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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의 숨결 - 53부

관리자 0 6073
처제가 떠난 지 한 해가 지났다

마음 한 구석이 허물어져 버린 가슴을 채울 길이 없어 여인을 탐했다

거침없는 욕망의 불꽃에 불나방처럼 몸을 태우며 처제를 잊고자 했다

하지만 언제나 처제의 영상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경화와 질펀한 섹스를 벌였고 현숙을 끌어들였다

두 자매를 번갈아 섹스를 하며 욕망의 불꽃을 지폈지만 그것은 한 순간일 뿐이었다

가끔 집사람이 친정에 내려가는 날이면 그 날 밤은 어김없이 두 자매를 불러들였다

그럼에도 마음의 공허함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무엇으로 채워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존재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나 보다

6개월이 지나고 다른 여인들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처제의 모습은 가슴 한 편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그 때의 경험을 글로 쓸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







…… × … × ……



지난 여름

아마 6월의 어느 날일 것이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 아파트에 들어서니 집사람이 거실 테이블에 앉았다가 일어서며 맞았다



“이제 오세요?”



집사람은 야위었다

처제가 떠난 후 나의 잦은 외박과 늦은 귀가로 걱정을 많이 한 탓 이었다

여전히 집사람에게 난 충실하고 훌륭한 남편으로 생각되고 있었다



“.......?”



막 테이블 위자에서 몸을 일으킨 집사람의 얼굴이 오늘따라 밝아 보였다

테일블 위에는 여러 가지 통장이 널려 있었고 편지 하나, 그리고 와인 잔이 놓여 있었다

집사람은 통장의 잔고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왜?..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일이야..있었죠....당신 여름 휴가 언제예요?”

“그걸 지금 알 수 없잖아....다음 달이나 돼야 휴가 일정이 잡혀”

“그렇군요.....”



집사람이 뒷짐을 진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

“우리.....뉴질랜드 가요”

“.............”



뉴질랜드라니....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뉴질랜드?......처제한테?”

“네...그 애가 편지를 보냈어요....당신 휴가에 맞추어서 놀러 오래요”

“그래서 통장을 다 꺼내 놓았던 거야?”



집사람이 배시시 웃으며 내 허리를 안았다



“네....”



집사람이 허리를 감은 팔을 풀고 내 손을 잡았다

나를 테이블 의자에 앉힌 후 와인 잔을 내밀었다

와인을 들이킨 후 이리 저리 흩어진 통장을 들여다보았다

적금통장 몇 개와 예금통장들....잔고는 걱정 없었다

몇 천만 원이 남은 잔고에서 오백을 덜어낸다 해도 그리 큰 타격을 아닐 것이다.



“오백만 빼면 되겠내..패키지로 가면서 출국, 입국때만 모이면 될테니까”

“당신...가실거예요?”

“그래...오랫 만에 나가보지..뭐....당신 그 쪽은 다녀 오지 않았잖아?”

“그럼..가는 길에 호주 들릴까요?”

“뉴질랜드로 바로 가는 게 있지만...가만 처제가 지금 어디 산대?”

“크라이스트처치”

“음....바로 가는 비행기는 없어..어차피 오클랜드에서 국내선을 타야해”



집사람이 뒤에서 목을 안았다

뭉클한 젖가슴이 어깨에 닿아 욕정을 자극했다

난 손을 뒤로 돌려 집사람의 허벅지 사이로 넣어 위로 쓸어 올렸다

손은 손쉽게 집사람의 팬티까지 닿았다



“아아.....자극하지 말아요....초저녁부터”

“불 끄면 돼지”

“그래도......아아.....”



손가락이 팬티 사이를 젖히고 들어갓다

예민한 아내의 몸이 그새를 참지 못하고 아래를 적시고 있었다

일어서서 처제의 편지를 힐끔 쳐다 보았다



“나중에 보세요”



집사람의 몸을 안아들었다

짧은 스커트와 나시를 걸친 가벼운 몸을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에어콘 켰어?”

“네...시원할 거예요”



잠시 후 침실은 집사람의 신음 소리로 가득 찼고 두 사람이 뿜어낸 열기로 에어컨의 냉기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오랜만에 집사람의 몸을 거칠게 탐하며 모든 것을 잊었다







…… × … × ……



두 달의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집사람은 출국 전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나 역시 그러했다

처제는 얼마나 변했을까?

1년을 훨씬 지나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그러니까 지금 늦겨울일 뉴질랜드에서 입을 옷가지 챙기며 구슬땀을 흘렸다

출국수속을 밟을 면서도 집사람은 상기된 얼굴의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 시절 잠깐 어학연수를 위해 영국에 다녀온 이후 처음인 외국 나들이에 집사람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게이트를 지나 대한항공 칼기에 오른 후 집사람은 내 손을 꼭 쥔 채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기내식은 불편하다

좁은 자리에 짐짝처럼,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이 모인 사람들 사이로 스튜어디스들이 지나가면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정말 형편없었다

다 먹지도 못할 지경....하지만 12시간 가까이 비행을 하면서 두 번 나오는 기내식을 먹지 않는 다면 배가 고파서 또 어찌할 것인가?

집사람의 얼굴이 뾰로통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나보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얇은 담요를 몸을 감싸 잠을 청했다

비행기는 이른 새벽에 시드니 공항에 내렸다

비가 추척 추적 내리는 게 보였다

근 1시간 동안 시간을 지체하여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패키지 인솔자와 현지 가이드가 빨리 버스에 오르라고 손짓했다

처제는 오늘 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으로 마중 나올 것이다.

여기서 잠깐 쉰 뒤 저녁에 그 곳으로 갈 테니까....

집사람은 처음 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실망했다

사진으로 보았던 웅장한 이미지와 실제가 너무 차이난 다는 것이 이유였다

난 그런 것 관심없었다

관심사는 오직 오늘 밤 만나게 될 처제에게 쏠려있었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국제선에 탑승했다

비행기는 비를 뚫고 이륙했고 또 다시 기내식이 한 번 제공되었다

늦은 밤 크라이스트처치 국제공항에 내려 지루한 출국심사를 거쳤다

이미 인솔자에게 말해두었지만 여기서 부터는 우리 부부는 출국때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것이다.

공항에는 처제 내외가 마중 나와 있었다

가슴이 뛰고 불안했다

처제는 얼마나 변했을까...

날 보면 무슨 말을 할까.....

두근 거리는 마음에 몸을 진정할 수 없었다

멀리서 처제부부가 보였다

처제는 검은 색 주름 치마와 양모 스웨트를 하고 있었다

늘씬한 몸매는 전과 다를 바 없었고 머리카락은 목 아래에서 질끈 묶어 놓은게 보였다

그리고 그 리본도......

처제의 얼굴은 마치 얼음을 조각한 듯 싸늘하고 냉정하며 도도했지만 우리를 확인한 순간 살얼음이 녹아내리듯

웃음을 떠 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정장을 한 동서가 손을 번쩍 들며 “형님”하고 불렀다

집사람의 눈가에 눈물이 감돌았다

처제의 변함없는 모습을 확인 한 순간 감정의 흐름을 제어하지 못한 탓이었다

자매는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렸다

동서는 내 손을 굳게 쥐고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형님..잘 계셨죠?”

“그래..이 사람아...전화나 자주 할 것이지”

“하하하.....살다 보니 원체 바빠서요..”

“어머...난 보이지도 않나 보내”



집사람이 처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동서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럴리가요......그간 잘 지냈죠?”

“아뇨....희연이 고생시키지나 않을지 걱정만 했어요”



동서가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에 고생은 좀 했지만 지금은 형편이 좋아졌습니다.”

“좋아졌다니 다행이야”

“참..이리 주세요....피곤하실텐데.....어서 나가죠”



동서가 집사람의 여행가방을 받아 밀고 나가며 연신 웃었다

반가운가 보다....

처제는 집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가끔 눈길이 마주치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동서의 밴에 올라 처제집으로 갔다

30분쯤 지나 단층 주택이 몰려있는 곳으로 이리 저리 들어가더니 아담한 주택안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들 밀어 넣었다



“다 왔습니다.”

“자네 집?”

“네.....처음엔 임대주택에 살다가 조금 돈을 벌었습니다.”

“어떻게.....”

“부동산 투기.......”



집사람과 내 눈이 휘둥그래졌다

부동산 투기라니.......



“아...그게 됩니다....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기로 하죠..피곤하실텐데....오늘은 쉬고...내일 아침부터 관광하면서 이야기 하면 되죠”



짐을 꺼내 푼 뒤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모여 앉았다

동서가 와인 몇병을 들고 왔고 잔을 일일이 따라 주며 돌렸다



“얼마 만에 뵙느 건지....겨우 1년이 조금 지났는데 10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나도 그런 것 같아”



집사람과 처제는 누가 갈라놓지도 못할 만큼 붙어 앉은 채 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난 가끔 처제의 얼굴을 훔쳐 보면서 동서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부동산 투기를 어떻게 했는지..어떻게 차액수익을 올렸는 지, 그리고 세무 공무원의 단속을 어떻게 피해갔는 지도,....건성으로 흘려 들으며

맞장구만 쳐 주었다

집사람과 동서는 와인을 연거푸 들이켰다

아무리 와인이라고 해도 몇병을 그렇게 비워냈으니 혀가 꼬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제..그만 쉬죠......”



처제가 집사람의 몸을 부축했다

동서가 비틀거리며 일어 났다



“어..어...이거 치우고....”

“그건 제가 할께요...형부가 좀 도와주세요”

“그러지....”

“아....알았어..”



동서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침실로 들어갔다

처제는 집사람을 부축해 다른 방에 눕히고 나왔다

난 와인 병을 들고 싱크대로 갔고 처제가 잔을 들고 따라 왔다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숨을 내 쉬며 돌아 서는데 처제가 내 팔을 슬며시 잡았다



“고개 돌리지 마세요...형부”



부르르........



내 몸이 떨렸다



스으윽.....



처제가 내 손에 뭔가를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손을 펴니 꼬깃 꼬깃 접힌 메모지가 있었다



- 잠시 후에 집 앞으로 나오세요 -



심장이 또 다시 뜀박질 하기 시작했다

처제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현관 옆에 작은 의자가 있어 거기에 앉았다

파랗고 하얀 담배 연기가 허공으로 퍼져갔다



딸깍..........



잠시후 현관이 열리고...고개를 돌리니 처제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를 보며 얽루을 붉혔고 의자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형부.......오랫만이죠....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

“그래.......정말 오랜만이지...”



처제가 나를 한참이나 쳐다 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내 뺨을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하나도....변하지 않았군요....희연이 마음 속의 형부하고 꼭 같애.....”

“처제는 훨씬 이뻐 보여”

“그런가요?...고마워요”



처제가 얼굴을 노을처럼 붉혔다



“나 생각했어요?”

“그래...한 때는 잊어려고 했지...너무 아음이 아팠으니까..잊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으니까”

“절 잊었었나요?”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완전히는 아냐”

“사랑스러운 아기.....말 잘 듣는 아기...꼬옥 안아주고 싶군요”



처제가 가느린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미소가 떠 올랐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갔다



“여긴 겨울이라도 그렇게 춥진 않아요...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죠?..전 지금 몹시 아프거던요”

“........”



처제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내게 더욱 붙어 머리를 기댔다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로 올리고는 말을 계속 이었다



“처음 이 곳에 오던 날 생각나요.....낯설음,,,막막함,,,외로움,,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형부....였어요”

“나도 처음엔 처제를 떠나보내고 그랬었지”

“형부가 생각나고....보고 싶고.....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그이가 날 사랑할 때 였어요”

“..............”



처제가 고개를 숙였다

새하얀 목덜미가 아름다웠다



“그이의 숨결, 손길을 느낄 때마다 형부가 떠올랐어요....그래서 혼자 있을 땐 형부를 생각하며 마구 울었어요..하지만 보고 싶다고..만나고 싶다고...만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어요...서러웠어요...형부 품에 안겨 울고 싶었어요.“



고개를 숙였던 처제가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거기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처제..”

“아니예요..괜찮아요....희연이는 괜찮아요”



처제가 고개를 흔들었다,,,그러면서도 눈물을 훔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이한테 미안했어요...한국에서는 그렇게 형부에게 안겨도 그런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여기선 틀렷 어요......이제 형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미안해 졌어요....나 우습죠?“

“아니...그렇지 않아”



처제가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고마워요....형부”

“.........”

그이가 언니와 형부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할 때 기뻤어요...하지만 불안햇어요.....또 형부에게 안길까봐서....겨우 겨우 형부의 그림자를 덜어내고 있었는데..다시 보게 되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겁이 났어요“

“처제...그런.....”



처제가 웃었다....밝게 웃었다



“며칠 동안 고민했어요....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그래서 여기 저기 혼자 여행을 다녔어요.....집에 돌아왔을 때 느꼈어요.. 내가 사랑해야 될 사람은 그이구나 하는 생각.....현관을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하는 그이의 얼굴을 보았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그래서...미안해요....형부.....난 그때 형부의 그림자를 떨쳐낸 걸요.....미안해요....형부...정말...“



밝게 웃는 처제의 얼굴에 굵은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음이 아팠다

나만큼 그렇게 고민하며 마음 아파했구나......



“괜찮아..어쩔 수 없는 일 이었는걸....그걸 가지고 탓할 순 없어....처제....마음고생이 심했구나”



난 처제의 손을 마주 쥐고는 그 손등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온기.....그 아픈 마음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처제의 눈물이 손등에 떨어졌다

서로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서로가 불륜의 관계를 즐겼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마음아파 하지않았던가...

서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런 대화는 불필요 했으리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여운을 모두 털어낸 후 비록 울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앙금마저 모두 걷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형부,,,고마워요...날 용서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어요....이전의 처제로 돌아가서 정말 미안해요”

“아니야....나 역시 이 곳을 방문하면서 기뻤어....처제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이젠 정말로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형부.....”



처제의 눈물이 더욱 굵어졌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지나간 일은 잊어야지...가슴에 추억으로만 남겨두어야지.....거기에 연연한다면 마음이 늘 아프겠지....우린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잖아

살며 마음이 아프고 간혹 서로가 생각나 보고 싶기도 하겠지만...과거의 인연으로 거기에 얽매여서는 안돼,,,,그건 더욱 불행할 거야. 과거의 그림자는 그 자체로 남아야 해...“

“형부...흐흑.......”



처제가 결국 얼굴을 내 가슴에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쌓이고 쌓인 아픔과 한을 모두 토해냈다

가만히 내가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늦은 이국의 새벽......

차가운 밤바람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늘에 별들이 발하는 맑은 별빛이 가만히 처제의 몸 위로 내렸다

처제의 오열은 그치지 않았고 난 시간을 잊은 듯 가만히 그곳에 머물렀다







…… × … × ……



며칠 뒤 귀국했다

이제는 처제를 잊을 수 있었다

그녀의 삶은 존중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내 곁엔 변함없이 사랑을 보내주는 집사람이 있지 않은가....

항상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는 여인이...........

가끔 처제가 생각날 때 웃음을 짓는다

담배를 피며 안락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몸을 느끼며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녀의 영상을 떠 올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 모습은 집사람으로 바뀌어 갔다

가장 사랑스러운 내 여인의 얼굴로.........





경화는 얼마 있지 않아 시집을 갔다

예전에 맞선을 본 남자와 만나더니 결국 청혼을 받아들였다

결혼하기 이틀 전 난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내 곁에 현숙이 있었고 자매는 밤새도록 내게 안겼다

경화는 이게 마지막이라며 흐느꼈다.

그 말대로 경화는 결혼 후 멀리 이사를 갔고 연락이 끊어졌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그녀의 삶이 있으니까....그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현숙은 그 후로로 가끔 나와 만나 사랑을 나누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끔 그녀는 내게 속삭였다



- 경화가 보고 싶지 않아요?“

- 보고 싶어-

- 오라고 할까요? -

- 아니.....그럴 필요 없어.....경화도 행복해야지 -

- 당신..변했군요 -

- 사람은 다 변하지..... -



처제의 모습을 떠 올렸다

지금 뉴질랜드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잇을 처제의 얼굴을....다시 볼 날이 올까?

그 날이 언제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지...........

과거는 추억으로 남고....아픔은 묻혀졌다

시리도록 맑은 가을 하늘 처제의 모습이 흐릿하게 떠 올랐다

가을의 탄식아래 날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 행복해야돼.....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난 괜찮아 -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처제였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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