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box - 3부
관리자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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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1
2019.05.01 04:41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어..진동으로 해놨는데, 자느라 몰랐어."
"난 또, 걱정했잖아..안그래도 너 혼자사는거 불안한데.."
"내가 모 애냐..글고 대낮에 걱정은 무슨.."
"암튼 나 곧 퇴근해. 집으로 갈께. 뭐 사갈까? 뭐 먹을래"
"아니 됐어. 몸이 좀 안좋네..내일 보자. 너도 피곤할텐데 일찍 가서 쉬어"
"어디가..어디 아파?"
"아냐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그래..괜찮으니까 걱정말구, 잘 들어가"
막 민우오빠를 돌려보내고, 4통의 부재중전화를 확인했다.
준호의 목소리를 듣자, 미안한 마음에 목소리가 떨렸지만, 막상 집으로 온다니, 불편한 마음에 차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뭐지... 이 설레임은...8년전 준호에게서 느꼈던 남자의 향기, 가슴 터질듯한 설레임...
그후로 까마득히 잊고 있던, 소중한 나의 감성.
주무르고 주물러 문드러진 포도알처럼, 향기없고 맛도 없는 나의 로맨스는, 생각치도 원치도 않은 순간에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봄내음에 취해 사랑을 꿈꾸던, 스므살 신입생만큼의 상큼함은 없지만, 갑자기 찾아온 두근거림은 사랑을 위해 모든걸 바칠 준비가된 여자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가슴은 빠르게 뛰고 있고, 코끝에선 꽃향기가 나는 듯 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 속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나는, 꽃밭에 누운 소녀가 되어 지쳐 잠이 들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땐, 이미 창밖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코끝의 꽃향기는 온데간데 없고, 끈끈한 땀냄새와 정액의 비릿한 향이 방안에 가득했다.
몸을 일으키려하자, 허벅지가 당기고 항문이 아파왔다.
"어. 일어났어?"
언제 왔는지..준호가 방안을 치우고 있다. 싱크대에 쌓여있던 그릇들은 보이지 않고....
"몇시야?"
"9시쯤, 배 안고파?"
"쫌.."
"머리는 좀 나아졌어?"
"응 한결나아졌어"
"밥이 없더라, 밥할까?"
"아니..귀찮게. 피자나 시켜줘"
피자는 40분후에 도착했지만, 그동안 우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준호는 담배를 두대나 피워댔고, 난 혹시나 민우오빠의 흔적이 있을까,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이미 방안은 준호가 깨끗이 정리해 놓은 후였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 통에 전혀 뒷정리를 하지 못했다.
특별히 콘돔같은 것이 남아있을것도 아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든 남기 마련이니까...불안했다.
난 화장실에가 문을 잠그고, 역시 있을지 모를 오빠의 흔적을 찾았다. 별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방으로 왔을 때, 준호는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런...침대보에 묻어있을지 모를 정액...아마 다 말랐겠지...봤을까...
난 다시 침대에 올라 이불을 덮으며, 슬쩍 누워있던 자리를 확인했는데, 물기를 머금은 정액자국과 몇가닥의 털이 눈에 들어왔다.
준호가 옆에 있는데 그걸 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대로 이불을 덮고 모른척 하고 있었다.
이걸 본건지, 못본건지...잠에서 깨 처음 봤을때나 지금이나 표정에 변화가 없다.
피자를 먹으면서도, 방안은 조용했다. 그저 음식먹는 쩝.쩝..음식씹는 소리뿐...
피자 한조각을 거의 먹어갈때쯤, 이 정적이 고문처럼 느껴져, TV를 켰다. 누군지도 모르는 개그맨들이 웃고 떠들고...
목이 매여 콜라 한잔을 다 마셨다. 그래도 목이 매였다. 또 마시고, 또 마시고.
목이 따가웠다. 톡 쏘는 콜라에 코 끝이 찌릿했고, 한잔 더 마시자 콧물이 나왔다.
콜라가 얼마나 톡 쏘는지 눈물이 다 났다.
울고...또 울었다...
눈물은 피자위에 떨어져 여기저기 웅덩이를 만들고, TV에선 끊임없이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마음껏 비웃어줘...날 손가락질하고, 더럽다고 침뱉어도 좋아...
말없이 피자를 먹던, 아니 거의 쑤셔넣다시피하던 준호는 개그맨들의 웃음소리를 등 지고,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아팠구나..."
숨이 멎는 듯 했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준호를 보았다. 애처로운 눈빛...선한 눈동자...이런 남자를 두고 내가 어떻게...
너가 모를리가 없지...아니...내가 아프다는게 거짓말이라는건 너가 더 잘알텐데...
날 8년간 안아준 남자가 모를리가 없지...
준호야...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거니...
준호는 TV를 끄고, 대신 음악을 틀었다.
난 준호의 뒷모습을 원망하는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너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왜 이렇게 나를 덮어주는거니, 난 네 앞에서 얼마나 더 나쁜여자가 되어야 하는거야...
막약, 준호가 민우오빠처럼 강제로 아니..거칠게 날 벗기고 내 몸을 확인했다면, 분명 자기가 미심쩍어하는 것들을 알 수 있었을텐데,
준호는 내 손 조차 잡지 않았다.
아픈데 담배피워 미안하다며, 한참 환기를 시키고, 날 눕히고 잠든걸 본 후 조용히 나갔다.
준호가 갈 때까지 자는 듯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욕실에가 옷을 모두 벗고 거울을 보았다.
거울엔 꽃향기에 취해 돌아버린, 알몸으로 거릴 활보하는 미친여자가 서있었다.
지금 욕실엔 민우오빠의 향기는 남아있지 않지만, 휘청이는 허벅지와, 뻐근한 음부 그리고 아픈 항문이 그를 아직 보내지 못하는 것만 같다.
(띠~띠리리리~띠리리띠리~)
"여보세요"
"나야"
낯설은 전화번호, 하지만 낯익은 목소리 민우오빠였다.
"오..오빠?"
"놀랬어? 마~아까 핸드폰 좀 봤지~"
"아..아..."
"걱정하지마~아무때나 전화 안할테니까"
"아니 오빠. 지금 준호랑 있으면 어쩌려구 이래요"
"이거 왜리래~ 나 그렇게 멍청한 놈 아냐~지금 준호랑있어~"
"네?...뭐..뭐요?"
"뭘 그렇게 놀래~준호랑 있다고~"
"아..아니..오빠가 준호를 왜 만나요?!"
"내가 아니라 준호가 술한잔 하자던데~"
"오빠 왜 거짓말하고 그래요오..둘이 그렇게 친한사이 아닌거 다 아는데.."
"아니, 우연히 만났어. 니 집 근처에서"
"하..."
"걍 오랜만이라 얘기좀하다, 준호가 술사달라고 해서..."
"아니..오빠 거짓말하지 말고요. 정말."
"아~ 진짜라니까!"
"준호 옆에 있어요? 설마?!"
"지아, 너도 참...옆에 있겠냐? 화장실갔어."
"준호가 뭐래요..무슨말해요..."
"머. 별루...오랜만이라 반갑다고~흐"
"아..오빠 쫌...."
"야. 준호온다"
(띠릭.)
오빠가 그렇게 센스없거나, 막무가네인 사람이 아니란건 알지만, 이건 뭔가 꼬이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두사람이 별일없이 헤어지고, 후들거리는 허벅지가 괜찮아지고, 아픈 항문이 정상으로 빨리 돌아오는 것, 그리고
오빠에 대한 감정, 이게 뭔지 정리해야겠다.
일단 준호한테 전화를 걸어, 오빠와 있다는 걸 들었다. 목소리는 한층 밝아져 있었고,
수화기 너머로, 마치 학교후배부르듯이 날 부르는 오빠의 목소리 "지~아~야~ 나와라 한잔하게~아..제수씨라고 해야하나? 핫핫핫"
나도 그렇지만...정말..어지간한 인간이다...
"저 선배는 몇번이나 봤다고 날 저렇게 부른데? 참...어지간히 먹구 일찍가."
나도 참 어지간히 뻔뻔한 인간이다...아까 그 개그맨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새벽1시를 넘기도록 두사람은 기별이 없고, 난 불안함에 방안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딩동댕 딩동댕~)
"여..여보세요?"
"지..지아야..나 민우 선밴데..저기 준호가..."
민우오빠는 완전 만취한 준호를 부축하고, 땀으로 범벅이 된체, 꼭 처음 오는 어려운 집인양 연기를 능청맞게 하고 있다.
"어..어머! 얼마나 마신거에요?! 준호야! 준호야?!"
나역시 능청맞긴 마찮가지다.
"여길 어떻게 오셨어요..." 설마 오빠가 알아서 온건 아니겠지...
"아..준호가 자꾸 일로가자네..그래서...이렇게..나 난 그럼 갈께. 준호 좀.."
"아..네 그러세요...조심히가세.."
그때 정신이 없는 줄 알았던 준호가 오피스텔이 떠나갈 목소리로...
"아! 형! 어디가! 이리와! 씨.."
한발 물러서 있던 오빠는 난처한 듯, 아니 난처한 척 웃으며 간다고 했지만 준호가 너무 큰 목소리로 떠들어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집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형. 형! 형여기서 자~ 나랑 같이 자야 되!"
오빠는 재밌다는 듯 현관에 널부러진 준호와 나를 번갈아보며 웃어보였다.
난 살짝 오빠에게 다다가 슬며시 얘기했다.
"자긴 어딜...어서 가요. 빨리.."
그러자 오빠가 하는 말이...
"야! 준호야 제수씨께서 가시란다~! 난 간다 잘자라~!"
"어? 어?! 왜가 안돼!! 야. 지아야! 미안한데. 내가 저형 무진장 좋아하거등! 그니깐...#[email protected]%##*6 [email protected]%$#ge. ... [email protected]#^..."
귀가 얼얼할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이렇게 취한적이 별로 없는데...내일 출근은 어떻게 할려구이러는지.
오빠는 작정하고 안가려고 하는거 같고, 준호도 자는듯 하다가도 오빠가 간다는 말만 나오면 소리를 고래 질러,
난처했지만 어쩔수 없이 두사람 모두 집에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준호를 침대에 눕히고, 불편한 옷가지와 양말을 벗겼다. 온통 술냄새로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준호가 자는걸 확인한뒤 오빠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대자로 자는데 넌 어디서 잘려구? 나랑 바닦에서 자야겠네"
"... ..."
"화났어?"
"저기서 자요. 베게는 없고, 이불만 하나 줄께요."
"나..좀 씻어도 될까? 땀이 너무 나서 말야"
"그러세요. 전 먼저 잘게 씻고 주무세요"
"네. 네~"
욕실에서 샤워기 트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오빠가 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내가 베고 잘 베게를 살짝 털어, 오빠자리에 놓아두고, 이부자리 주변에 걸리적거릴 만한 것도 치워두었다.
오빠의 이부자리를 펴는 일이...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돼는데...
지금이라도 가라고 할까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하고 준호 옆에 누웠다. 준호가 너무 넓게 누운 바람에 좀 밀어보려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포기하고 준호를 꼭 껴안자 좁은 공간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까막...까막......
잠이 드는 듯......왜 였을까...샤워기의 물소리가 끝나자, 눈이 번쩍 떠진 나는 후다닥 준호를 안고있던 팔과 다리를 풀고 똑바로 누웠다.
준호를 안고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까.
그때 욕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지아야~수건이 없네~"
"에...네?"
"어..진동으로 해놨는데, 자느라 몰랐어."
"난 또, 걱정했잖아..안그래도 너 혼자사는거 불안한데.."
"내가 모 애냐..글고 대낮에 걱정은 무슨.."
"암튼 나 곧 퇴근해. 집으로 갈께. 뭐 사갈까? 뭐 먹을래"
"아니 됐어. 몸이 좀 안좋네..내일 보자. 너도 피곤할텐데 일찍 가서 쉬어"
"어디가..어디 아파?"
"아냐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그래..괜찮으니까 걱정말구, 잘 들어가"
막 민우오빠를 돌려보내고, 4통의 부재중전화를 확인했다.
준호의 목소리를 듣자, 미안한 마음에 목소리가 떨렸지만, 막상 집으로 온다니, 불편한 마음에 차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뭐지... 이 설레임은...8년전 준호에게서 느꼈던 남자의 향기, 가슴 터질듯한 설레임...
그후로 까마득히 잊고 있던, 소중한 나의 감성.
주무르고 주물러 문드러진 포도알처럼, 향기없고 맛도 없는 나의 로맨스는, 생각치도 원치도 않은 순간에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봄내음에 취해 사랑을 꿈꾸던, 스므살 신입생만큼의 상큼함은 없지만, 갑자기 찾아온 두근거림은 사랑을 위해 모든걸 바칠 준비가된 여자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가슴은 빠르게 뛰고 있고, 코끝에선 꽃향기가 나는 듯 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 속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나는, 꽃밭에 누운 소녀가 되어 지쳐 잠이 들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땐, 이미 창밖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코끝의 꽃향기는 온데간데 없고, 끈끈한 땀냄새와 정액의 비릿한 향이 방안에 가득했다.
몸을 일으키려하자, 허벅지가 당기고 항문이 아파왔다.
"어. 일어났어?"
언제 왔는지..준호가 방안을 치우고 있다. 싱크대에 쌓여있던 그릇들은 보이지 않고....
"몇시야?"
"9시쯤, 배 안고파?"
"쫌.."
"머리는 좀 나아졌어?"
"응 한결나아졌어"
"밥이 없더라, 밥할까?"
"아니..귀찮게. 피자나 시켜줘"
피자는 40분후에 도착했지만, 그동안 우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준호는 담배를 두대나 피워댔고, 난 혹시나 민우오빠의 흔적이 있을까,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이미 방안은 준호가 깨끗이 정리해 놓은 후였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 통에 전혀 뒷정리를 하지 못했다.
특별히 콘돔같은 것이 남아있을것도 아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든 남기 마련이니까...불안했다.
난 화장실에가 문을 잠그고, 역시 있을지 모를 오빠의 흔적을 찾았다. 별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방으로 왔을 때, 준호는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런...침대보에 묻어있을지 모를 정액...아마 다 말랐겠지...봤을까...
난 다시 침대에 올라 이불을 덮으며, 슬쩍 누워있던 자리를 확인했는데, 물기를 머금은 정액자국과 몇가닥의 털이 눈에 들어왔다.
준호가 옆에 있는데 그걸 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대로 이불을 덮고 모른척 하고 있었다.
이걸 본건지, 못본건지...잠에서 깨 처음 봤을때나 지금이나 표정에 변화가 없다.
피자를 먹으면서도, 방안은 조용했다. 그저 음식먹는 쩝.쩝..음식씹는 소리뿐...
피자 한조각을 거의 먹어갈때쯤, 이 정적이 고문처럼 느껴져, TV를 켰다. 누군지도 모르는 개그맨들이 웃고 떠들고...
목이 매여 콜라 한잔을 다 마셨다. 그래도 목이 매였다. 또 마시고, 또 마시고.
목이 따가웠다. 톡 쏘는 콜라에 코 끝이 찌릿했고, 한잔 더 마시자 콧물이 나왔다.
콜라가 얼마나 톡 쏘는지 눈물이 다 났다.
울고...또 울었다...
눈물은 피자위에 떨어져 여기저기 웅덩이를 만들고, TV에선 끊임없이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마음껏 비웃어줘...날 손가락질하고, 더럽다고 침뱉어도 좋아...
말없이 피자를 먹던, 아니 거의 쑤셔넣다시피하던 준호는 개그맨들의 웃음소리를 등 지고,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아팠구나..."
숨이 멎는 듯 했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준호를 보았다. 애처로운 눈빛...선한 눈동자...이런 남자를 두고 내가 어떻게...
너가 모를리가 없지...아니...내가 아프다는게 거짓말이라는건 너가 더 잘알텐데...
날 8년간 안아준 남자가 모를리가 없지...
준호야...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거니...
준호는 TV를 끄고, 대신 음악을 틀었다.
난 준호의 뒷모습을 원망하는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너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왜 이렇게 나를 덮어주는거니, 난 네 앞에서 얼마나 더 나쁜여자가 되어야 하는거야...
막약, 준호가 민우오빠처럼 강제로 아니..거칠게 날 벗기고 내 몸을 확인했다면, 분명 자기가 미심쩍어하는 것들을 알 수 있었을텐데,
준호는 내 손 조차 잡지 않았다.
아픈데 담배피워 미안하다며, 한참 환기를 시키고, 날 눕히고 잠든걸 본 후 조용히 나갔다.
준호가 갈 때까지 자는 듯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욕실에가 옷을 모두 벗고 거울을 보았다.
거울엔 꽃향기에 취해 돌아버린, 알몸으로 거릴 활보하는 미친여자가 서있었다.
지금 욕실엔 민우오빠의 향기는 남아있지 않지만, 휘청이는 허벅지와, 뻐근한 음부 그리고 아픈 항문이 그를 아직 보내지 못하는 것만 같다.
(띠~띠리리리~띠리리띠리~)
"여보세요"
"나야"
낯설은 전화번호, 하지만 낯익은 목소리 민우오빠였다.
"오..오빠?"
"놀랬어? 마~아까 핸드폰 좀 봤지~"
"아..아..."
"걱정하지마~아무때나 전화 안할테니까"
"아니 오빠. 지금 준호랑 있으면 어쩌려구 이래요"
"이거 왜리래~ 나 그렇게 멍청한 놈 아냐~지금 준호랑있어~"
"네?...뭐..뭐요?"
"뭘 그렇게 놀래~준호랑 있다고~"
"아..아니..오빠가 준호를 왜 만나요?!"
"내가 아니라 준호가 술한잔 하자던데~"
"오빠 왜 거짓말하고 그래요오..둘이 그렇게 친한사이 아닌거 다 아는데.."
"아니, 우연히 만났어. 니 집 근처에서"
"하..."
"걍 오랜만이라 얘기좀하다, 준호가 술사달라고 해서..."
"아니..오빠 거짓말하지 말고요. 정말."
"아~ 진짜라니까!"
"준호 옆에 있어요? 설마?!"
"지아, 너도 참...옆에 있겠냐? 화장실갔어."
"준호가 뭐래요..무슨말해요..."
"머. 별루...오랜만이라 반갑다고~흐"
"아..오빠 쫌...."
"야. 준호온다"
(띠릭.)
오빠가 그렇게 센스없거나, 막무가네인 사람이 아니란건 알지만, 이건 뭔가 꼬이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두사람이 별일없이 헤어지고, 후들거리는 허벅지가 괜찮아지고, 아픈 항문이 정상으로 빨리 돌아오는 것, 그리고
오빠에 대한 감정, 이게 뭔지 정리해야겠다.
일단 준호한테 전화를 걸어, 오빠와 있다는 걸 들었다. 목소리는 한층 밝아져 있었고,
수화기 너머로, 마치 학교후배부르듯이 날 부르는 오빠의 목소리 "지~아~야~ 나와라 한잔하게~아..제수씨라고 해야하나? 핫핫핫"
나도 그렇지만...정말..어지간한 인간이다...
"저 선배는 몇번이나 봤다고 날 저렇게 부른데? 참...어지간히 먹구 일찍가."
나도 참 어지간히 뻔뻔한 인간이다...아까 그 개그맨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새벽1시를 넘기도록 두사람은 기별이 없고, 난 불안함에 방안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딩동댕 딩동댕~)
"여..여보세요?"
"지..지아야..나 민우 선밴데..저기 준호가..."
민우오빠는 완전 만취한 준호를 부축하고, 땀으로 범벅이 된체, 꼭 처음 오는 어려운 집인양 연기를 능청맞게 하고 있다.
"어..어머! 얼마나 마신거에요?! 준호야! 준호야?!"
나역시 능청맞긴 마찮가지다.
"여길 어떻게 오셨어요..." 설마 오빠가 알아서 온건 아니겠지...
"아..준호가 자꾸 일로가자네..그래서...이렇게..나 난 그럼 갈께. 준호 좀.."
"아..네 그러세요...조심히가세.."
그때 정신이 없는 줄 알았던 준호가 오피스텔이 떠나갈 목소리로...
"아! 형! 어디가! 이리와! 씨.."
한발 물러서 있던 오빠는 난처한 듯, 아니 난처한 척 웃으며 간다고 했지만 준호가 너무 큰 목소리로 떠들어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집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형. 형! 형여기서 자~ 나랑 같이 자야 되!"
오빠는 재밌다는 듯 현관에 널부러진 준호와 나를 번갈아보며 웃어보였다.
난 살짝 오빠에게 다다가 슬며시 얘기했다.
"자긴 어딜...어서 가요. 빨리.."
그러자 오빠가 하는 말이...
"야! 준호야 제수씨께서 가시란다~! 난 간다 잘자라~!"
"어? 어?! 왜가 안돼!! 야. 지아야! 미안한데. 내가 저형 무진장 좋아하거등! 그니깐...#[email protected]%##*6 [email protected]%$#ge. ... [email protected]#^..."
귀가 얼얼할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이렇게 취한적이 별로 없는데...내일 출근은 어떻게 할려구이러는지.
오빠는 작정하고 안가려고 하는거 같고, 준호도 자는듯 하다가도 오빠가 간다는 말만 나오면 소리를 고래 질러,
난처했지만 어쩔수 없이 두사람 모두 집에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준호를 침대에 눕히고, 불편한 옷가지와 양말을 벗겼다. 온통 술냄새로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준호가 자는걸 확인한뒤 오빠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대자로 자는데 넌 어디서 잘려구? 나랑 바닦에서 자야겠네"
"... ..."
"화났어?"
"저기서 자요. 베게는 없고, 이불만 하나 줄께요."
"나..좀 씻어도 될까? 땀이 너무 나서 말야"
"그러세요. 전 먼저 잘게 씻고 주무세요"
"네. 네~"
욕실에서 샤워기 트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오빠가 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내가 베고 잘 베게를 살짝 털어, 오빠자리에 놓아두고, 이부자리 주변에 걸리적거릴 만한 것도 치워두었다.
오빠의 이부자리를 펴는 일이...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돼는데...
지금이라도 가라고 할까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하고 준호 옆에 누웠다. 준호가 너무 넓게 누운 바람에 좀 밀어보려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포기하고 준호를 꼭 껴안자 좁은 공간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까막...까막......
잠이 드는 듯......왜 였을까...샤워기의 물소리가 끝나자, 눈이 번쩍 떠진 나는 후다닥 준호를 안고있던 팔과 다리를 풀고 똑바로 누웠다.
준호를 안고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까.
그때 욕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지아야~수건이 없네~"
"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