히 올라간 철식의 손가락은 팽팽한 허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세영이 몸을 뒤척였다.
철식은 깜짝 놀라 손을 떼었지만 곧 숨을 고르게 쉬면서 잠에 취한 세영의 모습에 다시 손을 들어 세영의 허벅지를 만졌다.
철식의 가슴이 찌르는 듯이 아팠다.
너무나 기분 좋은 느낌, 너무나 사랑스런 세영의 몸이 철식의 아픈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철식의 손이 허벅지에서 떨어져 세영의 얼굴로 가져갔다.
손등으로 세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세영의 가는 속눈썹이 경련을 일으켰다.
철식은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더니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천천히 세영의 원피스 자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두개의 날씬한 다리 위쪽 작은 천에 눈을 맞추었다.
철식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천천히 팬티 양쪽에 손가락을 넣어 아래쪽으로 잡아당겼다.
눌린 엉덩이쪽에 걸려 쉽게 내려 오지 않는 팬티였지만 철식의 행동을 도와주려는 듯 옆으로 돌아누운 세영 때문에 팬티가 아래로 쉽게 빠졌고 철식의 손에 의해 그 작은 천 조각은 세영의 다리마져 벗어났다.
세영의 검은 보지털이 철식의 눈 아래 들어오자 철식의 눈이 더욱 붉어졌다.
조심스럽게 세영의 한쪽 다리를 밀자 세영이 자연스럽게 똑바로 누웠다.
술을 많이 마셔 괴로운듯 세영은 자주 뒤척였다.
철식의 손이 세영의 다리를 천천히 벌렸다.
검은 보지털 가운데 빨간 속살이 살짝 드러났다.
철식이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팬티까지 내린 철식은 이미 발기되어 공중을 향해 굳게 뻗은 자신의 자지에 침을 발랐다.
그리고 세영의 보지에 손가락에 침을 적셔 천천히 문질렀다.
철식이 침대에 올라 세영의 양쪽 다리를 겨드랑이에 끼었다.
그래도 세영은 깨지 않았다.
철식은 자신의 자지를 세영의 보지에 가져다 대었다.
잠시 그 자세에서 멈춘 철식이 세영의 얼굴을 바라본다.
세영은 아직도 정신이 없는 듯 몸을 뒤척이려 하지만 이젠 철식이 잡고 있는 다리로 인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참동안 세영을 바라보았던 철식이 결심을 한 듯 자지에 닿아 있는 보지를 쳐다본후 살짝 보지를 문질렀다.
침으로 미끈미끈해진 보지와 자지가 마찰을 일으키자 보지 안으로 귀두의 맨 끝부분이 살짝 들어갔다.
철식은 세영의 보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에 취한듯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
세영의 다리를 약간 더 벌리면서 철식의 엉덩이가 앞쪽으로 힘차게 들어갔다.
뻑뻑한 질의 느낌이 자지에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세영의 보지느낌이었다.
“아악...”
세영은 보지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을 깨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채 자신의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버렸다.
“자기 미쳤어? 그렇게 갑자기 그러면...어떻해?”
세영은 보지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살을 찌프렸다.
철식은 세영의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곧 이어 이어진 세영의 말에 최회장과 자주 관계를 갖았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함이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불같은 질투만이 남아버렸다.
철식은 거칠게 자지를 세영의 보지 안으로 밀어 붙였다.
“아..아파....아...아..”
세영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점점 낮아지더니 다른 색깔의 신음소리로 바뀌어갔다.
뻑뻑했던 보지에서 애액이 나와 고통을 줄여주니 세영은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평소와는 달리 거칠게 행동하는 최회장의 모습에서 흥분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원피스를 제치고 젖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그런 세영을 보면서 철식은 세영의 위로 넘어져 젖을 입에 물었다.
상큼하고 탱탱한 젖이 철식의 입 안 가득히 채웠다.
세영의 허리가 천천히 돌아갔다.
철식의 자지를 좀 더 깊게 느끼고 싶은 세영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입에 가득찬 세영의 젖 한가운데 유두를 철식의 이가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아...학...좋아.”
철식은 세영의 야한 신음소리와 행동에 금방 절정에 오르고 사정기가 돌았다.
“아...좋아.”
철식은 참아보려 했으나 술로 인해 조절이 어려웠다.
철식의 자지에서 뜨거운 정액이 세영의 보지 안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철식의 머리가 허공으로 젖혀졌다.
갑자기 철식의 움직임이 멈추자 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감은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술기운에 가물가물했지만 촞점이 맞추어진 순간 세영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보지 안에 자지를 박고 뜨겁게 움직이던 남자는 남편이 아닌 철식임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머리가 순간 하얗게 되어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세영 역시 철식이 자신을 많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샌님같은 철식에게선 남자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철식을 오빠처럼만 대혔었다.
그런데...이건 아니었다.
결혼 첫날인데.....
행복한 결혼생활의 시작이었는데....
순간 세영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짝”
벌떡 일어난 세영이 아직도 보지속에 자지를 넣은채 우두커니 있는 철식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철식의 자지에서 벗어난 다음 발로 차서 침대 밑으로 떨어트렸다.
“이 나쁜 자식,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오늘이 어떤 날인줄 알아? 이 미친 놈아.”
세영의 독기 서린 말에 철식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세영은 옷 매무새를 정리하지도 않고 침대 밑으로 내려와 철식을 발로 차고 손으로 때렸다. 흡사 미친 여자처럼 발광을 하면서 울부짖었다.
철식은 아무말도 못한 채 웅크리고 세영의 행동을 감내했다.
한동안 미친 여자처럼 굴던 세영이 손을 멈췄다.
“빨리 내 앞에서 사라져, 그리고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마. 난 너를 저주할꺼야.”
세영의 독한 말을 들으면서 철식은 멍한 표정으로 세영의 방을 나섰다.
그리고 힘이 하나도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세영은 철식이 나가자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철식에 대한 분노가 진정되면서 지금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열고 방 안 가득 차 있는 땀냄새와 시큼한 정액 냄새를 뺐다.
그리고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
약간 차가운 물을 틀으니 정신이 돌아왔다.
손을 아래에 넣어 보지 안을 휘저었다.
철식의 끈적한 정액이 흘러 나와 세영의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나쁜 놈, 나쁜 놈.....”
세영의 머리속엔 표정이 하나도 없는 멍한 모습으로 나가는 철식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삼학년 이후로 철식과 있었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을 꼽는다면 부모님보다 오히려 철식이었다.
자신의 어떤 모습도 철식은 아끼고 사랑했다.
처음에는 그런 철식이 고맙기도 했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철식의 모습에 점점 익숙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철식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철식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원래도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세영은 철식에게만은 철저하게 이기주의였다.
베푸는 것 하나 없이 받기만 했다.
자신이 옆에 있어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철식은 황송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는 결혼식 날 자신을 강간한 철식을 용서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의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세영은 종종 철식이 생각났다.
최회장이 자신에게 하는 것을 보면서 철식은 이렇게 했을텐데 하고 생각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철저한 자기편, 철저한 자기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가 생각이 났다.
강간....
이제 세영에게 그건 큰 일이 아니었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벌려주는 보지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육체적 쾌락, 김실장을 만난 이후로 육체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즐기고 좋았으나 큰 쾌락 후에 오는 정신적 공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유희라는 남편의 여자를 알고 난 후 더욱 그 마음은 커져갔다.
세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돈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눈가에는 작은 주름들이 생겨 있었다.
약간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똑했던 유두가 이젠 약간 아래쪽을 향해 있었다.
아랫배의 살들도 많이 연해져갔다.
세영은 집을 나섰다.
그리고 단골로 되있는 헤어샵으로 차를 돌렸다.
“사모님 정말 예쁘세요.”
디자이너의 칭찬에 세영은 거울 앞에서 연신 앞뒤태를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늘 회장님과 데이트라도 하시나 봐요...호호.”
세영은 문득 최회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 앉았다.
유희건 이후로 세영은 최회장을 마음 속에서 서서히 지워 나갔다.
결혼 후 회사일로 바빠 일주일에 한번 잠자리를 하던 것이 벌써 몇년 전부터는 같이 자지도 않았다.
나름대로 회사일 때문이려니 하고 이해했는데 다른 여자랑 산다는 말에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남의 남자를 빼앗는 유희란 여자는 용서할 수 없었다.
분명히 별로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최회장의 성격으로 봐서는 유희란 여자가 꼬리를 쳤음이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세영은 마음이 설레였다.
그렇게 저주하고 증오하리라고 생각했던 철식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콧노래까지 나왔다.
‘아직도 날 생각하고 있을까...’
전화에서 세영은 떨리는 철식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세영은 혼자서 그렇게 결정을 보았다.
철식은 세영이 문을 열고 나오자 가슴이 쾅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여전히 아름다왔다.
그 아름다운 세영이 사뿐사뿐 차로 걸어왔다.
“타세요.”
회장의 사모님, 존대말을 해야 하는 존재였다.
철식의 어색한 존대말에 싱긋 웃음을 보여준 세영이 차 안으로 들어갔다.
철식이 옆에 타자 차는 출발했다.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알고 있는 듯 기사는 열심히 운전을 했다.
“오랜만이네요.”
“네....”
말이 필요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철식의 눈에선 갈망과 애정, 그리고 갈등이 담겨있음을 세영은 알았다.
그렇게 똑똑하고 능력있는 철식이 세영 앞에선 감정 하나도 감추지 못하는 이미 바보가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오빠, 잘 지냈어?”
세영은 평소 철식을 오빠로 불렀다.
“으...응.”
“나, 세영이야, 세영이. 바보처럼 굴지마.”
세영의 강한 어조에 철식이 움찔했다.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철식의 모습에 세영은 웃음이 나왔다.
“귀엽네, 원래 이 남자가 이렇게 귀여웠나...”
“그때일은...”
“그만... 그건 이야기 하지마..듣고 싶지 않아.”
갑자기 얼굴을 굳히면서 말을 자르는 세영의 서슬이 시퍼렇게 느껴졌다.
철식이 얼굴을 푹 숙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정말 아무일도. 그렇게 생각할거야.”
세영의 말에 철식이 고개를 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아무일도 없었던 거야. 오빠랑 나랑은! 알았지?
세영의 말에 고개를 정신없이 끄떡거리는 철식이었다.
“세영이 배 고파, 맛난거 시켜줘.”
“그래.”
철식은 이어지는 세영의 말에 당황해서 허둥지둥댔다.
“여기 주문한것 가져와.”
철식은 세영이 무엇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다.
음식은 일식을 주로 좋아했고 보라색의 옷을 좋아했다.
신발은 예쁜 종아리를 강조하는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었고 심지어 얼굴에 바르는 파우더의 호수도 알고 있었다.
발 사이즈가 얼마이며 속옷 치수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바뀐 것들은 알지 못했지만 결혼하기 전에 멈춘 세영과의 모든 기억을 철식은 가지고 있었다.
세영의 말에 의해 십여년 이상 갖어왔던 죄책감이 사라지자 철식은 예전에 있었던 세영과의 일들에 대해 천천히 회상했다.
세영은 철식의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자신을 좋아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신도 알지못하는 습관, 버릇, 그리고 사소한 기념일과 성향조차도 이 사람은 기억하고 있었다.
가지런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면서 세영은 오늘의 식사도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도 자신의 입맛에 딱 맞았다.
왠지 흐믓해지는 기분을 느낀 세영은 가만히 철식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었나....’
하지만 정신을 차린 세영은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향이 좋은 커피 한잔을 앞에 둔 세영은 철식에게 말을 꺼냈다.
“강전무님, 아니 오빠... 나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진지해진 세영의 말투가 존대로 변했다.
“부탁? 무슨 부탁이 있길래...”
세영은 최회장의 외도에서부터 자신과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에게 해가 되는 유희와의 관계나 그 외의 것들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랬구나.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철식의 한마디는 말 그대로 세영을 걱정해주는 연민이 담긴 말이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니?”
“오빠.. 나, 회사 가질래요. 더 이상 그 사람하고 연관되는거 싫어요, 이대로 살 수 없어요.”
“............”
“오빠, 솔직히 얼마나 심각하면 내가 오빠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요. 사실 나 그 날 이후로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오빠를 용서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오빠가 날 도와 준다면...오빠를 용서할 수 있을것 같아요. 그리고.... 오빠를 다시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철식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철식은 그 날 이후로 얼마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는지 몰랐다. 최소한 보고 싶을때 볼수는 있었을텐데... 그 사건 이후로 철식은 세영을 마음에 품고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 갈증이 풀리려는 느낌이 왔다.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지?”
“오빠 주식 지분을 저한테 주세요. 나중에 일이 끝난 후 돌려 드릴께요. 계약서도 써드릴께요.”
철식은 그따위 주식은 아무래도 좋았다. 세영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건 그렇게 하도록 하자. 어차피..그건 널 위해....”
말꼬리를 흐리는 철식을 보면서 세영은 그 다음 이어질 말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 없는 세영이라도 말이다.
“오빠....”
“그래, 걱장말아.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난 너의 편이 될거야. 언제까지라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세영을 바라보는 철식의 눈길이 따사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