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 33부
관리자
로맨스
0
4883
2019.05.01 04:22
-바람소리-
제 33 부 : 하늘의 구름 한점
‘일스야, 넌 누나에 대해서 어뜨케 생각허냥?’
차를 타고 대로로 나오는 와중에 이슈가 일슈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거야, 뭐….우리야, 삼슈형만 바라보고 사는 치들인데, 뭐라 할 수 있수? 내가 그렇다고 형을 두고 질투를 하겠수, 어쩔거유? 그냥 그러다 말겠지 허면서 기둘리는 수밖에….’
‘그래도 그러치, 누나가 좀 이쁘야지…..’
‘그건 그래….하지만, 곁에 남친인 강선생도 있겠다. 섣불리 돌려대기야 하겠수?’
‘그겅 모르징….’
‘그건 그렇고, 형은 집에 한번도 안 찾아가 봐도 되우? 나나, 삼슈 형은 고아라고 하지만, 셩은 가족이 버젓이 살아 있잖수? 그것도 뻔드르르한……’
‘그만하징?’
일슈는 가족에 대한 얘기만 하면, 웃음이 가실 줄 모르는 이슈의 얼굴이 찌그러지는 걸 알고 있었다. 셋 중에서 이 바닥에 나올 인물이 아닌 것을 첨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슈는 무던히도 두 사람의 그늘을 고마워 했고, 아낌없이 몸바쳐 따라다니는 것을 신기해 하는 것도 지칠 지경이었다. 가장 돈이 풍족했고, 하는 일은 언제나 곳곳에 깔려 있는 자동차를 손보는 일 하며, 여차직 하면 언제라도 기동력을 발휘하는 것에, 목숨 건 사람처럼 살아가는 이슈의 속내를 오래도록 보아온 일슈도 가늠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난 가끔 말이우, 내가 첨부터 여자를 좋아했스믄 어떻게 되었을까 싶기도 허우.’
‘넌 거우리 뭉제였다고 해찡?’
‘그래, 맞아. 어쩐 일인지,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쳐다보면, 거울 속의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던 그 느낌…난 그래두 숨어가며, 몸을 씻을 때가 제일 좋았다우.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언뜻언뜻 전생에는 여자가 아니었을까 싶은 느낌…그리고, 비누칠을 하면서 손끝이 항문을 스칠 때마다, 나에게도 여자들 같은 보지가 있다면 어떨까 싶은 그런 간절함…..그 거울이랑 내 손끝이 문제 였다니깐. 형두 잘 알거유. 손가락에 비누를 듬뿍 묻혀서 샤워를 하면서, 항문에 빌빌 쑤셔 넣으면, 언간새 손가락이 하나가 두개가 되구, 두개는 세개, 그러다가 항문이 찢어질 듯이 아파오면서, 흡사 이런 게 남자들로부터 쑤셔지는 여자들의 보지 느낌이 아닐까 싶은 그런 동질감…….근데, 그럴 때면, 좇이 벌떡 서서 수치스럽기도 하지만, 항문을 손으로 쑤시면서 하는 딸딸이는 맛이 기가 막혔거든……삼슈 형이랑 그걸 첨 하는 날, 난 기뻐서 좋아 죽는 줄 알았다니깐? 형두 그랬수?’
‘난….쫌 달랐징…….난 엄마가 미워서 지블 나와, 삼슈형이랑 가까워 졌거덩…..’
‘참 그랬다구 했지? 근데, 대체 이슈형 엄씨는 제 정신 이었수?’
‘아니, 그러니 문제였징…..새엄마라구 다 그러친 아늘텐뎅…..아부지가 혼자는 주거두 못싼다구 해서…..’
‘하하… 못 산다는 거유, 아님 못 싼다는 거유?’
‘둘 다…..’
‘그런데, 새엄마가 알고 보니, 가족이고 나발이고 간에 눈에 보이는 좇대만 있스믄 환장을 하는 그런 여자? 참 소설이 따로 없어여. 왜 나한테는 그런 새엄마가 없는거징?’
‘아부지가 문제징…..그 여자, 지도칸 음란쯩인걸 몰랐을 리 없는뎅…..허구헌날 사업이 바쁘넹, 회식이넹 허면서 집을 비우니, 그 낼릉거리는 혀빠다기 어디루 가겠닝?’
‘맨날 했수?’
‘응, 거의 맨날….’
‘좋았겠수!’
‘너 고등학교 일항년 짜리가 밤새 잠도 모짜구, 허구헌날 학교 가서 비실대며, 코피 까정 흘릴 때, 조아껜니, 주꼬시퍼겐니, 응?’
‘그걸 아부지가 그냥 뒀을리가 있나?’
‘그 인간두 말쫑이어찌. 나중에는 그 여자가 내 위에서 응댕이 철푸덕 대는 걸 방문을 열고 보드니망, 그냥 나가드라구…..나중에 그래따나? 임신만 안되게 콘돔이나 끼구 하라구 그랬대……으이그….’
슈 형제들의 이반 역사에는 언제나 그런 묘한 곡절들이 숨어 있었다.
‘저기가 조케땅…..’
이슈는 한강변의 주차공터로 차를 세웠다. 순찰 다니는 차량을 피해가며, 겉으로 봐도 들썩이는 차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지금 이 시간, 차 안에서는 스릴과 쾌감에 몸을 살라가며, 시간을 떼우는 눈먼 욕정의 떼거지들이 가득한 듯싶었다.
‘이슈형, 어디서 만나는 게 좋으까?’
‘남산…..’
‘형은 뻑하면 남산이래, 우리가 이 나이에 케이블카 탈 일 있수? 이건 뭐 김삼순도 아이구설랑……’
‘그건 앙그래……남산이 도망댕길 구서기 얼마나 마는뎅…..’
‘허긴 그래, 그 자리에서 치고 빠질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 투성이라면, 문제가 쫌 심각허지….그래, 형 말대루 남산 팔각정 근처루 하까? 아님, 방정환 선생 동상 옆? 거긴 도서관이랑 너무 가깝고….식물원 올라가는 뒷계단?....에이 모르겠다. 그래 뭐니뭐니 해도 팔각정이 젤루 낫겠다. 사람들이 운동허러 나온 시각 이니, 섣불리 뭔 짓이야 허겠수?’
‘으뜨케 연결헐라구?’
‘가만 계시쇼. 그거야 내 전문인데…..’
‘너 어디다 전화 허니?’
‘모닝콜 회사….’
‘거긴 왜?’
‘지금 이 시간에 메시지 날렸다가 초장에 아박살 나면 어쩌겠수? 그러니 모닝콜 회사에 요런 요런 메시지를, 요 번호로 새벽 6시에 5번 날려 달라고 허면 꺠끗허잖우? 구지 내가 나서서 애쓸 필요도 없구….예전에 많이 허던 장단인데, 왜 이러시까? 은퇴할 때가 되서 노망이 나셨남?’
‘은퇴?’
‘거럼…..우리두 이 일 빨리 끝내구, 모다 정리해서리, 거기루 가야지….사람들이 우리들에게 손가락질 하지 않는 곳에 가서, 셋이 알콩달콩 살자구 했잖수? 난 밥 하구 빨래하구, 삼슈형은 기념품 가게 사장 시켜주구, 형은 뭐하까? 뭐 지금처럼 우리 집 운전수 허면 되잖수? 밤에는 셋이서 같이 자야 되니깐, 침대를 큰 걸루 맞춰야 하는데, 그 나라두 그런 데가 있으까?’
두 사람은 잠시, 살벌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들만의 상상 속에서 즐거워했다.
‘그럼, 도라가까?’
‘쪼끔만….황성쪽에 줄이 닿는 아이들이 있나 알아보구, 형은 의자 재껴 놓구 좀 자여.내가 알아서 깨우께….’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일슈와 이슈를 내보낸 집안은 갑자기 댕그러니 비어버린 느낌이 가득했다. 밤은 깊어지고,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물리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마당에, 서로의 가슴속에는 편가르기의 떨떠름한 심정이 교차되고 있었다.
‘자, 이제 그만 잡시다. 일슈랑, 이슈는 알아서 들어 올꺼고….강선생 내외는 어느 방을 쓰실거유?’
삼슈가 먼저 나서서, 말을 텄다.
‘우리가 저 방을 쓰져.’
‘그러시든지, 탱크는 나랑 자자.’
‘기거이, 쫌….내레 혼자 자는 거이…..’
‘안 잡아먹는다, 쨔샤. 내가 이슈랑, 일슈만 식구로 생각허지, 너까지 끌어들여 뭐허게?....누님은 어디서 주무시려우?’
‘난 저 옆방에서 자지 뭐.’
‘거긴 강선생 내외 옆방인데….괜찮겠수?’
‘괜찮치 않음?.....’
그러나, 그렇게 얘기해놓고도 사실 희진은 가슴이 싸늘하게 아려 왔다.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해도, 부부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와 그 속삭임, 침대의 삐걱거림, 때에 따라서는 비명과 신음이 벽을 타고 전해질 때 과연 자신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옳게 잠이 들런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셩님이레 디금 잠이 옵네까? 거져 고도리나 한판 돌리자우요. 광팔 사람이래 없어서리 고거이 아숩숩네만….’
‘그래, 그것두 좋겠다. 애들 올 때 까지만 치지 뭐. 누님도 끼시려우?’
‘좋아…..’
민기와 윤서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서 세 사람은 지하로 돌쳐 내려가 버렸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윤서가 민기에게 말했다.
‘자기두 치고 싶으면, 치다 와. 난 그냥 잘래.’
‘아니야, 나두 피곤허다. 그냥 들어가서 자지 뭐.’
두 사람은 방안으로 들어와 낯설기는 했어도,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공간이 부부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씻으까?’
방에 딸린 욕실을 바라다 보며, 옷을 벗고 있던 윤서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래….잠이 달게 오겠다, 그치?’
두 사람은 오랜만에 부부로서의 다정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의 알몸을 보아온 지 여러 해였지만, 새삼스럽게 이런 자리에서 서로를 알몸으로 대한다는 것은 독특한 느낌이 솟구쳐 왔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그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지나가서…..’
두 사람 사이에는 예전의 느낌과는 다른 딱딱한 돌덩어리 같은 것이 느껴지기는 했다.
‘자기야, 내가 씻어주께.’
‘그럴래?’
서로의 감추어 졌던 일탈의 생활들이 모두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 아직도 부부인지 묻고 싶다고도 했지만, 서로의 몸에 밀착되어 오는 손길과 살 내음은 예전과 다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두 사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윤서가 무릎을 꿇고, 민기의 앞에서 아랫도리에 비누칠을 하고 있는 사이,
‘어떻게 되긴 어서 빨리 일 마무리 짓고, 예전처럼 살아대는 거지 뭐. 달리 뭐가 있겠어? 나 예전에 어렸을 쩍 봤던 만화가 생각나. 어떤 회사원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바쁘고, 정신 없고, 이리저리 쫓기는 셀러리맨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 와중에 이 사람이 우연찮게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진실을 알게 된다는 거지. 자기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일종의 인간목장인데, 외계인들이 가짜로 지구라는 목장에 인간들을 풀어 놓고 어떻게 찧고 까부는지 관찰하기 위해 방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거야. 그러니,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겠어? 자신은 이런 가축 같은 취급을 받고는 살 수 없다고 결심하고는 죽을 각오를 하고서 자신의 위치에서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하게 돼.’
‘그래서?’
‘결국 주인공은 엄청난 고비와 방해자 들을 물리치고, 자기가 정신을 잃고 끌려 왔던 진짜 지구로 돌아가게 되지. 그런데, 그 지구란 곳에 돌아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보니, 그 방목되어 길러지던 곳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는 얘기의 결말…..슬프지 않니? 끝끝내 찾아 헤맨 오아시스이자, 마지막 희망이라고 믿었던 곳이 현실의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슬픈 결말….난 우리의 상황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구. 지금이야, 우리가 사네, 죽네, 누가 먹네, 먹히네의 갈림길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정작 현실로 떡 하니, 복원되고 나면, 우린 또다시 그 구렁텅이에서 다시 복작거리면서 살게 될 거라는 비참한 아이러니……아흑!’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윤서가 미끈거리는 비누칠을 이용해서 한껏 세워 놓은 민기의 좇을 덥썩 입안에 담갔다. 비눗기가 채 가시지도 않아, 씁쓰름했을 그 좇을 목구멍 깊숙이 가두며, 불알까지 두 손으로 받쳐드는 윤서의 표정….애써 민기와의 시선을 피하려고 두 눈을 꼬옥 감았지만, 내려다 보이는 윤서의 얼굴은 섹스의 기대감뿐만은 아니었다. 민기는 그 심정을 애써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부부의 다정함을 앞세워 같이 씻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격할 수 있었으니까. 쭉쭉거리는 윤서의 입술소리가 물소리와 함께 파묻힐 쯔음…..
‘딸깍….’
‘괜찮지? 자기야? 내가 아까 오라고 희진씨에게 부탁했어. 그냥 나 몰라라 따로 잔다는 것두 그렇고….’
민기는 놀라고 있었다. 미소를 머금고 욕실로 들어서는 희진은 입가를 훔치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그녀의 뺨…..
‘고도리 친다드만…..’
‘고도리는 무슨…..애들 잠잠 하라고, 애 쫌 쓰고 왔지 뭐….’
‘애를 쓰다니?….’
‘삼슈랑 탱크가 옆에서 좀 찝쩍대야지…... 나 올라가서 잔다고 하고, 그냥 올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탱크 껀 빨아서 뽑아주고, 삼슈 껀 뒤로 대주고….이러다 나 이 집 안에서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개벌창 되려나봐…..’
‘희진씨 낼부터 그러지 마여, 우리랑 같이 자여. 뭐 어때여? 모르는 사이두 아니구….생각해 보니깐 나쁘진 않은 거 같에여. 희진씨랑 나랑, 우리 셋이서 이렇게 살아보는 것두 별로 나쁘진 않다고 말이져. 요즘 외도가 어디 외도로 취급 받아여? 그냥 쪼끔 변형된 퓨전 부부라고 해두져 뭐. 부부의 틀을 깨지는 않으면서, 서로가 마냥 즐거울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스러운 거 아닌가 해서여. 나도 뭐 별로 떳떳치 못한 과거랑, 일탈의 경력이 있는데, 나라고 떳떳허네 하면서 고개 쳐들 이유도 없구…..우리 이제 언니, 동생 하면서 그렇게 지내여. 슈 형제들. 우리를 구해준 것에는 고맙지만, 영원히 우리들의 삶 속에 묻어날 수는 없어여. 그렇지만 희진씨는 다르잖아여? 우리는 평범한 삶을 누려왔던 사람들이구, 아무리 시골의 맑은 공기가 좋았다손 치더락두, 그 휘황한 네온사인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다시금 도시로 회귀해 오게 될 그런 사람들 아니겠어여?’
어른스럽기까지 한 윤서의 부추킴에 두 여인은 그냥 스멀스멀 웃고야 만다. 민기는 그런 두 여자의 모습을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약을 하고, 반지를 교환하고, 도장을 찍고, 강제로 한 집에 산다 한들, 마음이 갈라져 서로가 원수보듯 하는 많은 부부들의 얘기를 알고 있는 세 사람으로서는 이런 편법 아닌 편법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는 사실에 감격해 하고 있었다. 단지 겉으로 본다면야, 섹스에 미쳐서, 지 여친을 멀쩡한 부부의 틀 사이에 끼워 놓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서는 그 까이꺼 무슨 대수냐며, 멀쭘히 옆에 앉아 있는 벌거벗은 희진의 팔을 잡아 끌었다.
‘쭙쭙…할할…희진씨..같이 핥아 봐여. 이렇게 한 남자를 둘이서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거 보여주면 그 뿐 이잖아여? 아무리 명제가 곤혹스러운 퓨젼 요리라 할지락두, 먹어보고 맛이 기가 막히면, 사람들의 입맛에서 돌고 돌아 잊혀지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두 그렇게 한번 살아봐여. 희진씨가 하다가 지치면, 내가 나서서 민기씨 꺼 빨아서 세워 주고…우리 멘스도 날짜를 달리해서 조절 하자구여. 내가 멘쓰할 땐, 희진씨가 안사람 노릇 해주고, 희진씨가 달걸이 할 때는 우리 사이에서 도우미 해주고….’
‘할할….쭙쭙….괜찮겠어여? 나 안 미워해여? 부인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윤서씨 남편이랑 눈 앞에서 섹스하고 자빠지는데, 속 안 끓겠어여?’
‘쭙쭙….쩝쩝…아녀…안 할거에여. 쪼끔은 들겠져. 그렇지만 그건 민기씨 하기 나름이라고 봐여. 나랑, 희진씨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것은, 설사 저울로 달아봐도 차이 나지 않아야 할 평균의 사랑…그게 민기씨의 할 일 이거덩여. 그게 유지만 된다면, 우리야 그 사랑 속에서 서로 살갑게 살아버리면 그만이니까여. 나이가 들어가면 더 좋을 꺼에여. 서로 의지되고, 내가 아프면, 희진씨가 나 대신 나서주고, 또 그 반대로 희진씨가 아프면, 내가 발벗고 나서면….’
민기는 두 여인이 있는 힘껏 혀를 굴려가며, 자신의 좇이며, 불알을 스치고, 지나가며, 흘려대는 그 쾌감의 일렁임으로 인해, 점잖게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그러나, 두 여인의 머리를 양쪽으로 부여잡고, 서 있는 그 소유감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는 뿌듯함의 극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방황은 의미가 없어 보이는 윤서의 상식을 벗어난 배려와 마음 씀씀이…..민기는 역시 그녀를 아내로 맞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덩달아, 이제 식구의 반열로 올라선 희진의 얼굴에도 기쁨의 빛이 넘쳐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억..억..억…억…’
민기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민기의 좇 앞에 얼굴을 모듬고, 기둘리고 있는 윤서와 희진에게 민기는 참았던 좇물을 죽죽 싸대기 시작했다.
‘쭙쭙…쩝쩝..아! 맛있다. 희진씨도 먹어 봐여…얼릉….흘리겠당….아직도 저렇게나 쭐쭐 솟아나네….’
‘웁웁..쭙쭙..이렇게 민기씨 좇을 윤서씨와 나누어 빨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흑흑…’
‘울지마여…..이제까지, 숨어서 얼마나 가슴 아팠어여? 별로 떳떳하지도 못한 나 때문에 민기씨의 뒤에서 외면당하고, 버려지고….이제는 그렇게 살지마여… 우리, 아파도 같이 아프고, 기뻐도 민기씨랑 함께 같이 기뻐 하자구여.’
그건 세 사람에게 있어서 새로운 나날을 약속하는 기쁨의 의식이 분명했다.
‘왜, 또? 아니 이 여자들이?’
민기는 놀라고 있었다. 희진과 윤서는 민기를 양쪽에서 보듬고, 욕실을 나와, 물기도 닦을 사이 없이 침대로 자리를 옮겨 버렸다.
‘나, 피곤해서 될까나?’
그러나, 그건 말 뿐이었다. 희진이 민기의 좇을 탐하는 사이, 윤서는 가랭이를 벌려 민기의 입 속으로 보지를 들이댔고, 희진은 적당한 타이밍에 윤서와 위치를 바꾸어, 민기의 정신을 쏙 빼놓고 있었다. 그러다, 윤서가 말했다.
‘자기야. 누구께 더 좋은 지, 해 봐 줘.’
하면서, 누워 있는 민기의 발끝에 엎드리는 윤서와 희진….민기가 상체를 일으키자, 둔부를 활짝 까고, 두 팔로 자신의 보지를 벌렁대며, 벌리고 있는 두 여자의 질척거리는 보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민기씨….’
‘자기야…..’
두 여자는 바닥에 내려뜨린 고개를 옆으로 틀어, 뒤에서 달겨들 민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민기에게 있어서 그녀들의 표정은 자신을 향한 관객의 환호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민기는 두 팔을 뻗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는 두 여인의 각기 다른 형태의 히프를 쓰다듬어 본다. 윤서의 것은 희고, 똥꾸녕의 주름마저 창백하며, 씹살이 쪼옥 째진 듯, 얇다부리한 모습, 희진의 것은 똥꾸녕과 보지 주변이 거뭍거뭍하게 타들어가고, 튼실한 씹살이 퉁투부리 하게 씹구녕을 막고 있는 사뭇 다른 모습….어느 보질 쑤셔도 오늘 밤으론 그 우위가 판가름 나질 않을 것 같았다. 다만 그 보지들을 위한 자신의 좇질만이 유일한 위안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민기는 아주 적당한 간격으로, 윤서와 희진의 씹구녕을 교대로, 좌우로, 사이좋게 박아 버렸다. 한 쪽이 민기의 좇질로 눈이 뒤집어지면, 상대편이 정신을 잃지 말라고 손을 붙들어 주고, 다른 한쪽이 좇질로 경끼를 하면, 젖꼭지를 만져 주면서 정신을 들게 돕고 있는 두 여인의 아름다운 조화. 민기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이렇게 살고 싶었어…..이렇게…우리 셋이서….이렇게….
‘자기야. 살면 돼..이렇게..이렇게…윽윽…억억…억억…’
‘민기씨, 나 좋아서 어쩌면 좋아여? 나 좋아서 무서워여. 꿈처럼 깨 버릴까 봐..억억억억억…..’
‘척척척척…..푹푹푹푹…축축축축…쭉쭉쭉쭉……악!......악!.....악!’
황홀한 마무리였음을 반증하듯이, 세 사람의 섹스는 비명으로 막을 내렸다. 커튼 콜도 없이 두 여인의 등 위로 쓰러진 민기는 구름 위를 떠 다니고 있다는 생각을 마구 하고 있었다.
‘딜딜딜딜….’
진검사의 품속에 알몸으로 안겨 땀을 홈빡 흘리면서, 잠이 든 성자가 잠결에 들은 것은 진검사의 핸폰 발신음 이었다.
‘으음…누구야…..오빠…오빠….누가 전화 왔나봐여……일어나 봐여….이 새벽에 누구지?’
‘으음..그냥 자자….그냥 그렇게 놔 둬…..’
‘아니에여…벌써 다섯번 째에여…..급한 일인 거 같은뎅….일어나 봐여.’
‘뉘기야? 잠도 못 자게시리….’
‘찰카닥!’
진검사는 엎드린 채로 핸폰을 열어 재꼈다.
‘엥?’
진검사는 도착한 다섯 통의 문자를 읽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서늘한 공기를 의식해서 인지, 성자는 자신의 몸을 가릴 생각도 없이, 이불을 들어 진검사의 등어리를 덮어준다.
‘뭐, 않 좋은 일이에여?’
‘아니, 그 반대야…..아무래도 빨리 나가봐야 할 거 같네…… 나 옷 쫌 줘봐.’
진검사는 되는대로 바지와 셔츠를 두른 채로 방문을 나섰다.
‘어?’
그러나, 거실은 환하게 불이 켜 있었다.
‘아니, 비선이 엄마? 안 자고 뭐 허세여?’
‘기둘리고 있었져. 오늘 쉰 새벽에 길보가 올 거라는 점괘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있시야지요. 으이그, 나두 미쳤지, 지 남편두 아닌데, 이렇게 설쳐대나?’
‘근데 그 복장은?’
‘새벽에 남산에서 조깅복 차림으루다가 만나자면서여?’
‘아니, 방금 온 문자 메시지를 어떻게? 근데, 따라 가시려구여?’
‘내가 안가믄 어쩌겠어여? 이따가 빨랑 돌아와서 비선이 아빠 출근도 시켜야 허구, 비선이 학교도 보내야 허는데, 얼릉 가져?’
‘근데, 난 뭘 입구?’
‘여기 내어 놨져. 진검사님 체격이 쫌 작으신 편이니 맞으실 거유. 대..한…민국 헐 때 사둔츄리닝인데, 드라이 보내야 할꺼를 내가 빨았드만 그리 된 거, 이해 허서여. 아니, 어떤 미친갱이들이 츄리닝을 드라이 허게 맹글고 지랄이야, 지랄은? 허, 신발이 마땅한 게 없어서 그게 쫌 그래두, 츄리닝은 얼추 맞을꺼유.’
그러나, 맞기는 개뿔? 그건 정말 없어서 입은 거지, 다신 입고 싶지 않은 복장 이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왠 빨강 츄리닝? 그리구, 이거 비선이 꺼 아니우? 이렇게 달랑 올라 붙어서야. 발목이랑, 손목이 다 나오넹….빨강 츄리닝에다, 깜장 양말, 빤짝이 신사 구두….아유….죽인다.’
‘허어, 무신 말씀을, 즐거운 길 마중에 광대색 쫌 갖춰 입었다고 저렇게 파장을 놔서야 원….나라면 춤이라두 덩실덩실일 판에…어여 갑시다. 6시까지 남산에 가려면 시간이 빠듯허우….’
가까스로 웃음을 참고 문을 닫아 거는 성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검사는 상군과 함께 차에 올랐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시내는 어느 정도 한가 했다. 남산으로 올라가기 전, 상군의 부탁으로 차는 그 밑의 호텔 주차장에 세우고, 부득부득 걸어 올라가자는 상군의 부탁에 진검사는 난감하기만 했다. 별로 폼도 나지도 않는 츄리닝에, 시골 영감님처럼 번쩍이는 신사화를 신고 죠깅을 한다고 생각하니, 자기의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기에…..
‘저 위에서 보기로 했져?’
하지만, 자기의 핸폰으로 걸려온 문자를 보지도 않고, 내다보는 상군의 신통력에는 머리를 수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넓다랗게 펼쳐진 광장에는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나와 있었다. 저 멀리 20여 미터쯤 전에서 진검사와 상군을 알아본 듯한 남자 두 명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였다.
‘픽픽…퓩퓩…’
그건 그 쪽이나, 진검사 쪽이나 마찬가지 였다. 허공을 가르는 단검이 양쪽을 향해 날아 들었기 때문 이었다.
‘허이짜! 얍!’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줄 알았던 상군은 벌써 진검사의 어깨를 한 팔로 집고서, 공중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정확히 두개의 단검이 상군과 진검사를 향해 날아 들었지만, 상군의 번개 같은 솜씨로 양쪽으로 좌악 벌린 두 발끝으로 날아드는 단검을 족도로 공중을 향해 쳐 올리자, 단검은 바닥으로 땡그렁 나 뒹굴었다. 그러나, 자기들을 향해 오던 그 두 남자를 향해 따로이 날아갔다고 생각한 단검은 보이질 않고 있었다.
‘허어…상군이냐?’
‘네…..’
그때, 진검사는 어느새 자신의 뒤에 유령처럼 서있는 초라한 노인네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군아, 어여, 쓰레기나 치워주려무나…..이거 운동 허는데 냄새가 나서, 되겠냐?’
그때사, 진검사와 마주 선 두 남자는 바로 삼슈와 탱크였다.
‘셩님, 보셨슴네까? 저 아바이래 보통이 아입네다. 우리가 멀뚱한 사이, 거져 공중제비로 다가니, 우리한테 날아오는 단검이래 손끝으로 나꿔 채는 거, 보셨슴네까? 와…..’
자칫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은 둘째 치고라도, 삼슈와 탱크는 놀라운 비술을 소유한 노인네의 출현에 당황하고 있었다.
‘자, 젊은이들 나를 따라서 운동이나 허러 감세….이곳엔 쓰레기가 많아서리……’
저 멀리서 다다다닥 하는 발자국 소리가 뒤미쳐 들리고 있었고, 일행들을 뒤로 하고, 지그시 등을 돌리는 상군의 모습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군아, 쓰레기라 해도, 재활용은 필수 이니라. 알겠느뇨?’
‘예.’
뒤도 돌아보질 않고, 앞으로 뛰어 나가는 상군을 볼 틈도 없이, 벽력 같은 음성이 세 남자의 가슴을 후려쳤다.
‘내 발 뒤끝을 놓치지 말거라.라.라.라.’
그것은 마치 메아리 같이 세 남자가 통성명도 하기 전에 가슴을 쥐어 뜯는 압박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건 일종의 진기가 전달되는 것과 같은 느낌 이었다. 그리고 바로 고정 되어 버린 세 남자의 시선, 몸이 옆으로 15도 정도 틀어 지고, 상체는 앞으로 조금씩 구부려 지면서,
‘자, 운동허러 갑세.’
그 노인의 외침과 함께 그 자리에서 날듯이, 일행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바닥이 마치 물이 흐르는 것같이 빨리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만, 머릿속으로는 저 노인의 발 뒤꿈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들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노인의 뒤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멈추어 설 때까지 누구도 알아차리질 못했다.
‘휴….이제 다 왔구만…여기는 한적허니 좋구만…..’
‘아니, 여기는?’
그제서야, 세 남자는 자신들이 놀라운 속력으로 남산타워 밑의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한달음에 달려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놀라지들 말게나. 그게 바로 종보축지(從步縮地) 라고 허는 걸세. 내가 자네 셋을 이끌고 축지술을 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우려나? 하늘을 보아 허니, 햇살을 모르던 하늘에 떠가는 구름 한 점이라…….. 보기에도 역시 좋구만….. 허허허……’
동이 트는 쪽을 바라다 보며,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그 노인 앞에서 세 사람은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계속-
제 33 부 : 하늘의 구름 한점
‘일스야, 넌 누나에 대해서 어뜨케 생각허냥?’
차를 타고 대로로 나오는 와중에 이슈가 일슈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거야, 뭐….우리야, 삼슈형만 바라보고 사는 치들인데, 뭐라 할 수 있수? 내가 그렇다고 형을 두고 질투를 하겠수, 어쩔거유? 그냥 그러다 말겠지 허면서 기둘리는 수밖에….’
‘그래도 그러치, 누나가 좀 이쁘야지…..’
‘그건 그래….하지만, 곁에 남친인 강선생도 있겠다. 섣불리 돌려대기야 하겠수?’
‘그겅 모르징….’
‘그건 그렇고, 형은 집에 한번도 안 찾아가 봐도 되우? 나나, 삼슈 형은 고아라고 하지만, 셩은 가족이 버젓이 살아 있잖수? 그것도 뻔드르르한……’
‘그만하징?’
일슈는 가족에 대한 얘기만 하면, 웃음이 가실 줄 모르는 이슈의 얼굴이 찌그러지는 걸 알고 있었다. 셋 중에서 이 바닥에 나올 인물이 아닌 것을 첨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슈는 무던히도 두 사람의 그늘을 고마워 했고, 아낌없이 몸바쳐 따라다니는 것을 신기해 하는 것도 지칠 지경이었다. 가장 돈이 풍족했고, 하는 일은 언제나 곳곳에 깔려 있는 자동차를 손보는 일 하며, 여차직 하면 언제라도 기동력을 발휘하는 것에, 목숨 건 사람처럼 살아가는 이슈의 속내를 오래도록 보아온 일슈도 가늠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난 가끔 말이우, 내가 첨부터 여자를 좋아했스믄 어떻게 되었을까 싶기도 허우.’
‘넌 거우리 뭉제였다고 해찡?’
‘그래, 맞아. 어쩐 일인지,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쳐다보면, 거울 속의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던 그 느낌…난 그래두 숨어가며, 몸을 씻을 때가 제일 좋았다우.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언뜻언뜻 전생에는 여자가 아니었을까 싶은 느낌…그리고, 비누칠을 하면서 손끝이 항문을 스칠 때마다, 나에게도 여자들 같은 보지가 있다면 어떨까 싶은 그런 간절함…..그 거울이랑 내 손끝이 문제 였다니깐. 형두 잘 알거유. 손가락에 비누를 듬뿍 묻혀서 샤워를 하면서, 항문에 빌빌 쑤셔 넣으면, 언간새 손가락이 하나가 두개가 되구, 두개는 세개, 그러다가 항문이 찢어질 듯이 아파오면서, 흡사 이런 게 남자들로부터 쑤셔지는 여자들의 보지 느낌이 아닐까 싶은 그런 동질감…….근데, 그럴 때면, 좇이 벌떡 서서 수치스럽기도 하지만, 항문을 손으로 쑤시면서 하는 딸딸이는 맛이 기가 막혔거든……삼슈 형이랑 그걸 첨 하는 날, 난 기뻐서 좋아 죽는 줄 알았다니깐? 형두 그랬수?’
‘난….쫌 달랐징…….난 엄마가 미워서 지블 나와, 삼슈형이랑 가까워 졌거덩…..’
‘참 그랬다구 했지? 근데, 대체 이슈형 엄씨는 제 정신 이었수?’
‘아니, 그러니 문제였징…..새엄마라구 다 그러친 아늘텐뎅…..아부지가 혼자는 주거두 못싼다구 해서…..’
‘하하… 못 산다는 거유, 아님 못 싼다는 거유?’
‘둘 다…..’
‘그런데, 새엄마가 알고 보니, 가족이고 나발이고 간에 눈에 보이는 좇대만 있스믄 환장을 하는 그런 여자? 참 소설이 따로 없어여. 왜 나한테는 그런 새엄마가 없는거징?’
‘아부지가 문제징…..그 여자, 지도칸 음란쯩인걸 몰랐을 리 없는뎅…..허구헌날 사업이 바쁘넹, 회식이넹 허면서 집을 비우니, 그 낼릉거리는 혀빠다기 어디루 가겠닝?’
‘맨날 했수?’
‘응, 거의 맨날….’
‘좋았겠수!’
‘너 고등학교 일항년 짜리가 밤새 잠도 모짜구, 허구헌날 학교 가서 비실대며, 코피 까정 흘릴 때, 조아껜니, 주꼬시퍼겐니, 응?’
‘그걸 아부지가 그냥 뒀을리가 있나?’
‘그 인간두 말쫑이어찌. 나중에는 그 여자가 내 위에서 응댕이 철푸덕 대는 걸 방문을 열고 보드니망, 그냥 나가드라구…..나중에 그래따나? 임신만 안되게 콘돔이나 끼구 하라구 그랬대……으이그….’
슈 형제들의 이반 역사에는 언제나 그런 묘한 곡절들이 숨어 있었다.
‘저기가 조케땅…..’
이슈는 한강변의 주차공터로 차를 세웠다. 순찰 다니는 차량을 피해가며, 겉으로 봐도 들썩이는 차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지금 이 시간, 차 안에서는 스릴과 쾌감에 몸을 살라가며, 시간을 떼우는 눈먼 욕정의 떼거지들이 가득한 듯싶었다.
‘이슈형, 어디서 만나는 게 좋으까?’
‘남산…..’
‘형은 뻑하면 남산이래, 우리가 이 나이에 케이블카 탈 일 있수? 이건 뭐 김삼순도 아이구설랑……’
‘그건 앙그래……남산이 도망댕길 구서기 얼마나 마는뎅…..’
‘허긴 그래, 그 자리에서 치고 빠질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 투성이라면, 문제가 쫌 심각허지….그래, 형 말대루 남산 팔각정 근처루 하까? 아님, 방정환 선생 동상 옆? 거긴 도서관이랑 너무 가깝고….식물원 올라가는 뒷계단?....에이 모르겠다. 그래 뭐니뭐니 해도 팔각정이 젤루 낫겠다. 사람들이 운동허러 나온 시각 이니, 섣불리 뭔 짓이야 허겠수?’
‘으뜨케 연결헐라구?’
‘가만 계시쇼. 그거야 내 전문인데…..’
‘너 어디다 전화 허니?’
‘모닝콜 회사….’
‘거긴 왜?’
‘지금 이 시간에 메시지 날렸다가 초장에 아박살 나면 어쩌겠수? 그러니 모닝콜 회사에 요런 요런 메시지를, 요 번호로 새벽 6시에 5번 날려 달라고 허면 꺠끗허잖우? 구지 내가 나서서 애쓸 필요도 없구….예전에 많이 허던 장단인데, 왜 이러시까? 은퇴할 때가 되서 노망이 나셨남?’
‘은퇴?’
‘거럼…..우리두 이 일 빨리 끝내구, 모다 정리해서리, 거기루 가야지….사람들이 우리들에게 손가락질 하지 않는 곳에 가서, 셋이 알콩달콩 살자구 했잖수? 난 밥 하구 빨래하구, 삼슈형은 기념품 가게 사장 시켜주구, 형은 뭐하까? 뭐 지금처럼 우리 집 운전수 허면 되잖수? 밤에는 셋이서 같이 자야 되니깐, 침대를 큰 걸루 맞춰야 하는데, 그 나라두 그런 데가 있으까?’
두 사람은 잠시, 살벌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들만의 상상 속에서 즐거워했다.
‘그럼, 도라가까?’
‘쪼끔만….황성쪽에 줄이 닿는 아이들이 있나 알아보구, 형은 의자 재껴 놓구 좀 자여.내가 알아서 깨우께….’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일슈와 이슈를 내보낸 집안은 갑자기 댕그러니 비어버린 느낌이 가득했다. 밤은 깊어지고,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물리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마당에, 서로의 가슴속에는 편가르기의 떨떠름한 심정이 교차되고 있었다.
‘자, 이제 그만 잡시다. 일슈랑, 이슈는 알아서 들어 올꺼고….강선생 내외는 어느 방을 쓰실거유?’
삼슈가 먼저 나서서, 말을 텄다.
‘우리가 저 방을 쓰져.’
‘그러시든지, 탱크는 나랑 자자.’
‘기거이, 쫌….내레 혼자 자는 거이…..’
‘안 잡아먹는다, 쨔샤. 내가 이슈랑, 일슈만 식구로 생각허지, 너까지 끌어들여 뭐허게?....누님은 어디서 주무시려우?’
‘난 저 옆방에서 자지 뭐.’
‘거긴 강선생 내외 옆방인데….괜찮겠수?’
‘괜찮치 않음?.....’
그러나, 그렇게 얘기해놓고도 사실 희진은 가슴이 싸늘하게 아려 왔다.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해도, 부부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와 그 속삭임, 침대의 삐걱거림, 때에 따라서는 비명과 신음이 벽을 타고 전해질 때 과연 자신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옳게 잠이 들런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셩님이레 디금 잠이 옵네까? 거져 고도리나 한판 돌리자우요. 광팔 사람이래 없어서리 고거이 아숩숩네만….’
‘그래, 그것두 좋겠다. 애들 올 때 까지만 치지 뭐. 누님도 끼시려우?’
‘좋아…..’
민기와 윤서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서 세 사람은 지하로 돌쳐 내려가 버렸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윤서가 민기에게 말했다.
‘자기두 치고 싶으면, 치다 와. 난 그냥 잘래.’
‘아니야, 나두 피곤허다. 그냥 들어가서 자지 뭐.’
두 사람은 방안으로 들어와 낯설기는 했어도,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공간이 부부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씻으까?’
방에 딸린 욕실을 바라다 보며, 옷을 벗고 있던 윤서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래….잠이 달게 오겠다, 그치?’
두 사람은 오랜만에 부부로서의 다정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의 알몸을 보아온 지 여러 해였지만, 새삼스럽게 이런 자리에서 서로를 알몸으로 대한다는 것은 독특한 느낌이 솟구쳐 왔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그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지나가서…..’
두 사람 사이에는 예전의 느낌과는 다른 딱딱한 돌덩어리 같은 것이 느껴지기는 했다.
‘자기야, 내가 씻어주께.’
‘그럴래?’
서로의 감추어 졌던 일탈의 생활들이 모두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 아직도 부부인지 묻고 싶다고도 했지만, 서로의 몸에 밀착되어 오는 손길과 살 내음은 예전과 다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두 사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윤서가 무릎을 꿇고, 민기의 앞에서 아랫도리에 비누칠을 하고 있는 사이,
‘어떻게 되긴 어서 빨리 일 마무리 짓고, 예전처럼 살아대는 거지 뭐. 달리 뭐가 있겠어? 나 예전에 어렸을 쩍 봤던 만화가 생각나. 어떤 회사원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바쁘고, 정신 없고, 이리저리 쫓기는 셀러리맨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 와중에 이 사람이 우연찮게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진실을 알게 된다는 거지. 자기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일종의 인간목장인데, 외계인들이 가짜로 지구라는 목장에 인간들을 풀어 놓고 어떻게 찧고 까부는지 관찰하기 위해 방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거야. 그러니,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겠어? 자신은 이런 가축 같은 취급을 받고는 살 수 없다고 결심하고는 죽을 각오를 하고서 자신의 위치에서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하게 돼.’
‘그래서?’
‘결국 주인공은 엄청난 고비와 방해자 들을 물리치고, 자기가 정신을 잃고 끌려 왔던 진짜 지구로 돌아가게 되지. 그런데, 그 지구란 곳에 돌아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보니, 그 방목되어 길러지던 곳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는 얘기의 결말…..슬프지 않니? 끝끝내 찾아 헤맨 오아시스이자, 마지막 희망이라고 믿었던 곳이 현실의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슬픈 결말….난 우리의 상황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구. 지금이야, 우리가 사네, 죽네, 누가 먹네, 먹히네의 갈림길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정작 현실로 떡 하니, 복원되고 나면, 우린 또다시 그 구렁텅이에서 다시 복작거리면서 살게 될 거라는 비참한 아이러니……아흑!’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윤서가 미끈거리는 비누칠을 이용해서 한껏 세워 놓은 민기의 좇을 덥썩 입안에 담갔다. 비눗기가 채 가시지도 않아, 씁쓰름했을 그 좇을 목구멍 깊숙이 가두며, 불알까지 두 손으로 받쳐드는 윤서의 표정….애써 민기와의 시선을 피하려고 두 눈을 꼬옥 감았지만, 내려다 보이는 윤서의 얼굴은 섹스의 기대감뿐만은 아니었다. 민기는 그 심정을 애써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부부의 다정함을 앞세워 같이 씻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격할 수 있었으니까. 쭉쭉거리는 윤서의 입술소리가 물소리와 함께 파묻힐 쯔음…..
‘딸깍….’
‘괜찮지? 자기야? 내가 아까 오라고 희진씨에게 부탁했어. 그냥 나 몰라라 따로 잔다는 것두 그렇고….’
민기는 놀라고 있었다. 미소를 머금고 욕실로 들어서는 희진은 입가를 훔치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그녀의 뺨…..
‘고도리 친다드만…..’
‘고도리는 무슨…..애들 잠잠 하라고, 애 쫌 쓰고 왔지 뭐….’
‘애를 쓰다니?….’
‘삼슈랑 탱크가 옆에서 좀 찝쩍대야지…... 나 올라가서 잔다고 하고, 그냥 올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탱크 껀 빨아서 뽑아주고, 삼슈 껀 뒤로 대주고….이러다 나 이 집 안에서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개벌창 되려나봐…..’
‘희진씨 낼부터 그러지 마여, 우리랑 같이 자여. 뭐 어때여? 모르는 사이두 아니구….생각해 보니깐 나쁘진 않은 거 같에여. 희진씨랑 나랑, 우리 셋이서 이렇게 살아보는 것두 별로 나쁘진 않다고 말이져. 요즘 외도가 어디 외도로 취급 받아여? 그냥 쪼끔 변형된 퓨전 부부라고 해두져 뭐. 부부의 틀을 깨지는 않으면서, 서로가 마냥 즐거울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스러운 거 아닌가 해서여. 나도 뭐 별로 떳떳치 못한 과거랑, 일탈의 경력이 있는데, 나라고 떳떳허네 하면서 고개 쳐들 이유도 없구…..우리 이제 언니, 동생 하면서 그렇게 지내여. 슈 형제들. 우리를 구해준 것에는 고맙지만, 영원히 우리들의 삶 속에 묻어날 수는 없어여. 그렇지만 희진씨는 다르잖아여? 우리는 평범한 삶을 누려왔던 사람들이구, 아무리 시골의 맑은 공기가 좋았다손 치더락두, 그 휘황한 네온사인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다시금 도시로 회귀해 오게 될 그런 사람들 아니겠어여?’
어른스럽기까지 한 윤서의 부추킴에 두 여인은 그냥 스멀스멀 웃고야 만다. 민기는 그런 두 여자의 모습을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약을 하고, 반지를 교환하고, 도장을 찍고, 강제로 한 집에 산다 한들, 마음이 갈라져 서로가 원수보듯 하는 많은 부부들의 얘기를 알고 있는 세 사람으로서는 이런 편법 아닌 편법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는 사실에 감격해 하고 있었다. 단지 겉으로 본다면야, 섹스에 미쳐서, 지 여친을 멀쩡한 부부의 틀 사이에 끼워 놓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서는 그 까이꺼 무슨 대수냐며, 멀쭘히 옆에 앉아 있는 벌거벗은 희진의 팔을 잡아 끌었다.
‘쭙쭙…할할…희진씨..같이 핥아 봐여. 이렇게 한 남자를 둘이서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거 보여주면 그 뿐 이잖아여? 아무리 명제가 곤혹스러운 퓨젼 요리라 할지락두, 먹어보고 맛이 기가 막히면, 사람들의 입맛에서 돌고 돌아 잊혀지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두 그렇게 한번 살아봐여. 희진씨가 하다가 지치면, 내가 나서서 민기씨 꺼 빨아서 세워 주고…우리 멘스도 날짜를 달리해서 조절 하자구여. 내가 멘쓰할 땐, 희진씨가 안사람 노릇 해주고, 희진씨가 달걸이 할 때는 우리 사이에서 도우미 해주고….’
‘할할….쭙쭙….괜찮겠어여? 나 안 미워해여? 부인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윤서씨 남편이랑 눈 앞에서 섹스하고 자빠지는데, 속 안 끓겠어여?’
‘쭙쭙….쩝쩝…아녀…안 할거에여. 쪼끔은 들겠져. 그렇지만 그건 민기씨 하기 나름이라고 봐여. 나랑, 희진씨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것은, 설사 저울로 달아봐도 차이 나지 않아야 할 평균의 사랑…그게 민기씨의 할 일 이거덩여. 그게 유지만 된다면, 우리야 그 사랑 속에서 서로 살갑게 살아버리면 그만이니까여. 나이가 들어가면 더 좋을 꺼에여. 서로 의지되고, 내가 아프면, 희진씨가 나 대신 나서주고, 또 그 반대로 희진씨가 아프면, 내가 발벗고 나서면….’
민기는 두 여인이 있는 힘껏 혀를 굴려가며, 자신의 좇이며, 불알을 스치고, 지나가며, 흘려대는 그 쾌감의 일렁임으로 인해, 점잖게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그러나, 두 여인의 머리를 양쪽으로 부여잡고, 서 있는 그 소유감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는 뿌듯함의 극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방황은 의미가 없어 보이는 윤서의 상식을 벗어난 배려와 마음 씀씀이…..민기는 역시 그녀를 아내로 맞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덩달아, 이제 식구의 반열로 올라선 희진의 얼굴에도 기쁨의 빛이 넘쳐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억..억..억…억…’
민기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민기의 좇 앞에 얼굴을 모듬고, 기둘리고 있는 윤서와 희진에게 민기는 참았던 좇물을 죽죽 싸대기 시작했다.
‘쭙쭙…쩝쩝..아! 맛있다. 희진씨도 먹어 봐여…얼릉….흘리겠당….아직도 저렇게나 쭐쭐 솟아나네….’
‘웁웁..쭙쭙..이렇게 민기씨 좇을 윤서씨와 나누어 빨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흑흑…’
‘울지마여…..이제까지, 숨어서 얼마나 가슴 아팠어여? 별로 떳떳하지도 못한 나 때문에 민기씨의 뒤에서 외면당하고, 버려지고….이제는 그렇게 살지마여… 우리, 아파도 같이 아프고, 기뻐도 민기씨랑 함께 같이 기뻐 하자구여.’
그건 세 사람에게 있어서 새로운 나날을 약속하는 기쁨의 의식이 분명했다.
‘왜, 또? 아니 이 여자들이?’
민기는 놀라고 있었다. 희진과 윤서는 민기를 양쪽에서 보듬고, 욕실을 나와, 물기도 닦을 사이 없이 침대로 자리를 옮겨 버렸다.
‘나, 피곤해서 될까나?’
그러나, 그건 말 뿐이었다. 희진이 민기의 좇을 탐하는 사이, 윤서는 가랭이를 벌려 민기의 입 속으로 보지를 들이댔고, 희진은 적당한 타이밍에 윤서와 위치를 바꾸어, 민기의 정신을 쏙 빼놓고 있었다. 그러다, 윤서가 말했다.
‘자기야. 누구께 더 좋은 지, 해 봐 줘.’
하면서, 누워 있는 민기의 발끝에 엎드리는 윤서와 희진….민기가 상체를 일으키자, 둔부를 활짝 까고, 두 팔로 자신의 보지를 벌렁대며, 벌리고 있는 두 여자의 질척거리는 보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민기씨….’
‘자기야…..’
두 여자는 바닥에 내려뜨린 고개를 옆으로 틀어, 뒤에서 달겨들 민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민기에게 있어서 그녀들의 표정은 자신을 향한 관객의 환호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민기는 두 팔을 뻗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는 두 여인의 각기 다른 형태의 히프를 쓰다듬어 본다. 윤서의 것은 희고, 똥꾸녕의 주름마저 창백하며, 씹살이 쪼옥 째진 듯, 얇다부리한 모습, 희진의 것은 똥꾸녕과 보지 주변이 거뭍거뭍하게 타들어가고, 튼실한 씹살이 퉁투부리 하게 씹구녕을 막고 있는 사뭇 다른 모습….어느 보질 쑤셔도 오늘 밤으론 그 우위가 판가름 나질 않을 것 같았다. 다만 그 보지들을 위한 자신의 좇질만이 유일한 위안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민기는 아주 적당한 간격으로, 윤서와 희진의 씹구녕을 교대로, 좌우로, 사이좋게 박아 버렸다. 한 쪽이 민기의 좇질로 눈이 뒤집어지면, 상대편이 정신을 잃지 말라고 손을 붙들어 주고, 다른 한쪽이 좇질로 경끼를 하면, 젖꼭지를 만져 주면서 정신을 들게 돕고 있는 두 여인의 아름다운 조화. 민기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이렇게 살고 싶었어…..이렇게…우리 셋이서….이렇게….
‘자기야. 살면 돼..이렇게..이렇게…윽윽…억억…억억…’
‘민기씨, 나 좋아서 어쩌면 좋아여? 나 좋아서 무서워여. 꿈처럼 깨 버릴까 봐..억억억억억…..’
‘척척척척…..푹푹푹푹…축축축축…쭉쭉쭉쭉……악!......악!.....악!’
황홀한 마무리였음을 반증하듯이, 세 사람의 섹스는 비명으로 막을 내렸다. 커튼 콜도 없이 두 여인의 등 위로 쓰러진 민기는 구름 위를 떠 다니고 있다는 생각을 마구 하고 있었다.
‘딜딜딜딜….’
진검사의 품속에 알몸으로 안겨 땀을 홈빡 흘리면서, 잠이 든 성자가 잠결에 들은 것은 진검사의 핸폰 발신음 이었다.
‘으음…누구야…..오빠…오빠….누가 전화 왔나봐여……일어나 봐여….이 새벽에 누구지?’
‘으음..그냥 자자….그냥 그렇게 놔 둬…..’
‘아니에여…벌써 다섯번 째에여…..급한 일인 거 같은뎅….일어나 봐여.’
‘뉘기야? 잠도 못 자게시리….’
‘찰카닥!’
진검사는 엎드린 채로 핸폰을 열어 재꼈다.
‘엥?’
진검사는 도착한 다섯 통의 문자를 읽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서늘한 공기를 의식해서 인지, 성자는 자신의 몸을 가릴 생각도 없이, 이불을 들어 진검사의 등어리를 덮어준다.
‘뭐, 않 좋은 일이에여?’
‘아니, 그 반대야…..아무래도 빨리 나가봐야 할 거 같네…… 나 옷 쫌 줘봐.’
진검사는 되는대로 바지와 셔츠를 두른 채로 방문을 나섰다.
‘어?’
그러나, 거실은 환하게 불이 켜 있었다.
‘아니, 비선이 엄마? 안 자고 뭐 허세여?’
‘기둘리고 있었져. 오늘 쉰 새벽에 길보가 올 거라는 점괘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있시야지요. 으이그, 나두 미쳤지, 지 남편두 아닌데, 이렇게 설쳐대나?’
‘근데 그 복장은?’
‘새벽에 남산에서 조깅복 차림으루다가 만나자면서여?’
‘아니, 방금 온 문자 메시지를 어떻게? 근데, 따라 가시려구여?’
‘내가 안가믄 어쩌겠어여? 이따가 빨랑 돌아와서 비선이 아빠 출근도 시켜야 허구, 비선이 학교도 보내야 허는데, 얼릉 가져?’
‘근데, 난 뭘 입구?’
‘여기 내어 놨져. 진검사님 체격이 쫌 작으신 편이니 맞으실 거유. 대..한…민국 헐 때 사둔츄리닝인데, 드라이 보내야 할꺼를 내가 빨았드만 그리 된 거, 이해 허서여. 아니, 어떤 미친갱이들이 츄리닝을 드라이 허게 맹글고 지랄이야, 지랄은? 허, 신발이 마땅한 게 없어서 그게 쫌 그래두, 츄리닝은 얼추 맞을꺼유.’
그러나, 맞기는 개뿔? 그건 정말 없어서 입은 거지, 다신 입고 싶지 않은 복장 이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왠 빨강 츄리닝? 그리구, 이거 비선이 꺼 아니우? 이렇게 달랑 올라 붙어서야. 발목이랑, 손목이 다 나오넹….빨강 츄리닝에다, 깜장 양말, 빤짝이 신사 구두….아유….죽인다.’
‘허어, 무신 말씀을, 즐거운 길 마중에 광대색 쫌 갖춰 입었다고 저렇게 파장을 놔서야 원….나라면 춤이라두 덩실덩실일 판에…어여 갑시다. 6시까지 남산에 가려면 시간이 빠듯허우….’
가까스로 웃음을 참고 문을 닫아 거는 성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검사는 상군과 함께 차에 올랐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시내는 어느 정도 한가 했다. 남산으로 올라가기 전, 상군의 부탁으로 차는 그 밑의 호텔 주차장에 세우고, 부득부득 걸어 올라가자는 상군의 부탁에 진검사는 난감하기만 했다. 별로 폼도 나지도 않는 츄리닝에, 시골 영감님처럼 번쩍이는 신사화를 신고 죠깅을 한다고 생각하니, 자기의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기에…..
‘저 위에서 보기로 했져?’
하지만, 자기의 핸폰으로 걸려온 문자를 보지도 않고, 내다보는 상군의 신통력에는 머리를 수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넓다랗게 펼쳐진 광장에는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나와 있었다. 저 멀리 20여 미터쯤 전에서 진검사와 상군을 알아본 듯한 남자 두 명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였다.
‘픽픽…퓩퓩…’
그건 그 쪽이나, 진검사 쪽이나 마찬가지 였다. 허공을 가르는 단검이 양쪽을 향해 날아 들었기 때문 이었다.
‘허이짜! 얍!’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줄 알았던 상군은 벌써 진검사의 어깨를 한 팔로 집고서, 공중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정확히 두개의 단검이 상군과 진검사를 향해 날아 들었지만, 상군의 번개 같은 솜씨로 양쪽으로 좌악 벌린 두 발끝으로 날아드는 단검을 족도로 공중을 향해 쳐 올리자, 단검은 바닥으로 땡그렁 나 뒹굴었다. 그러나, 자기들을 향해 오던 그 두 남자를 향해 따로이 날아갔다고 생각한 단검은 보이질 않고 있었다.
‘허어…상군이냐?’
‘네…..’
그때, 진검사는 어느새 자신의 뒤에 유령처럼 서있는 초라한 노인네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군아, 어여, 쓰레기나 치워주려무나…..이거 운동 허는데 냄새가 나서, 되겠냐?’
그때사, 진검사와 마주 선 두 남자는 바로 삼슈와 탱크였다.
‘셩님, 보셨슴네까? 저 아바이래 보통이 아입네다. 우리가 멀뚱한 사이, 거져 공중제비로 다가니, 우리한테 날아오는 단검이래 손끝으로 나꿔 채는 거, 보셨슴네까? 와…..’
자칫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은 둘째 치고라도, 삼슈와 탱크는 놀라운 비술을 소유한 노인네의 출현에 당황하고 있었다.
‘자, 젊은이들 나를 따라서 운동이나 허러 감세….이곳엔 쓰레기가 많아서리……’
저 멀리서 다다다닥 하는 발자국 소리가 뒤미쳐 들리고 있었고, 일행들을 뒤로 하고, 지그시 등을 돌리는 상군의 모습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군아, 쓰레기라 해도, 재활용은 필수 이니라. 알겠느뇨?’
‘예.’
뒤도 돌아보질 않고, 앞으로 뛰어 나가는 상군을 볼 틈도 없이, 벽력 같은 음성이 세 남자의 가슴을 후려쳤다.
‘내 발 뒤끝을 놓치지 말거라.라.라.라.’
그것은 마치 메아리 같이 세 남자가 통성명도 하기 전에 가슴을 쥐어 뜯는 압박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건 일종의 진기가 전달되는 것과 같은 느낌 이었다. 그리고 바로 고정 되어 버린 세 남자의 시선, 몸이 옆으로 15도 정도 틀어 지고, 상체는 앞으로 조금씩 구부려 지면서,
‘자, 운동허러 갑세.’
그 노인의 외침과 함께 그 자리에서 날듯이, 일행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바닥이 마치 물이 흐르는 것같이 빨리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만, 머릿속으로는 저 노인의 발 뒤꿈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들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노인의 뒤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멈추어 설 때까지 누구도 알아차리질 못했다.
‘휴….이제 다 왔구만…여기는 한적허니 좋구만…..’
‘아니, 여기는?’
그제서야, 세 남자는 자신들이 놀라운 속력으로 남산타워 밑의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한달음에 달려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놀라지들 말게나. 그게 바로 종보축지(從步縮地) 라고 허는 걸세. 내가 자네 셋을 이끌고 축지술을 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우려나? 하늘을 보아 허니, 햇살을 모르던 하늘에 떠가는 구름 한 점이라…….. 보기에도 역시 좋구만….. 허허허……’
동이 트는 쪽을 바라다 보며,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그 노인 앞에서 세 사람은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