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 6부
관리자
네토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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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0
2019.12.05 23:22
그 후로 환우는 변하기 시작했다. 소은을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대하니 그녀를 아껴주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집으로 불러들여 관계를 가졌지만 이젠 그녀와 키스를 나누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기말고사 공부를 하려고 소은을 자신의 집에 불렀을 때도 그녀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공부에 집중했다. 끝나면 그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그것도 매번 데려다주려는 걸 소은의 만류로 가끔씩 그래야만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갈 무렵 함께 자취방에서 공부하던 소은이 웃는 낯으로 생글거리며 환우를 바라본다. 소은에게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 몰두하던 환우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아냐. 헤헤….”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여전히 웃는 낯으로 바라보는 그녀.
“뭐야. 뭔데 그래….”
환우가 계속해서 묻자 소은이 밝게 웃으며 입을 연다.
“너 많이 변한 거 같아….”
“내가?”
“응. 정말 많이….”
소은의 얼굴에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 요새 정말 행복한 것이 사실이니까. 환우와 사귀고 나서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처음 환우와 사귄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좋진 않았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되어서 좋다 정도였다. 게다가 사귀고 나서 초반은 어떠했었나. 환우가 자신의 몸만 원하는 듯해서 많이 섭섭했던 적도 있지 않았었나. 하지만 그런 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던 것인데 요새는 달랐다.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환우에게서 느껴지니까….
환우는 행복해하는 소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안다. 자신의 무엇이 변했는지도….
“응…. 너 많이 아껴주고 싶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정말 진심이 가득 담긴 환우의 말. 그걸 모를 리 없는 소은이 환우에게 와락 안긴다.
“나도 사랑해 환우야….”
그렇게 환우에게 잠시 동안 안겨있던 소은이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여름방학 때 바닷가 놀러가자!”
갑작스러운 소은의 제안에 환우는 놀랐다. 외박도 안 되는 그녀가 여행이라니….
“우리 둘이?”
“응. 그럼 우리 둘이 가지!”
“너 외박도 안 되는 애가 어떻게 남자친구랑 여행을 가.”
환우의 말에 소은이 귀여움이 가득 담긴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에이. 여대생이 남자친구랑 여행 하나 못 갈 거 같아? 대한민국 여대생이 엠티 간다는 건 다 남자친구랑 둘이 여행 간다는 거야!”
“뭐? 하하.”
소은의 깜찍한 말에 환우는 웃음이 나왔다. 사랑하는 그녀와 바닷가로 여행을 가다니….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당연히 환우는 찬성이었다.
“그래. 8월 초쯤에 가기로 하고 음…. 돈이 없으니까 여름방학에는 아르바이트해서 돈 모아서 가기로 하자.”
“히힛. 그래!”
소은은 다시 한 번 환우의 품으로 뛰어든다.
너무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함께한다는 것이….
*
기말고사가 끝나고 동시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환우와 소은은 약속대로 8월 초쯤에 여행을 가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환우는 시급이 센 마트 물류창고 정리를 하기로 했고, 소은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데이트는 토요일만 하기로 했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거라 아침 일찍 만나 밤늦게까지 함께 있다가 헤어지곤 했다.
그렇게 7월 중순쯤이 되었다. 여느 토요일과 다름없이 데이트를 한 환우와 소은. 저녁을 먹고 근처를 돌며 구경이라도 하려하는데 소은의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 왠지 안절부절 거리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자꾸 쭈뼛쭈뼛 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걷질 못하고 있었다.
이상스레 여긴 환우가 물었다.
“소은아 왜 그래? 다리 아파?”
“아니 그게 아니라….”
“응? 그럼 왜 그래?”
굉장히 망설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소은.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았다.
환우가 재차 물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나한테 못할 말이 뭐가 있어.”
환우가 그렇게까지 얘기하자 소은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저, 저기! 나 너네 집에 가고 싶어!”
소은의 표정은 무언가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환우는 그런 소은의 표정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말을 뭐 저렇게까지 긴장해가면서 어렵게 이야기 한단 말인가.
“하하. 그게 뭐 그리 어려워.”
“그게 다가 아냐!”
소은은 또 할 말이 남아 있단다.
“응? 또 뭐?”
이번엔 소은의 목소리가 굉장히 작아진다. 환우에게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있잖아…. 저기…. 앞으로 데이트하고 나면 너네 집에 들러서 꼭 하고 가면 안 될까?”
“응?”
소은의 의외의 말에 환우는 꽤 놀랐다. 소은이 먼저 저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놀라는 환우를 무시하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저기 그…. 예전엔 매일같이 하다가 요새는 거의 뜸하게 하잖아. 7월 달 들어서도 한 번도 안했고….”
여기까지 말하고 난 소은은 배시시 웃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헤헤…. 이 말 진짜진짜 되게 용기내서 하고 있는 중이야. 환우랑 그거 하고 싶기도 하고, 또 혹시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진 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소은의 얼굴엔 약간의 근심이 서려있다. 정말 용기내서 한 말, 그리고 자신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건가 하는 걱정까지…. 이 고민은 여자가 할 수 있는 고민 중 가장 크나큰 고민 중 하나가 아닌가.
환우는 그런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를 너무 아껴주기만 했던 자신의 경솔함이 원망스러웠다. 그녀의 좋은 남자친구가 되려면 이런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야 했던 건데….
“너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니. 그럴 리가 있어? 그럼 내가 처음에 그렇게 너와 하고 싶었던 건 어떻게 되는 거냐…. 단지 나는 널 아껴주고 싶어서 그래왔던 거니까.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환우는 소은을 살짝 안으며 말을 잇는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자는 바로 너야.”
그 말에 소은은 환우의 품으로 한껏 파고들었다.
그 길로 둘은 환우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격정적으로 관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들어서자마자 선 채로 거칠게 키스를 하는 둘.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키스를 하던 둘은 결국 넘어지듯 누워서까지 길게 키스를 이어 간다.
환우는 밑에 깔린 소은의 몸 이곳저곳을 마구 만지다 그녀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움켜잡고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한다.
“아…!”
소은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환우의 손길을 느꼈다. 오랜만에 환우와 나누는 진한 스킨십….
한참을 소은의 가슴을 주무르던 환우는 그녀의 진분홍빛 티셔츠를 벗겨버렸다. 그리곤 브래지어를 풀자 소은의 커다랗고 새하얀 가슴이 출렁하며 나온다. 어김없이 그녀의 젖꼭지를 입에 머금는 환우.
“아흠!”
환우의 혀가 소은의 젖꼭지며 가슴, 온몸 곳곳을 핥는다. 그럴 때마다 소은의 몸은 이리저리 비틀리며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환우의 혀가 점차 아래로 내려온다. 소은의 새하얀 배와 앙증맞은 배꼽을 지나자 환우의 혀에 그녀의 청치마가 걸린다. 벗겨버릴까 하다가 그냥 치마를 위로 올리며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활짝 벌렸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하얀색 팬티. 그러나 이미 소은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젖어오기 시작했는지 그녀의 팬티 가랑이 부분은 색깔이 변해 있었다.
흥분할 대로 흥분한 환우는 거침없이 그녀의 팬티를 벗겨 내려버린다. 허리를 살짝 들어 도와주는 소은.
팬티를 벗기고 다시 허벅지를 세우듯 벌리자 소은의 흠뻑 젖어 있는 보지가 드러났다. 환우는 소은의 보지가 처음 봤을 때와는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정말 굳건히 닫혀있던 스무 살 꽃보지였는데 지금은 자신과의 잦은 관계로 소음순도 약간 밀려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다 무슨 상관이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이다. 게다가 자신과만 관계를 가져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환우의 혀가 망설임 없이 소은의 보지에 닿는다.
“하음! 화, 환우야. 오늘 땀 많이 흘렸어! 씨, 씻고.”
그러나 환우는 괜찮다는 듯 연신 소은의 보지를 핥았다. 소은은 물이 많은 여자였다. 환우의 혀로 자극 받아 엉덩이까지 타고 흐를 정도로 끊임없이 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악, 하악….”
소은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환우의 혀를 느낀다.
한참을 소은의 보지를 핥던 환우는 얼른 일어나 옷을 벗었다. 그리고 커다랗게 발기된 자지를 문지르며 소은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바닥에 이불을 깔지 않아 무릎이 엄청 아프겠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이 격정적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
환우의 자지가 힘차게 소은의 보지 안으로 들어간다.
“하윽!”
소은이 환우를 힘껏 껴안는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남자친구의 자지…. 정말 하고 싶었다. 환우와 자주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자신은 은근히 밝히는 여자라는 것이었다. 환우와 데이트를 하면 마지막엔 꼭 하고 싶었고, 키스만 해도 아래쪽이 축축이 젖어오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우가 안에 싸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 안에 뜨거운 액체가 가득 찰 때의 그 느낌…. 다른 어떤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우와 자주 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애가 탔다. 여자가 먼저 말하기도 좀 그렇고…. 결국 집에서 가끔 자위를 하게 되는 경우까지 이르렀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안으로 쏙 들어가 이미 축축이 젖어 있는 보지를 문지르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아야 했다.
그러다가 결국 먼저 환우에게 말한 것이다. 하고 싶다고….
환우의 자지를 받고나니 역시 말하길 잘한 것 같다. 역시 자신은 밝히는 여자였다.
“하윽, 하윽. 환우야. 하윽.”
열심히 소은의 보지에 박아대던 환우는 그녀의 변화에 꽤 놀랐다.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열심히 허리를 들썩거리는 소은…. 조금 더 자신의 자지를 깊숙이 받으려고 애를 쓰는 그녀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야 했다.
“하앙! 환우야! 하음 하앙…. 아흥!”
그리고 무엇보다 변한 건 저 신음소리…. 그녀 특유의 높은 음색과 어우러져 묘하게 색기를 뿜어내는 저 신음소리는 분명히 예전과 달랐다. 예전에는 혹시라도 다른 방에 들릴까봐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이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허나 그녀의 변화된 모습이 싫을 리 없었다. 오히려 더 자극을 받는 환우였다.
이런 저런 체위로 바꿔가며 한참을 관계를 가지던 환우는 이윽고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헉, 헉. 소은아 나 쌀게.”
“응. 응. 하윽. 환우야 안에다 싸줘. 하윽.”
“안전한 날이야?”
“응! 하윽! 하으음! 응 안에다가! 하앙!”
눈을 감은 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환우는 금방 사정하고 만다.
“하아아앙-!”
소은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보지 안에 가득 차는 환우의 뜨거운 정액을 느낀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이 느낌….
잠시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여운을 즐기던 둘이 떨어진다. 소은의 보지에서 환우의 자지가 나오자 많은 양의 정액이 미끄덩하고 흘러내린다.
소은은 이 느낌도 좋았다. 엉덩이 쪽으로 타고 흐르는 이 뜨거운 액체의 간지러운 느낌이….
서로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 소은은 환우의 머리를 만지며 묻는다.
“무릎 안 아파?”
“안 아파. 아픈 것보다 좋은 게 더 컸으니까.”
“히히. 그렇게 좋아?”
“응 너 오늘 묘하게 섹시해서.”
“히힛? 정말?”
좋아라하며 환우의 품으로 파고드는 소은. 환우가 참 좋았다. 예전에도 좋았지만 이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더 좋아졌다.
환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먹는 소은이었다.
*
7월 말이 되면서 여름의 무더위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환우와 소은은 전처럼 토요일에만 만나 데이트를 했으나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젠 꼭 데이트가 끝나고 환우의 집에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환우는 소은과 관계를 가질 때마다 그녀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야한 여자가 된 거 같은 느낌? 명확히 말로 설명할 순 없었지만 표정이나 몸짓, 신음소리 하나하나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소은의 착하고 순수한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처럼 환우만 바라보며 헌신적으로 잘해주는 그녀 특유의 천사 같은 성격은 그대로였다.
7월 말쯤엔 소은의 과 학생회에서 LT를 가기로 한 날이 있었다. 처음에 소은이 환우에게 LT를 간다고 했을 때 환우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나 싶어 반문한 적이 있다.
“LT? 그게 뭔데?”
“리더십 트레이닝이래….”
그런 설명에 결국 환우는 웃음까지 터트렸었고…. 말이 리더십 트레이닝이지 그냥 가서 술 마시고 노는 거 아닌가?
결국 환우가 예상한 대로였다. 소은도 리더십 트레이닝이라는 거창한 말에 조금은 기대를 가지고 떠났지만 흔히들 가는 MT와 다를 바가 없었다. 처음에 가서 수첩 들고 몇 글자 끼적인 걸 빼면 완전한 MT였다.
소은이 LT에 가서 이번 토요일은 집에서 혼자 보내게 된 환우. 계속해서 소은의 생각만이 떠오른다. 과 학생회면 분명 그 학생회장이라는 정한태라는 놈도 갔을 텐데…. 예전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었다. 소은이 과 학생회 사람들이랑 술을 마신다고 해도 걱정 한 번 안 해주고 집에서 쿨쿨 잠만 잤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휴우…. 이거 괜히 신경 쓰이네.’
하루 종일 집에 누워 소은과 간간히 문자를 주고받던 환우는 설상가상으로 밤에 그녀의 문자가 끊기자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 정한태라는 놈이 소은을 유독 챙겨주는 거 같았는데….
“으악-!”
환우는 비명을 질렀다. 머릿속에 떠올리면 안 되는 상상까지 해버렸기 때문이다. 안되겠다. 전화라도 해봐야겠다.
소은에게 전화를 걸자 잠시간의 연결음이 지난 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취한 듯했다.
[여부세요?]
“응…. 잘 놀고 있어?”
[웅. 지금 학생회 사람들이랑 술 마시고 이썽.]
술에 취한 듯 소은의 혀가 약간 꼬인다.
“혹시 그 정한태라는 놈도 갔니?”
[응? 응…. 왜?]
“아냐. 그냥…. 조심해서 놀아.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그 선배 옆에 있지 말고.”
환우가 그렇게 걱정을 하자 잠시 소은의 말이 없다. 환우는 갑작스런 그녀의 침묵에 덜컥 걱정이 났다. 자기가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한 것일까….
막 사과를 하려는 데 곧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헤헤. 나 환우 정말 진짜 너무 좋다….]
“응, 응?”
화가 났다고 생각했던 소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환우 예전에는 말야…. 내가 과 사람들이랑 늦게까지 술 마시고 그래도 전화 한 번, 문자 한 번 없었어…. 그때는 많이 섭섭했었는데…. 근데 이제는 이렇게 나 걱정도 해주고…. 헤헤. 나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
환우는 괜히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그녀 말이 맞았다. 예전에는 정말 그렇게나 무심했었다.
“응…. 난 너가 잠깐 말이 없기에 내가 너무 지나치게 간섭해서 화났나 싶었어.”
[에이. 아니야. 난 환우가 이렇게 참견해주는 것도 다 좋아. 그만큼 나 사랑하고 생각해준다는 건데.]
“그래. 그럼 다행이다. 사람들이랑 있는데 길게 통화 못하지? 재밌게 조심해서 놀아.”
[웅. 알았어!]
소은의 밝은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긴다. 그녀와의 통화를 마친 환우는 이제 안심이 되었다.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생각하는데 무슨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소은이는 너무 착해. 최고다.’
기분이 좋은 환우였다.
*
8월 달이 되었고 환우와 소은은 드디어 둘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의 짧은 스케줄이었지만 둘이 떠나는 첫 여행이기에 무척이나 설레는 두 사람이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동해로 향했다. 동해역에서 내려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자 예약해둔 펜션의 주인아저씨가 나와 있었다. 주인아저씨의 차를 타고 펜션에 도착하자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성수기 주말인지라 오늘 손님은 다 젊은 커플이네요.”
환우와 소은은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아저씨가 열어 주시는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옆방에서 젊은 남녀가 나온다. 젊은 남녀라지만 스무 살의 환우와 소은보다는 나이가 있어 보였다.
옆방의 커플이 스쳐지나가자 소은이 환우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는다. 환우의 시선이 멍하니 여자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왜?”
“너 뭘 그렇게 보니? 흥!”
소은은 화가 난 듯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가 안내를 마치고 돌아간 후에도 소은은 무언가 화가 났는지 계속해서 뾰로통한 상태이다.
함께 짐정리를 하던 환우는 그녀가 왜 그런지 몰라 조심스레 물었다.
“너 왜 그래?”
“뭐!”
“아니 계속 화가 난 거 같아서….”
소은의 눈이 가늘어진다.
“너 몰라서 묻니?”
“응? 뭘?”
“너 아까 그 여자 계속 뚫어지게 바라봤잖아. 지나가고 난 다음에도 뒤돌아서까지 보더라?”
“내, 내가?”
소은의 말에 환우는 무척 당황했다. 여자를 보긴 봤었는데 자기가 뒤돌아서까지 봤다고? 무의식중에 그랬는지 기억에 없다.
소은의 화난 목소리가 이어진다.
“흥. 됐어. 앞으론 그러지마.”
“알았어. 미안해….”
환우는 그렇게 사과했지만 소은의 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사실 소은이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짐정리를 마치고 해수욕장으로 놀러가기 위해 수영복으로 갈아입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소은을 본 환우는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그녀를 향해 달려가 꼭 안았다. 노출이 많은 비키니는 아니지만 그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파스텔 톤의 많은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비키니였다. 게다가 소은의 가슴이 꽤 큰 편이라 귀여운 비키니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섹시한 느낌을 풍겼다.
환우는 비키니를 입은 그녀를 보자 갑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소은아 우리 하고 나갈까?”
“지금? 에이…. 이따 밤에 계속 할 건데. 지금 힘 빼지 말자.”
그녀의 콧소리 섞인 말에 환우는 조금 참기로 한다.
“그래? 아싸. 빨리 밤이 왔으면 좋겠다.”
둘은 위에 옷을 대충 걸치고 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그러자 아까 나갔던 옆방 커플과 다시 마주친다. 어딜 나갔다 들어오는 모양이다.
소은은 환우가 또 그 여자를 쳐다보지 않을까 재빨리 지나가려다가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자신의 가슴으로 향해 있는 남자의 시선을….
‘뭐야 저 사람. 짜증나….’
그러나 환우에게 말하기도 뭐해서 재빨리 환우의 손을 이끌고 자리를 뜨는 소은이었다.
8월초의 해수욕장은 사람들 천지였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둘이 물에 들어가 간단히 물을 뿌리는 정도밖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첫 여행인지라 들뜬 마음에 제법 재밌게 논 두 사람. 하루 종일 뙤약볕에 노출되어 뜨거워진 몸을 이끌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한숨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며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려 하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갑작스레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소은을 진정시키며 환우가 큰소리로 물었다.
“누구세요?”
“예. 저기 옆방에 온 커플인데요.”
제법 굵직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 환우는 아직 문을 열지 않고 한 번 더 물었다.
“예. 근데 무슨 일이시죠?”
“아뇨.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커플이랑 같이 술 마셨으면 해서요.”
확실히 옆방에 온 커플 같았다. 환우는 더 이상 문을 안 열기도 뭐해서 소은을 한 번 바라보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짧게 수염을 길러 거친 인상을 풍기는 남자와 여우 같은 눈매의 여자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낮에 두 번이나 마주쳤던 옆방 커플이었다.
“안녕하세요.”
남자의 인사에 환우도 꾸벅 인사를 한다.
“예. 안녕하세요….”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술 한 잔 하셨으면 해서요. 그냥 심심하게 둘이 마시는 것 보다 넷이 이야기하면서 마시면 더 좋을 거 같아서요.”
남자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안쪽의 소은을 한 번 바라본다. 남자와 눈이 마주쳐버리고만 소은. 재빨리 눈을 피했다.
환우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연다.
“아. 저기 그럼 잠깐 기다려 주시겠어요? 여자친구한테도 물어봐야 돼서요.”
“예. 그럼요.”
남자가 동의하자 환우는 문을 닫고 소은에게 와 물었다.
“어때?”
“뭐가?”
그러나 왠지 냉랭한 반응의 소은.
“저 커플이랑 같이 놀까? 나쁜 사람들 같진 않은데?”
“넌 어떤데?”
“난 뭐 괜찮은데. 여럿이서 놀면 왁자지껄한 게 더 재밌을 거 같고….”
환우의 대답에 소은의 표정이 다시 냉랭해진다.
“흥. 그렇겠지.”
그녀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를 모르는 환우는 갑작스런 그녀의 반응에 어리둥절했다.
“어? 왜 그래…?”
소은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약간은 진정이 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냐. 너 놀고 싶으면 그렇게 하자.”
“응, 응….”
환우는 소은이 그렇게 말하자 다시 문 쪽으로 갔다. 소은은 그런 환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옆방 커플 여자…. 여우 같은 눈매에 도도해 보이는 것이 어딘가 은빈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아까 환우가 쳐다봤을 때도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고…. 결국엔 자기에게 돌아와 준 환우라서 은빈에 대한 질투는 전혀 하지 않기로 했는데 역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여자였다.
소은의 허락으로 옆방 커플이 환우네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자기들이 싸온 것이라며 술과 안주거리도 잔뜩 들고 왔다.
술자리를 준비하며 서로들 소개를 했다. 남자의 이름은 박종철이었고 스물 여섯, 여자의 이름은 신유리였고 스물 둘이었다. 환우와 소은도 각자 소개를 하자 종철은 형, 언니라고 편하게 부르란다.
그렇게 넷은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종철과 유리는 생각보다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종철이 약간 뻔뻔하면서도 능글맞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니 환우와 소은도 재미있게 술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술이 꽤 많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다들 취기가 올라온다. 술이 약한 소은은 자제를 하며 마시긴 했지만 취하기 시작하는 건 남들과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의 젊은 성인 남녀들이 취하기 시작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게다가 한 여름에 떠나온 바닷가 여행이다. 이런 분위기도 장소도 최고조인 상태에서의 화젯거리는 너무나도 뻔했다. 농도 짙은 이야기….
당연히 먼저 칼을 빼든 것은 연장자인 종철이었다.
“너네 사귄 지 5개월 정도 됐다고 그랬나?”
“예.”
“그럼 해봤겠네?”
갑작스런 종철의 말에 환우와 소은은 살짝 당황한다. 하지만 나쁜 이야기도 아니고 해서 환우가 대답한다.
“예. 그럼 당연하죠.”
환우는 대답을 하고는 자기들 이야기만 해서는 손익이 안 맞는다 생각해서인지 적극적으로 물어보기로 하곤 말을 이었다.
“형네는 지금 4년 째 사귀신다면서요. 그럼 대체 언제 처음 하신 거예요?”
환우의 질문에 소은이 살짝 째려본다. 뭘 그런 걸 질문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당사자를 포함해 여자친구인 유리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종철은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빤 뒤 시원하게 뿜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긴 언제야. 얘 고2때니까 그때 처음 한 거지.”
“우와 여고생 때?”
“그게 뭘 놀랄 일이라고.”
피식 웃는 종철에게 환우의 질문이 재차 이어진다.
“4년 정도 사귀면 할 거 못 할 거 다 해보셨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얘랑 하는 것도 옛날에 질렸어.”
종철은 여자친구인 유리가 옆에 있음에도 그렇게 말을 한다. 그러나 유리는 종철을 살짝 째려보기만 할 뿐 별다른 화는 내지 않았다.
종철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유리 얘 몸매 봐라. 이게 여자 몸이냐? 남자 몸이지.”
종철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아 있는 유리의 가슴을 잡았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워낙 마른 스타일인 유리인지라 가슴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유리가 살짝 짜증을 내며 종철의 손을 쳐낸다.
당황하는 환우와 소은을 무시 한 채 종철의 말이 계속됐다.
“아 난 좀 글래머러스한 여자가 좋아. 그래야 떡 칠 때 좀 하는 맛이 있거든….”
종철은 그렇게 얘기하며 소은을 슬쩍 쳐다본다. 갑자기 종철과 눈이 마주쳐 놀란 소은. 재빨리 눈을 피한다.
소은의 반응에 종철은 입맛을 다시곤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야 그럼 너넨 얼마나 자주하냐?”
질문을 받은 환우는 소은을 쳐다봤다. 그러나 고개만 숙인 채 가만히 있는 소은…. 환우는 그냥 말하기로 한다.
“사귈 때 초에는 거의 매일 했었는데요. 요샌 1주일에 한 번 정도씩 해요. 아껴주고 싶어서요.”
환우의 말에 종철이 웃음을 터트린다.
“푸핫. 야 아껴주기는 뭘 아껴주냐. 이미 해놓고선 아껴준다는 게 말이 돼? 여자친구랑은 좋을 때 최대한 많이 해놓는 게 진짜 최고야. 나중가면 처음 그런 느낌도 안 들고, 또 그렇게 길들여놔야 나중에 다른 생각 못한다니까.”
이제 종철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다들 취해감에 따라 이야기의 수위는 높아져만 간다. 그때 종철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얘들아 우리 게임 하나 하자.”
“게임이요?”
환우의 반문에 종철의 설명이 이어진다.
“응. 우리 서로 파트너를 바꿔서 진짜 연인처럼 알콩달콩 노는 거야. 시간은 내일 아침까지 하기로 하자.”
설명을 들은 소은은 이게 무슨 게임이냐며 반문을 하려 했다. 그런데 환우의 대답이 먼저 튀어나와 버린다.
“오! 재밌겠다! 찬성! 찬성!”
많이 취한 환우는 그저 재밌겠다며 좋아한다. 그러자 종철의 재빠른 진행으로 소은은 얼떨결에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어이가 없었지만 설마 무슨 일이 있겠냐는 생각에 가만히 있기로 한다. 게다가 다행으로 종철이 귓속말로 소은을 안심시켜준다.
“걱정 마. 소은아. 그냥 자리만 바꿔서 술 마실 거니까.”
“예….”
종철의 말은 사실이었다. 가끔 소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술을 마시긴 했지만 게임의 내용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굉장히 양호한 것이었다. 소은도 종철의 행동에 적이 안심이 되는지 편하게 술을 마시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뒤늦게야 발생했다.
새벽까지 술을 마셔 모두들 많이 취한 상태에서 종철이 그만 자리를 끝내자고 말했다. 대충 정리를 하고 가만히 있는 소은에게 종철이 뭐하냐는 듯 외친다.
“소은아. 뭐해.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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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글을 못썼더니
비축분이 바닥을... ㅠㅠ
빨리빨리써야겠네요 ㅠ
기말고사 공부를 하려고 소은을 자신의 집에 불렀을 때도 그녀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공부에 집중했다. 끝나면 그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그것도 매번 데려다주려는 걸 소은의 만류로 가끔씩 그래야만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갈 무렵 함께 자취방에서 공부하던 소은이 웃는 낯으로 생글거리며 환우를 바라본다. 소은에게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 몰두하던 환우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아냐. 헤헤….”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여전히 웃는 낯으로 바라보는 그녀.
“뭐야. 뭔데 그래….”
환우가 계속해서 묻자 소은이 밝게 웃으며 입을 연다.
“너 많이 변한 거 같아….”
“내가?”
“응. 정말 많이….”
소은의 얼굴에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 요새 정말 행복한 것이 사실이니까. 환우와 사귀고 나서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처음 환우와 사귄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좋진 않았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되어서 좋다 정도였다. 게다가 사귀고 나서 초반은 어떠했었나. 환우가 자신의 몸만 원하는 듯해서 많이 섭섭했던 적도 있지 않았었나. 하지만 그런 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던 것인데 요새는 달랐다.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환우에게서 느껴지니까….
환우는 행복해하는 소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안다. 자신의 무엇이 변했는지도….
“응…. 너 많이 아껴주고 싶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정말 진심이 가득 담긴 환우의 말. 그걸 모를 리 없는 소은이 환우에게 와락 안긴다.
“나도 사랑해 환우야….”
그렇게 환우에게 잠시 동안 안겨있던 소은이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여름방학 때 바닷가 놀러가자!”
갑작스러운 소은의 제안에 환우는 놀랐다. 외박도 안 되는 그녀가 여행이라니….
“우리 둘이?”
“응. 그럼 우리 둘이 가지!”
“너 외박도 안 되는 애가 어떻게 남자친구랑 여행을 가.”
환우의 말에 소은이 귀여움이 가득 담긴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에이. 여대생이 남자친구랑 여행 하나 못 갈 거 같아? 대한민국 여대생이 엠티 간다는 건 다 남자친구랑 둘이 여행 간다는 거야!”
“뭐? 하하.”
소은의 깜찍한 말에 환우는 웃음이 나왔다. 사랑하는 그녀와 바닷가로 여행을 가다니….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당연히 환우는 찬성이었다.
“그래. 8월 초쯤에 가기로 하고 음…. 돈이 없으니까 여름방학에는 아르바이트해서 돈 모아서 가기로 하자.”
“히힛. 그래!”
소은은 다시 한 번 환우의 품으로 뛰어든다.
너무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함께한다는 것이….
*
기말고사가 끝나고 동시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환우와 소은은 약속대로 8월 초쯤에 여행을 가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환우는 시급이 센 마트 물류창고 정리를 하기로 했고, 소은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데이트는 토요일만 하기로 했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거라 아침 일찍 만나 밤늦게까지 함께 있다가 헤어지곤 했다.
그렇게 7월 중순쯤이 되었다. 여느 토요일과 다름없이 데이트를 한 환우와 소은. 저녁을 먹고 근처를 돌며 구경이라도 하려하는데 소은의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 왠지 안절부절 거리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자꾸 쭈뼛쭈뼛 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걷질 못하고 있었다.
이상스레 여긴 환우가 물었다.
“소은아 왜 그래? 다리 아파?”
“아니 그게 아니라….”
“응? 그럼 왜 그래?”
굉장히 망설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소은.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았다.
환우가 재차 물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나한테 못할 말이 뭐가 있어.”
환우가 그렇게까지 얘기하자 소은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저, 저기! 나 너네 집에 가고 싶어!”
소은의 표정은 무언가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환우는 그런 소은의 표정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말을 뭐 저렇게까지 긴장해가면서 어렵게 이야기 한단 말인가.
“하하. 그게 뭐 그리 어려워.”
“그게 다가 아냐!”
소은은 또 할 말이 남아 있단다.
“응? 또 뭐?”
이번엔 소은의 목소리가 굉장히 작아진다. 환우에게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있잖아…. 저기…. 앞으로 데이트하고 나면 너네 집에 들러서 꼭 하고 가면 안 될까?”
“응?”
소은의 의외의 말에 환우는 꽤 놀랐다. 소은이 먼저 저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놀라는 환우를 무시하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저기 그…. 예전엔 매일같이 하다가 요새는 거의 뜸하게 하잖아. 7월 달 들어서도 한 번도 안했고….”
여기까지 말하고 난 소은은 배시시 웃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헤헤…. 이 말 진짜진짜 되게 용기내서 하고 있는 중이야. 환우랑 그거 하고 싶기도 하고, 또 혹시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진 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소은의 얼굴엔 약간의 근심이 서려있다. 정말 용기내서 한 말, 그리고 자신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건가 하는 걱정까지…. 이 고민은 여자가 할 수 있는 고민 중 가장 크나큰 고민 중 하나가 아닌가.
환우는 그런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를 너무 아껴주기만 했던 자신의 경솔함이 원망스러웠다. 그녀의 좋은 남자친구가 되려면 이런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야 했던 건데….
“너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니. 그럴 리가 있어? 그럼 내가 처음에 그렇게 너와 하고 싶었던 건 어떻게 되는 거냐…. 단지 나는 널 아껴주고 싶어서 그래왔던 거니까.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환우는 소은을 살짝 안으며 말을 잇는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자는 바로 너야.”
그 말에 소은은 환우의 품으로 한껏 파고들었다.
그 길로 둘은 환우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격정적으로 관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들어서자마자 선 채로 거칠게 키스를 하는 둘.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키스를 하던 둘은 결국 넘어지듯 누워서까지 길게 키스를 이어 간다.
환우는 밑에 깔린 소은의 몸 이곳저곳을 마구 만지다 그녀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움켜잡고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한다.
“아…!”
소은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환우의 손길을 느꼈다. 오랜만에 환우와 나누는 진한 스킨십….
한참을 소은의 가슴을 주무르던 환우는 그녀의 진분홍빛 티셔츠를 벗겨버렸다. 그리곤 브래지어를 풀자 소은의 커다랗고 새하얀 가슴이 출렁하며 나온다. 어김없이 그녀의 젖꼭지를 입에 머금는 환우.
“아흠!”
환우의 혀가 소은의 젖꼭지며 가슴, 온몸 곳곳을 핥는다. 그럴 때마다 소은의 몸은 이리저리 비틀리며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환우의 혀가 점차 아래로 내려온다. 소은의 새하얀 배와 앙증맞은 배꼽을 지나자 환우의 혀에 그녀의 청치마가 걸린다. 벗겨버릴까 하다가 그냥 치마를 위로 올리며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활짝 벌렸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하얀색 팬티. 그러나 이미 소은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젖어오기 시작했는지 그녀의 팬티 가랑이 부분은 색깔이 변해 있었다.
흥분할 대로 흥분한 환우는 거침없이 그녀의 팬티를 벗겨 내려버린다. 허리를 살짝 들어 도와주는 소은.
팬티를 벗기고 다시 허벅지를 세우듯 벌리자 소은의 흠뻑 젖어 있는 보지가 드러났다. 환우는 소은의 보지가 처음 봤을 때와는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정말 굳건히 닫혀있던 스무 살 꽃보지였는데 지금은 자신과의 잦은 관계로 소음순도 약간 밀려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다 무슨 상관이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이다. 게다가 자신과만 관계를 가져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환우의 혀가 망설임 없이 소은의 보지에 닿는다.
“하음! 화, 환우야. 오늘 땀 많이 흘렸어! 씨, 씻고.”
그러나 환우는 괜찮다는 듯 연신 소은의 보지를 핥았다. 소은은 물이 많은 여자였다. 환우의 혀로 자극 받아 엉덩이까지 타고 흐를 정도로 끊임없이 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악, 하악….”
소은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환우의 혀를 느낀다.
한참을 소은의 보지를 핥던 환우는 얼른 일어나 옷을 벗었다. 그리고 커다랗게 발기된 자지를 문지르며 소은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바닥에 이불을 깔지 않아 무릎이 엄청 아프겠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이 격정적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
환우의 자지가 힘차게 소은의 보지 안으로 들어간다.
“하윽!”
소은이 환우를 힘껏 껴안는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남자친구의 자지…. 정말 하고 싶었다. 환우와 자주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자신은 은근히 밝히는 여자라는 것이었다. 환우와 데이트를 하면 마지막엔 꼭 하고 싶었고, 키스만 해도 아래쪽이 축축이 젖어오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우가 안에 싸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 안에 뜨거운 액체가 가득 찰 때의 그 느낌…. 다른 어떤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우와 자주 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애가 탔다. 여자가 먼저 말하기도 좀 그렇고…. 결국 집에서 가끔 자위를 하게 되는 경우까지 이르렀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안으로 쏙 들어가 이미 축축이 젖어 있는 보지를 문지르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아야 했다.
그러다가 결국 먼저 환우에게 말한 것이다. 하고 싶다고….
환우의 자지를 받고나니 역시 말하길 잘한 것 같다. 역시 자신은 밝히는 여자였다.
“하윽, 하윽. 환우야. 하윽.”
열심히 소은의 보지에 박아대던 환우는 그녀의 변화에 꽤 놀랐다.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열심히 허리를 들썩거리는 소은…. 조금 더 자신의 자지를 깊숙이 받으려고 애를 쓰는 그녀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야 했다.
“하앙! 환우야! 하음 하앙…. 아흥!”
그리고 무엇보다 변한 건 저 신음소리…. 그녀 특유의 높은 음색과 어우러져 묘하게 색기를 뿜어내는 저 신음소리는 분명히 예전과 달랐다. 예전에는 혹시라도 다른 방에 들릴까봐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이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허나 그녀의 변화된 모습이 싫을 리 없었다. 오히려 더 자극을 받는 환우였다.
이런 저런 체위로 바꿔가며 한참을 관계를 가지던 환우는 이윽고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헉, 헉. 소은아 나 쌀게.”
“응. 응. 하윽. 환우야 안에다 싸줘. 하윽.”
“안전한 날이야?”
“응! 하윽! 하으음! 응 안에다가! 하앙!”
눈을 감은 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환우는 금방 사정하고 만다.
“하아아앙-!”
소은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보지 안에 가득 차는 환우의 뜨거운 정액을 느낀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이 느낌….
잠시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여운을 즐기던 둘이 떨어진다. 소은의 보지에서 환우의 자지가 나오자 많은 양의 정액이 미끄덩하고 흘러내린다.
소은은 이 느낌도 좋았다. 엉덩이 쪽으로 타고 흐르는 이 뜨거운 액체의 간지러운 느낌이….
서로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 소은은 환우의 머리를 만지며 묻는다.
“무릎 안 아파?”
“안 아파. 아픈 것보다 좋은 게 더 컸으니까.”
“히히. 그렇게 좋아?”
“응 너 오늘 묘하게 섹시해서.”
“히힛? 정말?”
좋아라하며 환우의 품으로 파고드는 소은. 환우가 참 좋았다. 예전에도 좋았지만 이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더 좋아졌다.
환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먹는 소은이었다.
*
7월 말이 되면서 여름의 무더위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환우와 소은은 전처럼 토요일에만 만나 데이트를 했으나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젠 꼭 데이트가 끝나고 환우의 집에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환우는 소은과 관계를 가질 때마다 그녀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야한 여자가 된 거 같은 느낌? 명확히 말로 설명할 순 없었지만 표정이나 몸짓, 신음소리 하나하나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소은의 착하고 순수한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처럼 환우만 바라보며 헌신적으로 잘해주는 그녀 특유의 천사 같은 성격은 그대로였다.
7월 말쯤엔 소은의 과 학생회에서 LT를 가기로 한 날이 있었다. 처음에 소은이 환우에게 LT를 간다고 했을 때 환우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나 싶어 반문한 적이 있다.
“LT? 그게 뭔데?”
“리더십 트레이닝이래….”
그런 설명에 결국 환우는 웃음까지 터트렸었고…. 말이 리더십 트레이닝이지 그냥 가서 술 마시고 노는 거 아닌가?
결국 환우가 예상한 대로였다. 소은도 리더십 트레이닝이라는 거창한 말에 조금은 기대를 가지고 떠났지만 흔히들 가는 MT와 다를 바가 없었다. 처음에 가서 수첩 들고 몇 글자 끼적인 걸 빼면 완전한 MT였다.
소은이 LT에 가서 이번 토요일은 집에서 혼자 보내게 된 환우. 계속해서 소은의 생각만이 떠오른다. 과 학생회면 분명 그 학생회장이라는 정한태라는 놈도 갔을 텐데…. 예전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었다. 소은이 과 학생회 사람들이랑 술을 마신다고 해도 걱정 한 번 안 해주고 집에서 쿨쿨 잠만 잤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휴우…. 이거 괜히 신경 쓰이네.’
하루 종일 집에 누워 소은과 간간히 문자를 주고받던 환우는 설상가상으로 밤에 그녀의 문자가 끊기자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 정한태라는 놈이 소은을 유독 챙겨주는 거 같았는데….
“으악-!”
환우는 비명을 질렀다. 머릿속에 떠올리면 안 되는 상상까지 해버렸기 때문이다. 안되겠다. 전화라도 해봐야겠다.
소은에게 전화를 걸자 잠시간의 연결음이 지난 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취한 듯했다.
[여부세요?]
“응…. 잘 놀고 있어?”
[웅. 지금 학생회 사람들이랑 술 마시고 이썽.]
술에 취한 듯 소은의 혀가 약간 꼬인다.
“혹시 그 정한태라는 놈도 갔니?”
[응? 응…. 왜?]
“아냐. 그냥…. 조심해서 놀아.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그 선배 옆에 있지 말고.”
환우가 그렇게 걱정을 하자 잠시 소은의 말이 없다. 환우는 갑작스런 그녀의 침묵에 덜컥 걱정이 났다. 자기가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한 것일까….
막 사과를 하려는 데 곧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헤헤. 나 환우 정말 진짜 너무 좋다….]
“응, 응?”
화가 났다고 생각했던 소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환우 예전에는 말야…. 내가 과 사람들이랑 늦게까지 술 마시고 그래도 전화 한 번, 문자 한 번 없었어…. 그때는 많이 섭섭했었는데…. 근데 이제는 이렇게 나 걱정도 해주고…. 헤헤. 나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
환우는 괜히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그녀 말이 맞았다. 예전에는 정말 그렇게나 무심했었다.
“응…. 난 너가 잠깐 말이 없기에 내가 너무 지나치게 간섭해서 화났나 싶었어.”
[에이. 아니야. 난 환우가 이렇게 참견해주는 것도 다 좋아. 그만큼 나 사랑하고 생각해준다는 건데.]
“그래. 그럼 다행이다. 사람들이랑 있는데 길게 통화 못하지? 재밌게 조심해서 놀아.”
[웅. 알았어!]
소은의 밝은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긴다. 그녀와의 통화를 마친 환우는 이제 안심이 되었다.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생각하는데 무슨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소은이는 너무 착해. 최고다.’
기분이 좋은 환우였다.
*
8월 달이 되었고 환우와 소은은 드디어 둘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의 짧은 스케줄이었지만 둘이 떠나는 첫 여행이기에 무척이나 설레는 두 사람이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동해로 향했다. 동해역에서 내려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자 예약해둔 펜션의 주인아저씨가 나와 있었다. 주인아저씨의 차를 타고 펜션에 도착하자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성수기 주말인지라 오늘 손님은 다 젊은 커플이네요.”
환우와 소은은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아저씨가 열어 주시는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옆방에서 젊은 남녀가 나온다. 젊은 남녀라지만 스무 살의 환우와 소은보다는 나이가 있어 보였다.
옆방의 커플이 스쳐지나가자 소은이 환우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는다. 환우의 시선이 멍하니 여자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왜?”
“너 뭘 그렇게 보니? 흥!”
소은은 화가 난 듯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가 안내를 마치고 돌아간 후에도 소은은 무언가 화가 났는지 계속해서 뾰로통한 상태이다.
함께 짐정리를 하던 환우는 그녀가 왜 그런지 몰라 조심스레 물었다.
“너 왜 그래?”
“뭐!”
“아니 계속 화가 난 거 같아서….”
소은의 눈이 가늘어진다.
“너 몰라서 묻니?”
“응? 뭘?”
“너 아까 그 여자 계속 뚫어지게 바라봤잖아. 지나가고 난 다음에도 뒤돌아서까지 보더라?”
“내, 내가?”
소은의 말에 환우는 무척 당황했다. 여자를 보긴 봤었는데 자기가 뒤돌아서까지 봤다고? 무의식중에 그랬는지 기억에 없다.
소은의 화난 목소리가 이어진다.
“흥. 됐어. 앞으론 그러지마.”
“알았어. 미안해….”
환우는 그렇게 사과했지만 소은의 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사실 소은이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짐정리를 마치고 해수욕장으로 놀러가기 위해 수영복으로 갈아입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소은을 본 환우는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그녀를 향해 달려가 꼭 안았다. 노출이 많은 비키니는 아니지만 그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파스텔 톤의 많은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비키니였다. 게다가 소은의 가슴이 꽤 큰 편이라 귀여운 비키니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섹시한 느낌을 풍겼다.
환우는 비키니를 입은 그녀를 보자 갑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소은아 우리 하고 나갈까?”
“지금? 에이…. 이따 밤에 계속 할 건데. 지금 힘 빼지 말자.”
그녀의 콧소리 섞인 말에 환우는 조금 참기로 한다.
“그래? 아싸. 빨리 밤이 왔으면 좋겠다.”
둘은 위에 옷을 대충 걸치고 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그러자 아까 나갔던 옆방 커플과 다시 마주친다. 어딜 나갔다 들어오는 모양이다.
소은은 환우가 또 그 여자를 쳐다보지 않을까 재빨리 지나가려다가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자신의 가슴으로 향해 있는 남자의 시선을….
‘뭐야 저 사람. 짜증나….’
그러나 환우에게 말하기도 뭐해서 재빨리 환우의 손을 이끌고 자리를 뜨는 소은이었다.
8월초의 해수욕장은 사람들 천지였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둘이 물에 들어가 간단히 물을 뿌리는 정도밖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첫 여행인지라 들뜬 마음에 제법 재밌게 논 두 사람. 하루 종일 뙤약볕에 노출되어 뜨거워진 몸을 이끌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한숨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며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려 하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갑작스레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소은을 진정시키며 환우가 큰소리로 물었다.
“누구세요?”
“예. 저기 옆방에 온 커플인데요.”
제법 굵직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 환우는 아직 문을 열지 않고 한 번 더 물었다.
“예. 근데 무슨 일이시죠?”
“아뇨.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커플이랑 같이 술 마셨으면 해서요.”
확실히 옆방에 온 커플 같았다. 환우는 더 이상 문을 안 열기도 뭐해서 소은을 한 번 바라보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짧게 수염을 길러 거친 인상을 풍기는 남자와 여우 같은 눈매의 여자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낮에 두 번이나 마주쳤던 옆방 커플이었다.
“안녕하세요.”
남자의 인사에 환우도 꾸벅 인사를 한다.
“예. 안녕하세요….”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술 한 잔 하셨으면 해서요. 그냥 심심하게 둘이 마시는 것 보다 넷이 이야기하면서 마시면 더 좋을 거 같아서요.”
남자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안쪽의 소은을 한 번 바라본다. 남자와 눈이 마주쳐버리고만 소은. 재빨리 눈을 피했다.
환우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연다.
“아. 저기 그럼 잠깐 기다려 주시겠어요? 여자친구한테도 물어봐야 돼서요.”
“예. 그럼요.”
남자가 동의하자 환우는 문을 닫고 소은에게 와 물었다.
“어때?”
“뭐가?”
그러나 왠지 냉랭한 반응의 소은.
“저 커플이랑 같이 놀까? 나쁜 사람들 같진 않은데?”
“넌 어떤데?”
“난 뭐 괜찮은데. 여럿이서 놀면 왁자지껄한 게 더 재밌을 거 같고….”
환우의 대답에 소은의 표정이 다시 냉랭해진다.
“흥. 그렇겠지.”
그녀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를 모르는 환우는 갑작스런 그녀의 반응에 어리둥절했다.
“어? 왜 그래…?”
소은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약간은 진정이 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냐. 너 놀고 싶으면 그렇게 하자.”
“응, 응….”
환우는 소은이 그렇게 말하자 다시 문 쪽으로 갔다. 소은은 그런 환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옆방 커플 여자…. 여우 같은 눈매에 도도해 보이는 것이 어딘가 은빈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아까 환우가 쳐다봤을 때도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고…. 결국엔 자기에게 돌아와 준 환우라서 은빈에 대한 질투는 전혀 하지 않기로 했는데 역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여자였다.
소은의 허락으로 옆방 커플이 환우네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자기들이 싸온 것이라며 술과 안주거리도 잔뜩 들고 왔다.
술자리를 준비하며 서로들 소개를 했다. 남자의 이름은 박종철이었고 스물 여섯, 여자의 이름은 신유리였고 스물 둘이었다. 환우와 소은도 각자 소개를 하자 종철은 형, 언니라고 편하게 부르란다.
그렇게 넷은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종철과 유리는 생각보다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종철이 약간 뻔뻔하면서도 능글맞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니 환우와 소은도 재미있게 술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술이 꽤 많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다들 취기가 올라온다. 술이 약한 소은은 자제를 하며 마시긴 했지만 취하기 시작하는 건 남들과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의 젊은 성인 남녀들이 취하기 시작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게다가 한 여름에 떠나온 바닷가 여행이다. 이런 분위기도 장소도 최고조인 상태에서의 화젯거리는 너무나도 뻔했다. 농도 짙은 이야기….
당연히 먼저 칼을 빼든 것은 연장자인 종철이었다.
“너네 사귄 지 5개월 정도 됐다고 그랬나?”
“예.”
“그럼 해봤겠네?”
갑작스런 종철의 말에 환우와 소은은 살짝 당황한다. 하지만 나쁜 이야기도 아니고 해서 환우가 대답한다.
“예. 그럼 당연하죠.”
환우는 대답을 하고는 자기들 이야기만 해서는 손익이 안 맞는다 생각해서인지 적극적으로 물어보기로 하곤 말을 이었다.
“형네는 지금 4년 째 사귀신다면서요. 그럼 대체 언제 처음 하신 거예요?”
환우의 질문에 소은이 살짝 째려본다. 뭘 그런 걸 질문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당사자를 포함해 여자친구인 유리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종철은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빤 뒤 시원하게 뿜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긴 언제야. 얘 고2때니까 그때 처음 한 거지.”
“우와 여고생 때?”
“그게 뭘 놀랄 일이라고.”
피식 웃는 종철에게 환우의 질문이 재차 이어진다.
“4년 정도 사귀면 할 거 못 할 거 다 해보셨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얘랑 하는 것도 옛날에 질렸어.”
종철은 여자친구인 유리가 옆에 있음에도 그렇게 말을 한다. 그러나 유리는 종철을 살짝 째려보기만 할 뿐 별다른 화는 내지 않았다.
종철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유리 얘 몸매 봐라. 이게 여자 몸이냐? 남자 몸이지.”
종철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아 있는 유리의 가슴을 잡았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워낙 마른 스타일인 유리인지라 가슴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유리가 살짝 짜증을 내며 종철의 손을 쳐낸다.
당황하는 환우와 소은을 무시 한 채 종철의 말이 계속됐다.
“아 난 좀 글래머러스한 여자가 좋아. 그래야 떡 칠 때 좀 하는 맛이 있거든….”
종철은 그렇게 얘기하며 소은을 슬쩍 쳐다본다. 갑자기 종철과 눈이 마주쳐 놀란 소은. 재빨리 눈을 피한다.
소은의 반응에 종철은 입맛을 다시곤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야 그럼 너넨 얼마나 자주하냐?”
질문을 받은 환우는 소은을 쳐다봤다. 그러나 고개만 숙인 채 가만히 있는 소은…. 환우는 그냥 말하기로 한다.
“사귈 때 초에는 거의 매일 했었는데요. 요샌 1주일에 한 번 정도씩 해요. 아껴주고 싶어서요.”
환우의 말에 종철이 웃음을 터트린다.
“푸핫. 야 아껴주기는 뭘 아껴주냐. 이미 해놓고선 아껴준다는 게 말이 돼? 여자친구랑은 좋을 때 최대한 많이 해놓는 게 진짜 최고야. 나중가면 처음 그런 느낌도 안 들고, 또 그렇게 길들여놔야 나중에 다른 생각 못한다니까.”
이제 종철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다들 취해감에 따라 이야기의 수위는 높아져만 간다. 그때 종철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얘들아 우리 게임 하나 하자.”
“게임이요?”
환우의 반문에 종철의 설명이 이어진다.
“응. 우리 서로 파트너를 바꿔서 진짜 연인처럼 알콩달콩 노는 거야. 시간은 내일 아침까지 하기로 하자.”
설명을 들은 소은은 이게 무슨 게임이냐며 반문을 하려 했다. 그런데 환우의 대답이 먼저 튀어나와 버린다.
“오! 재밌겠다! 찬성! 찬성!”
많이 취한 환우는 그저 재밌겠다며 좋아한다. 그러자 종철의 재빠른 진행으로 소은은 얼떨결에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어이가 없었지만 설마 무슨 일이 있겠냐는 생각에 가만히 있기로 한다. 게다가 다행으로 종철이 귓속말로 소은을 안심시켜준다.
“걱정 마. 소은아. 그냥 자리만 바꿔서 술 마실 거니까.”
“예….”
종철의 말은 사실이었다. 가끔 소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술을 마시긴 했지만 게임의 내용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굉장히 양호한 것이었다. 소은도 종철의 행동에 적이 안심이 되는지 편하게 술을 마시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뒤늦게야 발생했다.
새벽까지 술을 마셔 모두들 많이 취한 상태에서 종철이 그만 자리를 끝내자고 말했다. 대충 정리를 하고 가만히 있는 소은에게 종철이 뭐하냐는 듯 외친다.
“소은아. 뭐해.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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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글을 못썼더니
비축분이 바닥을... ㅠㅠ
빨리빨리써야겠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