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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 에필로그

관리자 0 4833
벌써 12월. 어느새 겨울이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꺼워져만 간다.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겨울 방학이구나…’



일요일 밤. 막 잠자리에 들어가려고 하던 찬승은 벽에 달력을 보고는 벌써 2학년도 끝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 다음 주면 기말고사야….’



겨울 방학이 다가오는 만큼 기말고사도 다가오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바로 방학이긴 하겠지만 그 관문을 넘어야 즐거운 나날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끔찍하기만 하다.



‘내일부터 민조한테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자고 해야지.’



민조와 함께 하는 공부라면 절대 지겹지 않다. 아니 매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찬승은 그런 생각으로 즐겁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



찬승은 월요일부터 민조와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월요일엔 학교를 안 나오는 민조가 찬승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일부러 학교에 나오는 수고를 한 것이다.

찬승은 그녀와 함께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지겹지도 않았고, 졸리지도 않았다. 다만 너무나도 예쁜 그녀와 함께 있으니 집중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로 들어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깊은 키스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수요일. 오늘도 역시 찬승은 민조와 함께 빈 강의실로 들어와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으응….”



민조가 찬승의 손길에 옅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찬승의 손이 자신의 옷 안으로 들어오며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암…. 찬승아….”



민조는 자신의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는 찬승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오늘의 찬승은 평소와 좀 다르게 느껴졌다.

역시나…. 민조의 가슴을 주무르던 찬승의 손이 그녀의 검정색 스커트 안으로 들어갔다. 키스를 하던 민조가 화들짝 놀라 입술을 떼며 말했다.



“자, 잠깐! 여기 강의실이야….”



“그래도…. 사람 안 오잖아. 하고 싶어 나….”



찬승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민조의 손을 힘으로 눌렀다. 민조의 손을 이긴 찬승의 손이 기어코 검정색 스커트 안으로 들어간다.



“하응…!”



찬승의 손이 민조의 가랑이 사이를 눌렀다. 스타킹과 팬티를 통해 그녀의 은밀한 부분의 열기가 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찬승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열심히 꾹꾹 누르고, 문질렀다. 그러자 점차적으로 민조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간다.



“하아, 하아, 하아….”



민조는 찬승을 꼭 끌어안으며 매달리다시피 하며 서 있었다.

잠시간 동안 민조의 가랑이 사이를 꾹꾹 누르던 찬승은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해도 되지?”



“…응.”



찬승의 물음에 민조의 수줍은 승낙이 떨어졌다.

찬승은 민조를 돌려 세우며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게 하였다. 그리고 검정색 스커트를 들추고 스타킹과 팬티를 내렸다. 그러자 복숭아 속살마냥 뽀얀 그녀의 엉덩이가 드러난다.

찬승도 민조의 하얀 엉덩이를 보며 서둘러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커다랗게 발기 된 자지를 붙잡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보지로 밀어 넣는다.



“아흑…!”



민조가 고개를 젖히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찬승의 허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앙, 하윽…. 아으흥….”



조용하던 빈 강의실 안에 민조의 열 오른 신음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아으응, 응, 응…. 찬승아…. 응, 아응…!”



찬승의 허리 움직임이 점차적으로 빨라진다. 퍽퍽 거리며 두 남녀의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강의실 안에 크게 울려 퍼진다. 민조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잡고 있는 찬승의 손을 살짝 잡는다.



“아응, 으으읍…. 으으응읍…!”



민조는 점점 높아져가는 신음소리를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러나 자신의 보지를 거칠게 들락날락하는 찬승의 자지에 신음소리를 참기도 굉장히 버거운 상태였다.

민조가 힘겹게 뒤를 돌아본다



“아으읍으응…. 차, 찬승아 빨리 끝내….”



“응, 응…!”



민조의 말에 찬승은 더욱더 움직임을 빨리 하였다.



“하악…!”



민조는 결국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푹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민조의 보지에 박아대던 찬승은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는 입을 열었다.



“쌀게.”



“응, 응…. 바, 밖에.”



민조는 대답하기도 버거운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민조의 대답을 들은 찬승은 마지막으로 힘을 주어 그녀의 보지에 거칠게 박고는 급하게 자지를 뺐다. 굵은 자지가 꿈틀거리며 허연 정액을 토해낸다.



“헉, 헉….”



찬승은 자지를 민조의 하얀 엉덩이에 댄 채 몇 번을 쥐어짜 남은 정액을 내보냈다. 찬승의 사정이 끝났음을 느낀 민조가 뒤를 돌아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 옷에 묻었지?”



그녀의 말 대로였다. 찬승의 허연 정액이 민조의 검정 스커트에 끈적이게 달라붙은 것이다.



“응. 너 치마에….”



“정말? 으씽…. 빨리 휴지 갖다 줘.”



찬승은 재빨리 옆 화장실에서 휴지를 가지고 왔다. 그때까지도 민조는 스타킹과 팬티를 올리지 않고 하얀 엉덩이를 내놓은 채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찬승은 민조의 검정 스커트에 묻은 자신의 허연 정액을 닦았다. 하지만 검정 스커트라 그런지 약간의 자국이 남는다.



“자국이 남는데…. 그래도 스커트 안쪽이니까 안 보일 거야.”



찬승의 말에 민조는 스타킹과 팬티를 올리며 눈을 흘겼다.



“흥. 바보….”



“윽. 화났어?”



찬승은 자신을 째려보는 민조에게 다급하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한동안 찬승을 째려보던 민조는 이윽고 배시시 웃더니 찬승의 품에 안긴다.



“강의실에서 하는 거 꽤 짜릿하네…. 킥킥.”



*



금요일. 찬승은 학교에서 민조와 함께 공부를 하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놀고 싶은 유혹도 다음 주가 시험이라는 생각으로 접어두고 민조와 헤어지고 오는 길이었다.

집 앞까지 왔을 무렵 찬승의 핸드폰이 울린다. 민조이겠거니 하며 핸드폰을 열었지만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번호다. 하지만 무척이나 눈에 익은 번호. 헤어진 지 1년도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전화기가 아닌 머릿속엔 변함없이 등록되어 있는 번호였다.



‘은설이잖아….’



그녀가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 전화를 걸었을까…? 찬승은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찬승아!]



“응, 응…. 안녕.”



[이야. 내 목소리 잊지 않았구나. 못 맞힐 줄 알았는데.]



“응. 뭐…. 그래….”



[지금 뭐해? 혹시 시간 있니?]



“지금? 왜?”



[아니 시간 있으면 오랜만에 잠깐 만날까 해서….]



결국 찬승은 은설과 만나게 되었다. 사적인 감정이나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나간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을 떠나갔어도 첫 여자친구인데다가 처음으로 여자를 알게 해준 사람인 것이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만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피하거나 잊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어찌됐든 찬승을 본 은설은 대뜸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였다.



“잘 지냈지? 뭐하고 지내?”



술집 테이블에 양 팔을 올려놓은 은설은 얼굴에 웃음을 띠우고 그렇게 물었다.



“그냥…. 다음 주에 기말고사라 공부하고 있어.”



“아 그렇지. 난 시험 없는데.”



“그래…. 좋겠다.”



은설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밝았지만 찬승의 목소리는 그렇지 못하였다. 그녀에 대한 미련이 이제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떠나간 여자 앞에서 밝게 웃으며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은설은 그런 찬승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있니? 너 04학번에 지현이란 후배랑 한참 다니는 것 같더니만 그 애 다른 남자애랑 사귀더라?”



은설의 말에 찬승은 지현과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와의 하룻밤 꿈같던 시간….



“지현이는 그냥 후배였는데 뭐….”



그래 정말 후배였다. 그리고 자신에겐 정말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 있어. 디예과 02학번.”



“아. 그래….”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은설의 아쉬움이 눈에 띄게 표출된다. 그러나 이내 살짝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난 얼마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아…. 그랬구나….”



은설의 이야기를 들은 찬승은 축제 때를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다정하게 서로의 허리를 감싼 채 재미있게 축제를 즐겼었는데 헤어졌단다.

그러나 은설은 이제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또 다시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래서 옛 남자친구에게 위로나 받을까 하고 찾아왔는데 새 여자친구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배만 아픈데….”



은설의 장난스런 말에 찬승도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은설은 무척이나 술을 많이 마셨다. 찬승은 적당히 분위기를 봐가며 조금씩 조절했지만 은설은 뭐가 그리 급한지 말 그대로 술을 들이 붓고 있었다.

점점 은설 혼자서 술을 마시다시피 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찬승은 이제 갈 시간도 되었고 그녀도 취한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하였다.

술집 밖으로 나오자 은설이 연신 비틀거리며 찬승에게 매달린다. 찬승은 술에 취한 그녀를 버려둘 수도 없는지라 살짝 부축한 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은설은 힘을 주어 버티며 집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



“나 안가.”



“뭐? 너 취했는데 얼른 가야지.”



“나 저기 갈래.”



혀 꼬인 목소리로 은설이 가리킨 곳은 모텔이었다. 당황한 찬승은 황당한 표정으로 은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은설은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멍하니 모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저기 갈래. 같이 가자.”



다시 한 번 재촉하는 은설에게 찬승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난 안가. 내가 저길 너랑 왜가?”



“뭘 그렇게 민감하게 굴어? 그냥 데려다만 달라고 난 취해서 저기서 잘 테니까 넌 그냥 데려다 주고 가면 되.”



은설이 그렇게 말을 하자 찬승은 괜스레 자신이 유난을 떤 것 같아 민망해졌다.



결국 찬승은 은설과 함께 모텔로 들어오게 되었다. 방에 들어서자 은설이 침대에 앉으며 즐겁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렇게 너랑 여기 오니까 막 옛날 생각나고 그런다. 그치?”



옛날 생각이라면 둘이 섹스를 했던 생각일 것이다.



“난 생각 안나.”



찬승은 이야기를 그런 쪽으로 이끌어가다 보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일부러 생각 안 난다고 잘라 말했다.



“칫…. 까칠하긴.”



은설은 입을 삐죽이더니 벌떡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거침없이 찬승을 끌어안는다.



“왜, 왜 이래?”



당황한 찬승은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밀어 내려 했지만 워낙에 꽉 안고 있어서 약간 힘을 준 것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은설은 찬승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하지만 찬승은 자신의 입술을 찾는 그녀의 입술을 피했다.



“이러지마….”



“하아…. 너 나랑 하는 거 되게 좋아했잖아….”



은설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집요하게 찬승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하지마.”



점점 찬승의 말투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하지만 술에 취했는지, 흥분했는지 상황파악을 잘 못하고 있는 은설은 급기야 찬승의 자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나 오늘 너랑 하고 싶어. 이것 좀 넣어줘…. 응?”



토할 것 같다…. 지금 찬승이 느끼는 심정이었다. 은설이 자신의 자지를 만지고 있었지만 흥분은커녕 발기도 되지 않는다. 술에 취해 흥분한 채로 자신에게 매달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추해보였다.

찬승의 자지를 주무르던 은설은 급기야 찬승의 바지를 벗기려 한다. 참고 있었던 찬승은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그녀를 침대로 밀치며 화를 낸다.



“하지 말라고!”



침대에 주저앉은 은설은 놀라 멍하니 찬승을 바라봤다.



“너, 너…. 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랑 사귈 때 니가 내 보지에 몇 십번이나 박은 거 생각 안나?”



술에 취한 은설은 자신이 먼저 찬승을 찼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막말을 하고 있었다. 찬승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잠시간 그녀를 노려보던 찬승은 아무 말 없이 모텔 방을 빠져 나왔다. 등 뒤로 그녀의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이 있었지만 쫓아오지는 않는다.



모텔을 빠져 나온 찬승은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아 씨발….”



욕이 저절로 나왔다. 눈물도 함께 저절로 나온다.

은설만큼은…. 자신이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이자 자신과 처음으로 관계를 가진 여자인 은설만큼은 정말 슬프도록 아름답고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씨발 근데 이게 뭐야….’



결국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녀의 욕구를 풀어줄 남자였던 것이다. 예전에 술에 취해서 찬승에게 보여주었던 모습은 모두 진짜였던 것이다.

눈물을 닦으며 걷던 찬승은 갑자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쳇….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 전에 사랑은 까맣게 잊어버린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맞구나. 전에는 꽤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런 유혹에도 아무렇지 않잖아….’



갑자기 민조가 그리워졌다. 자신이 사랑하는 천사…. 찬승은 지체 없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찬승아.]



“민조야….”



[응?]



“사랑해….”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찬승은 계속해서 민조에게 사랑한다고 되뇌었다. 민조가 무슨 말을 하든 찬승의 대답은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결국 민조가 소리를 버럭 지르고 나서야 웃으며 그녀와 통화를 한 찬승이었다.



*



찬승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온 일요일 밤이다. 다음 날부터 기말고사가 시작하긴 하지만 찬승은 뭐가 그리 바쁜 일이 있는지 헤드폰을 착용한 채 컴퓨터 앞에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한참을 집중해서 마우스를 조작하던 찬승은 이윽고 뿌듯한 표정으로 헤드폰을 벗었다.



“드디어, 드디어…. 완성이다-!”



몇 달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찬승의 세레나데 곡이 완성된 것이다. 내일부터 시험 시작이지만 완성이 코앞으로 다가온 자신의 역작을 내버려둘 수 없어 기어코 완성을 시킨 것이다.



“서희야. 서희야!”



찬승은 거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잠시 후 여동생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응? 왜?”



“이거 들어 봐.”



찬승은 스피커에서 헤드폰을 빼내고 세레나데를 재생시켰다. 그러자 컴퓨터 스피커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전에는 피아노 연주 부분만 들어 있었지만 이번엔 각종 악기를 풍성하게 입혀 훨씬 감동적인 느낌이 밀려든다.

세레나데를 듣고 난 서희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정말 좋다. 이 노래….”



서희의 반응을 본 찬승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지? 좋지?”



“응. 진짜 좋다. 피아노 부분만 있어도 그 나름대로의 순수한 느낌이 들 것 같아. 뭐 지금도 좋긴 하지만….”



“후후…. 으하하. 으하하하-!”



서희의 칭찬에 찬승은 기쁨의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잠자리에 들기 위해 자리에 누운 찬승은 자신이 만든 세레나데를 나중에 민조에게 들려줄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뿌듯해 잠이 오질 않았다. 세레나데를 떠올리다 보니 그녀에게 사주려고 마음먹었던 반지가 생각난다. 찬승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서랍을 열어 통장을 꺼냈다. 현금으로 모으면 여기저기 쓸 것 같아 통장을 만들어 그곳에 돈을 넣고 있는 중이었다.

찬승은 통장의 액수를 들여다보고 달력을 한 번 보고는 고민에 빠졌다.



‘으음…. 21일에 이번 달 급료 받으면…. 아 조금 모자라려나…. 그럼 시험 끝나고 단기 알바라도 뛰어서 크리스마스 때 선물 해줘야지. 그리고 내가 알바하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로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거야….’



“우쿠후후우쿠우후쿠쿡.”



찬승은 자신의 완벽한 계획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워 뿌듯함을 참지 못하고 기괴한 웃음을 터트렸다.



*



기말고사가 시작 되었다. 민조와 함께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찬승인지라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으나, 마음만은 이미 시험이 끝나고 민조와 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한 과목, 한 과목 기말고사를 치르던 찬승은 수요일 밤 민경준 선배에게 연락을 받게 되었다.



[야. 뭐하고 지내. 잘 지내냐?]



“아. 선배 오랜만이에요. 전 뭐 요즘 기말고사가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 학생은 당연히 그렇게 공부해야지. 야 너 이번 주에 시험 끝나지? 저번 여름바다 여행 멤버 다시 뭉쳐야지.]



그러고 보니 여름바다 여행이 끝나고 경준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야 우리 겨울 방학 때는 각자 여자친구 만들어서 모이는 거다. 솔로는 초대 안한다.]



‘맞다. 겨울 방학 때 또 한 번 뭉치기로 했었지….’



찬승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는 재빨리 말했다.



“하하. 당연히 뭉쳐야죠. 전 언제든지 콜입니다.”



[그래. 너 인마 그럼 여자친구는 만들었겠지? 나뿐만 아니라 용찬, 진호도 모두 여자친구 만들었다.]



경준의 말에 찬승은 웃음이 나왔다. 그 누구의 어떤 여자친구보다도 가장 예쁜 자신의 여자친구인 민조를 떠올리자 자기도 모르게 승리의 미소가 지어진 것이다.



“후후. 당연하죠.”



결국 이번 주 토요일 각자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평창동에 있는 청송으로 모이기로 약속했다.



*



토요일. 찬승은 경준과의 약속대로 저녁 시간쯤에 맞춰 민조와 함께 평창동에 있는 선배의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수요일 날 선배와 약속을 잡고 민조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녀는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다들 여자친구 데리고 온다는데 찬승이만 꿀리게 할 수는 없지.”



찬승은 그런 그녀의 말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다.

버스를 타고 가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도중 경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선배가 그렇게 잘 살아?”



민조의 질문에 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금 가고 있는 청송의 대표 둘째 아들이니까. 뭐…. 장자로서의 부담도 없이 놀기만 하면 되니까 최고지….”



찬승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잠시 후 청송에 도착하였다.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의 고급스러움에 민조가 놀라움을 표시했다.



“으와…. 식당 장난 아니네.”



“그치? 난 벌써 오늘로 세 번째다. 그때마다 공짜로 먹었지.”



“바보. 자랑이다.”



민조가 쿡쿡 웃으며 찬승을 놀렸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이미 모두들 모여 있었다. 역시나 여름바다에 함께 갔던 경준, 용찬, 진호만 있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들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응. 찬승이 왔냐.”



경준은 찬승을 반갑게 맞아 들였다.

자리에 앉아 각자 소개를 하자 찬승은 문득 민조의 아름다움에 뿌듯한 자부심이 생겼다. 세 명의 선배들의 여자친구보다도 자신의 여자친구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예쁜 것이다.



‘역시…. 민조가 최고라니까….’



찬승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민조를 보며 연신 히죽거렸다.

전채를 시작으로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술도 나왔는데 보통 술이 아니라 주변에서 보기 힘든 귀한 전통주였다. 찬승은 청아한 빛을 띠는 청자에 담긴 전통주를 연신 홀짝 거리며 민조에게 물었다.



“맛있지?”



“응. 진짜 맛있다. 근데 이거 정말 공짜로 먹어도 되는 거야?”



“응. 당연하지. 많이 먹어.”



그때 찬승과 민조의 대화를 들었는지 경준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하. 많이 드세요. 괜찮습니다. 민조씨라고 했죠?”



“예….”



“찬승이 이 녀석이 연락도 안하고 뭐하고 지내나 했더니 예쁜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그랬군요.”



“예? 하하…. 예….”



민조는 경준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경준의 여자친구는 유명한 교대를 나와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었다. 집안도 꽤나 잘산다고 한다. 얼굴도 꽤 예쁘장하고 몸매도 좋았지만 찬승이 보기엔 민조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키는 경준의 여자친구가 더 컸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은 민조가 압도적이었다.

용찬과 진호의 여자친구는 평범한 회사원이란다. 외모도 평범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찬승은 이 자리에 있으면 있을수록 민조에 대한 자부심으로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하고 경준이 모두들에게 제안을 했다.



“여기 근처에 노래방 있는데 노래방 가자.”



경준이 모두를 데리고 간 노래방은 일반적으로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노래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요주점 같이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아닌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나는 노래방이었다.



“동네 오천 원짜리 노래방과는 너무 다른데?”



찬승의 말에 민조가 쿡쿡 웃었다.

다들 일어나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가 고조되던 도중 민조의 차례가 되었다. 수줍게 자리에서 일어난 민조는 느릿한 발라드 곡을 불렀다. 다들 처음엔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름다운 모습과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민조에게 열광을 하였다. 물론 남자들만….

찬승은 민조의 노래에 흠뻑 취했다. 그녀의 노래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민조랑 노래방은 한 번도 안 가봤네. 노래 너무 잘하자나…. 내가 피아노로 연주하고 민조가 노래 부르면…. 정말 환상의 커플이다.’



찬승은 민조의 아름다운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노래방에서 나오자 꽤 늦은 시간이 되었다. 경준은 그냥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운지 자기 오피스텔에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제안하였다.

찬승이 민조에게 의사를 물어보자 그녀는 괜찮다고 허락하였다. 그러나 진호의 여자친구는 가야 한다고 하기에 진호는 여자친구와 함께 일행들과 헤어졌다.

경준이 혼자 산다는 오피스텔은 혼자 살기엔 너무나도 크고 고급스러웠다. 여섯 명은 부엌 식탁에 둘러 앉아 경준이 꺼내 온 양주를 마셨다. 아까 식당에서 꽤 독한 전통주를 많이 마신 상태에서 그보다 더 독한 양주를 마시기 시작하니 여섯 명은 너나 할 것 없이 조금씩 취해가기 시작했다.

찬승도 옆에서 꾸벅꾸벅 머리를 떨어뜨리는 민조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응? 응…. 헤헤.”



민조는 찬승에게 괜찮다는 듯 빙긋 웃어 보였다.

결국 그렇게 술을 마시던 일행들은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오피스텔의 거실에서 이리저리 널브러져 자게 되었다.



…찬승은 그날 꿈을 꾸었다.

아직도 깊숙한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눈을 뜨자 여전히 경준 선배의 오피스텔이다. 주위에 이리저리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들…. 변한 것은 없다. 아니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곁에서 가벼운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던 민조가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방에서 숨찬 소리가 들려온다.

찬승은 무언가에 이끌리 듯 그곳으로 향했다.

조금 열려 있는 문틈으로 어두운 방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경준 선배의 모습.

그리고 그 아래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민조의 모습.

꿈이잖아….



“헉, 헉…. 쌀게….”



경준 선배의 말에 민조의 달뜬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흑…! 예…. 안에다가 싸도 괜찮아요….”



…꿈도 이런 악몽이 없다.

얼른 마저 잠을 자고 일어나야지….

그래야 이 말도 안 되는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나지….

찬승은 몽유병에 걸린 사람 마냥 제자리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얼른 자고 일어나자. 빨리 푹 자고 이 지옥 같은 악몽에서 벗어나자….



다음 날 찬승이 밝은 햇살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자신의 숨이 닿을 거리에서 평온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는 민조의 아기 같은 얼굴이었다.

찬승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 어제의 악몽이 떠올랐다.



‘휴…. 역시 꿈이었구나. 그런 꿈을 꾸다니….’



찬승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민조에게 감히 꿈에 대해 묻지 못했다. 꿈이라도 너무나 끔찍한 내용이었고, 만약…. 정말 만에 하나 사실이라 해도 그녀가…, 사랑하는 그녀가 곤란해 할 것 같아 한 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다.

…꿈이겠지. 꿈일 거야. 아니 꿈이어야만 한다.



*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온 거리는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로 들떠있다.



“응. 응. 지금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 그래 알았어. 이따 또 연락할게.”



찬승은 민조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그러나 찬승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활기차게 말했다.



“야 빨리 다시 돌리자!”



며칠 전부터 민조를 만나지도 않고 단기 아르바이트란 아르바이트는 모조리 해치우고 있는 찬승이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는 사람이 많으면 금방 끝내기에 이번에 갓 제대한 친구들까지 동원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보수는 돈이 아니었다.



“너 인마 나중에 꼭 새끼 쳐라.”



친구 녀석이 전단지를 들고 다른 곳으로 달려가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였다. 그리고 그때 맞춰 민조에게 반지를 선물해주기 위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었다.

추운 날씨에 벌벌 떨며 고깃집 앞에서 주차유도를 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소주인형을 뒤집어쓴 채 예쁜 모델을 따라다니며 소주 홍보에 나서기도 하였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고생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보던 반지를 몰래 구입해 그녀의 새하얀 손가락에 말없이 끼워줄 생각을 하니 오히려 지금 상황이 기쁠 정도였다.



‘그리고 나의 세레나데를….’



찬승은 민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세레나데를 연주해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온 몸이 짜릿짜릿하다.

그때 찬승의 망상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니? 안 따라와?”



“예? 예.”



찬승은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델을 열심히 뒤따라갔다. 아니 찬승이 아니라 소주병 모양의 인형이었다.



*



“누나 아셨죠? 이따가 제가 일어나면 연주하던 곡 마무리하고 저한테 넘겨주셔야 해요.”



“그래. 알았어. 몇 번이나 말하니. 잘하기나 해.”



찬승은 연신 고맙다며 허리를 꾸벅꾸벅 숙였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다. 그리고 이곳은 찬승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였다. 원래 오늘은 일요일이라 찬승이 연주를 하는 날이었지만 매니저에게 자신의 사정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겨우 뺀 것이다. 매니저도 사람인지라 찬승의 이야기를 듣고는 잘하라며 파이팅까지 해주었다.

그래서 지금 자기 대신 저녁연주를 하게 된 누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이따 자신이 딱 한 곡만 연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누나는 원래 평일 연주 담당이었지만 저번에 한 번 본적이 있어 부탁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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