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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 단편

관리자 0 4976
야설도 아니고 재미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구석진 길을 돌아가는 길목엔 빨간 불빛들이 눈을 자극한다

헤어지는지 3개월 여전한 그리움이 불빛이 어둠을 물들이듯 마음을 물들인다

취한 기운에 그 까짓것 해가면서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길의 끝은 창녀촌 이었다

유리 뒤의 아가씨들....저마다 진한 화장과 몸에 얼마 남지 않은 옷차림으로 환하게 웃으며

오빠~ 오빠~ 놀다가

잘해줄게.....

눈웃음을 치고 말꼬리가 묘하게 올라가고 애교를 부린다

훗....서글픈 웃음이 헛바람처럼 나온다



길의 끝에 섰을 무렵 환하게 웃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을 유혹하기 위한 웃음이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이 즐거워 웃는 웃음 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 쪽으로 가자 그 아가씨 말고 다른 아가씨들이 오빵~~오빠아앙~~

아양을 떤다

그 아가씨를 지목했다

칫~~서영언니가 뭐가 좋다고~~ 오빵 난 어때~~~

하는 소리들....내가 지목한 그 아가씨는 여전히 다른 생각에 잠겨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옆의 아가씨들이 그 아가씨를 부른다

“서영언니!!”

다분히 앙칼지고 끝이 올라가는 목소리

꿈에서 깬 듯 서영이란 아가씨는 이쪽을 보고 날 보더니 웃는다



안내받아 올라간 방은 여느 아가씨들 방과 같았다

넓지 않은 침대와 작은 오디오와 티비 그만큼이나 작은 냉장고

그리고 그 옆에 낡고 낡은 바이올린이 놓여있었다

“바이올린 이네”

어울리지 않는 신기함에 바이올린 쪽으로 갔다

“안돼요”

고개를 돌렸다

“그 거 손대지 마세요”

“응?”

뒤돌아선 날 보며 그녀가 배시시 웃는다

“아잉~~ 오빠아앙~~~일루와~여기 와서 바이올린은 왜 봐~~~”

어울리지 않는 애교다

마치 바이올린 에게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듯한......

방에 묘하게 놓여있는 바이올린은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가지고 있었다

자리에서 머뭇거리자 그녀가 갑자기 내게 달려든다

“오빠~~나 지금 너무 하고 싶어~~오빠 아아~~”

이건 뭔가....이 여자.....

바지 혁대를 끄르고 자크를 내리고 팬티를 벗겨버리고 입으로 성기를 애무한다

술에 멍한 느낌과 마음의 허전함과 육체의 즐거움,,,,,

하지만 그녀의 오랄 솜씨는 별로였다

이 여자가 진짜 창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있는 나와 무릎을 꿇고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입에 성기가 있지만 눈은 바이올린 쪽으로 가 있었다



여자를 침대에 눕혔다

여자의 눈은 감겨있고 눈꺼풀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그 모습은........

내가 사랑했던 그녀와 같았다

처음 그녀와 섹스를 하던날의 그녀.......

항상 날 위해 웃었던 그녀......눈물이 돈다

감은 그녀의 눈꺼풀위로 눈물이 떨어진다

놀란 그녀의 눈이 떠지고 그녀의 눈 속으로 내 눈물이 들어가 다시 타고 내린다

“눈물?”

그렁그렁한 내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진다

“오빠도 사연이 많나보다....”

잔잔한 울림 같은 말소리.....



그날 밤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그를 만난건 나이트 클럽에서 였다고 한다

어릴 때 술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그녀 역시 견디다 못한 폭력과 욕설에 중학생때 집을 나왔다 한다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들과 달방에 살면서 담배와 술과 본드에 찌들고

아는 그 또래 혹은 그 윗 또래의 남자들과 혼숙하면서 첫 경험도 일찍 했다고 한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단란주점과 다방을 다니면서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삼촌을 만났죠”

“삼촌?”

“응~ ”

내가 갸웃하자 그녀가 웃는다

“건달 ~~~~”

“아.....”“그 삼촌 잘 나가는 사람이었는데.....무척 내가 맘에 들었나봐요”

“그래?”

“응...나보다 이쁜 여자애들도 많았는데 ..내가 첫사랑을 닮았다나...”

“그래서?”

“내가 노래를 곧잘 하니 나이트 클럽에서 노래 좀 배우고 노래도 하고 그러라고....”

“응”

“나이트는 항상 시끄러웠어요”



그 시끄러운 곳에서 그녀는 첨으로 살만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하고 가수가 되는 꿈도 키웠다고 했다

뭔가를 할 수 있고 꿈을 꾼다는 게 그리 즐거울 수 가 없다고 했었다

삼촌은 일주일에 두세번씩 찾아왔고 섹스를 즐겼고 잘 나가는 삼촌이

뒤를 봐주니 나이트에서도 편하게 생활을 했다고 했다

어느 날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데 어설퍼 보이는 남자가

웨이터들한테 사정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했다

안경을 쓰고 매우 바보처럼 보이는 사람....

그 사람의 손엔 낡은 바이올린이 들려 있었다고 했다

“저거야?”

“네...저거에요 그 바이올린...”

그녀의 눈이 꿈을 꾸듯 몽롱해진다

- 그 사람 참 바보 같았어요 누가 나이트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요

근데 그 사람 애걸복걸을 하는거에요 한번만 연주하게 해달라고....

생각해봐요 나이트에서 바이올린 이라니....이건 스테이크를 먹을 때

젓가락으로 먹는 거랑 똑 같잖아~풋~

근데 그 사람 돈이 필요했데요...다리를 절어서 노가대도 못하고

할줄 아는 거라곤 바이올린 뿐이 없다고....안된다고 하자 그 사람이

뒤뚱거리면서 걸어가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그게 너무 웃겼어요

그 모습을 보며 다들 킥킥 거렸죠 아....못 봐서 그럴거에요

그거 일반 장애우 들하곤 틀렸어요 마치 코미디언이 일부러 웃기려는 듯

그런 걸음 이었어요 그걸 본 지배인이 다시 불렀죠

피에로 분장을 하고 사이사이 깽깽이를 연주할 수 있냐고...

그러자 그 사람이 눈을 똑바로 뜨고 말하는거에요

-바이올린입니다- 풋~~~ 그 사람 참 웃기죠 바이올린입니다...

(그때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듯 했다)

깽깽이면 어쩌고 바이올린이면 어때서....사정할 때완 사뭇 다른 목소리 였어요

지배인도 그 말에 주춤 했는지 암튼 할 수 있어 없어 하고 물었고

그 사람은 하겠다고 했죠 첫날 그 사람이 올라와서 연주했을때 대박이었어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과 클래식만 나올 줄 알았던 바이올린에서

심수봉의 가락이 나오고 현철의 가락이 나오고..너무 즐거워 했죠

그 덕에 그 사람은 계속 일 할 수 있었어요

무대뒤 대기실에도 그 사람은 놀림감 이었어요

어이~~ 깽깽이~~~하면서 놀려대곤 했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바이올린만 만지작 거렸죠

어느 날이었던가..... 그 사람이 연주를 하다 손님이 던진 과일에 맞고 넘어졌어요

넘어지는 모습도 얼마나 우스웠는지......다른 손님들이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쳤죠

그런데 넘어지면서 바이올린이 조금 기스가 났나봐요 그사람은 그걸 보고 멍하니

애인의 상처를 만지듯 어루만지고 있었죠.....근데 그 모습이 더 웃겼어요

타고난 개그맨 같은 행동이었죠 물론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참을 그런 모습을 보이자 손님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어요..그래도 그 사람 멍하니 앉

아서 바이올린만 쓰다듬었죠...결국 다른 사람의 무대타임때 끌려나왔고 대기실에서

지배인 오빠한테 맞았어요... 그 모습이 불쌍해서 작은 요구르트 하날 건네줬죠

그 요구르트를 받으면서 그 사람이 날 보는 눈빛이 참 묘했어요

그리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었는데...처음 들었어요 그런 어눌한 말투는.....

그런데 묘하게 가슴이 찡했어요....진심에서 나온말 들어봤어요?

그 사람의 감사합니다는 정말 너무 고마워서 하는말 이었어요

그 일로 그 사람과 조금 친하게 지냈죠 내려오면 고생한다는 말을 해주고 요구르트를 건네 주고 그러면 그사람은 여전히 어눌한 말투를 하고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러는거에요

어느 날이 던가....삼촌이 왔는데 날 찾지 않고 새로운애를 찾더군요

그 삼촌을 사랑한 것도 아닌데 괜히 속이 상하더라구요 영업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술을

마시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그 사람은 안나가더라구요 그러면서 그러는거에

요 저...저기..바이올린 한곡 연주 할까요? 풋~~ 그 어눌한 말투에 웃음이 났어요

그러자 그 사람 얼굴이 빨개지는거에요 죄...죄송합니다...뭐가 죄송한 건지.....

당황해 주섬주섬 나가는 그 사람이 불쌍해 보였어요 그래서 그랬죠~~~ 한번 해봐

그랬더니 그 사람이 소년처럼 발그레 하게 웃는거에요

이건 정말 제 맘을 다해서 연주하는 겁니다 .... 여전히 어눌한 말투였지만 눈빛은

틀렸어요...바보같은 눈빛이 아니라 제가 잘 모르지만 티비에서 보면 클래식 연주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곡을 마음을 다지며 연주하기 바로전 그런 모습이었죠

그리고 나오는 선율은 한번도 못 들어본 연주였어요 처음에 애절하게 시작하다 갑자기

미친 듯이 격정적으로 변했어요 숨이 찰 만큼 격정적인........너무 놀랐죠 그래서 그 사람을

보는데 무아지경인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음을 타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어요

믿어져요? 저는 그때 그 사람의 주위에서 작은 빛의 테투리를 봤다니까요....웃기죠~

정신을 흔들어 놓는 연주가 끝나고 전 그 사람에게 물었어요 무슨곡이냐고....

그 사람 그러더군요 세르게이 트라파노프의 러시안 집시입니다... 그 사람에게 술을 한잔

권했죠 그때의 술은...정말 좋은 연주에 대한 답례였어요 그때 내가 가진게 술 뿐이 없어

서.....그땐 몰랐는데 마음도 그때 그 사람에게 보냈나봐요

그 사람 술 한잔을 먹더니 얼굴이 너무 빨개지는거에요 귀여웠죠...우린 이런 저런 이야기

를 했어요 그사람도 참 불쌍하더군요 어릴때 아버님을 잃고 미인인 어머님이 부자한테 재가를 했는데 그 부자는 자기를 끔찍이 싫어햇다고 하더군요 어느날 실수로 아끼는 도자기를

깼는데 그때 양아버지가 화가 나서 골프채를 휘둘러 다리를 못쓰게 됐다고 하더군요

어머님은 그게 화병이 됐는지 속이 아프다고 하시다가 2년후에 돌아가셨데요 돌아가시면서 아들에게 꼭 안겨준 바이올린이 이거래요 친아버지가 애지둥지 하는거라고.....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그 사람은 그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데요 그 바이올린 하나를 들고..

그럼 바이올린은 그때부터 배운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군요 어머니가 재가 하기전

그렇게 가난했는데도 바이올린 학원은 꼭 다니게 했었데요 ....다니던 음대도 돈이 없어

못 다니고 여기서 돈을 벌어 다시 복학할거라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얼굴이 빨개져 그러는

거에요....어머님이 자기가 연주가 끝나고 나면 꼭 잘했다고 요구르트 하나를 쥐어줬었다고

그 후로 그사람과 조금 더 친해졌어요 영업이 끝나고 나면 같이 술을 마시고 그 사람은 연주를 하고 그 사람의 연주는 정말 아까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감동이었죠

물론 두 사람다 묘한 감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둘다 표현하기 어색했었죠 풋~ 웃기죠?

난 그때도 닳고 닳은 여자 였는데 말이죠.....

그러다 사고가 터졌어요 그 여자애 삼촌이 나 대신 찾았던 여자애에 옷에 실수로 음료수를

엎었느데 그 애가 제 뺨을 때리면서 미친년~너 고의지?? 그러는거에요 어이가 없었죠

그러자 그애가 머리칼을 잡고 나도 같이 잡고 난장판이 되었는데 그 삼촌이 들어온거에요

그애는 삼촌을 보자 엉엉 울면서 안기더라구요 그리고 뭐라뭐라 하고 삼촌은 화가 났는지

나에게 와서 뺨을 때리더군요 그때 그 사람이 들어온거에요 그때 난 그 사람 앞에서

이러는게 너무 창피했죠 옷을 들고 나가려는데 삼촌이 제 팔을 잡고 다시 뺨을 때리면서

사과 하라는거에요 눈불이 났죠 그런데 삼촌이 한번더 뺨을 때렸죠 이년아 사과해

난 창피했어요 하필 그 사람 앞에서.....그래서 소리쳤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

삼촌의 손이 올라가는 순간...그 사람 절름거리는 발로 뛰어와 삼촌의 손을 잡는거에요

때리지 마세요...떨리는 어눌한 말투 삼촌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더니 그 사람을 발로 찼어요 그사람 힘없는 지푸라기처럼 넘어졌죠 뭐야~~ 왜때려~~ 내가 대들자 삼촌은 다시 날 때렸고 그 사람은 일어나 다시 삼촌을 잡았죠 삼촌은 그 사람과 저를 번갈아 보더니 뭐야? 니들 둘이 그렇고 그런사이냐? 하고 픽 웃더군요 그리곤 얼굴표정이 무섭게 변했어요

그 사람 삼촌한테 맞아 쓰러졌고 이번엔 내가 삼촌을 막았죠 그러다 저도 쓰러지고 삼촌이

쓰러진 저를 발로 밟으려는데 그 사람이 몸을 덮쳐서 절 막았어요 삼촌은 화가 날대로 난 듯 했어요 그 사람 얼굴을 발로 찼는데 그걸 맞고 그 사람 정신을 잃었어요....

병원으로 옮겼죠 의사말은 뇌출혈이라고 수술이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수술이 잘 끝나도 하반신 마비는 피할수 없을거라고....전문용어로 뭐라 뭐라 하는데 제가

알수 있는 말은 그 말 뿐이었어요

그래도 전 절박했어요 살려야 한다고....다행히 문제가 커지는걸 원치 않았던 삼촌이 병원비를 댔죠 그래서 수술이 끝났는데 그 사람 아예 하반신을 못쓰게 됐어요 그래서 그 사람을

집으로 데려갔어요 어눌한 말투로 그사람은 연신 제게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우린 먹고 살아야 했어요 물론 눈치쟀겠지만 나이트클럽에서 노래하는일도 끝났지요

두입 먹고 살기가 그렇게 힘든지 그때 알았어요 여기저기 알아보다 할줄 아는게 이거라고

단란주점에서 일하고 다방에서 일했는데...그것도 얼마 못했어요 나이가 많다고....그때 내나이 겨우 25이었는데....그 사람 제가 집에 돌아오면 조그맣고 작게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었어요 그리고 우유와 빵 한조각도 술먹은 다음에 아무것도 안먹음 안된다고....자기가 해줄 수 있는게 이거뿐이 없다고....그 사람 수술이 끝났지만 계속 머리가 아팠어요 어떨땐 너무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항상 내가 돌아오면 밝은 모습으로 우유와 빵 그리고 바이올린을 연주했었죠....어느날 집에 와보니 우유와 빵이 있었고 그사람이 얼굴에 땀을 흘리고 있더군요 마치 세수한 것처럼 세수했어? 하고 묻자 응~ 하고 대답하더군요 그리곤 바이올린을 연주했어요 참좋다~ 내가 웃자 그사람도 씨익 웃었어요 그리곤 전 잠이 들었죠

목이 말라 눈을 떠보니 그 사람이 쓰러져 있었어요 너무 놀라 병원으로 옮겼는데 전에 수술한 곳이 잘못된 듯 했어요 재수술을 해야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삼촌을 찾아갔었죠

그런데 삼촌은 내가 봉으로 보이냐 하더군요..그리곤 거지에게 던져주듯 만원짜리 몇장을 던지며 가다가 밥이나 사먹으라고 했어요....다시 병원으로 왔는데 그 사람 힘겹게 웃으며 뭔가를 내놓더군요...우유와 빵 이었어요..그리고 그 어눌한 입으로 바이올린음을 내더군요...

웃기죠~ 그사람~~~ 참 웃기는 사람 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쪽으로 왔어요 창녀촌으로....선불을 받아 그 사람 수술비를 댔느데 턱없이 부족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 수술을 안받겠데요 우린 처음으로 싸웠죠 그 사람 고집 피우니

그런 고집이 없었어요 일단 약만 타가지고 퇴원을 했죠 그리고 여전히 우린 잘 살았어요

의사말이 거짓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겨울이 초입에 들어선 어느날 집에오니 그사람이 입술이 파리한거에요

많이 아프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러더니 따듯하게 덥힌 우유와 빵을 주더군요

전 그걸 먹으며 그 사람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죠 그런데 그날 따라 너무 애절한거에요

곡의 선율하나 하나가 마음을 헤집고 돌아다니더군요

연주가 끝나고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러자 그 사람이 눈물을 닦아주며 그랬어요

“나 말야 죽으면 우리 엄마 옆에 묻어주라”

무슨소리냐고 물었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사람이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그러는거에요

“미리 말하는거야~ 아무래도 너가 더 어리니 너가 더 오래살꺼아냐~~”

농담처럼 흘리듯 말하더군요 그런 농담 하지 말라고 그랬죠

“아니~ 그리고 나 죽으면 죽은날에 오지 말고 우리 처음 만난날에 날 찾아와줘”

눈물이 났어요 자꾸 왜 그러냐고 왜 그런말을 하냐고 물었죠

그사람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기말만 했어요

“올땐 말야 버스 타지 말고 걸어서 와 꼭 그리고 5년에 한번씩 와 꼭 5년이어야해”

그 사람의 진지함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죠

그 사람이 웃었어요...내가 본것중 가장 맑은 미소였어요

그리고 다시 바이올린을 연주했어요 그 선율이 어찌나 편하고 아늑한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죠 눈을 떴을때 그사람 쓰러져 있었어요

편하게 얼굴에 웃음을 띠고...........그리고 그 옆에 씌여져 있는 쪽지가 있었어요

-죽는날까지 난 내 약속을 지켰으니 너도 내 약속을 지켜줘-

그 사람을 묻고 집에 돌아와 짐 정리를 했어요 그 사람과 함께 살았던 곳에서 도저히

혼자 살 자신이 없었어요 이것저것을 정리하다 그사람이 쓴 일기를 봤어요

너무 아파 움직이기도 힘들다는 내용들...머리를 누가 송곳으로 계속 찌르는 것 같다는 말들

천사같은 여자를 이생에 만난 난 너무 행복한 남잘라는 말.......그리고 5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내가 자길 아주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말........힘들게 걸어올라와 다시는 이곳에

오기 싫은 마음이 생겼으면 하는말......그리고 자기가 못산 날만큼 내가 잘 살아주었으면 한다는말........

그 사람 정말 바보같죠........내일이 그날이에요 5년이 되는날

5년만에 다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설레네요



그녀의 긴이야기가 끝났다 슬프지 않냐고 물었다

그녀는 슬프지 않다고 했다

기억하고 가슴에 담을수 있는 사랑이 있으면 슬픈일이 아니라 했었다

아마 오빠도 그럴거라고 날 보며 웃는다



이래서 인생은 살만한가 보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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