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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의 나비 - 1부

관리자 0 3471
5월의 강한 햇살이 어느새 힘을 잃고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져 있던 단신고등학교의 건물은 석양을 받아 더욱 진하게 그 색을 띄었다.

"아아... 쓸데없는 일에 두시간이나 허비했네... 치이... 담탱이 메롱이다. 메롱~"

한 여학생이 투덜거리며 학교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귀엽게 생긴 외모를 가진, 그리고 살짝 그을린 살결이 탄력있어보이는 그녀는 1학년 2반의 한소영이었다. 단잠을 자버렸던 마지막 시간이 하필이면 담임인 차규선 선생의 수학시간이었던 관계로 그녀는 교실청소며 복도청소까지 하고 30분정도 담임의 설교를 듣고 나서야 귀가를 허락받았던 것이다.

"휴... 이제 5월인데 진짜 덥다...."

소영은 땀에 젖어 찰싹 달라붙어있던 교복의 앞섶을 잡고 조금이라도 바람을 일으키려 팔락거렸다. 그녀가 손을 움직일때마다 평균치보다 조금 크다고 생각되는 유방이 만들어 내는 골짜기가 살짝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때마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잔뜩 열이 받아있던 소영의 기분을 조금은 풀어주었다.

"앗차차차~ 가방, 가방!"

소영이 이마를 탁 치며 돌아섰다. 2시간 만에 풀려나는 바람에 열이 올라 가방을 교실에 그냥 두고 나온것이었다.

"어?!"

그때였다. 순간적으로 소영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위험하다는 것과 함께 이런 저런 이유로 출입금지가 되어있는 학교 옥상.... 그 난간위에 서있는 사람의 그림자. 소영은 자신이 잘못본건가 싶어 찬찬히 옥상을 살펴봤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옥상에 있는거지? 아니, 그보다 왜 저기에......"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던 소영은 퍼득 한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순간 소영은 전력을 다해 옥상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옥상으로 나있는 좁고 어둑한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가 힘껏 철문을 열어재끼자, 소영은 자신의 예감이 왠지 맞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옥상의 난간위에 서있는 한 남학생..... 땅속으로 잠겨들어가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마치 석양을 몸에 감고 있는 듯 했다.

"자... 잠깐~~~~~~~~!"

급히 뛰어올라온 탓에 헐떡거리며 숨을 골랐던 소영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마도 큰일(?)을 내려고 하는 남학생의 행동을 막으려 소리쳤다.

"?"

남학생의 머리가 마치 슬로우 모션인양 천천히 뒤로 돌려졌다. 순간, 소영은 가쁘게 몰아쉬던 숨마저 딱 멈추고 말았다. 마치... 영혼이 없는양 빛을 잃고 회색빛으로 보이는 눈동자, 무표정한 얼굴.... 그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남학생이 자신이 알고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진수?... 니가 어떻게...."

강진수. 소영과 같은 1학년 2반인 강진수는 잘생긴 얼굴에 쿨한 행동, 전교 석차에 들어가는 뛰어난 성적으로 이미 학년전체에서 손꼽히는 킹카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왜 출입금지되어있는 옥상 난간에 서있는걸까? 소영의 머릿속은 점점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아직... 학생이 남아있었나?"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소영을 보는것인지 아니면 저 멀리 다른 무언가를 보는것인지 진수의 눈은 초점이 분명해보이지 않았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도 무표정한 얼굴과 같이 아무런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으으........ 아냐! 아니지, 이... 일단 이쪽으로 내려와! 어서!"

혼란스럽던 머리를 힘차게 흔들어 깨우면서 소영은 진수에게 손짓했다. 그런 소영의 말을 듣고 있는건지 진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 말. 그 말에 소영은 머리칼이 온통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너... 너... 정말 자살이라도 하려는거야?"

소영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진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어차피... 똑같잖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자기가 무얼하는지 무얼 원하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이잖아... 그렇다면.... 지금 죽으나 몇십년이 흐른뒤에 죽으나 같아...."

소름이 돋았다..... 소영은 섬득한 느낌에 온몸이 빳빳해지는걸 느낄수 있었다. 마치.... 마음이 없는 것 같은 말..... 지금 소영이 보고 있는 것은 강진수라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인형같았다.

"진짜야.... 진짜로 죽으려 하고 있어....."

소영은 공포영화를 보면서도 느낄수 없었던 어떤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소영은 혼신의 힘을 짜내 입을 열었다.

"이.. 일단 이쪽으로 내려와... 내려와!"

떨리던 소영의 목소리는 끝에가서는 절규처럼 변했다. 그 목소리에 진수가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넌 왜 소리를 지르지? 나완 아무 관계가 없잖아?"

소영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곧 당당히 말했다.

"다.. 당연하잖아. 누구라도 자기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려고 한다면 말릴테니까"

"쓸데없는 참견이야. 목숨이란건 유일하게 자기 맘대로 할수 있는거니까."

감정이 말라버린듯한 목소리로 소영에게 말을 한 진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고개를 돌려서 다시 아래를 내려다 봤다. 진수의 차가운 말에 소영은 말문이 막혔지만 그것은 곧 분노가 되어갔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피어올랐다. 소영은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살폈다. 옥상의 출입구는 옥상의 중앙에 위치해 있었고, 그 덕에 소영과 진수의 거리는 5-6미터 정도였다. 운동신경이 좋은 편인 소영이 단박에 대쉬해 간다면 진수가 뛰어내린다해도 잡을수 있을 것 같았다. 진수는 넋이 빠진 사람처럼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야앗!!"

단단히 기합을 넣으며 소영은 단박에 진수에게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진수가 소영의 외침을 듣고 몸을 돌리려는 찰라, 그의 몸을 나꿔채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소영은 진수의 몸을 꽉 끌어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상태가 되었고 진수는 무릎을 꿇고 소영과 마주 앉아있는듯한 모습이 되었다.

"흑.... 흐윽......"

조금전의 마음과 달리 긴장이 풀린 소영은 울음을 터뜨렸다. 방울방울 샘솓아 오르는 눈물은 뺨을 타고 흐르기도 전에 소영과 얼굴이 닿아있는 진수의 가슴부분을 적셔들어갔다.









Ps. 부상하는 어둠때도 그랬지만 또 그저 막연하게 글을 써내려갔네요 ;;; 분위기나 여러모로 봤을때 앞으로 야설로 될수 있을지 어떨지 조차 모르겠고 어디선가 막히면 중도에 그만둘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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