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편(斷片) - 6부
관리자
근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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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8 12:53
기억의 단편(斷片) 6부.
다음날 골목길에 가보니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창문을 바라보자 손을 흔들어주다가 교문 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지각하기 전에 빨리 가라는 손짓 같다. 나는 그녀의 손짓을 무시하고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지금 시간이 9시 15분이니 평소보다 빨리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계속 골목길에 있으니 그녀의 대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왔다.
“태자야.”
나는 그녀의 부름에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팔목을 바라본다.
“교복이 깨끗하네. 새로 산거야.”
“집에 몇 벌 있어요. 제가 옷을 자주 찢어먹는 편이라 몇 벌을 구입해 두었죠.”
“다행이네........지각하겠다. 빨리 학교 가야지.”
“지금가도 지각인데요. 뭘~”
“그래도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지. 넌 향상 9시 30분에 학교 가더라.”
“아줌마 보다가 가니까 그렇죠.”
“나.......왜~”
“모르겠어요. 아줌마를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앞으로는 그렇지 마. 학생이 지각하면 안 되잖아.”
“하지만..........”
“태자학생........학생이 남 같지 않아서 하는 말이니 오해는 하지 마. 난 학생들이 씩씩하게 등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그래서 향상 창가를 바라보는 거야.”
“그래요. 그런데 왜 9시 30분까지 지켜보시는 거죠. 보통 8시 30분이면 대부분 학생들의 등교가 끝나잖아요.”
“학생 같이 지각하는 학생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8시 50분이면 들어갈 거야.”
“왜요.”
“태자학생이 나 때문에 향상 지각하는 것 같아서......... 어머~ 내 정신 좀 봐~ 자자~ 빨리 학교 가세요.”
“알았어요.”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학교로 향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다. 그녀와 잠시간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나를 보고 수군거린다.
“모두 조용히 해. 자~ 주목........”
교탁에 있던 선생은 나를 힐긋 바라보더니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창가를 바라보며 미지의 여인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지켜본 결론은 그녀는 가정부 아줌마와 둘만 산다는 것이다. 그녀의 집에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에 대해 상상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누구야.”
“강태자..........나랑 잠깐만 이야기하자.”
내 어깨를 건드린 사람은 반장인 황예빈이었다.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며 남녀 합반이다. 보통 남녀합반의 경우 남자가 반장을 하고 여자가 부반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반은 특이하게 여자가 반장이고 남자가 부반장이다. 황예빈은 짧은 단발머리에 약간 말라 보이는 몸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앞 모습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녀는 미스코리아 뺨칠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 호리호리한 몸매와는 다르게 빵빵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녀가 머리를 기르고 자신을 조금만 꾸민다면 당장 TV에 나가도 스타가 될 것이다. 물론 스타가 얼굴만 예쁘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미모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말해.”
“밖으로 나와!”
그녀는 자신이 먼저 복도로 나갔다. 그녀는 복도 끝으로 가더니 나를 뚫려지라 바라본다.
“무슨 일이야.”
“너~ 어제 홍상수선배와 한판 붙었다며.........”
“홍상수.......아~ 그 새끼.........네가 그 새끼를 어떻게 알아.”
“정말이야.........네가 홍선배를 박살낸 거야.”
“누가 그래. 그 새끼가 그래.”
“다른 사람에게 들었어. 진짜구나. 내가 홍선배를 때린 거구나?”
“왜 그걸 물어보는 거야. 그 새끼 애인이라도 되니.”
“아니야........속이 후련해서.......수업 시작하겠다. 들어가자.”
그녀는 다시 복도를 달려 교실로 들어간다. 무엇이 후련하다는 말인가?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가려는데 2학년 명찰을 단 선배들이 우리 교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아이들을 살펴보더니 곧바로 나에게 걸어왔다.
“네가 강태자냐?”
“너희들은 누구야.”
“선배를 봤으면 인사라도 해라. 개새끼야.”
“시비 걸려고 왔냐?”
“이휴~ 이걸 그냥.”
한 놈이 주먹으로 나를 치려고 하니 나머지 두 명이 녀석의 팔을 잡았다.
“참아라. 부회장님이 쪽지만 전해주고 오라고 했잖아. 야~ 이거 받아.”
녀석들 중에서 한명이 쪽지를 던져주고 바닥에 침을 뱉으며 교실을 빠져나간다. 나는 쓰게 웃으며 쪽지를 펼쳐보니 일진회 부회장이라는 놈이 보낸 쪽지다. 어제 나에게 깨진 홍상수가 2학년 부회장이며 이번에 쪽지를 보낸 놈은 3학년 부회장이다. 쪽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방과 후에 학교 뒤에 있는 보조운동장으로 오라는 말이다. 우리 학교에는 운동장이 2개다. 하나는 건물 앞에 있는 커다란 운동장이고 하나는 학교 건물 뒤에 있는데 그곳은 서클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이용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쪽지를 찍어서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저기.......태자야........쪽지에 뭐라고 써 있어.”
아침에 나에게 말을 걸었던 예빈이가 쪽지에 관심을 보인다. 그녀는 이미 아이들이 식당으로 갔는데도 교실에 남아 있었다. 나는 쪽지의 내용을 말해주었다.
“갈 거야.”
“어디.”
“우선배가 보조운동장으로 나오라고 했다고 했잖아.”
“우선배?..........넌 쪽지를 보낸 놈이 누군지 알아.”
“아니.........모........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태자는 식당 안가?”
“식당?.........생각 없어. 그냥 매점에서 라면이나 사먹지 뭐~”
“그래........그럼 난 갈게.”
내가 우선배에 대해 물어보자 예빈이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아마 그녀는 우선배라는 놈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몇 발자국 걸어가지 않아서 다시 뒤를 돌아본다.
“저기........가지마. 우선배 무서운 사람이야. 홍선배하고는 틀려.”
“너...........우선배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구냐.”
“내가 할말은 이것뿐이야. 간다.”
그녀는 내 질문을 무시하고 자신의 말만하더니 식당으로 달려갔다. 나는 매점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사가지고 운동장 구석으로 왔다. 그리고 김지선 선생에게 핸드폰을 했다.
“여보세요.”
“나야.........태자.”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어. 어제 홍상수패거리랑 무슨 일 있었어.”
“선생도 알고 있어.”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어. 어제 홍상수패거리가 일학년에게 박살이 났다고 하던데.......그 일학년이 혹시 너야.”
“다른 선생들도 알고 있어.”
“대충 눈치는 체고 있지만 학교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홍상수패거리도 쉬쉬하고 있어서 그냥 넘어가자는 분위기야. 자꾸 말 돌리지 말고 말해. 정말 너야.”
“내가 그랬어. 녀석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서 손 좀 봐 주었지.”
“큰일 났다. 너 홍상수가 누군지 알아. 그놈은 2학년 일진회 회장이야.”
“나도 알아. 그것보다 3학년 부회장인 ‘우’어쩌고 하는 놈 알아.”
“우상식 말하는 거야. 그건 왜 물어봐~”
“그놈이 끝나고 보조운동장으로 오라는 쪽지를 보냈어.”
“가지마. 절대 가면 안돼. 그놈은 위험한 놈이야.”
“도대체 누군데 그래.”
“그 새끼 아버지가 알아주는 깡패야. 또한 학교에 그놈을 따르는 놈들도 많아.”
“그래........도대체 이 학교에 일진회가 몇 명이나 되는 거야.”
“우리 학생과에서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대충 30명 정도는 되는 모양이야. 더구나 놈들은 근처학교의 일진회와도 연계가 되어 있어.”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잠깐.......잠깐만.”
“왜~”
“너~ 갈 거야. 가만 안돼.”
“녀석이 보자는데 비겁하게 도망 칠 수는 없잖아. 참~ 일진회인지 뭐지.........그 새끼들 회장은 누구야. 홍상수라는 놈이 나에게 일학년 부회장을 시켜주겠다고 하던데........학년마다 회장이 있는 거야.”
“아니야. 학년마다 부회장은 있지만 회장은 없어. 쉽게 말해 일진회 회장은 한명이야.”
“누구야.”
“몰라. 우리 학생과에서도 일진회 회장이 누군지는 몰라.”
“좋은 정보 고마워. 이만 끊는다.”
“야~ 강태자........강태자.”
나는 김지선의 전화를 끊고 라면을 먹었다. 김지선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진회 회원은 30명 정도이고 각 학년마다 부회장이 있다. 그리고 회장이 한명 있는데 누군지는 모른다. 또한 일진회는 다른 학교와 연계가 되어 있다. 우상식이라는 놈은 3학년 부회장으로 아버지가 깡패다. 그러므로 놈도 한 가닥 하는 놈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는 라면을 모두 먹고 나서 식당으로 갔다. 우상식이라는 놈을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지 모르기 때문에 배를 든든하게 채워둘 생각이다.
수업이 끝나자 나는 책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태자.........너 오늘 청소당번이야. 청소하고 가?”
황예빈이 교실을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청소를 하라고 한다. 어의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청소를 한 적이 없다. 내가 청소를 하지 않아도 다른 애들은 시비를 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황예빈이 갑자기 청소를 하라고 하지 않는가?
“야~ 반장.........그냥 보내줘~ 우리가 할게.”
다른 아이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예빈에게 말한다. 모두 겁먹은 얼굴이다. 나는 히죽 웃으며 책가방을 던지고 빗자루를 잡았다. 황예빈이 무엇 때문에 나를 붙잡는지 알기 때문에 참아주기로 한 것이다. 청소가 끝나자 나는 다시 책가방을 챙겼다.
“강태자.......잠깐 이야기 좀 해.”
황예빈은 내 팔을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갔다.
“가만 안돼. 위험해. 제발 가지 마.”
“황예빈.........사실대로 말해봐~ 너 일진회에 대해서 알고 있지.”
“이.........일진회..........너도 아는 거야.”
“대충 들었어. 혹시 너도 일진회 회원이야.”
“아니야. 나는.........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해봐~ 선생들에게는 비밀로 할게.”
“정말.......정말 비밀로 해줄 거야.”
“걱정하지 말고 말해. 난 거짓말은 안한다.
“휴........선생님들은 모르지만 일진회 놈들은 학생회를 장악하고 있어. 학생회장이나 부회장도 일진회 회원이야.”
“뭐야. 학생회장이 일진회 회원이란 말이야.”
“응~ 나도 최근에 알았어.”
“기가 막히는군. 그래서 너도 일진회에 회원이 된 거야.”
“아니야. 나는........나는.........회원은 아니야. 단지........놈들에게.......놈들에게.”
황예빈은 곧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나는 그녀의 등을 다독거려 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말하라는 것이다.
“내가 일진회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자.......홍상수선배가.........나를........나를 강간했어.”
“뭐~ 강간?”
나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자기들 일진회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황예빈 같은 아이를 강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선생들에게 말해야지. 아니면 경찰에 신고라도 하던가?”
“안돼. 내가 선생이나 경찰에 말하면 죽인다고 했어. 그놈들은 그렇게 하고도 남을 놈들이야.”
“휴~ 하긴..........그놈들이라면 그렇게 하겠지. 지금은 어때. 어떻게 할 꺼야.”
“누구 나? 몰라.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놈들은.......지금도 나를 강간하고 있어.”
“뭐야. 어떻게.........어디서.”
“방과 후에 학생회실에서.........태자야. 나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흔들었다. 예빈이가 불상하기는 하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나 하나도 감당이 안 되는 놈이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선생들에게 말해. 아니면 경찰에 신고하던가?”
“내가 신고하면 그놈들이 날 죽일 거야.”
“바보야. 그럼 언제까지 놈들에게 농락당하고 있을 거야.”
“몰라........나 말고도 다른 애들도 가만 있는데 나 혼자 어떻게.”
“뭐~ 다른 애들........너처럼 강간당하는 애들이 또 있단 말이야.”
“응~ 2명이 더 있어. 3반 부반장하고 6반 부반장도 놈들에게 강간당했어. 놈들은 방과 후에 우릴 학생회실로 불려서 강간을 하고 있어.”
“기가 막히는 군. 그럼 너희들은 그동안 당하고만 있었다는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죽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병신들.........나도 모르겠다. 신고를 하든 말든 너 맘대로 해.”
“너에게 이런 말해서 미안해 태자야. 하지만 그동안 답답해서 죽는지 않았어.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고..........미칠 것 같았어.”
“그만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미안.........정말 미안해.......태자야.........가지 마. 가만 너도 죽을지도 몰라.”
“됐어. 개새끼들........그놈들이 학생회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지........그래서 학생과에서도 놈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못하고 있는 거로군. 기가 막힌다.”
“태자야........우선배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가면 죽을지도 몰라.”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거야.”
“..................”
황예빈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강간한 홍상수패거리를 혼내주어서 통쾌한 모양이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바라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도와준단 말인가? 남의 일이다. 상관하지 말자. 이게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예빈의 시선을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걱정하지 마. 나도 호락호락한 놈은 아니야.”
“안돼.......가지 마.”
“푸~...... 야~..........그렇게 말하니까 꼭 네가 내 애인이라도 된 것 같다. 간다. 내일 보자.”
나는 그대로 보조운동장으로 향했다.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상대에게 등을 보이고 도망친 적이 없다. 싸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운다. 이건 일종의 자존심이다. 멀리 운동장에 5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명찰을 보니 모두 3학년이다. 내가 가까이 접근하자 놈들을 나를 포위한다. 그중에서 180정도의 키에 눈매가 날카로운 놈이 있었다.
“네가 강태자냐?”
“네가 쪽지 보낸 놈이냐?”
“십팔........요즘 새끼들은 예의를 몰라. 야~ 개새끼야. 선배를 봤으면 인사라도 해라! 이 개잡종의 새끼야.”
“병신.........지금이라도 교복 벗으면 너나 나나 별반 다른 것 없어. 새끼야. 나이 처먹은 것이 자랑이냐 병신새끼야.”
“이런 십팔 새끼.........휴~ 일단 참자........나가자. 이곳에서 싸우면 시끄럽다.”
“어디 가자는 가야. 새끼야.”
“이런 개새끼..........말끝마다 욕이네........그냥 콱~ 눈탱이를 후려 파벌라 개새끼를.........잔소리 하지 말고 따라와. 설마 겁나서 싫다고는 하지 않겠지.”
“어디로 가는지나 알고 가자. 혹시 똘마니새끼들 잔득 모아놓고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야.”
“이런 개새끼가 나를 어떻게 보고...........야~ 십새끼야. 난 비겁하게 다구리 안 해. 새끼야.”
“좋아. 믿어보지. 가자.”
놈들은 나를 데리고 학교 뒷산으로 올라갔다. 우리 학교는 산을 깎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학교 뒤의 담장을 넘어가면 바로 산이다. 놈들이 안내한 곳은 사방이 천으로 둘려 쌓인 넓은 공터였다.
“이곳은 우리가 정기적으로 대결하는 장소다.”
“대결? 무슨 대결?”
“우리 일진회는 한달에 한번씩 대결을 통해 서열이 조정된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자기보다 높은 서열의 상대와 대결에서 이겨야 한 단계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랄을 한다. 너희들의 무슨 무림 문파냐.”
“닫치고 계속 들어. 회장의 특별지시가 없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새끼야. 그러니까 주둥아리 닫치고 들어. 이곳의 규칙은 간단해. 손발머리 모두 사용가능해. 대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다. 준비해.”
“지금 뭐하자는 거야.”
“회장이 너 실력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나서는 거야.”
“일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대 일 대결이라면 나도 피하지 않는다.”
나는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팔을 털었다.
“너희들은 물러가 있어. 절대 나서지 마라. 너희들이 나서면 내가 회장한테 죽는다. 알지.”
우상식을 따라온 놈들은 우상식을 가방을 챙겨서 멀리 물려났다. 우상식은 주먹을 쥐고 다리를 어깨 간격으로 벌렸다. 녀석도 나와 비슷한 키에 비슷한 덩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녀석의 자세나 분위기로 보아 태권도나 유도등의 무술을 익힌 것이 아니라 실전무술을 익힌 것으로 보인다. 즉~ 많은 싸움을 통해 싸우는 법을 터득했다는 말이다. 나는 양팔을 턱까지 끌어올리며 다리를 벌렸다. 상대가 싸움 경험이 많은 놈이기 때문에 엉성한 기술을 쓰다가는 내가 당한다. 이런 경우 가장 좋은 대응방법은 발을 사용하지 않는 권투다. 빠른 스텝과 날카로운 주먹이라면 놈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놈은 내가 권투자세를 취하자 피식 웃더니 앞차기로 나의 턱을 공격해 왔다. 나는 허리를 젖혀서 놈의 다리를 피하며 놈의 다리에 주먹을 뻗었다.
“휙~ 휙~”
두 번의 바람소리와 함께 녀석의 다리와 내 주먹이 스치고 지나간다. 놈은 내가 좀처럼 빈틈이 없자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갑자기 돌격해 왔다. 나는 녀석의 턱과 가슴을 향해 스트레이트 편치를 날렸다. 하지만 놈은 상체를 흔들어 주먹을 피하고 주먹을 날리니 놈의 주먹이 나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빠른 스텝으로 놈의 주먹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놈의 주먹이 너무 빨리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짜릿한 통증이 전해진다. 놈은 내가 잠깐 비틀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내 어깨를 잡는 것과 동시에 무릎으로 가슴을 공격했다. 나는 급하게 팔로 놈의 무릎을 막았다.
“퍽~”
가슴이 울렁거리는 통증이 전해진다. 놈의 팔꿈치가 등을 가격한 것이다.
“퍽~ 퍽~”
내가 충격을 이기고 못하고 상체를 밑으로 숙이자 녀석의 무릎과 팔꿈치가 등과 가슴을 공격했고, 나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가 땅바닥에 둔탁하게 떨어졌다.
“뭐 이래. 별거 아니잖아.”
놈은 내가 끝난 것으로 알고 손을 떨고 있다. 나는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난 것이 아니네. 어쭈~ 제법 강단이 있는데.......”
“휴~ 오랜만에 긴장되는데.........좋아. 끝을 보자.”
나는 팔을 한번 털고 나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상대는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가 패할지도 모른다. 놈도 내가 자신의 주먹에 쓰려지지 않자 약간 긴장한 모양이다. 나는 녀석이 자세를 잡자 곧바로 돌격했다. 이번에는 내가 선수를 치는 것이다. 녀석은 내가 코뿔소처럼 돌격하자 한 팔을 내밀고 다른 손을 뒤로 젖힌다. 일단 앞에 주먹으로 나를 저지한 다음 뒤에 있는 주먹으로 강펀치를 날린 계산인 모양이다. 나는 녀석의 주먹 앞에서 몸을 풍차처럼 회전하며 다리로 녀석의 대가리를 공격했다. 녀석은 나 같은 덩치가 기계체조선수처럼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는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양팔을 십자로 해서 나의 발을 막았다.
“퍽~ 퍽~”
양쪽다리가 녀석의 팔에 막히자 나는 다시 허리를 활처럼 휘어 머리를 밑으로 내리고 녀석의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다리가 밑으로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녀석을 집어 던져버린다. 하지만 녀석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낙법으로 떨어져 다시 벌떡 일어났다. 역시 간단한 놈이 아니다.
“흥~ 이제야 본 실력이 나오는 건가? 좋아. 한번 해보자.”
녀석은 상의를 벗어 던지고 다시 나에게 돌격하며 주먹으로 나의 목을 공격해 온다. 나는 고개를 숙여 놈의 주먹을 피하며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놈은 이미 내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내 어깨를 잡아 밑으로 끌어내리며 무릎으로 얼굴을 공격해 왔다. 물론 나도 녀석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팔로 녀석의 무릎을 막으며 허리를 펴셔 머리로 녀석의 턱을 날려버렸다.
“퍽~ 이런 빌어먹을.........”
녀석이 턱을 붙잡고 비틀거리자 나는 바로 녀석에게 달려가 놈의 명치와 목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놈은 비틀거리며 턱으로 날아오는 주먹은 피했지만 목을 향해 날아간 주먹은 완전히 피하지 못해 녀석의 목이 길게 찢어져 나갔다. 주먹이 너무 빨라 칼에 베인 것처럼 상처가 나는 것이다. 나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다리로 놈의 정강이를 공격하고 주먹으로 놈의 아랫배를 공격했다.
“퍽~ 퍽~”
놈은 주먹을 피했지만 길게 뻗은 다리는 피하지 못했다. 정강이를 맞은 놈이 비틀거리자 나는 곧바로 한바퀴 회전하며 선풍각으로 녀석의 턱을 날려버렸다.
“퍽~”
녀석의 커다란 덩치가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땅에 둔탁하게 떨어지자 나는 제자리에서 점프하여 놈의 가슴으로 날아갔다. 놈은 내가 가슴을 향해 날아가자 땅바닥을 구르며 내 다리를 피하더니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했다. 나는 녀석에서 돌격하며 녀석의 옆구리를 걷어차 버렸다.
“우두둑~ 으악~”
녀석은 다시 바닥을 구르더니 그대로 길게 뻗어버렸다. 드디어 놈과의 대결이 끝난 것이다. 나는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땅에 떨어진 책가방을 들었다.
“간다.”
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들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